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8화 〉 레이드3
* * *
'배신자?'
그녀의 말에 의구심을 품을 때 갑자기 내 몸이 붕 떴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연하의 품에 안겨 있었고 나를 배신자의 제자라고 칭한 보스 몬스터는 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요. 일단 다른이들을 모두 처리한 뒤에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죠."
그녀가 검을 들고 주변을 바라봤다.
5명이나 되는 S급 각성자와 20명이나 되는 A급 각성자가 있었지만 그녀가 무거운 기세를 내뿜으며 검을 들고 있자 그녀를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좆됐네 하필 제가 오냐.
그 순간 내 심장부의 피의 마나가 쭉 사라지는 느낌이 들면서 흡혈귀의 목소리가 들렸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압박감에 당장 하연이의 피를 들이 마시자 그제서야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었다.
"허억... 허억..."
'갑자기 뭐하시는 거에요?'
"오라버니, 괜찮으세요?"
"난 괜찮아."
수 안 쓰면 너희쪽이 질게 분명하거야. 저 년은 일반적인 년이 아니거든, 이 세계에서는 아마 천마라는 애 제외하곤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거다.
'S급 각성자가 몰려와도 못 잡아요?'
하연이의 피를 보충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20명쯤 있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만 S급 각성자 20명을 어떻게 구하게?
그녀의 말이 맞았다.
5명도 겨우 모은 건데 20명을 어떻게 모아?
너무 걱정하지마. 그래도 방법이 있으니까.
'무슨 방법인데요?'
이제 모든 건 너한테 달렸어. 네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저년을 잡을 수도 있고, 못 잡을 수도 있어.
'다른 S급 각성자가 많은데 제가 뭘 할 수 있어요?'
저 년은 일정 공격력 이하의 공격은 아예 안 통하는 무시무시한 년이거든? 대신 하나의 강력한 공격에는 매우 약한 년이라서 아예 제대로 된 공격을 가할 수 있으면 분명히 잡을 수 있어. 그리고 여기서 제대로된 화력을 낼 수 있는 건 너 밖에 없고.
'제가요?'
어, S급 각성자 한명의 피를 미친 듯이 빨면서 양피지에 적혀 있는 가장 강력한 화력의 기술을 사용하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다.
S급 각성자의 피를 빨라니...
하연이도 월하도, 지금 저 여자 견제하느라 바쁜데...
S급 각성자 5명이 필사적으로 견제하고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겨우 그녀의 발을 묶는 것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그 하연이나 월하에게 다가가서 피를 빠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 명 더 있잖아.
'아, 수아.'
확실히 다른 각성자에 비해서 수아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위치에 있긴 했다.
적의 정신을 공격해서 견제 정도 하는 것이 주 일이었기 때문에 굳이 적의 가까이에 있을 필요가 없던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피를 뽑기 쉬운 상태라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각성자들에 비해 눈에 띄지 않는 일을 하는 것 뿐이지 그녀는 분명히 상대를 견제하고 있었고 그 덕분에 상대가 몸을 삐그덕 거리면서 느린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빨리 안 움직이면 여깄는 사람 다 죽는 수가 있어.
'알았어요. 움직이면 되잖아요.'
"연하야, 나를 수아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 수 있어?"
"저 여자 피 빨아서 능력 쓰시게요?"
"어, 고 화력 기술이라면 나도 그렇게 밀리지 않으니까."
연하가 나를 데리고 수아의 바로 옆으로 이동했다.
내가 그녀의 옆으로 올지 몰랐는지 수아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수현아? 여기 위험해, 후방 가서 피해있어."
"수아야, 혹시 네 피좀 빌릴 수 있을까?"
"피?"
피를 마심으로서 강해지는 내 능력은 수아도 이미 들었기 때문에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당연히 가져가도 되지."
그러더니 자신의 목을 걷고 볼을 붉혔다.
얘나 화련이나 생각하는 게 똑같구만.
아무리 흡혈귀의 마나를 사용하는 거라고 해도 피를 달라고 하면 목덜미에 이빨 부터 박는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한숨을 한 번푹 내쉰 뒤 그녀의 목에 단검을 박아 넣었다.
더 깊게, 그 정도 피로는 어림도 없다.
수아도 S급 각성자니까 어지간히 심한 상처로는 안 죽겠지?
위험하면 수아 스스로 말릴 거라는 생각에 상처를 더 깊히 내서 피를 많이 흐르게 만들었다.
"이거... 수현이가 핥는거야?"
