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6화 〉 시련­6 (246/265)

〈 246화 〉 시련­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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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가 아해야."

"당연히 마음에 들지... 내 생각보다 훨씬 넓은데?"

수련장을 만들어 달라고 처음 부탁했을 때 내가 원한것은 적당히 작고 아담한 수련장이었다.

도장 정도의 사이즈?

그 정도면 기본적인 신체능력도 무난하게 키울 수 있고 기초적인 대련도 충분히 진행할 수 있을테니 딱 도장 정도의 크기만 되면 충분하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3일만에 완성된 수련장은 내 상상을 가볍게 뛰어넘는 규모를 자랑했다.

솔직히 말해서 고작 3일만에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 의심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화련이가 업자랑 나를 최대한 덜 만나게 하기 위해서 작은 사이즈로 만들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이게 왠걸.

완성도니 수련장은 어지간한 운동장 3개를 합친 것 보다 더 넓었다.

단순히 넓은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바닥에 넘어졌을 때 다치지 않을 수 있도록 매트처럼 보이는 것도 잘 깔려 있었고 구석에 힘들 때 쉴 수 있는 장소도 아주 잘 배치되어 있었다.

"이 메트는 뭐야?"

물도 내 몸에 직접 닿으면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화련이가 바닥에 다른 사람이 만든 매트를 깔아놨다는 것이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꼼꼼하게 확인하고 소독한 매트니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있으니 마음껏 굴러도 좋다!"

화련이가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할 정도면 이 물건을 만들 수 있는 각성자를 섭외해서 그 사람에게 매트만 만들어 달라고 명령한 뒤 매트를 다 만든 뒤에 죽여버렸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진짜 고생 많이 했다. 이렇게 거대한 수련장을 만들려면 고생 진짜 많이 했을 텐데."

실제로 고생한 것은 이렇게 큰 수련장을 만들고 지금은 처분되었을 각성자들이었지만 그들의 명복을 빌어주고 그들에게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화련이한테서 빠져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큰 노력은 들지 않았다. 역시 사람을 많이 쓰는 게 편하더군, 아해의 말대로 내가 아해의 몸을 완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최대한 사람을 많이 운용하는 것도 생각을 해봐야 겠어."

"아무리 많이 모여도 화련이한테 적수는 없는 거 아니야?"

"나와 싸우려 든다면 누가 상대라도 묵사발을 내 줄 자신이 있지만 상대가 나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아해를 노리는 것이라면 나도 일정 수 이상이 됐을 때 아해를 지켜 줄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이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솔직한 마음으로는 나한테 무슨일이 생겨도 화련이가 해결해 줄 수 있고 화련이가 저렇게 말하는 건 단순한 약한 척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화련이에게는 최대한 온순하게 대해야 한다는 대전재를 잊지 않고 아주 사근사근 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나저나, 오늘 부터는 화련이 너한테 배울 수 있는 거지?"

같은 주제로 더 대화한다면 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 수가 없었기에 가볍게 자세를 잡고 화련이의 앞에 섰다.

무술에 대해서 하나도 알지 못하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대충 섰는데 지금까지 내가 배워왔던 기술들이 짬뽕되어서 효율적인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괴상한 준비 자세가 만들어졌다.

"아해야. 혹시 어디선가 무술을 배운 적이 있었나?"

"따로 배우진 않았지만 너랑 만나기 전까지 사람들을 많이 만나가며 스스로 힘을 성장시키기는 했지 너에 비하면 대단하다는 말은 절대로 못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내 몸을 지킬 수 있는 힘은 가지고 있어."

"그 정도로 몸을 지키려면 멀었다. 아해의 몸으로는 S급 각성자는 커녕 급각성자도 이길 수 없다."

나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피의 마나를 얻음 다음에도 S급과 대등한 곳으로 올라오는 데 시간이 꽤 껄렸는데 피의 마나도 없는 상황에서 S급 각성자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여기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이야기였다.

"아해가 나를 이기기 전 까지는 이곳을 탈출하는 완전히 금지할 것이다."

"내가 만약에라도 너를 이기면?"

"이 세상에 아해를 다치게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이야기니 밖으로 나가도 좋다."

