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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4화 〉 드디어 게이트!!­4 (254/265)

〈 254화 〉 드디어 게이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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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영국에서 우리 도시까지 오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니었다.

끽해야 1분 정도 밖에 안 걸렸는데 그 사이에 용사가 들어왔다고?

­임무아! 장난 치지 말라요! 용사는 흡혈귀가 막고 있다요! 그렇게 꾸미고 와봤자 안 속는다요!

모아가 이름을 언급하면서 말하는 걸 보면 진짜 용사는 아닌 모양이다.

­내가 임무아로 보여?

용사의 입이 쭉 찢어졌다.

'진짜 용사 아니야?'

­용사가 여기 올 수 있을리가 없다요! 흡혈귀님이 필사적으로 막고... 있...

용사의 뒤에서 피투성이가 된 흡혈귀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흡혈귀가 나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거야? 내가 그렇게 얕보였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좀 나쁜데?

흡혈귀의 몸은 마구 떨리고 있었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다는 모아의 말 덕분에 흡혈귀가 죽을 거라는 걱정은 덜할 수 있었지만 상태가 결코 좋아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지? 저쪽 세계 사람에게 본체를 보여준 건 처음이야.

용사가 분체화련이를 보며 웃으니 분체 화련이가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저게 화련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겁을 먹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화련이가 겁을 먹고 덜덜 떠는 모습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푸하하하, 너도 역시 겁이 있는 존재였구나? 천마라고 당당히 있어서 겁이 아예 없는 줄 알았는데 너도 인간이었어.

용사가 분체화련이를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후우...후우...

분체 화련이가 심호흡을 조금 하더니 눈을 번쩍하고 떴다.

­누가 너에게 겁을 먹었다는 것이냐.

분체 화련이의 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자신이 천마라는 것을 증명하듯 당당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나는 천마다. 네가 나보다 강하다고 해서, 그것이 나에게 공포감을 불러 일으킬 수는 없다. 오히려 고맙군, 나도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이렇게 직접 보여주다니 말이야.

그래 저게 화련이지.

어떤 시련이 와도 꺾이지 않는 것이 참 멋있는 존재다.

'저런 화련이도 나랑 관련된 문제가 생기면 꺾일 수 있다는 게 무서워.'

어쩌면 그 쪽 문제도 이미 해결했을지도 모른다.

용사가 내어준 시련을 무사히 통과했으니까.

­인정할게, 너는 분명히 강인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년이야.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나에게 다가올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키울 수 도 있겠지. 그런데 말이야.

용사가 검을 휘두르자 분체 화련이의 팔이 잘렸다.

­너한테 허용된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쾅!!

용사의 머리 위로 거대한 핏 덩이가 떨어져 내렸다.

­뭐야, 설마 여기서 싸우자는 건 아니지? 저쪽에서 먼저 이어준 유일한 게이트잖아. 이렇게 중요한 게이트를 네 손으로 집접 부술 생각이야?

­일단 너를 여기서 쫓아내고 생각하지.

용사의 아래에서 갑자기 피가 솟구쳐 오르더니 그대로 용사를 덮쳤다.

­카가각!

어마어마한 위력으로 용사에게 쏟아진 피였지만 용사는 멀쩡했다.

용사는 자신의 주변에 얇은 막 하나를 두르는 걸로 흡혈귀의 공격을 완벽히 막아냈다.

­친구야. 넌 나한테 안돼 옛날부터 그랬잖아. 딱 한 번 나랑 비슷한 경지에 올랐던 적이 있다고 지금의 네가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하는 건 아니지?

­카각!

흡혈귀가 온 힘을 다해서 용사를 압박했지만 용사의 방어막은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파각!

멀쩡한 용사 대신 피해를 입는 것은 화련이가 만들어낸 공간이었다.

거대한 바위가 갈라져 돌이 되고 돌은 갈라져서 자갈이 되었다.

그 일을 몇번 반복하니 게이트 안에 있는 모든 공간들이 산산히 갈려나가기 시작했다.

­안된다니까 그러네? 일단 진정 좀 해봐. 이 게이트를 박살낼 생각이야?

용사는 시종일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떻게든 용사에게 일격을 허용하겠다는 듯 필사적인 흡혈귀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네가 이 공간을 이용해 저쪽 세계에 침투하는 것 보다는 아예 깨져 버리는 게 나아.

­뭐야 눈치채고 있었어?

용사가 크게 미소를 지었다.

­나는 네가 멍청하게 게이트를 만들어도 된다고 하길래 꿈에도 모르는 줄 알았어. 알고도 게이트를 열게 했던 걸 보면 네가 나를 막을 수 있는 줄 알았나봐?

용사의 주변을 덮고 있는 방어막의 크기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흡혈귀의 공격이 끊임 없이 뒤로 밀려났고 결국 용사의 방어막이 게이트 안의 모든 공간을 차지하는 상황이 됐다.

