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실업자-3화 (3/64)

〈 3화 〉 뭔가 이상한데?

* * *

‘ 아 하체좀 더 할걸 그랬나.’

아까부터 길을 걷는데 시선이 쏠리는 기분이다. 특히 반바지를 입은 맨다리 쪽으로.

맨몸운동러라 하체는 상대적으로 덜 발달될 수밖에 없긴 한데.

다리에 구멍 뚫리겠다 그만 좀 쳐다봐.

‘ 하체가 빈약해서 그러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이지훈이진지해지는데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처음에는 착각이려니 하고 넘기려 했지만 몇십분 동안 집요하게 시선을 쏴대니 모른 척 할 수가 있나.

노골적인 시선부터 질투가 어린시선, 음흉한 시선까지.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왔던 그는필연적으로 눈치가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뭐 하나라도 잘못하면 부모없는 놈이라며 싸잡아 욕해댔으니까.

‘ 힐끔힐끔대는 거랑 수근대는 것도 다 들린다고 .’

활화산이 터지듯 쏟아지는 시선 속에서 그는 매우 큰 불편함을 느꼈다.

한번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하니, 어렸을 때 기억이 찐득하게 올라오며 숨통을 조여왔다.

온몸에 바퀴벌레들이 줄지어 기어 다니는 느낌. 그 소름 돋는 느낌에 머리털이 삐쭉 섰다.

그중에서도 제일이지훈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건 2남 3여로 이루어진 그룹이었다.

“ 어우 씨발놈. 다리 하얀거랑 얼굴 봐. 개 꼴리네 진짜. 저런 놈들은 자지도 크겠지?”

“ 나는 얼굴만 봐도 무지성 시오후키 가능.”

사람인척 하는 벌레들이 얼굴을 바라보며 웃기 시작했다.

웃긴 건 그 말을 여자가 뱉었다는 점이다. 발정 난 개새끼들도 아니고.

애초에 사람이 된 도리로써 남의 몸 품평하는 건 정상이 아니었다.

“ 어우 저 창남 새끼 집업 딱 달라 붙는 거하고 바지 짦은거 봐라. 딱 봐도 여자 꼬시려고 헬스 했네. 씨발.”

“ 취미로 한 수준은 아닌 거 같은데...?”

'내가 정신병이라도 걸린 건가.'

살다 살다 남자한테 남창이라는 말을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진짜 돌아버린 건가?

남자가 팔짱을 끼면서여자에게 눈을 부라리고 있다.

“ 누나! 지금 저 새끼 편드는거야!? ”

“ 아니.. 그냥 그렇다고 미안해... 그래도 말이 좀 심한 거 아냐?”

‘ 자적자 개오지네 진짜.. 망했네.’

“ 말이 심하긴 옷 꼬라지 보니까 딱 봐도 걸레 맞구먼! 저건 못 배운 거지. 가족들이 저러고 다니는 건 아려나? 에휴..”

거기서이지훈의 인내심은 폭발했다.

그는곧바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지만 여자가 앞을 가로막았다.

“ 다시 말해 봐. ”

“ 저, 저기 잠깐만 진정하세요.. 제 남자친구한테는 주의를 줄 테니까..”

“ 그쪽은 빠지세요.”

" 잠시 저랑 애기좀.."

“ 꼴에 꼬추달고 여자 뒤에 숨고 있네, 나오라고! ”

" ...? "

이지훈은 남자를 죽일 듯이 쏘아 보며 으르렁댔다.

쫄아서 갓 태어난 송아지마냥 다리를 부들부들 떠는 남자한심하게 쳐다본 후에, 돌아올 대답을 기다리며 잠시 서 있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과 달라도 너무 달랐지만.

“ 봐, 봤지 누나? 저,저거 완전 못 배워쳐먹은 놈이라니까..?”

“ ... 후우.. ”

어디 한 군데를 부서트릴 생각으로 오버핸드훅을 내질렀다. 오락실에서 펀치기계를 후리듯 시원하게 정확한 급소를 노려서.

ㅡ 뻐어어억!!

뼈가 부서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남자의 의식은 날아갔다. 멍하니 굳어버린 남자 한 놈과 눈이 마주쳤고, 남자는 붕어처럼 뻐끔대다 손으로 입을 막으며 하늘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 꺄아아아아악!”

꺄아악은 무슨 이리 와 너도 시발.