수아가 때 아니게 새빨게진 얼굴로 나를 올려다 봤다.
"아니... 굳이 핥을 필요는 없는데?"
피의 마나를 사용해 그녀의 피를 끌어드리니 그녀의 피가 허공으로 떠서 내 입까지 날아왔다.
수아의 아깝다는 표정이 보였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서 네 욕구나 만족해 줄수는 없잖니?
그녀의 피가 입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피의 마나가 급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 공급되는 피를 피의 마나로 전환하고 피의 마나는 다시 능력으로 전환했다.
대 바로 앞에 핏빛의 마법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피의 마나가 늘어나는 데로 바로 능력의 모습으로 변환시키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터질 것 처럼 아슬한 모습을 유지하고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능력으로 전환시켜야 했다.
그녀의 피가 내 입으로 들어올수록 마법진은 점점 커져갔다.
중간의 그녀의 피가 나오는 속도가 줄어드는 것 같자 그녀의 목에 상처를 하나 더 내서 공급량을 늘렸다.
"수아야, 미안하다."
"미안하긴. 괜찮아."
내가 오케이 싸인 할 때 가지 계속 키워라.
거의 3분 정도 수아의 피를 마시면서 능력을 발현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눈에는 아직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었다.
"배신자의 제자 아니랄까봐 잡술을 부리는 군."
대놓고 위험한 짓을 하고 있는 데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적은 없었다.
상대는 검을 들고 나를 위협했으며 나를 향해 다가오려고 하는 상대의 공세를 S급 각성자가 힘을 모아서 막아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아무리 S급 각성자들과 친한 사이라고 해도 저렇게 대놓고 어그로를 끌고 있는 것을 도와주지 않겠지만핏빛으로 이루어진 마법진의 위용이 엄청났기 때문에 나를 도와준 게 아닐지 싶었다.
제대로 완성만 된다면 상대에게도 제대로 된 일격을 가할 수 있을 것 처럼 보였다.
'아직 안돼요?'
한참 부족해. 한 방 에 저년을 죽이려면 진짜 엄청난 양의 피가 필요하단다.
떨리는 눈동자로 주변을 바라보니 하연이가 자신의 팔에 스스로 상처를 냈다.
거리가 꽤 멀긴 했지만 피의 마나를 투자해 끌어당길 수 있는 거리였고, 곧 바로 월하까지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 피를 공급해 줬다.
동시에 3사람의 피를 받아들이며 그 힘으로 능력을 유지하려고 하니 뒤질 것 같았지만 이번엔 일반 마나를 쓰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현수랑 힘을 합쳐서 만들어 내니 겨우 거대한 마법진 하나를 만들 수 있었다.
좋아, 됐어. 공격 해.
흡혈귀의 말이 끝나자마자 능력의 마지막 부분을 완성했다.
지금까지 만들어낸 마법진은 일종의 트리거가 없으면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미완성 마법으로 트리거라고 불리는 부분을 완성하지 않으면 한도 끝도 없이 키울 수 있는 유형의 마법이었다.
내 키의 두배로 커질 때 까지 마나를 들이 부었을 때는 멀쩡한 모습으로 존재했던 마법진이었지만 마지막 한 부분에 마나를 집어넣자 마자 순식간에 마법이 발현됐다.
마법진에서 거대한 창이 천천히 모습을 들어내더니 순식간에 날아가 상대에게 박혔다.
콰직!!
적의 몸을 꿰뚫을 채 같이 날아가 버리는 창의 파워에 상대가 죽었다는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애초에 흡혈귀가 타이밍을 지시해 줬다.
적을 죽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그녀는 애초부터 발사하라고 말하지도 않았겠지.
내가 뭔가 대단한 것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머리를 쓰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에 내 마법이 날아가는 동안에 걸리는 것도 없었다.
깔끔하게 적만 뚫고 지나가버린 창은 아마 수많은 몬스터들을 죽인 다음에야 멈추겠지.
'저한테 말 하실 수 있었으면 진작 말씀하시지 그랬어요.'
제약때문에 제대로 줄 수 있는 정보도 없는 데 피 아깝게 왜 너한테 말을 하니? 그리고 이제 나한테 신경쓰지 말고 네가 피 뽑은 애들한테나 신경써.
애들한테 신경쓰라고?
쟤들은 S급 각성자들이다.
피 조금 빠진 것 정도는 3분 정도면 다 회복할 애들인데...
털썩...
내 옆에 서 있었던 수아가 힘없이 쓰러졌다.
툭..
털썩
하연이와 월하도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