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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7화 〉 대삼림 탐색­3 (257/265)

〈 257화 〉 대삼림 탐색­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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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까지 바로 반응할 줄은 몰랐는데, 역시 S급 몬스터는 S급 몬스터네요. 어떻게 약해진 걸 바로 알고 달려오지?"

"저렇게 까지 빠르게 반응하는데 내가 약화 시켰다는 걸 눈치 못 채는 것도 웃겨."

처음엔 근처에 있는 한 두마리의 S급 몬스터만 중앙으로 달려왔는데 지들끼리 싸우면서 상처를 입으니 자기들도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는지 다른 몬스터들도 중앙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쾅! 쿵!

그 뒤로부터는 개싸움이었다.

하나만 있어도 어지간한 도시는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몬스터들이 다함께 뭉쳐서 난장판을 벌이자 주변에 엄청난 진동이 퍼져나갔다.

"저렇게 싸우는 데 죽는 놈은 하나도 없네."

암묵적인 룰이라도 있는걸까?

죽음 근처까지 간 몬스터는 더 이상 공격하지 않았다.

큰 데미지를 겨우 회복한 몬스터는 천천히 일어나서 외곽으로 빠져나갔다.

"서열 싸움을 여러 번 한 적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어요. 지금은 월하언니가 강제로 싸움을 일으킨 거지만 자기들끼리도 몇번 싸움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중앙 탐사는 안 할거야?"

"지금하는 중이에요. 중앙에 몬스터가 안 겹칠 때만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데 이거 되게 묘하네요. 중앙점은 확실히 다른 대삼림과 비교했을 때 다른 점들이 꽤 많아요."

연하가 하얀 색 구체를 띄우고 중앙 부분을 계속해서 노려봤다.

­쿵!

마지막 몬스터가 쓰러지면서 S급 몬스터들의 서열 싸움이 종료됐다.

서로 뒤엉키며 난장판으로 싸우다 보니 몬스터들의 서열이 크게 바뀌었는데 원래 정가운데에 있던 몬스터가 가장 외곽으로 빠졌을 만큼 격변했다.

"이제 S급 몬스터 전부를 밀어버리고 확인하죠."

연하가 화련이를 보며 말했다.

"진짜 죽여도 되나? 아까는 S급 몬스터가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애들이 있을 때 한 번 체크했으니까 이제는 없어도 돼요. 정보가 더 필요할 것 같으면 다른 대삼림에 가면 되는 일이고요. 중국에 대삼림 많잖아요."

연하가 덤덤히 말하자 화련이가 S급 몬스터를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시련이 일어나기 전에도 빠르게 강해지고 있던 화련이었지만 시련 때 무슨 일이 있던 건지 지금의 화련이는 시련 전의 화련이와 비교하면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했다.

천재가 명확한 목표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나보다 한참은 더 높은 위치에 있는 화련이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고 있는 것을 내가 알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키야. 역시 천마 언니는 진짜 강하시다니까요? 저는 천마 언니를 볼 때 마다 언니가 저희랑 같은 인간이라는 걸 믿을 수가 없어요."

"전생에서 날아댕기던 사람이니까 당연히 우리 보다는 훨씬 강하시겠죠... 그래도 이렇게 까지 빠르게 성장을 하고 계실지는 몰랐어요."

"너무 띄워주지마. 너희도 나만큼 훈련했으면 다 나 정도로 강해질 수 있었을 테니까."

"천마님만큼 훈련하지 않았다고 돌려 까는 거 아니시죠?"

"반 정도는?"

화련이가 쾌활하게 웃으면서 S급 몬스터를 모두 정리했다.

"중앙이 비었는데도 A급 몬스터는 넘어오지 않네요. 중앙에 집착하는 건 S급 몬스터들 뿐인가?"

연하가 중앙 부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까랑 차이가 거의 안나네요. S급 몬스터는 대삼림의 중앙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모양이에요."

중앙으로 추정되는 부분에 하얀색 구가 하나 띄워졌다.

"분석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예정이니까 다같이 피크닉이나 즐기고 계세요."

"우리가 도와줄 건 없어?"

"언니의 능력은 베는 거지 정보를 취득하는 게 아니잖아요? 저를 도와주시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언니가 하실 수 있는 건 없으니까 조용히 앉아서 여유를 즐기시는 게 저를 도와주시는 거에요."

연하의 말에 하연이가 축 처진 어깨로 우리쪽으로 돌아왔다.

'얘가 시련 이후에 성격이 많이 소극적이게 됐단 말이지.'

특히 내가 먼저 다가가면 움찔 하면서 자리를 피하려고 하는 데 겉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아직 시련의 영향력이 많이 남아있는 듯 보였다.

