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6화 〉 레이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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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진 무력을 체감하고 등반형 게이트를 한참 돌다가 밖으로 나오자마자 검은색 게이트가 내 시야를 덮었다.
이런 일도 벌써 세 번째 경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제는 놀라지도 않고 앞을 바라봤다.
"오랜만입니다."
그래 오랜만이구나. 너도 이제 내가 이렇게 나타났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고 있는 건지 알겠지?
그녀가 나타날 때마다 무언가 큰일이 항상 있었다.
처음 나타날 때는 도시에 알 수 없는 게이트가 나타났었고 두 번째로 나타났을 때에는 침공형 게이트가 나타났었다.
같은 원리로 이번에도 무언가 큰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난다는 거 아닙니까?"
맞아. 넌 이미 내가 준 마나를 잘 키우고 있으니 새롭게 능력을 부여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오늘은 정보를 알려주는 데에만 힘을 써도 될 것 같구나.
"제가 하고 있는 방법이 좋은 방법인건 맞습니까?"
애들의 피를 먹으면 피의 마나가 강화됐기에 그냥 먹고 있던 거지 이렇게 성장시키는 방법이 정석적인 방법인지는 알 수 없었다.
피의 마나가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그만한 부작용이 있는게 아닐지 걱정이 되기도 했고.
아주 잘하고 있다.내가 너에게 준 마나는 근본적으로 흡혈귀의 마나다. 흡혈귀는 피를 먹는 자들이지. 그런 자들의 마나를 키우는 데 피를 마시는 것 이상의 효율을 가지고 있는게 어찌 존재할 수가 있겠느냐. 넌 아주 잘하고 있다.
"그렇습니까?"
오늘은 정보를 알려주는 것에 모든 제한을 다 사용할 수 있다고 했지?
"당신은 누구입니까?"
다른세계의 흡혈귀다. 그 이상의 것을 알려고 들지 말도록 고작 나에 대한 정보를 듣는 것 보다 훨씬 효율적인 정보들이 많으니까.
아무래도 당분간은 그녀의 정체에 대해서 알 수 없을 듯 보였다.
당장 적들에 대한 정보가 급한 상황에서 그녀에 대한 정보의 우선권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으니까.
"저희를 공격해 오는 자들은 다른 세계의 존재들입니까?"
그렇다. 너무나 오래되어서 이젠 자신들의 존재이유조차 알 수 없게된 존재들이 명확히 존재하는 세계를 침공하고 있는것이지.
"지금까지 가만히 게이트 가지고 공격하다가 요즘에 갑자기 그들이 전면에 서는 이유가 뭡니까?"
우리가 필사적으로 방해했거든, 너희 세계와 우리세계의 연결 자체를 막을 순 없었지만 저들이 건너가는 건 막을 수 있었어. 때문에 너희 세계에서 한동안 게이트만 등장하고 제대로된 침공이 시작되지 않은 거다.
"더 이상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해서 등반형 게이트를 등장시키고 저희를 키우려고 했던 거군요?"
정확하다. 너희를 우리의 세계의 인간들에게 그대로 노출시킬 수는 없었으니까.
대충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침공이 끝나는겁니까?"
글쎄,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저들이 중간에 포기하게 되면 일찍 끝나는 거고, 끝을 보고자 하면 끝까지 가게 될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너희 세계로 건너갈 땐 우리가 가지고 있는 힘의 대부분의 사라지게 되니까. 우리 세력의 지도를 받아서 힘을 꾸준하게 키우면 너희를 침공하고자 하는 이들도 막을 수 있을 거다.
결국 끝까지 버텨내야 한다는 건가?
"오늘이 끝나면 무슨일이 벌어지는 겁니까?"
오늘부터 일주일 후에 적들이 너희 세계에 나타날 거다. 이버엔 몬스터를 매개로 하지 않고 직접 나타날 거야. 약화된 상태라고 해도 너희 세계에서 S급 각성자라고 불리는 이보다 강하겠지.
"네?"
아니, S급 몬스터만 나와도 도시가 휘청거리는 판국에 무슨 S급 몬스터 보다 강한 몬스터가...
너무 걱정하지마라. 저들이 직접 이동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이 충분히 갖춰져 있어야 하니까. 도시에서 갑자기 나타날 일은 없을 거다.
"그러면 어디에서 나타납니까?"
너희가 대삼림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나타날 확률이 높다. 마목도 많고 몬스터도 많은 곳이니까. 거기서 나타나는 거면 너희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있겠지?
