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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2화 〉 드디어 게이트!!­2 (252/265)

〈 252화 〉 드디어 게이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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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몸집에 맞지 않는 순박한 얼굴과 그 얼굴에도 맞지 않는 가녀린 목소리에 우리 뿐만 아니라 화련이까지 멍해졌다.

­저는 절대로 당신을 공격하기 위해서 이곳에 온게 아니라요! 흡혈귀님이 시키셔서 들어온 것 뿐이라요!

저건 도대체 무슨 말투일까.

한국어를 잘못 배웠나?

아니면 알 수 없는 힘으로 서로의 말이 번역 될 때 오류라도 발생한 것일까.

모든 말을 ­라요로 끝내고 있는 코뿔소를 보니 정신이 멍해지기 시작했다.

­왜 흡혈귀가 직접 오지 않았지?

옆에 있는 화련이가 이야기한 것이 아니었다.

화련이를 똑 닮은 분체 화련이가 말한 것이었다.

"우리는 바라보는 것 말고는 그 어떤 간섭도 하지 못하는 것 처럼 보이는 군."

"이렇게라도 정보를 얻는 게 어디야."

­흡혈귀님은 지금 바쁘시다요. 용사가 미쳐서 이세계로 직접 넘어오시려고 하는 걸 물리적으로 막고 계서서 여기에는 못 오신다요.

­흡혈귀가 너를 이곳에 보냈다는 건, 흡혈귀의 생각을 네가 잘 전달해 줄 수 있으니까 그런 것이겠지?

­물론이다요! 나는 흡혈귀님의 절친한 부하라요!

흡혈귀랑 코뿔소가 절친했다고?

'흡혈귀 기억 속에서 그렇게 친했던 코뿔소는 없었던 것 같은데?'

친한 코뿔소는 둘째로 치고 어느 정도 비중을 가지고 있는 코뿔소 조차 없었다.

­코뿔소가 흡혈귀랑 친하다고?

분체 화련이도 나랑 같은 생각을 했는지 당황한 표정으로 코뿔소에게 물었다.

­나는 코뿔소가 아니라요! 너희들에게 편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너희 세계에 있던 동물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던 것 뿐이라요!

­원래 모습은 어떤 모습인데 그러나.

­원래 모습은 여기 안에 다 들어오지도 못한다요. 손가락 하나 들어오면 꽉 찬다요.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에게 모습을 들어냈던 동물형의 보스 몬스터는 전부 자신의 몸을 숨긴 것인가?

­다는 아니어도 상당히 많은 존재들이 자신의 모습을 숨겼을거라요.

안숭도 원숭이의 모습으로 자신을 숨긴 걸까?

­너는 원래 어떤 존재지?

분체 화련이가 자리에 앉아 나긋하게 물었다.

­지금은 그런 것 보다는 게이트나 우리세계에 대해서 더 궁금해 해야 하는거 아니라요?

­나에게 그런 정보를 전달해줄 너에 대해서 먼저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에 대해서 말하거라.

­알았다요! 나는 사실 엄청난 미소녀 다요!

"미소녀?"

월하가 코뿔소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말투가 참으로 오묘한 것이 너 따위가 뭔 미소녀야? 라는 투가 아니라. 미소녀라고? 우리 기사님을 지켜야해. 라는 문장이 숨어져 있는 말투였다.

­미소녀라고? 그런데 왜 코뿔소를 선택했나.

­인간들은 뿔이 달린 말을 좋아한다고 들었다요. 그래서 이 동물을 골랐다요. 어떤가요. 좋은가요?

코뿔소의 말에 분체 화련이가 입을 다물었다.

­코뿔소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동물 중에서 뿔달린 말과 가장 비슷한 종족이 코뿔소였다요!

­... 그래, 알았다...

­아무튼 저는 미소녀 다요! 아직 어려서 작긴 하지만, 커서 엄청난 미녀가 될거라요!

­어리다고?

분체 화련이의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분명 흡혈귀의 말로는 저들은 아주 오랜 시간동안 살아온 존재들일텐데 어리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요! 우리의 시간은 반정도 멈춰있다요! 성장하지도 않고 바뀌지도 않는다요!

좋은 정보를 얻었다는 듯 분체 화련이의 눈썹이 꿈틀 거렸다.

­본체가 되면 손가락도 다 못 들어온다더니, 아직 다 큰 것도 아니었어?

­저희 종족이 다 크면 산보다도 더 커진다요!

"산보다 더 큰 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말이군. 저 코뿔소와 같은 종족인 모든 이들이 흡혈귀의 밑에 들어와 있진 않을 테니까."

­당신은 정체가 뭐시라요!

­나는 천마다. 중원을 통일하고 천마신교를 이끄는 존재지.

­아주 강하신 것 같아요! 어지간한 친구들 보다는 훨씬 더 센 것 같다요!

거대한 덩치의 코뿔소가 저렇게 밝고 여린 목소리를 내니 통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네 본체에서 크기만 줄인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느냐? 아니면 원숭이 같이 두 발로 설 수 있는 존재여도 좋다. 네 발 달린 존재보다는 두 발로 서 있는 존재가 대하기가 더 편하니 부탁을 좀 하겠다.

­알았다요!

