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4화 〉 월하와의 데이트­3 (224/265)

〈 224화 〉 월하와의 데이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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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달았다.

사실 커피가 단게 아니었다.

옆에 있는 초코케이크가 단 것이었다.

사실 초코케이크가 단것도 맞았지만 월하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달짝지근에서 더 달게 느껴지는 것 도 있었다.

나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모르게 될 정도로 월하의 눈빛은 끈적했다.

'얘가 왜 이러지?'

월하가 저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은 절대로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없었다.

월하가 누군가. 나 괴롭히는 건 그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사디스트가 아닌가.

그런 월하가 저런 표정을 짓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내 몸을 덜덜 떨리게 할 정도의 불안감을 가지고 오는 데 충분했다.

"너는 커피 안 마셔?"

"저는 다 마셨어요."

월하가 자신의 빈 커피잔을 보여주고 자신의 입을 벌려 입 안에도 커피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굳이 알려줬다.

왜 굳이? 말 똑바로 하는 걸 보면 알려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건데?

"그래..."

월하가 다 마셨으니 나만 마시면 된다는 생각에 커피를 허겁지겁 들이키니 월하가 내 손목을 잡아 그런 나를 말렸다.

"제가 다 마셨다고 해서 기사님이 빨리 마셔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저는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고, 또 기다려야 하니까 그냥 천천히 드세요."

"응..."

여기서 한 시간 동안 있는다고 했나?

도대체 카페에서 뭘 하길래 1시간을 날려?

"저희가 처음만난지도 되게 오래됐죠?"

"그치 제대로 만난 지는 얼마 안됐는데 처음 만난 것 자체는 꽤 예전이지."

"그때 기사님은 진짜 멋지셨어요. 제가 괜히 기사님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에요. 비록 의뢰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목숨을 걸고 저를 지켜주시는 게 얼마나 멋졌는데요."

"내가 멋질 수 있었던 건 다 네 능력 덕분이야. 네가 적들의 능력을 무력화시키지 않았다면 그 때의 나로서는 널 지키지 못했겠지."

"결국 서로 힘을 합쳐서 이겨냈다는 뜻이네요."

월하가 기쁜 지 콧소리를 냈다.

월하가 이 정도로 기뻐하는 건 거의 처음 본 것 같다.

"아아, 너무 좋아요. 그냥 기사님이랑 이야기 하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기쁘니 기사님을 향한 저의 마음은 찐 사랑이나 마찬가지에요."

"찐사랑이면 찐 사랑이지 그런거나 마찬가지인 건 뭐야?"

"그러면 그냥 찐 사랑 할래요."

월하가 부드럽게 웃었다.

같이 지내게 되면서 암흑가의 여왕으로서 차가운 면모보다는 부드럽게 웃는 모습도 자주 봐 왔지만 이렇게 까지 예쁜 웃음을 짓는것은 오랜만이었다.

어쩌면 내가 보는 웃음으로 따지면 처음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까지 소녀 스러운 웃음을 피우는 것은 본 적이 없었으니까.

"원래 카페는 수다를 떨어야 하는 곳이거든요? 지금부터 한 시간. 끈덕지게 앉아서 수다를 떨어봐요."

월하는 허언을 하지 않는 아이였다.

진짜로 한 시간 내내 수다를 떨었는데 모든 내용이 나와 그녀간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릴 때 내가 월하를 지켜줬던 추억.

월하를 다시 만났을 때의 추억... 은 내 입장에서는 결코 좋은 추억이 아니었지만 이얘기를 다시 말할 때 나에게 거듭 사과했으니 이제는 잊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기사님을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가득해요. 기사님에게는 정말 죄송한 말이긴 하지만 저는 기사님을 괴롭히는 게 너무너무 즐거우니까요."

"참아줘서 고맙다."

"참는 거 아니에요. 기사님이 약속하셨잖아요. 일정 주기로 저한테 쌓인 욕구를 풀어주시기로요.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긴장하고 계셔주세요."

"하하... 그래."

그렇게 옛 추억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어느새 한 시간이 흘러 있었다.

'이 정도면 거의 타임머신인데?'

무슨 얘기를 했다고 1시간이 흘렀는지역시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은 없어도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은 많은 모양이었다.

"자, 그러면 나갑시다. 커피값은 아까 지불했으니까."

월하가 내 몸을 잡았다.

시야가 잠깐 흐려지더니 호수가로 순간이동 되어 있었다.

"여긴..."

"산책 하자고요."

월하가 나를 바라보며 상큼하게 웃었다.

"그래."

그녀의 손을 먼저 잡으니 그녀가 손가락을 꼼지락대는 것이 느껴졌다.

"기사님이 먼저 잡아주실 줄을 몰랐는데, 의외네요."

"왜? 나는 수동적으로 당하는 역할만 할 줄 알았어?"

"제가 데리고 나온거니까 제가 리드하려고 했죠."

선선한 호수 바람을 맞으며 월하가 원하는 것을 유추해 냈다.