"그 몬스터가 얼마나 강한지를 알아야 시간이 충분한지 안 충분한지 감이 오겠죠."
S급 각성자 5명 정도면 충분히 상대할만 할거다.
5명?
S급 각성자 5명을 어떻게 구해.
이번 시련은 도시 하나로는 어림도 없고 여러 도시들이 힘을 합쳐서 이겨내야 할 거다. 때문에 각 도시마다 나 처럼 정보를 전달해 주는 이가 한 명씩 배치되어 있어. 그러니 그들과 힘을 합치면 어떻게든 제압할 수 있을거다.
"... 그러면 저희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등반형 게이트는 없습니까? 파워업이 좀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당연히 있지, 등반형 게이트는 너희에게 도움이 되는 일 밖에 없는 게이트니 굳이 내가 정보를 알려줄 필요는 없을 거다 솔직히 이 정도 말한 걸로도 제한을 거의 다 사용하기도 했고.
많이 알려주긴 했다.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일부터 과거에 벌어졌던 일, 먼 미래에 벌어질 일 까지 전부 말해줬으니 알려줄 수 있을 만한 정보는 다 알려준 것과 다름 없겠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
"뭡니까?"
그녀를 꼭 막아주길 바란다.
"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여느 때와 같이 사라졌다.
"아해야?"
정신을 차리니 화련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등반형 게이트에 같이 들어갔다가 나 혼자만 흡혈귀한테 끌려 갔으니 화련이 입장에서도 걱정을 많이 했을 거다.
"흡혈귀 한테 갔다왔나?"
"어, 강제로 끌려 갔다 왔지. 새로 들은 정보가 아주 많아."
"그러면 일단 하연이 있는 곳으로 가야겠군."
"부탁좀 할게."
화련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니 바로 시야가 하연이의 앞으로 바뀌었다.
"둘이서 갑자기 여기엔 무슨일이세요?"
"아해가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말이다."
***
S급 각성자 5명이 모여야 잡을 수 있는 강력한 적이 나타난다.
그것도 1주일만에 대삼림에서.
절대로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었고 반드시 대비가 필요했다.
화련이한테 맡길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대한민국엔 대삼림이 하나밖에 없지만 중국에는 대삼림이 끝도 없이 많으니까.
화련이는 중국만 커버하기도 바쁘다.
그리고 S급 각성자 5명이 있어야 잡을 수 있는 적이라는 사실은 반대로 말하면 S급 각성자 5명만 있으면 잡을 수 있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적의 전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화련이도 우리끼리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중국으로 건너갔다.
일단 가장 가까운 도시인 솔과 미르의 S급 각성자들과 함께 회의를 가졌다.
솔에서는 길드장이 있었고 미르에는 수아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 도시에는 월하와 하연이가 있었다.
길드장과 월하, 하연이는 전투계 능력자라 큰 문제가 없었지만 수아는 정신계 능력자라는 것이 문제였다.
S급 능력자인 만큼 최소한의 전투력은 가지고 가지고 있었지만 S급 각성자보다 5배는 강하고 다른 세계에서 방귀 꽤나 뀐다는 대단한 존재한테 수아의 세뇌가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했다.
결국 수아는 적의 정신을 뒤 흔들면서 정신력만 깎아 먹는 역할을 맡게 됐고 새로운 S급 각성자 두 명을 더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반도 전체를 뒤지면 S급 각성자 두 명은 나오겠죠?"
"나오지 않을까 싶어. 도시간의 연락이 마지막으로 끊겼을 때 기준으로도 S급 각성자가 5명이 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늘면 늘었지 줄진 않았을 거야. 당장 이수아랑 이월하만 해도 원래 집계되지 않은 S급 각성자들이었으니까."
"그래도 전 도시에 연락이 갔다니 다행이네요. 저희 도시만 알고 있었으면 다른 도시 설득하느라 일이었을 텐데 말이에요."
"맞지... 처음 보는 도시에 가서 설득하려하면... 나는 못해."
길드장이 마시던 음료수를 쾅! 내려 치며 말했다.
"어차피 내가 설득할텐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처음 보는 몬스터를 같이 잡자고 하는 것만 문제인줄 알아? 어차피 인원만 모이면 잡을 수 있다는 게 확실시 된 이상 누가 얼마나 큰 지분을 가져갈 지도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란 말이야. 그런거 일일이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얼마나 일이 복잡해 지는데!"
"그건 길드장님이 하실일이죠."
연하가 키득키득 웃으며 뒹굴 거렸다.
왠지 처음 부터 삐그덕 대는 것 같은데 잡을 수 있는 거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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