썩 마음에 드는 대답은 아니었지만 나름 희망이 담겨 있는 대답이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내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 지지 않더라도 이 세상 그누구도 나를 건드릴 수 없게 되는 순간에밖으로 나설 수 있게 될 지도 모르니까.

어쩌면 화련이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정보를 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은 세계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희망.

그 가볍지만 무거운 희망이 내 몸을 내리 눌렀다.

"S급 각성자 정도만 돼도 외부 통행을 더 자유롭게 할 것이다. 아해가 S급에 도달하면 공간이동도 자유롭게 쓸 수 있을 테니 그 정도가 되면 아해와 함께 도시를 데이트 하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을 일일지 모르겠군."

과연 내 눈앞에 있는 것이 화련이가 맞을까?

데이트를 꿈꾸고 있는 화련이의 비약적인 성장에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역시 사랑으로 보듬어 주길 잘했어.'

화련이가 심한 상처를 입고 나를 억압하려고 들긴 했지만 그녀의 마음을 살살 풀어주는 것 만으로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녀의 속안에 숨겨진 숨은 욕구들을 끌어내고 그 욕구에 나를 맞추니 그녀가 빠른 속도로 정상화 되었다.

'내가 S급이 되는 건 말이 안돼.'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한 것이라고 해도 조금 연습해서 S급에 오를 수 있을 거라면 이미 진작에 S급에 도달했을 것이다.

심지어 이 시간선은 내가 흡혈귀에 의해 각성조차 하지 않을 때라서 S급을 때려잡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기르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천천히 나에 대한 화련이의 신뢰를 키운 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자, 이렇게 하는 거다. 아해야."

내가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동안 화련이는 자신의 욕구 불만을 해소시켰다.

나에게 기술을 알려줄 때 마다 내 몸에 딱 붙으면서 몸을 움직이는 데 그녀가 조금만 움직여도 내 몸에는 그 감촉이 강하게 느껴져 왔기 때문에 성욕을 참느라 고생을 꽤나 했다.

"자 이렇게!"

내가 S급이 될 가능성이 아예 없다는 것을 아는지 아니면 S급으로 키우고 싶은 생각 자체가 없는 건지 화련이의 진도는 너무나 느렸다.

가장 메인적인 목표가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화련이 마음속의 벽을 무너뜨리고 싶은 것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아무리 밍기적거려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결국 언젠가는 그녀의 마음을 정상화하는 게 목표였으니까.

두 사람 모두 강함에 대해 큰 열의가 없었지만 나는 이미 다른 세계의 화련이에게 기본 정도는 배운 몸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까지는 쉽게 따라갈 수 있었다.

"아해는 역시 천재다. 나는 지금까지 살 면서 아해처럼 이렇게 잘 적응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부터 무예를 배우는 것은 상당히 늦은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아해 정도의 재능이 있다면 한 번 정도는 시도해 볼 가능성이 충분할 것 처럼 보인다."

화련이가 눈을 빛내며 그리 말했다.

그녀가 나에게 의지를 가지고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것은 그게 어떤 일이든 나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올곧은 눈빛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 주었다.

"오늘 부터는 심화 수업에 들어가도록 하겠다."

"벌써?"

"그렇다. 해 정도의 적응력이라면 심화 수업을 진행하는 도중에 기초를 전부 다 땔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슬슬 걱정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그녀의 기초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던 것은 다른 세계에서 배워놨기 때문이다.

다른 세계에서도 피의 마나를 수련하느라 심화근처에도 가지 못했는데 이제부터 심화 수업을 들으며 그 수업의 진도에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턱 막혀 오는 기분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굉장히 잘했는데 오늘 부터 갑자기 실력이 성장하는 속도가 뚝 떨어진다면 화련이가 얼마나 실망할까?

내 무력에 대한 실망이 나를 다루는 방식까지 변화할 수도 있지 않을까?

고민을 아예 하지 않아도 될법한 일들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가슴이 떨렸다.

그렇게 그녀와 나 사이의 심화 수업이 시작되었고, 수업을 제대로 시작한지 3시간도 되지 않아 화련이의 입에서 오금을 저리게 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아해야, 혹시 나를 속이고 내 무예를 배웠던 적이 있느냐? 처음 가르쳤을 때 올라가던 실력차이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리게 익숙해 지는 것 같은데."

올게 왔구나.

나를 보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화련이에게 내가 준비했던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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