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0화 〉 강해졌다­2 (230/265)

〈 230화 〉 강해졌다­2

* * *

손가락에 묻어 있는 화련이의 피를 입에 집어 넣었다.

피 특유의 쇠향도 나지 않을 정도의 소량의 피만이 내 몸으로 들어온 것 뿐이었지만 순간적으로 마나가 늘어났다.

쓸 수 있는 마나의 향은 한정적이었다.

화련이가 준 조금의 피를 이용해 바이러스에게 제대로 된 피해를 입혀야 했기 때문에 근래들어 잘 연습하지 않았던 현수와의 합공을 시전했다.

피의 마나와 비교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마나는 극 소량에 불과했지만 움직임 사이사이에 윤활유가 되도록 사용하면 아무리 수준이 낮다고 해도 높은 효율을 낼 수가 있었다.

피의 마나를 사용해 손에 창을 만든 뒤 몬스터에게 다가갔다.

내가 화련이의 피를 마신 이상 몬스터가 나를 찾는 건 시간 문제였다.

괜히 몸을 숨긴다고 지랄하지 말고 먼저 다가가서 선빵을 때리는 것이 훨씬 효율이 좋았다.

모든 피의 마나를 다 써서 만든 창을 꽉 움켜 쥐었다.

이전이라면 피의 마나를 이렇게 사용한다는 건 꿈에도 상상 못했을 것이다.

나는 피의 마나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을 능력이 없었으니까.

그나마 화련이랑 수련하면서 몸에 마나를 고정시킬 수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가능한 방법이지 이전까지는 절대 사용할 수 없었다.

창을 날린다고 생각하니 내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

피의 마나가 아니라 내 마나가 움직이며 몸에 동력을 전달했다.

­쿠어어어어!!

저 멀리서 몬스터가 나를 보고 달려왔다.

외뿔이는 큰 덩치를 가지고 있는데도 엄청나게 빨랐는데 저 몬스터는 크기만 크지 그렇게 빠른 건 아닌듯 나를 향해 느릿느릿하게 다가오는 것 처럼 보였다.

­쐐액!

내 손을 떠난 창이 쏜살같이 날아갔다.

현수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효율을 가지고 몸을 움직여 창을 던져낸 것인데 내 몸에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힘으로 몬스터의 몸에 부딪혔다.

­쿠어어어어어!

기다란 창이 몬스터를 찔렀것만 몬스터는 그 정도는 아무런 신경도 쓰이지 않는 다는 듯 나에게 다가왔다.

힘은 좀 모자라도 창이 가지고 있는 관통력 자체는 대단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창끝이 몬스터에게 파고 들어가 피가 나긴 했다.

그럼에도 몬스터가 멀쩡한 이유는 창이 찌른 부위는 아무리 커도 몇 센티 단위인데 몬스터의 크기는 100m급이었기 때문이다.

'좋아. 시동 걸렸어.'

몸에 살짝 남겨 놓은 피의 마나를 이용해 몬스터의 피를 빨아들였다.

입으로 집어 넣는 것이 가장 효율이 좋은 방법이었지만 몬스터의 피는 인간이 피와는 다르게 독이 있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피의 마나를 외부로 뽑아낸 뒤 외부에서 접촉시켰다.

체내에서 결합되는 것 만큼 뛰어난 효과를 가지고 있는 방법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하면 안정적인 방법으로 마나를 늘릴 수 있었다.

피를 뽑아내면서 몬스터의 공세를 이리저리 피해 다니니 어느새 몬스터의 피부가 재생되어 더 이상 피를 수급할 수 있었다.

­쾅!

몬스터가 내 바로 옆을 아슬아슬하게 찍었다.

현수의 계산을 기반으로 내가 몸에 피의 마나를 투자해 강화시키지 않았다라면 피하지 못했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위치였다.

­콰직!!

능력을 발휘하니 어지간한 금속보다 훨씬 단단한 강도를 가지고 있을 몬스터의 다리에 구멍이 뚫렸다.

몬스터가 피를 흘릴 때 마다 나는 그 피를 흡수해서 내 마나로 삼았다.

­콰직! 콰직!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점점 유리해 지기 시작했다.

사용한 피 대비 얻는 피의 양이 많았기 때문에 악착같이 버티며 싸우고 있으면 나와 몬스터 사이의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현수 없었으면 답도 없었겠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나아지고 있었지만 처음엔 아주 아슬아슬하게 전투를 치뤘다.

내 몸 바로 옆에 발굽이 박힐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싸우면서 피를 모아서 겨우 이 정도의 양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인데 현수가 몸의 움직임을 전담해 주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나 혼자서 피의 마나도 사용하고 몬스터의 공격도 피하는 건 불가능했을 거다.