"하연아."

"네, 오라버니."

지금도 봐라.

내가 가까이 다가가니 자연스럽게 몸을 돌리면서 나한테서 한 발짝 멀어졌다.

"왜 도망가?"

내가 한 발짝 성큼하고 다가가니 하연이가 나보다 더 큰 보폭으로 뒤로 걸어갔다.

"도망가다뇨? 저는 그런 적 없는데요?"

그런 적 없기는 무슨, 지금만 해도 나한테서 도망가면서 말하는 주제에.

"일단 그 자리에 딱 서봐."

하연이가 흔들리는 동공으로 나를 바라봤다.

단순히 동공만 흔들리는 게 아니라 몸도 같이 떨고 있는 것이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걸로 보였다.

"내가 무서워?"

"... 오라버니가 무서운 게 아니에요."

하연이가 고개를 푹 숙였다.

"저는 시련을 통해 제가 얼마나 악랄해지고... 나빠질 수 있는지 깨달았아어요... 제가 폭주하게 되면 오라버니는 큰 상처를 입으실 거에요. 다시는 그런 꼴을 보기 싫어서 거리를 유지하고 싶은 거고요."

"시련을 통해서 네가 얼마나 악랄해 질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고? 그러면 반대로 그렇게 악랄해 지고도 다시 착해질 수 있다는 걸 안 거 아니야? 지금은 그런 생각 전혀 안 들고 나를 배려해 주고 있잖아. 혹시나 다시 나빠진다고 해도 얼마든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 텐데 그게 그렇게 걱정할만한 건가?""

하연이가 덜덜 떨리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안돼요... 잠깐이라도 폭주했다가는 오라버니가 크게 다치실 거에요."

"내가 크게 다친다고?"

하연이가 당황하지 않게 부드럽게 미소를 지은 뒤 주위를 둘러 봤다.

화련이도 있었고, 월하도 있었고 리우잉, 연하도 있었다.

"네가 얘네를 뚫고 나를 다치게 할 수있을까?"

"머리로는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감정은 그렇게 딱딱 나눠서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불안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내가 한 발자국 다가가자 하연이가 다시 한 번더 뒷걸음질 쳤다.

"알았어. 안 다가갈게. 대신 네가 먼저 다가오려고 노력해줘. 나는 우리 동생이 언제 다가와도 오케이니까 천천히라도 다시 옛날로 돌아가자."

최대한 부드럽게 말하니 하연이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알았어요..."

오늘은 이정도에서 끊어야 하는 게 맞는 거겠지.

괜히 빠르게 바꾸려 하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저한테도 다가와 주세요. 오라버니!"

어느새 내 앞에 다가와있는 연하를 꼬옥 하고 안아줬다.

"하던건 다하고 나한테 온거야?"

"능력만 발현하고 있으면 되지 굳이 제가 옆에 붙어있을 필요는 없어요. 왜요. 설마 제가 옆에 있는게 싫으신 건 아니죠?"

"설마 옆에 있는 게 싫어서 그렇겠니? 바쁜 것 같은 데 굳이 나한테 와도 되는 건가 걱정돼서 그런 거지."

그녀를 꼭 안아주고 있으니 다른 애들의 시선이 뜨거워졌다.

이러다가 다 한 번씩 안아줘야 끝날 것 같아서 연하를 슬며시 밀어서 떨어뜨렸다.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제대로 하려면 하루는 걸릴 것 같아요."

"그 시간 동안 다른 데에는 못가는 거지?"

"네."

아깝다. 잠깐이라도 다른 곳에 갈 수 있을 것 같았으면 애들 데리고 관광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저번에 중국에 왔을 때도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했으니...

"이 근처에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거야?"

하연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진짜 뭐든 할 수 있어요."

"어차피 이 근처에 있어야 하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면..."

"수련을 하도록 하지."

화련이가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애들을 바라봤다.

"지금까지는 나 하나의 강함으로도 충분했고 너희도 강해서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적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 지 알 수가 없다. 그런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너희도 일정이상의 무력을 가지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 검마급까지는 바라지도 않을 테니 그녀의 절반정도라도 올라왔으면 좋겠군."

"맞아! 다들 무공을 배워야 해."

리우잉이 팔짱을 딱 끼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거들먹 거렸다.

"지금까지 배웠던 것 보다 훨씬 더 밀도 있게 가르칠 거다. 중도 포기라는 선택지는 없으니 각오하도록."

화련이의 눈빛이 왠일로 뜨겁게 타올랐다.

"알겠어요..."

그런 그녀의 눈빛에 다른 애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따를 수 밖에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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