〈 207화 〉 도시 재개발3
* * *
'타짜도 있어?'
아니 개방한지 이틀 밖에 안된 도박장에 타짜가 왜 온 거야?
화련이의 말을 듣고 도박판을 자세히 보고 있으니 남자가 옆에 멀끔한 여자하나와 짜고 사기를 치는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월하가 나에게는 무력화의 권능을 행하고 있지 않아서 알아차릴 수 있는 거지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교묘한 손놀림이었다.
화련이가 아니면 적어도 리우잉 정도는 되는 이를 데려와야 알 수 있었겠지?
'그건 아닌가?'
내가 도박에 대해서 무지해서 더 안 보인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딜러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기술이 일반적이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기를 치는 인간들이 있다고요?"
"그래, 타짜라고 불리는 인간들이 저기 있는 듯 하군. 저 남자와 옆에 있는 여자가 패를 가지고 장난질을 치고 있어."
"야호! 제가 땄네요."
조용히 그들 옆에 다가갔는데 정작 돈을 딴 사람은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 맞은 편에 앉은 여자였다.
초반에 좀 몰아주면서 나중에 큰 돈을 따려는 전략인 줄 알았는데 몇번을 지켜봐도 그 여자가 계속 돈을 따 가고 있었다.
아예 티나게 계속 따고 있는 것은 아니고 딸 때 크게 따고 잃을 때 조금 잃는 방식으로 돈을 따고 있었는데 그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아예 3명이 한 패인 듯하군."
화련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월하가 그들에게 다가가려는 걸 화련이가 막아섰다.
"지금 뭐하려고 하는가?"
"감히 제 도박장에서 사기를 치려는 인간들이 나타났잖아요? 당연히 처벌하고 쫓아내야죠."
"증거는 있나?"
"그게 중요해요?"
"중요하지, 월하는 암흑가 전체를 다스리는 지도자가 아닌가 아무리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권력에 따른 책임을 질 줄 알아야 사람들을 다스릴 수 있는 법이야. 다음 부터는 도박장 전체를 감시카메라로 도배해 놓아라."
"그렇다고 저 놈들을 그냥 보내요?"
"당연히..."
화련이의 눈이 사납게 빛난다.
"아니지. 아해야, 나한테 만원짜리 칩 하나만 빌려주겠나?"
"여기."
50만원으로 시작한 내 칩은 어느새 20만원까지 줄어 있었다.
룰렛을 계속 돌리면서 꾸준히 줄어든 것인데 30만원을 쓴 것 치고는 대단히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멍하니 룰렛을 돌리고 있는 과정이 마냥 심심했던 건 아니기 때문에 엄청나게 아깝긴 했다.
아니 30만원이면 옛날 내 한달 생활비라고.
과거의 가난에 눈물 겨워하던 그 때 화련이가 룰렛으로 가서는 칩하나를 넣고 돌리기시작했다.
팅팅팅
룰렛은 순식간에 멈춰섰고 777을 띄우며 많은 칩을 뱉어냈다.
"저거 배율 몇배야?"
"제 기억상으로는 배울 관계없이 기계 안에 있는 돈 전부 나오게 설정되어 있을 걸요?"
화련이는 나온 칩들을 주어다가 고액 칩으로 환전한 뒤 한참 포커가 진행되고 있는 테이블로 이동했다.
"나도 좀 끼워주지."
그녀가 테이블로 이동하자 사람들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올려다봤지만 무슨짓을 한 건지 금세 조용해 지고 자리에 앉았다.
"사실 천마님도 게임이 하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요?"
"내가 봐도 그런 것 같아."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보고 있는 나한테도 상당히 많은 수의 사기행각들이 보였는데 화련이는 그 중 어느 하나도 건들지 않고 게임을 진행했다.
자기가 질패가 나오면 바로 죽고 이길 것 같으면 바로 칩을 배팅했는데 상대도 패를 다 알고 있었기에 그 경우는 상대가 먼저 죽는 아주 어처구니 없는 게임이 반복됐다.
한 두 번도 아니고 게임이 진행될 때마다 화련이가 모든 패를 알고 있다는 듯이 행동하자 상대도 이상함을 눈치 챘는지 테이블을 탁 치며 일어났다.
"저 사람! 지금 능력을 사용하고 있어! 아까부터 카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은 것이 분명 능력을 사용해서 카드를 알아맞추고 있는 거라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여긴 달빛 아래의 여왕님께서 직접 운영하시는 카지노야. 내가 S급 각성자도 아니고 어떻게 그 분의 권능을 이겨내고 능력을 사용한단 마인가. 그리고내가 진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너희가 사기를 치고 있다는 걸 금세 알아봤을 거 아닌가."
"우리는 사기 친 적 없어! 어디서 큰 소리야!"
"소란 피우지 말아주십쇼."
"흥! 당신과는 이제 못 해먹겠어. 다른 테이블로 갈테니까 혼자서 즐기셔!"
크게 소린 친 후 테이블을 떠난 남자에게 딜러들이 다가갔다.