내가 감히 월하의 마음을 읽을 수는 없겠지만 월하는 지금까지 자신이 할 수 없었던 평범한 것들을 해보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카페에서 수다떨기, 호수에서 산책하기.

시간만 내면 그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월하는 지금까지 바쁜데다가 나 외에는 같이 올만한 사람도 없었으니까.

애초에 데이트라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이런데에서 평범하게 즐기는 것도 운치 있고 좋았다.

"다음엔 어디 갈거야?"

"기사님, 데이트에 나왔으면 그 순간순간을 즐겨야 하는 법이에요.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랑 이런데 놀러올일이 있으면 그 때는 절대로 다음에 어디 갈거냐는 질문 하지 마세요. 굉장히 실례되고 분위기를 깨는 질문이에요."

"알겠습니다."

입을 다물고 천천히 호수를 걸었다.

느껴지는 것이라고는 몸을 휩쓸고 지나가는 차가운 바람과 오른손에서 느껴지는 월하의 손 밖에 없으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간질간질 거리는 듯 했다.

"아예 다 같이 산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가족끼리 같이 노는 느낌 나고 좋겠는데요?"

"그래. 꼭 한 번 같이 나오자."

호수 한 바퀴를 쭉 돌고 났는데도 아직 해는 밝았다.

"그러면 이제 기사님이 그토록 고대하던 다음 장소로 이동합시다."

"별로 고대한 적 없거든?"

"아까부터 계속 다음엔 어디갈거냐고 물으셨잖아요? 다음 장소가 굼금한게 아니라면 설마 제가 옆에 있는 데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신 건 아니죠?"

"아니야. 그런 생각 한 적 없어."

모처럼 같이 나온 건데 나도 최대한 오래 있고 싶다.

"자! 갑시다!"

월하가 다시 내 몸을 잡고 공간이동을 시전했다.

다시 시야가 바뀌니 나온 곳은 오락실이었다.

'여기도 오랜만에 오는 것 같은데?'

화련이랑 데이트 할 때 들른 적이 있었지.

왠지 전 여친이랑 온 곳에 현 여친이랑 온 것 같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들었지만 화련이는 전 여친이 아니니까 괜찮으거다.

"따라오세요."

월하가 나를 끌며 앞장섰다.

그녀가 들어간 곳은 스티커 사진이라고 적혀 있는 곳이었다.

"자! 여기 서세요!"

월하의 말을 따라 가만히 서 있으니 액정에 우리의 모습이 비치기 시작했다.

나와 월하의 모습이 예쁘게 나오는 걸 확인 한 나는 그대로 얼굴을 돌리고 월하의 볼에 입을 맞혔다.

"기사님?"

애써 덤덤하게 말하는 월하의 말 속에 긴장감과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뭐해, 이런거 찍으러 온 거 아니었어? 너는 나한테 이런 것 보다 훨씬 심한 것도 하면서 고작 이 정도로 부끄러워하면 안되지."

"제가 언제 부끄러워 했다고 그러세요. 약해서 그런거지."

월하가 나를 때어낸 뒤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사진이 찍히기 전에 나에게로 빠르게 다가왔다.

"으읍!"

월하의 입이 그대로 나에게 다가와 부딪혔다.

단순히 입술만 부딪히는 입술 박치기가 아니었다.

사진으로 찍혀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키스였다.

"후우.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지금 순간을 남길 수 있는 추억이라고 할 수 있는거죠."

월하가 스티코 사진을 꺼내니 그 모습이 굉장히 야했다.

"... 남한테 자랑할 만한 사진은 절대 못되겠다."

"왜 자랑을 못해요? 천마님한테 자랑하면 아주 재밌을..."

­두두두두두

갑자기 땅이 떨리기 시작했다.

'지진인가?'

아니면 거대한 몬스터라도 나타난 걸까?

경보가 없는 것을 보면 지진일 것 같다가도 요즘 들어 워낙 이상한 게이트가 많이 나타나다보니 경보가 울리지 않고도 거대한 몬스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호호호, 많이 화나셨나보네요."

월하가 악녀처럼 웃으며 허리를 뒤로 꺽었다.

지진이 나는 도중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그녀를 바라보니 진동이 더욱 심해졌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거 천마님이 화나셔서 떨리고 있는 것 뿐이니까요."

"천마가 따라왔어?"

"당연하죠. 천마님이 데이트하실 때도 저희가 몰래 따라다녔는데 저희가 데이트 할 때는 안그러시겠어요? 분명 어딘가에 숨어서 다같이 지켜보고 있을 거에요."

"그렇... 구나."

하긴, 저번에 화련이랑 데이트할 때도 연하로 추정되는 사람이 자꾸 등장하긴 했지.

"그러면 이제 다음 장소로 가봅시다."

"여긴 사진만 찍으러 온거야?"

"사진 찍었으면 충분하죠."

월하가 나를 이끌고 바쁘게 움직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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