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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8화 〉 시련이 끝나고­1 (248/265)

〈 248화 〉 시련이 끝나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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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무언가 잘못된 것 같은 애들 속에서 멀쩡한 듯 말하고 있는 리우잉의 목소리가 귀에 밟혔다.

단순히 멀쩡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들 왜 이런 일을 당했는지도 모른다는 듯 말하는 리우잉을 보며 얘는 시련을 당하지 않은 건가? 하는 의문을 가졌다.

"리우잉, 너에게는 아무일도 없었나?"

"무슨일을 말하시는 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아마 각성자 취급을 받지 않는 것 같아요."

리우잉은 각성자로서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힘은 자연적으로 각성해서 얻은 힘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각성을 시켜서 얻은 힘이었다.

모든 각성자를 끌고 간다는 정보 자체가 잘못 된 것이 아니라면 그녀가 각성자가 아니라는 가설을 세우는 게 훨씬 빠르겠지.

"그래, 너라도 멀쩡하니 좀 다행이구나."

"이거... 놔!"

하연이는 엉엉 울기만 할 뿐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아서 괜찮았지만 월하는 상당히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화련이가 그녀를 제압하고 있을 필요가 있었다.

월하가 온 몸에서 검은 연기를 마구 내뿜었지만 그녀가 피운 연기는 나와 다른 애들한테나 영향이 있는 것이지 화련이에게는 거의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일단 월하는 기절을 좀 시키겠다."

"어, 알았어."

"네가 뭔데... 커흡!"

화련이가 월하의 몸을 쿡 찌르자 몸에 힘이 풀린 듯 완전히 기절해 버렸다.

"후우... 큰 일 나는 줄 알았군."

"오라... 버니?"

하연이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상황을 해석하지 못하는 애처로운 눈빛이 나를 바라보고 있으니 왠지 모를 딱함이 뜨껴졌다.

"진짜 말하시는 거에요? 제가 환청 듣는 건 아니죠?"

도대체 무슨 시련을 당했길래 내가 말 조차 못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하연아, 무슨 일을 당했는지 말해줄 수 있어? 말도 못하고 있던 내가 갑자기 이야기하니까 당황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우리끼리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일이 해결되기는 힘들 것 같아."

"...네."

월하와는 다르게 하연이는 아주 얌전했다.

"격자무늬의 방에 끌려가서 몬스터를 잡았어요. S급 몬스터를 상대로는 조금 고전하긴 했지만 저 혼자 싸우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니까 어떻게든 잡아낼 수 있었어요... 그 다음 집으로 돌아오는 환각을 꾸었어요. 그 다음엔 시련이라고... 아."

하연이가 멍하게 입을 벌렸다.

"시련... 이었구나. 현실이 아니었구나."

하연이가 주저 앉은 채로 눈물을 찔끔흘렸다.

시련이라는 말 없이 끌려 갔으면 이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이 정도 선에서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래, 나는 멀쩡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오라버니. 한 번만 안아주세요."

하연이가 나를 향해 양 팔을 뻗었다.

여동생이라고는 해도 완전히 성숙한 모습을 한 하연이가 안아달라고 팔을 뻗는 모습이 꽤 어색하긴 했지만 그녀의 얼굴이 너무나 슬펐기 때문에 나 역시 손을 뻗어 그녀를 꼬옥 안아줬다.

"연하는 괜찮나?"

"저는 괜찮아요. 시련인걸 완전히 인지하고 있기도 했고, 그렇게 대단한 시련도 아니었거든요. 주변에 계신 분들이 세계관 최강자님이랑 S급 언니들인데 저 때문에 오라버니가 뒤틀려 봐야 얼마나 뒤틀리겠어요?"

연하가 밝게 말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다른 애들보다 훨씬 멀쩡해보였다.

"후우..."

하연이가 한숨을 깊게 내쉬며 나를 꽉 끌어 안았다.

"언니, 이제 괜찮아졌는데 사심 채우고 계신 거죠?"

"괜찮아 지는 게 어딨어. 그냥 오라버니한테 안겨 있고 싶어서 이렇게 안겨 있는 거야."

"참 뻔뻔하시다니까."

하연이와 연하가 장난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하지 경직되어 있던 분위기가 천천히 풀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월하도 그녀가 겪은 것이 적이 내린 시련일 뿐이라는 것을 강조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듯 하군."

"월하도 월하지만 현수가 문제야."

"현수가? 왜?"

현수 이야기가 나오자 리우잉이 기겁을 해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보면 알텐데... 한 번 불러줄까?"

리우잉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걸 보고 내 의식 속에서 울고 있는 현수에게 말을 걸었다.

'현수야. 네가 겪은 건 진실이 아니야. 밖에 아주 착한 리우잉이 기다리고 있는 데 나가보지 않을래?'

'싫어... 무서워... 더 이상 리우잉 누나를 보고 싶지 않아...'