'나 없으면 안되는 거 알면 좀 대우 좀 해줘. 너만 꽁냥 거리냐? 나도 리우잉누나 보고 싶다고!'

'걔가 못 온다는데 어떻게 보여주냐?'

'네가 직접 중국에 가면 될 거 아니야!'

어느 정도 마나를 모아서 방패를 세워 방어력을 확보한 이후엔 이렇게 잡담까지 나눌 수 있었다.

분명 예전엔 절대 밖으로 안나온다면서 시위 했던 것 같은데...

역시 사랑의 힘은 대단하군.

­쿠어어어!

내 마나를 깎아서 더 큰 마나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걸 무한히 반복하면 S급 몬스터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새 내가 유지할 수 있는 한계의 수준으로 마나를 키울 수 있었기 때문에 방어에도 단단히 투자한 뒤 이후에 들어오는 마나를 전부 공격에 투자해서 몬스터의 몸에 박아넣으니 몬스터의 몸에 수많은 상처가 났다.

그 상처를 기반으로 다시 마나를 얻어 몬스터를 공격하니 더심한 상처가 났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이런짓을 몇번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마나가 늘어나서 강한 일격 한 방으로 몬스터의 숨통을 끊어낼 수 있었다.

'이게 흡혈귀의 싸움 방식인가?'

내가 생각한 방법과는 전혀 달랐다

나는 아무리 흡혈귀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피의 마나의 통 자체가 커야 된다고 생각했다.

피가 없어도 강한힘을 발휘할 수 있어야 진짜 강한거라고 생각했는데 S급 몬스터와 싸우면서 그 생각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흡혈귀는 그 이름대로 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싸워야만한다.

적을 공격해서 피를 만들어 내고 그피를 다시 흡수함으로서 강한 능력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상황에 따라서 폭발적인 위력을 내는 게 기본적인 전략이다.

한번에 많은 양의 피를 몸 안에 담아두지는 못하지만 바로바로 공격에 투자하는 건 가능했기 때문에 제대로 궤도에 올라타면 순식간에 S급 몬스터도 썰어 버릴 수 있었다.

'약한 적 여럿을 상대할 때 효율이 미치겠는데?'

한 마리를 잡을 때 필요한 피의 양 보다 한 마리를 잡아서 나오는 피의 양이 더 많다면 그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는 셈이 되는 것이다.

물론 S급 각성자 정도 되면 B급 정도 되는 몬스터가아무리 많이 공격해 온다고 해도 모두 잡아낼 수 있겠지만 이 방법을 잘 활용하면 A급 몬스터 정도는 몇마리가 와도 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동이 제대로 걸리기만 한다면 S급 몬스터도 학살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S급 몬스터를 학살한다니...

'그게 말이되?'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C급 몬스터를 완벽하게 잡지 못해서 빌빌 거렸다고,

그런 내가 S급 몬스터를 학살한다? 무슨 라노벨 제목도 아니고...

"아해야. S급 몬스터는 상대할만 하더냐?"

"어, 내 생각보다 훨씬."

내 떨리는 눈동자에서 내 생각을 읽은 걸까? 화련이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너무 자만하지 마라. 아해가 방금의 S급 몬스터를 잡을 수 있었던 건 아해가 상성적으로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상대가 피가 없는 골렘형 몬스터라면? 아니면 외피의 단단함에 모든 걸 투자해서 아해가 얻어낼 수 있는 피보다 사용하는 피가 적어진다면? 아해는 꼼짝도 못하고 죽는거다."

"그건 나도 알 것 같아."

굉장히 강한 능력이긴 하지만 그 만큼 상성도 많이 타는 능력이라는 거지.

피의 소모량 보다 공급량이 더 많은 모든 몬스터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모든 적에게 진다.

가위바위보도 아니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능력이 강하게 발달된 몬스터를 상대해보도록 하지. 이번 몬스터는 원거리 공격수단이 전무해서 일정거리를 두고 계속 공격하는 것 만으로도 피를 공급받을 수 있었지만 적이 계속 공격해 온다면 그 공격을 막아내느라 피를 사용하게 될 테니 그만큼 이기기 힘들겠지."

"알았어. 능력을 주로 활용하는 적 말이지?"

물론 우리가 원한다고 바로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S급 몬스터를 보고 싶으면 S급 게이트에 들어가야 하는 데 S급 게이트가 애초에 자주 나오는 게이트가 아니다.

그 동안 도시 외곽에서 나타난 S급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들이 대삼림으로 모여 들어서 대삼림에 S급 몬스터들이 많았을 뿐, 한 번 쓸어버린 몬스터들이 다시 차오를 때 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현수가 궁금한게 있다는 데. 리우잉은 언제 돌아오는 거야?"

"이틀 정도면 돌아올 것 같다."

'얏호!'

현수가 마음속에서 크게 소리쳤다.

그렇게 까지 좋나?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