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8화 〉 피의 마나­1 (208/265)

〈 208화 〉 피의 마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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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이름을 뭘로 할지에 대한 수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어느 것 하나 명확히 결정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흔한 이름을 사용하기에는 너무 흔해서 유니크함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었고 그렇다고 연하가 말하는 유니크한 이름을 사용하기에는 이게 도시 이름인가 싶을 정도로 이상한 이름들이 많았으니까.

SS부터 시작해서 얀얀 시티나 월하연이라던가 하는 이름을 듣고 있으면 연하가 장난으로 말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장난 100%로 말하고 있는 건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그냥 우리, 로 짓는게 어때? 지금까지 계속 우리도시라고 불러왔잖아? 도시 이름 자체를 우리로 하면 나름 한국어로 우리라는 의미도 되고 부르는 방법에도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좋은 이름이에요 오라버니!"

연하가 동의하고 나서는 걸 보면 내가 지은 이름도 결코 정상적인 이름은 아닌 듯 했다.

그녀의 감성과 맞는 다는 얘기는 도시의 이름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었으니까.

다만 이번에는 하연이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우리라는 이름이 그녀에게 있어서도 마음에 들었는지 종이에 우리라는 이름을 적어 넣었다.

단지 후보목록에만 오르는 것으로 끝날 줄 알았던 우리라는 이름의 도시의 정식 명칭으로 등록됐다는 내용을 뉴스에서 들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

도시의 이름이 우리로 정식적으로 결정이 나고 만들어졌던 공장과 건물들도 제대로 가동되며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는 게이트가 허구한날 튀어나오다 보니 모든 건물이 제대로 활성화되지는 못했는데 한 번 큰 사건이 벌어진 이후 게이트의 출현 빈도가 절반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활기참을 보여주며 우리 도시는 크게 번성하고 있었다.

옆 도시인 솔은 아직도 충격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는데 우리는 화련이가 준 자원으로 도시를 싹 다 갈아엎으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낸 것이다.

하지만 적이 언제 우리를 다시 침공할 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비대는 늘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게이트가 줄어들어서 게이트의 업무 강도가 낮아지는 상황에서도 인력을 확충하는 등 언제 다시 시작될 지 모르는 침략에 대비했다.

지금까지는 그냥 나타나는 게이트들만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를 공격하고 있는 존재들이 있다는 걸 알게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언제 다시 시작될 지 모르는 침략에 대비해야 했다.

그를 위해서 경비대에 신생팀도 생기고 장비도 순식간에 개선되는 등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이 변화는 거의 한 달 만에 등반형게이트가 나타났을 때 극명하게 들어났다.

일반적인 게이트를 처리하는 팀 보다 훨신 빠르게 등반형 게이트에 도달한 특수팀은 순식간에 내부를 제압해 들어갔다.

오랜만에 등장한 등반형 게이트 였기 때문에 이게 침공을 위한 게이트인지 아니면 우리가 알고 있는 등반형 게이트인지를 빠르게 알아냈어야 했는데 발전된 기술과 거듭된 훈련으로 단련된 특수팀은 게이트에 들어간지 10초도 안돼서 그 게이트가 등반형 게이트라는 완벽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지금까지 나타난 등반형 게이트들의 특성을 비교 분석해서 얻어낸 결과로 당장은 큰 의미 없을 지라도 등반형 게이트로 속이는 침공용 게이트가 나타났을 때 유용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

"게이트가 다시 본격적으로 나타나려는 걸까요? 등반형게이트는 반갑긴 한데 일반적인 게이트도 다시 나타나기 시작할까봐 걱정되네요."

"벌써 한 달이나 잠잠했어. 다시 침공을 시작하는 것도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 어쩌면 머지 않은 미래에 저번에 침공했던 것 처럼 큰 사건이 다시 벌어질지도 몰라."

"되도록이면 어렵지 않게 일을 해결하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연하의 말에 동의했다.

제발 이번에는 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

­스윽

단검에 마나를 조금 주입한 후 몬스터를 향해 휘두르느니 너무나도 쉽게 잘렸다.

검 자체의 예리함이 뛰어났기 때문도 있었지만 내부에 담긴 엄청난 양의 마나를 일시적으로 밀어 단검의 외부에 씌움으로서 절삭력을 어마어마하게 강화시킬 수 있었다.

"이제 나오셔야 합니다."

"네."

키가 커지고 머리색이 바뀐 것 만으로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비대원을 지나서 등반형게이트를 빠져나왔다.