모아와 분체 화련이는 벽과 방어막 사이의 공간에 끼어 있었는데 두 사람이 필사적으로 용사의 방어막을 공격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때 용사가 화면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우리가 어떤 각도로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 텐데 그녀의 눈빛은 우리를 꿰뚫고 있었다.

­기다려라 얘들아, 언니가 간다.

용사 주변의 공간이 마구 비틀리기 시작했다.

보호막 내부의 공간은 물론이고 근처의 모든 것들이 뒤틀리고 쪼개졌다.

­지금 뭐하냐요!

모아의 외침에 그쪽을 바라보니 분체 화련이가 자신가슴에 손을 넣고 있었다.

­이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는 나다. 곧 내가 죽게 되면 이 게이트는 닫히겠지.

용사가 언짢다는 표정으로 분체화련이를 바라봤다.

­노력의 방향성은 맞았는데 방법만 맞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야지.

용사가 화련이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움직이자 그녀의 손이 가슴에서 빠져나왔다.

손이 가슴을 뚫은 구멍은 순식간에 작아졌고 화련이는 완전한 모습으로 재생했다.

­자, 이제 어떡할건데?

화련이의 몸이 십자가에 달린 것 처럼 넓게 퍼졌다.

내부의 기를 폭주시켜서 죽으려는 듯 거친 기가 마구 퍼지고 있었는데도 화련이는 멀쩡했다.

­내가 저기에 건너가기 전까지는 절대 못 죽어. 네가 먼저 발을 들인 거잖아? 당연히 책임을 져야지.

용사가 화련이를 바라보고 있을 때 흡혈귀가 조용히 힘을 모으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조용했는지 용사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나도 내가 가지고 있는 피의 마나가 미약하게 공명했기 때문에 눈치챌 수 있었던 거지 이 힘이 없었다면 그녀가 뭘 하는 지도 몰랐을 거다.

"어떡하죠? 일단 영국으로 이동해야 할까요?"

"용사 본체가 우리 세계에 건너오면 우리 세계는 이미 끝장난 것과 다름없다... 최대한 못 넘어오게 막는 게 좋겠지만..."

­쐐애액!

각자의 걱정을 하고 있을 때 화련이의 심장에 붉은 빛의 창이 꽃혔다.

그와 동시에 우리가 보고 있는 화면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게이트가 완전히 망가져 버리듯 녹고 있는 공간에서 우리가 확인 할 수 있었던 마지막 광경은 흡혈귀를 사납게 노려보고 있는 용사의 얼굴이었다.

"..."

그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 수 없었다.

흡혈귀가 조금이라도 늦게 행동했다면 용사가 우리 세계로 넘어왔을 거라고 생각하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진짜 큰일 날 뻔 했네요... 흡혈귀님이 잘 막아주셔서 겨우 살았어요."

"그러게 말이다... 괜히 게이트를 만들어서 위험을 초래했군.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확인을 더 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다들 말이 없었다.

세계가 끝장날 것 같은 위협을 당한 상황에서 바로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

"흡혈귀님은 괜찮을까요? 용사가 엄청 화나 있던 것 같은데..."

"괜찮을 거다. 저쪽 세계에선 죽이고 싶어도 죽이지 못하는 것 같으니 목숨까지 날아가진 않을 거다."

어색한 침묵속에서 생각했다.

용사의 힘은 흡혈귀를 가볍게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그런 그녀가 과연 흡혈귀가 딴 일을 하는 걸 눈치 채지 못했을까?

홀몸으로 흡혈귀측 세력을 전부 뚫어내고 게이트에 들어올 정도의 실력을 가진자다.

아무리 방심해 있었다고 해도 그녀의 실력이면 날아가는 흡혈귀의 창을 보고 중간에서 막을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연기 아니야?'

용사의 목적은 우리세계를 멸망시키는 게 아니다.

그녀의 목표는 자신의 무료함을 해소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당장 우리 세계에 넘어오는 게 그렇게 중요할까?

지금 당장 우리 세계에 건너와서 깽판을 치는 것 보다 지금은 한 발짝 물러나고 그 동안에 일어나는 일을 충분히 즐긴 후 우리의 세계로 넘어오는 것이 이득이 아닐까?

­야... 들리냐?

피의 마나로 부터 흡혈귀의 소리가 들려왔다.

'네, 들립니다.'

나는 용사가 연기한 건 아닐까 하는 나의 의문을 흡혈귀에게 전달했다.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이 기술은 내가 오랫도록 연마한 기술이고, 다른 애들은 몰라도 용사의 목표는 단순히 무료함을 해소 하는 것 만은 아니거든, 너희 세계에 가는 것 자체가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일이 되니까 너희 세계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넘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어.

'용사의 진짜 목표가 뭔데요?'

­자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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