현수가 몸을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

루시아의 고문이나 협박에도 당당하게 맞서 싸웠던 현수가 이렇게 까지 작아질려면 도대체 뭔 짓을 했어야 한걸까?

'딱 한 번만 이야기해보면 안될까? 네가 방금전까지 만났던 리우잉이랑은 전혀 다른 사람일거야. 만약 리우잉이 너한테 벌을 주려고 하면 형이 바로 너를 도와주면 되잖아. 어때?'

'...'

현수가 말 없이 고개만 살짝 그덕였다.

"얘 상태 심각하니까, 절대로 몸에 손대지 말고 절대로 화내지도 말고 질책하지도 마. 알겠지? 얘가 지금 너 엄청 무서워 하는 상태야."

내가 진지하게 말하자 리우잉도 상태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현수를 밖으로 내보내고 의식 속으로 들어갔다.

현수가 불안해 하면 언제든지 그와 바꿔채야 했기에 의식의 외곽에서 외부 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현수야. 안녕?"

리우잉이 굉장히 밝은 목소리로 천천히 손을 올렸다.

목소리에 애교끼를 굉장히 많이 넣은 것이 현수가 자신을 무서워한다는 알고 최대한 그 경계를 풀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리우잉의 노력이 아예 효과가 없던 것은 아니었는지 현수는 몸을 덜덜 떨 뿐 나에게 빨리 나오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나도 알고 있어... 내가 만났던 게 진짜 리우잉 누나가 아니잖아...'

현수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겨유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야. 머리는 알겠는데 마음 속 기쁜 곳에서부터 누나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오고 있어. 익숙해 지면 괜찮아 지겠지만 언제 제대로 익숙해 질 수 있을 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천천히 익숙해지면 되지.'

현수가 천천히 리우잉에게 다가가다가 한 순간에 몸을 떨면서 뒤로 떨어졌다.

"누나가 많이 무서운가 보구나? 내가 미안해."

리우잉이 고개를 푹 숙인 뒤 다시 올렸다.

현수에게 과한 사죄를 하는 것도 그에게 나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니야. 누나는 잘못한 거 없어... 다, 용사 그년이 잘 못 한거지."

많이 무서울텐데 현수는 리우잉의 눈을 똑바로 보고 이야기 했다.

리우잉의 몸이 조금 움직일 때마다 몸을 움찔하고 떨며 바로 반응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우잉의 눈을 계속해서 바라봤다.

'얘도 금방 고쳐지겠네.'

완전히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오진 못하더라도 이전과 같은 사이가 되는 것 자체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일단 나는 들어갈게. 누나가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라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있잖아? 누나랑 나랑은 이따가 둘만의 시간을 갖도록 하자."

"응, 알았어."

부드러운 진행에 현수를 의식의 안으로 데려다 주고 내가 전면으로 나섰다.

"내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네."

"이것보다 훨씬 심각했는데 현수가 꾹 참은거야. 앞으로 따뜻하게 잘 대해줘.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내가 언제 이상한 소리를 했다고 그래?"

"허구한 날 하는 소리가 사지를 찢어버린 다인데 애가 겁을 먹지 안 먹겠니?"

"그건 우리 사이의 애정표시야!"

'이제 애정표시 아니라고 전해줘. 직접 당하니까 진짜 무섭더라.

"앞으로는 하지 말아달래."

"알았어."

그렇게 큰 소리 치더니 현수가 하지 말아달라니까 금방 수긍하네.

"그러면 이제 월하만 해결하면 되나?"

화련이가 고개를 도리도리 돌렸다.

"일단 애들을 확인하러 가는 건 어떤가? 사현이는 각성자가 아니라서 문제가 없겠지만, 아리와 가연이 어떻게 됐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내 근처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시련을 내렸다고 했었나?

아리와 가연이도 충분히 내 근처의 사람인 만큼 시련을 당했어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애들이 당했으면 문제가 큰데.'

하연이나 월하는 그래도 성인이라서 후유증 없이 치료가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아리와 가현이는 어린 아이였다.

가치관을 잡아나갈 때 이딴 일을 당하다니...

다 같이 움직여 조심스럽게 애들 방에 다가갔다.

­똑똑

"아! 들어오셔도 돼요!"

목소리가 밝다.

내가 생각한 것 만큼 큰 문제가 발생하진 않은 모양이다.

어쩌면 아이들은 시련을 당하지 않은 걸지도 몰랐다.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리와 가연이가 해맑은 웃음을 짓고 서 있었다.

"잘 돌아 오셨어요!"

"그래... 너희한테는 이상한 일 없었지?"

"이상한 일 없었어요.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죠!"

아리가 가슴을 쭉 펴며 말했다.

'뭔가 잘 못된 것 같은데.'

"오빠를 절대 외부로 노출하면 안됐는데... 그걸 몰랐던 저한테 가연이가 오빠를 숨기는 법을 알려줬어요!"

"응? 나는 너한테 배운 건데?"

아무래도 얘네들은 각자 서로에게 사현이를 제어하는 시련을 당한 모양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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