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56화 〉 대삼림 탐색­2 (256/265)

〈 256화 〉 대삼림 탐색­2

* * *

악어가 정글에 살았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답은 내 머리 어디에도 없었다.

어렷품한 기억으로 정글 숲을 지나가면 악어때가 나온 다는 동요를 들어 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그 기억이 아주 확실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콰직!

땅으로 떨어진 악어는 그대로 화련이의 검에 잘려서 죽어버렸다.

"대삼림을 기점으로 나름 생태계가 잡히는 것도 조사를 해 볼만 한 일인 것 같다. 각자 다른 곳에서 왔을 몬스터 들이 어떻게 잘 균형을 유지하며 살고 있으니 말이야."

"천마언니는 잘 모르시겠지만 대삼림은 원래 참 신비한 곳이에요. 가장 신기한 일은 대삼림이 만들어진 초기에는 별의 별 몬스터들이 다 같이 살고 있는 곳인데 시간이 지날 수록 대삼림의 환경에 맞는 몬스터들만 살아가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개체가 죽기도 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대삼림 근처에는 대삼림의 환경에 맞는 게이트만 발생하기 때문에 이 주변 전체가 대삼림의 환경에 맞춰서 맞물리게 되는 거죠."

"그런가?"

참 신기한 이야기였다.

연하의 말대로라면 대삼림에 무언가 답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모든 대삼림의 환경이 다르고 그 환경에 따라서 나타나는 게이트가 다르다면 그 다름을 초래한 무언가가 이곳에 있을 확률이 높다는 의미였으니까.

"대삼림에서 환경에 반하는 요소는 딱 두 가지 밖에 없어요. S급 몬스터거나 인간이거나. S급 몬스터는 대삼림의 중앙이라면 어디든 살 수 있고 인간은 애초에 외부에서 들어온 존재니까 어디서든 살 수 있죠. 그렇다고 해서 중앙 지역이 환경과 크게 동떨어져 있지도 않다는 걸 생각해 보면 S급 몬스터가 특별하거나 중앙 부분이 특별하거나 최소한 둘 중 하나는 만족한다고 봐야죠."

"중앙도 많이 탐사를 해야 겠군."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 화련이었지만 사실 비전문가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일은 연하가 처리할 거고 우리는 그녀의 안전을 지켜주는 게 고작이었다.

"저기가 이 대삼림의 중심부에요."

여느 대삼림이 그러하듯, 중심의 근처에는 강한 몬스터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대삼림의 중심부에서는 강한 마나가 뿜어져 나와요. 지금까지는 마목들이 뭉쳐 있는 곳의 중앙이라서 강한 마나가 뿜어져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순서가 반대로 된 걸 수도 있어요. 애초에 강한 마력을 내 뿜는 곳에 마목이 자리 잡을 수 있었고 그 강한 마력 탓에 몬스터 들이 중앙 부터 강한 순서대로 배치되어 있을 가능성도 이제는 배제할 수가 없던 거죠."

"다른 대삼림을 전부 날려버리면 어느 케이스인지 알 수 있지 않겠나?"

"물론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대삼림 전체를 없애는 게 쉬운일은 아니잖아요."

"쉬운일은 아니지만 내가 나선다면 마냥 어려운 일도 아니다. 나중에 대삼림 하나를 날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마력을 측정해 보지."

뭔가 일이 진행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그와 동시에 우리 세계에 대해서 이렇게 몰랐구나 하는 후회가 생기기도 했다.

"되도록이면 몬스터를 죽이지 않고 확인하고 싶은데 우리 모두를 숨겨주실 수 있어요?"

"가능은 하다만 그만큼 조심해야 한다. S급 몬스터 정도 되면 기감이 매우 뛰어나서 우리를 직접 찾진 못해서 주변의 사물이 우리에 의해서 변화되는 것을 감지하고 공격을 가할 수도 있으니 최대한 조심하도록."

"알겠습니다!"

연하의 말이 끝나자 화련이가 우리 전체를 기로 감쌓다.

그리고 앞장서는 연하를 따라서 천천히 걸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 마다 긴장감이 들긴 했지만 심장이 두근 거릴 정도로 크게 겁을 먹진 않았다.

S급 각성자가 3명에 그 중 하나는 화련이고 나도 그녀들의 지원이 있으면 S급을 크게 상회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었으니까.

"여기가 딱 대삼림의 중앙이에요."

"이미 터줏대감이 있는 것 같은데?"

화련의 말대로 대삼림의 중앙에 해당하는 위치에는 거대한 크기를 가진 용 한 마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화련이와 연하의 능력으로 찾아낸 중앙에 정확하게 걸쳐져 있었기 때문에 일단 이 용을 처리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죽이는 건 말도 안되는 짓이겠죠?"

