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5화 〉 피의 마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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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공형 게이트가 처음 나타난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수많은 침공형 게이트가 나타났다가 치안대에 의해 사라지면서 우리 도시에도 많은 정보들이 쌓여갔는데 수많은 종류의 침공형 게이트 들이 공유하는 가장 특이한 점은 보스몬스터가 없다는 것이었다.
보스 몬스터의 포지션에 있는 존재들이 가끔등장하긴 했지만 안숭이나 빛의 정력, 흡혈귀, 샤킹 등 게이트를 만들어 낸 자들의 분신 같은 이들이 등장했던 등반형 게이트들과는 다르게 침공형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는 게이트를 만든 존재가 아니라 그 존재들의 부하 정도 되는 존재들이었고 가끔 게이트를 만들어 낸 본체가 나타난다고 해도 고블린 킹 같이 강신이나 빙의 정도의 형태로 나타날 뿐 보스 몬스터가 직접 나타나지는 않았다.
왜 등반형 게이트와는 다르게 침공형 게이트 들은 보스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가에 대한 여러가지 추측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정확히 왜 그런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처음에는 자기 마음대로 만든 것 처럼 다양한 모양과 방식을 가지고 있던 침공형 게이트였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표준에 가까운 것이 정해지고 있었다.
지들끼리 합의 한 건지 아니면 잘 되는 놈 거 따라해서 비슷해 지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모든 게이트 들이 점점 비슷한 모양으로 생기는 것을 보면 그들 사이의 무언가의 의견교환이 있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완성된 침공형 게이트의 특징은 다음과 같았다.
일단 도시에 몬스터를 흩뿌리고 본다.
몬스터는 최대한 번식력이 높고 은신 능력이 높은 몬스터로 한다.
우리가 그 몬스터들을 모두 처리하지 못하면 바로 숨어서 천천히 수를 늘린 뒤 도시의 음지에서 시민들을 공격한다.
각성자 전력에는 전혀 데미지를 못주는 방식이지만 수많은 일반인 인명피해가 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경비대는 하루가 멀다하고 바쁘게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연하같은 정보계 히어로들이 가장 고생했는데 적들 대부분이 숨어서 공격하는 몬스터들을 흩뿌리기 때문에 주변에 얼마나 많은 양의 몬스터가 있는지 빠르게 파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나는 끊임 없이 피의 마나를 수련했다.
화련이의 피를 꼬박꼬박 받아 먹고, 피의 마나를 자주 다루면서 몸도 단련하고 등반형 게이트도 많이 돈 결과 내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마나도 E급 까지 성장하고 피의 마나도 내 피를 매개 삼으면 A급 몬스터에게도 타격을 입힐 수 있을 정도로 성장 할 수 있었다.
공격을 모두 피의 마나에 전담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내 마나를 전부 방어와 이동에 투자할 수 있었다.
"후우..."
"너무 긴장하지 마라. 아해가 위험에 처하면 내가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는 것은 아해가 더 잘 알지 않나."
"내가 잘 못될까봐 걱정하는 거 아니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거지."
나는 지금 도시 밖에 나와있다.
침공형 게이트는 인간을 목표로 하는 게이트라 도시에서는 주구장창 나오지만 도시 외에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기존 형태의 게이트들이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에 게이트에서 빠져나와 방치된 몬스터 들이 마목 근처를 어슬렁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저 놈 어떤가? 지금의 아해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잡을 수 있는 거 맞아?"
화련이가 가르킨 몬스터는 거대한 덩치에 단단한 갑각을 가진 몬스터였다.
다리가 두껍고 짧은 것이 그리 빨라보이진 않았지만 일단 A급 몬스터인 만큼 최소한의 스피드는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았으며 저 단단한 갑각은 아무리 피의 마나를 사용한 내 능력이라도 제대로 피해를 줄 수 있는게 맞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빠르게 움직이며 강한 공격을 퍼붇는 몬스터 보다는 단단하더라도 느리고 공격력이 약한 놈을 잡는 게 더 쉬울 것이다."
이쯤 말하면 알아들었겠지만 나는 나 홀로 A급 몬스터를 잡는 것에 도전하려 하고 있다.
나는 예전에 D급 한테 제대로 통하지도 않는 공격력으로도 D급을 때려잡았던 전적이 있다.
지금은 A급몬스터 한테도 그럭저럭 먹히는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론적으로 따지면 내가 A급 몬스터를 잡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 몸의 마나 뿐만 아니라 피의 마나도 방어와 이동에 돌려야 하긴 했지만 내 피를 소모해 가며 싸우면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러면 불러오겠다."