하루 종일 등반형 게이트 안에서 검을 휘두르며 수많은 몬스터를 잡았지만 마나의 성장이 그렇게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아예 성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한 달 정도는 계속 몬스터를 잡아대야 유의미한 차이가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쥐꼬리만큼 성장했다.

그래도 마나가 늘어나기는 하는 상황인데다가 다른 각성자들은 등반형 게이트를 자유롭게 이용도 못하는 데 나는 하연이와 연하라는 S급 인맥덕분에 등반형 게이트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으니 불평을 할 수는 없었다.

밤 늦은 시간, 차분히 걸어서집으로 가고 있을 때 내 시야가 새까맣게 변했고 곧바로 무언가에 빨려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어딘가 익숙한 장소로 몸이 이동당했다.

"오랜 만이구나."

눈을 떠 보니 저번에 만났던 흡혈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 오랜만입니다."

저번보다 그녀의 목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렸다.

"적들과의 전투에서 이번에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어 너에게 정보도 전달하고 더불어 내 마나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알려주기 위해서 이렇게 찾아왔노라."

"흡혈귀님의 마나라고 한다면..."

"네 심장 부근에 있는 마나를 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네 명령을 듣지 않고 너에게 간섭도 하지 않은채 굳어있던 마나를 말하는 것이다."

예상은했지만 진자 흡혈귀의 마나라고 생각하니 더 거슬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본래 인간의 마나와 흡혈귀의 마나를 같이 사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머리가 아주 뛰어난 자는 두 개의 마나를 완전히 따로 다룰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일반적인 마나를 다루듯 흡혈귀의 마나를 다루다가 역류하고 말지. 따라서 아무리천재라 하더라도 흡혈귀의 마나를 쓸 땐 흡혈귀의 마나만 써야 하고 인간의 마나를 쓸 땐 인간의 마나를 써야만 한다."

"하지만 저는 다르다는 건가요?"

"맞다. 그대의 안에는 또하나의 인격이 있지 그 존재에게 인간의 마나를 다루는 걸 맞기고 그대가 흡혈귀의마나... 기니까 앞으로는 피의 마나라고 줄여 부르겠다. 피의마나를 다스린다면 아마 큰 무리 없이 마나를 다룰 수 있을 거야."

그녀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근데 당신은 누구죠?"

그녀는 다른 존재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존재였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보스 몬스터, 샤킹, 빛의 정령, 안숭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존재였다.

"네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안다. 하지만 네가 봤던 내 기억을 떠올린다면 충분히 설명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기억속에서 본 그녀의 모습은 세계의 지배자 중 한 명으로 군림하는 모습이었다.

빛의 정령은 쩌리에 불과하고 샤킹이나 안숭이 아주 대단한 위치에 있는 것 처럼 보이지도 않았으니 그녀의 격자체가 많이 높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인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런 나도 너에게 많은 것을 줄 수는 없다. 오늘을 기점으로 등반형 게이트가 줄 수 있는 보상이 상당량 늘어난다. 난이도도 늘어나긴 하겠지만 이는 당연한 대가라고 생각하도록."

"저희한테 좋은 일만 일어나진 않겠죠?"

그녀가 지긋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우리가 너희를 위해서 게이트를 만드는 것처럼 이제 적들도 너희를 없애기 위해서 게이트를 만들것이다. 각자의 창의력을 담아서 너희를 박살내고자 할 것이니 지금까지 만들어진 게이트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다양한 게이트가 나타날 것이다... 물론 저들도 우리 처럼 등반형이라는 하나의 방식으로 통합할 수도 있지만 하나... 흠, 이건 말해주면 안되겠군. 그대에게 피의 마나를 사용하는 법도 알려줘야 하니 말이야."

아무리 강한 그녀라도 게이트 하나에서 줄 수 있는 정보는 제한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피의 마나를 움직이는 방법부터 알려주도록 하겠..."

그녀가 말하다 말고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변했다.

"하아... 일이 발생해서 이만 돌아가봐야 할 듯하다."

그녀가 자신의 손을 긋더니 붉은피가 쏟아져 나왔다.

작은 상처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피는 순식간에 뭉쳐서 파피루스 같은 문서를 만들어냈다.

"이걸 그대에게 줄 테니 독학하도록 하라."

그녀가 내민 파피루스를 잡으니 내 몸 안에 흡수되 듯 사라졌다.

얼마나 바쁜 건지 인사도 제대로하기 전에 게이트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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