월하가 말하자 화련이가 그런 당연한 소리를 뭐하려 하냐는 듯 쳐다봤다.

"주변의 몬스터들이 눈치를 못 챌리가 없다."

"이 놈이 가장 강한 몬스터겠죠?"

"그렇겠지.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리가 없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가끔은 주변을 떠나지 않을까요?"

"다른 몬스터들을 봐라, 자기들 끼리 영역싸움을 할 때가 아니면 자기 자리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인다고 해도 중앙에서 붕터 비슷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곳만 왔다갔다 할 뿐이지 중앙에 다가오거나 멀어지지는 않아."

철저하게 영역대로 사는 놈들이구만.

"외부에 큰 자극을 만들어 내면 얘도 반응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중앙이 좋아도 외부에 반응은 해야할 텐데..."

"한 번 실험을 해보면 될 일이지."

화련이가 조심히 주변의 돌 하나를 꺼내 들고는 중앙 구역 밖으로 이동했다.

­콰광!

폭탄이 터지는 듯 한 소리가 들려오자 몬스터 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리긴 했는데 그 어떤 몬스터도 반응하지 않았다.

마치 그 구역에서 일어나는 일은 A급 몬스터들의 일이지 자신의 일은 아니라는 듯 한 태도였는데, 그 반응을 본 화련이가 중앙으로 조금 다가와서 땅에 돌을 던졌다.

­쾅!!

그녀가 돌을 땅에 강하게 박자 몸이 덜덜 떨릴 정도의 진동이 전해져 왔다.

그 정도가 되어서야 몬스터들이 움직이면서 반응을 했는데 정중앙을 기점으로 돌이 떨어진 거리보다 멀거나 똑같은 애들만 일어나서 반응을 했다.

"이건 또 재밌는 생태네요... 각자의 구역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철저하게 나눠져 있을 줄은 몰랐어요."

연하가 능력으로 지금 일어난 일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런 방법으로 터줏대감을 밀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아."

"이 친구가 중앙을 차지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몬스터들에 비해서 월등히까지는 아니어도 충분히 강하니까 그런거겠죠?"

연하가 씨익하고 웃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하연이가 소심하게 물으니 연하가 더 큰 미소를 지어보였다.

"큼큼, 시련 이후에 저희 언니가 많이 귀여워 지셨단 말이죠... 아무튼! 더 이상 이 공간에서 가장 강한자가 아니게 된다면 영역싸움을 하든 스스로 이자리를 포기하든 하나는 하지 않겠어요? 우리는 그 때를 노려서 중앙을 연구하면 되는 겁니다!"

연하의 말에 화련이가 팔짱을 탁 끼며 답했다.

"영역싸움을 하든 스스로 물러서든 결국 새로운 이가 중앙을 차지하지 않겠나. 그렇게 되면 우리는 다시 손가락만 빠는 신세가 될텐데 어떻게 하자는 말이냐."

"그 잠깐 동안에 많은 것을 알 수도 있고 밸런스를 잘 잡으면 영역싸움을 하는 동안 비워져 있는 중앙을 잘 조사할 수도 있어요. 이렇게 안하면 S급 몬스터들을 다 죽인 다음에야 중앙을 탐사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되면 너무 비효율적이잖아요?"

연하의 말에 하연이가 고심하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앙에 S급 몬스터가 없는 곳, 있잖아. 당장 우리 도시 근처에 있는 대삼림에 S급 몬스터가 하나도 없는데 그럴거면 그냥 거기서 탐사하면 되는 거 아니야?"

"제가 궁금한건 대삼림 전체가 온전한 상태일 때 중앙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에 대한 거에요. S급 몬스터가 다 있는 케이스도 살펴보고, S급 몬스터만 없는 것도 살펴보고 대삼림 전체를 날린 다음에도 살펴봐야 연관관계를 알 수 있을 거 아니에요."

"전문가가 그렇게 말한다는 데 내가 할 말은 없지."

월하가 중앙의 몬스터를 빤히 쳐다봤다.

"밸런스 맞추는 건 제가 제일 잘 할 것 같은데요?"

월하가 자신의 능력을 은근히 자랑하며 말했다.

"안그래도 월하 언니한테 부탁하려고 했어요. 여기서 두번째로 강한 몬스터랑 비슷할 정도 까지만 약하게 만들어주세요."

월하가 손에 검은 색 기운을 두르고 중앙의 몬스터에게 쐈다.

­두두두두두!!

그와 동시에 S급 몬스터들이 일제히 일어나 중앙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중앙을 차지하기 위한 개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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