이지훈은 스텝을 빠르게 파고들어 리버샷 ( 간장치기)를 날렸다. 살살 툭 못 움직일 정도로만 화는 나지만 진짜 죽을수도 있는 곳이니까.

ㅡ 퍼억.

여자 셋이 달려왔다.

독하네. 솔직히 달려오는 여자을 때릴 마음은 전혀 없었다. 격투기를 8년 배운 건장한 남자가 여자를 때리다니. 이건 사회적으로 욕먹는 건 둘째 치고 존나 쪽팔렸다.

­ 후우웅.

여자치고 나름대로 빠른 주먹이었지만 선수수준이 아닌 이상 내가 당할 일은 없었다. 적당히 타이밍을 보다가 대충 맞아야지.

생체기 하나라도 남겨야 쌍방폭행을 주장할 수 있었다. 이 요 나라는 정당방위 따위 인정되지 않으니까. 내 동생 이지은한테 쓰는 돈도 아껴쓰는 와중에 이런 짐승들에게 돈을 쓰기는 죽어도 싫다.

­ 퍼어억.

­ 퍼어어억.

­ 퍼어어억.

­ 뻐어억.

타격을 모르고 맞는 것과 알고 맞는 것에 차이는 크다. 맞을 때마다 몸을 뒤로 슬쩍 뺐음에도 여자들의 주먹은 꽤 많이 아팠다.

여서 일곱 대 맞다보니까, 정신이 어지럽다. 자기방어기제로 주먹이 올리가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 뒤져! 남자라고 안 팰줄 알았냐?”

“ 씨발 정신 나간놈.”

이 미친년들은 아까부터 뭐라는 거야. 타격중 한 대를 잘못 맞아서 그런지 귀에서 이명이 들려왔다.

­ 삐이이이!

뺨이 부풀어 오르고 피부가 까졌다. 이쯤이면 되겠지. 대충열 몇 대정도 맞아준 거 같다.

­ 휙.

발길질한번 굴러서 피하고 신발 굽으로 발목을 회축으로 강하게 후려서 여자 한 명의 중심을 무너트렸다.

그다음에는재빠르게 일어서 깔끔하게 길로틴 초크로 두 명 다 마무리.

­ 털썩.

이제야 어느 정도 이성이 돌아왔다. 시야에 보이는 건 콘서트장에라도 온 것처럼 휴대폰을 들고 싸움장면을 촬영하는 사람들이었다.

“ 그만 좀 찍어요. 제발.”

울컥 치밀어 오르는 화를 가까스로 삼킨 이지훈은 핏물을 바닥에 뱉고 터덜터덜 기댈 곳을 찾아갔다.

“ ....더럽게 아프네. 일 가야 되는데.”

여자들한테 맞은데가 욱신욱신 거렸다. 이 정도라면 피멍은 확정인데 그냥 한 대만 맞고 피할걸 그랬다.

상황이 정리되고 10분 정도 지나자, 경찰들이 몰려왔다.

“ 괜찮으세요? 병원 먼저 가보셔야 할 거 같은데.. 근데 혹시 저 사람들은...”

경찰은 놀란 표정으로 이지훈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기절해있는 5인 방을 향해 펼쳤다.

“ ... 제가 그런 거 맞습니다. ”

“ 남자인데.. 대단하시네.. 자 여기요. ”

..?

더럽게 재미없는 농담이네. 그것보다 입안에서 피가 아직도 철철 흐르고 있었다. 입안에서 혈관이 터진 모양.

‘ 얼굴 씹창났네. 병원비랑 알바는 어떡하냐.’

아무리 생각해도 보정으로 감당이 가능한 상처는 아니었다. 병원비도 문제다.

치료를 안하기에는 얼굴에 흉이 질게 물 보듯이 뻔했다. 이지훈은 이때 처음으로 자기 선택을 후회했다.

서울에 꽉 막힌 도로. 경찰차의 내부에서는 그 어떤 대화도 오고 가지 않았다. 귓가에 빌어먹을 이명과 차바퀴가 굴러가는 백색소음만으로 가득 찼다.

이지훈은 그 속에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 빨리 연락이나 하자.’

[ 유현지 사장님.]

(검색결과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 씨발 뭐야.’

**

나는 이후 두 시간 동안 경찰조사를 받았다. 결과는 역시나 예상대로 쌍방폭행. 처음에 내가 엘보우로 조져놓은 남자 놈은 코뼈가 부러져 전치8주의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마음이 심란했다. 그 남자놈이 전치 8주인 것 때문은 절대 아니고.