"잠시 같이 가주시겠습니까? 손님들이 카드를 가지고 장난질을 한 장면이 포착돼서 말입니다."
"우린 그런 적 없어!"
남자가 무슨 말을 하든 딜러들은 그들 일행을 통째로 연행해 갔다.
"네가 부른 사람들이야?"
"아뇨. 저는 가만히 있었는 걸요..."
"내가 딜러에게 몰래 말했다. 저들이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변에 능력을 각성한 딜러를 데려와서 확인해 보니 딜러가 직접 사기를 치고 있는 걸 확인했고 그대로 연행한 것이지."
"아하... 연행된 사람들은 어떻게 돼?"
"죽죠."
월하가 너무 담담하게 말하길래 내가 잘못들은 건가싶었다.
"뭐라고?"
"죽는다고요. 여기는 제가 세운 카지노에요. 그런 곳에서 사기를 친 다는 건 곧 저한테 사기를 친다는 거랑 다름이 없는데 당연히 죽어야죠."
너무나 싸늘하게 말하는 월하의 태도에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
사기 행각을 구경한 우리는 흥이 팍 식어버려서 더 이상 도박장에 남아있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그래서 카지노를 나와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카지노 근처 아니랄까봐 십중팔구는 성인들을 위한 놀이터 느낌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도시의 중앙쪽에선 카페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는데 여기선 아무리 돌아다녀도 카페는 커녕 잠깐 들어가서 쉴 수 있을 만한 곳도 없었다.
"완전 환락가군..."
"이쪽 거리가 그 쪽 거리라서 그래요. 안으로 들어가면 좀 나을 거에요."
확실히 월하의 건물이 있는 곳으로 갈 수록 음지 느낌이 많이 줄어들긴 했다.
한 구역의 지배자가 사는 근처를 완전한 음지로 만들 순 없는 일일테니 당연한 일이테지만 말이다.
대체적인 분위기는 도시의 중앙 보다 훨씬 번성한 도시의 느낌이 확 들었는데 카페같은 데도 보이고 생활용품을 파는 데도 보이는 등 아까 봤던 곳들에 비하면 훨씬 건전한 곳이었다.
'아무생각 없이 관광하고 있었는데, 여기 사실 집 근처잖아.'
내가 사는 곳은 월하의 건물 안에 있는 월하의 집이다.
그리고 그 건물이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이 왔다.
즉 이곳은 우리 집 근처고 내가 워낙 이 거리를 많이 안 다녀봐서 어색하게 보일 뿐 어느 정도는 눈에 익은 곳이라는 뜻이었다.
"이 정도 즐겼으면 그냥 집에 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애초에 나는 밖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인간이 아니라 안에서 지내는 걸 좋아하는 인간이란 말이야."
"나도 동감이다. 도박장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낸 것 같으니 이제는 돌아가는 것이 좋겠군."
"알았어요. 오늘은 들어가고 나중에 다시 나와서 놀아요."
글쎄? 만약 논다고 해도 도시 중심가 쪽 가서 놀지 음지에 가서 놀지는 않을 것 같은데...
***
다들 알다시피 우리 도시에는 오랫동안 이름이 없었다.
말할 때도 그냥 우리 도시라고만 말하고 명확히 이름을 지어두지 않았는데 이는 우리 도시 자체가 그렇게 규모가 큰 도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나와 연하가 받은 자원들로 도시를 발전시키니 순식간에 경제가 호황을 맡이하고 솔에서도 이주민들이 넘쳐나는 시기가 됐기 때문에 이제는 도시에 이름을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퍼져나오고 있는 시기였다.
사실 일반 시민들 입장에선 자신이 사는 도시의 이름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외계인 엉덩이 같이 이상한 이름만 아니었다면 어떤 이름이 되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애초에 도시라고 해도 민주주의로 이루어진 도시가 아니라 태양길드에게 임명 받은 하연이가 도시를 다스리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도시의 이름을 짓는 권리는 하연이에게 있었다.
"우리 도시의 이름을 뭘로 정하는 게 좋을 까요?"
솔의 작명법은 아주 간단했다.
솔을 세운 길드의 이름이 태양길드였기 때문에 태양에서 따와서 솔이라고 이름 지은 것이다.
미르의 작명법도 간단했다.
그냥 용의 순우리말을 가져다 쓴 것 이다.
"저희 도시만의 특색이 뭘까요?"
"S급 각성자가 많다?"
"그것... 도 충분한 특색이긴 하죠..."
화련이는 정식적인 우리 도시 소속 인물이 아니니 재쳐두더라도 하연이와 월하라는 두명 의 S급 각성자를 보유 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면 더블 S어때요?"
"도시 이름으로는 안 어울리지 않아?"
"그러면 SS요!"
"뭐가 달라진 거야... 그것도 도시 이름으로는 안 어울려."
SS라...
"어지간 하면 한국어로 짓고 싶은데..."
"그러면... 미르 어때요? 순 우리말로 용이라는 뜻인데."
"그건 옆 도시 이름이야..."
하연이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