천마가 멀찍히 떨어져 있는 몬스터에게 푸른 색 기공포를 날렸다.
기공포에 맞은 몬스터는 순식간에 몸을 일으켰고 빠른 속도로 우리쪽으로 달려왔다.
후웅!
아무리A급 몬스터라고 해도 방어에 올인 한 것 같은 모습으로 빠른 속도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현수가 내 마나를 몸에 돌려 강화하고모든 감각기관을 활성화하는 것 만으로도 놈의 공격을 피해낼 수 있었다.
단검으로 손을 베어서 그 피를 단검에 묻혔다.
수련을 거듭하면서 피를 매개로 하지 않고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된 나였지만 역시 피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이 좋았다.
내가 단검에 피를 바르자 현수가 단검 내부의 마나를 자극했다.
그와 동시에 단검에 묻은 피를 이용해 능력을 발휘했고 단검은 곧 피로 이루어진 장검의 형태로 모습을 바꾸었다.
카각!
피로 이루어진 검으로 몬스터를 내리치니 등의 갑각이 쩌억 하고 갈라졌다.
워낙 거대한 몸뚱이를 가지고 있는 몬스터다 보니 갑각의 일부가 잘린 정도로는 큰 타격이 없어보였다.
크아아아아악!
몬스터가 비명을 질러대듯 크게 비명 질렀다.
몬스터의 갑각이 바로 재생되듯 달라 붙으려 했는 데 그 사이로 붉은 피가 섞여 들어가 놈의 재생을 막았기 때문이다.
검에서 떨어져 나간 혈액 조각들은 적어도 3시간은 재생을 방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차곡차곡 데미지를 누적하다보면 언젠가는 이길 수 있을 듯 보였다.
물론 그 동안 한 대도 안 맞는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겠지만.
쾅!
내 옆으로 바로 날아오는 몬스터의 꼬리를 현수가 사뿐하게 피했다.
회피는 현수가 맡는다.
내가 하는 것은 피의 마나를 사용해 신체를 강화하는 것 뿐이었다.
피의 마나와 일반 마나를 동시에 다루면 큰일난다는 것을 흡혈귀에게 들었기 때문에 피의 마나는 나만 사용하고 일반 마나는 현수만 사용했는 데 그것 때문에 마나가 낭비되는 게 심했다.
원래는 몸의 극소 부위만 강화시켜도 피할 수 있는 공격을 항시 몸에 마나를 두르고 피하는 격이니 어마어마한 손해가 아닐 수 없었다.
나중에 현수랑 같이 움직이는 합을 맞추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전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지금까지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나와 현수의 합을 맞추는 것 보다 나는 나대로, 현수는 현수대로 마나를 단련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었으니까.
일단 양적인 성장을 먼저 하고 마나가 더 강해지지 않는 수준에 들어섰을 때 합을 맞추는 게 낫다.
쾅! 쾅!
마구 내리처지는 몬스터의 꼬리를 피해 다니며 놈의 몸을 베어냈다.
검이 작아질 것 같으면 내 피를 다시 공급하고 두꺼운 부분의 갑각을 자를 때도 내 피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놈을 수도 없이 후려치고 있으니 20분이 지난 시점에서야 놈의 몸을 너덜너덜 하게 만들 수 있었다.
겉 모습만 보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처럼 위태한 상태로 변해 버린 몬스터였지만, 내가 건드린 것은 갑각이 모여 있는 외곽밖에 없었다.
'결국 놈을 죽이려면 내부를 건드려야 하는데...'
이 정도 공격했으면 충분히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갑각을 재생시켜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데도 몸은 하나도 재생되지 않아서 힘만 빼고 있는 상황이었고 상처끼리 맞닿아 크게 벌어져서 속살이 제대로 들어나는 부분도 있었으니까.
팔을 힘껏 그어 다량의 출혈을 만들어 낸 뒤 단검에 그 피를 먹였다.
미리 시전해 놨던 능력이 순식간에 크게 불어났고 그 길이가 10미터는 될 것 처럼 커졌다.
몬스터도 갑작스럽게 커다랗게 변한 검을 보고 겁을 먹었는지 나를 견제하듯 노려봤다.
콰직!
몬스터의 견재는 크게 의미가 없었다.
순간적으로 다리에 마나를 집중해 높이 뛰어올랐고 몬스터가 반응할 틈도 없이 들어난 속살을 향해 검을 박아넣었다.
끼에에엑!
놈이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움직여 댔다.
격한 진동속에서도 검을 놓지 않고 피를 더 흘려넣어 내부에서 피가 터지게 만들었다.
퍽!
작은 진동과 함께 몬스터의 눈이 풀리고 그대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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