그녀의 몸이 슈우욱 소리를 내며 별했다.

­어떤가요!

그녀의 모습은 스스로 미소녀라고 자신할 수 있을 만큼 예뻤다.

회색의 머리가 특이하게 가닥이 잡혀서 내려오고 뻗어 있었는데 얼굴은 또 해맑아서 귀엽...

"끄아악!!"

"뭘 보시는 거에요!"

월하가 내 눈을 강하게 찌르니 순간적으로 시야가 완전히 차단되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반응에 혹시 그녀가 옷을 안입고 있기라도 했나 싶었지만 그녀는 명백하게 옷을 입고 있었다.

"아니 눈을 왜 찌르는데!"

"새로운 경쟁자가 늘어나게 둘 수는 없어요!"

"쟤가 왜 새로운 경쟁자가 돼? 나는 쟤를 봤지만 쟤는 나를 못 보는데?"

"기사님이 저년한테 홀리실 수도 있잖아요!"

"글쎄, 나는 아직 너희한테도 홀린 적이 없는데 쟤를 한 번 보고 홀릴 정도면 너희한테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말을 좀 심하게 한 것 같지만 이 정도 강경하게 나가는 걸로는 큰 문제가 없다는 걸 지금 까지의 경험으로 확인했다.

"그건... 그렇네요."

"아해의 말이 맞다. 다른 여성이 아해의 근처에 붙는 걸 차단하기 위해서는 다른 여성이 다가오는 것을 막거나 우리가 더 잘해서 아해가 우리만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이지 아해의 눈을 막는 것은 옳지 않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옳소!"

화련이와 연하가 나를 두둔하고 나서니 월하의 말이 흐려졌다.

처음 화련이한테 선전포고했을 때는 전쟁도 불사할 것 처럼 굴더니 정작 내 눈치는 월하가 가장 많이 본다.

­자기 입으로 미소녀라고 지칭할 정도는 되는 군. 이름이 뭔가?

­모아다요!

­모아라고 부르면 되나?

­맞다요!

내가 눈을 찔리고 월하가 구석에 박히는 와중에도 분체 화련이와 소녀는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제 저희 세계에 대해서 궁금하신걸 여쭤보시라요! 언제 용사진영이 쳐들어와서 이곳을 박살낼지 모른다요..

모아가 몸을 덜덜떨며 말했다.

­그런 말은 미리했어야지.

분체 화련이가 표정을 굳힌 채 모아에게 차분하게 질문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너희의 정체는 도대체 뭔가? 뜬 구름 잡는 설명이 아니라 구체적인 설명을 원한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이라요! 정확히 말하면 일정 이하의 격을 가진 모든 이들이 한 번에 죽고 온전한 격을 가지고 있는 자만이 살아남아 있는 세상의 주민들이라요!

­용사들은 우리를 왜 공격하는거지?

­그건 설명하려면 배경지식을 좀 알아야 된다요.

­배경지식 좋지, 우리는 너희의 문화에 대해서 잘 모르거든.

모아가 엣헴! 하고 기침을 내 뱉더니 구석에 있던 하얀 돌을 주워왔다.

­처음부터 용사가 이렇게 막나가진 않았다요! 마왕과 싸우기 위해서 사람들을 모으고 세력을 키우고 있을 때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멋진 용사님이셨다요! 그런데 우리의 세상에 재앙이 닥치고, 시간이 흐르지 않는일이 반복되자 별의 별 일이 다 일어났다요.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잘 기억 나진 않지만 대규모 전쟁도 엄청 많이 일어났다요!

­그러면 지금 있는 존재들도 이전에 비해서는 많이 준 상태겠군. 새로 추가되는 인구는 없는 데 전쟁을 통해서 사람들이 계속 죽어갈 테니까.

­저희끼리는 죽일 수가 없다요. 죽고 싶어도 못 죽는데 어떻게 남을 죽일 수 있겠다요?

­사람이 죽지 않는 세계라...

­정적인 세계는 오랜 시간동안 유지됐다요. 얼마나 이렇게 살았는지 이제 감흥조차 안된다요. 영원한 심심함 속에서 다들 지쳐갈 때 여러분의 세계가 연결됐다요! 아주 약한 연결이었지만 우리 세상에 달라진 점이 나타난 것 자체가 아주 오랜만이어서 다 같이 흥분했다요!

­그래서?

­처음엔 여러분의 세계에 넘어가서 새로운 자극을 즐기자.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느껴보자! 하는 이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는데 그 중에 몇명은 남의 세계를 마음대로침략하는 게 말이 되는 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요. 다른 이들은 너희가 아직 덜 심심해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라고 하지만... 저희는 저희 때문에 다른 세계가 망가지는게 싫다요!

­그 존재들이 너랑 흡혈귀를 포함한 애들이구나?

­맞다요!

­정리하자면 용사 그년은 그냥 자신의 심심풀이를 위해서 우리를 공격했다는 소리네?

­심심풀이 만을 위해서 공격한 건 아니라요... 다들 많이 지쳐 있다요. 우리는 새로운 자극이 너무나도 고팠다요... 사실 우리도 여러분의 세계가 나타나서 완벽하게 다른 사상으로 갈라져서 싸우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많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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