세상이 미쳐버린 것 같아서였다.

‘ 이게 뭔..’

그러니까 내가 막 경찰서에 내려서 수갑이 채워진 채로 내부로 들어갔을 때.

나는 뭔가 잘못된 것을 느꼈다.

책상을 차지하는 것도 여자였고, 나와 패거리을 조사한 형사조차도 여자였다.

시작은 내가 먼저 했지만 형사는 오히려 내 초크를 맞고 기절한 여자들에게 압박을 가하며 욕설을 퍼 부었다.

­ 여자가 돼서 남자를 두들겨 패? 그것도 5대1 로 ? 니들이 양아치냐?

­ 남자는 가랑이로도 때리지 말라고 안 배웠냐고 어! 어? 대답해 봐.

­ 저 아리따운 남성분이 소심한 성격이었다면 어쩔 거였냐. 지켜줘도 모자랄 판에 성희롱해 그것도 대놓고?

­ 아휴. 답없는 년들.

등등.

이것 말고도 말할 게 많았지만 , 일단 이 문제는 뒤로 미뤄두고.

진술과정에서 먼저 시비 걸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료를 찾았다.

정말 다행히도 내가 성희롱과 욕설을 듣는 과정을 suv차량 블랙박스가 찍혔었다. 블랙박스가 아니었다면, 내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방향으로 흘러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었다. 주변에서 열심히 동영상을 찍던 사람들이 폰을 들어 올린 건 내가 선빵을 친 직후였으니까.

킹갓박스 덕분에 패거리들 중 3명이 모욕죄와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었다.

사실 법 쪽에는 무지한 편이라 잘 모른다, 여형사가 다가와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몰랐겠지.

나는 합의금을 뜯을 수 있다는 말에 눈을 부릅뜨고 설명을 들었고, 결과적으로 3명에게서 합의금 900만원을 뜯어낼 수 있었다.

패드립 한 새끼을 적당히 패줬더니 돈 복사가 됐다. 세상이 미쳐버렸지만 이지훈은 그보다 더 돈에 미친놈이었다.

“ 감사합니다. 민예슬 형사님 덕분에 잘 넘긴 거 같습니다. 다음에 커피한잔이라도 대접 해드리겠습니다.”

900만원을 벌어다 주신 은인분이라 당장에라도 대접해드리고 싶었지만, 입안이 헌지라 커피 마시는 것도 고역이다.

지금 당장에 상황을 정리해볼 필요도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빨리 이지은의 상태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분명 아침에 자고 있는 모습은 보고 왔었는데.

얼른 가서 이 세계가 존나 잘못 됐다고 하소연 하고 싶다. 씨발.

“ 저야 너무좋죠..! 지훈씨가 생각보다 크게 놀라지 않아 다행인 거 같네요. 이건 걸치고 집에 들어가세요.”

“ 하하... 감사합니다 나중에 깨끗이 세탁해서 드리겠습니다...아”

이런 시발 참아야 된다. 솔직히 말하다가 웃음보가 터질 뻔했다.

이 딱밤 한 대 놔주면 울먹이며 이마를 매 만질거 같은 여자가 나를 걱정하며 맨다리를 가리라고 옷을 빌려주는 꼴이라니.

나는 필사적으로 내 다리를 꼬집으며 감정을 고통으로 덮어버리고 간신히 몸을 돌려 경찰서 문을 빠져나갔다.

“ 일단 자료 좀 찾아볼까.”

시선이 쏟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검은 마스크와 후드집업의 모자를 푸욱 눌러쓴 후 길을 걸으며 자료조사를 시작했다.

제일 직관적으로 역전된 세계라는 걸 알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유트브에 쳐도 좋고 네이버에 쳐도 괜찮겠지. 고민하던 이지훈은 유트브에 들어갔다.

‘ 우욱. 이런 개 씨발.’

나름 진지하게 자료를 찾다가 남자가 핫팬츠를 입고 춤추는걸 봐버린 나는 눈을 꾹 감고 영상을 터치 한 뒤 바로 댓글 창으로 화면을 드래그 했다.

ㄴ 와. 코디 누구임? 국민이 바지 개 달라붙어서 팬티 보일까 봐 게속 신경 쓰네; 생각이 없는 건가?

­ 남자 아이돌 영상 와서 코디애기 하는 애들 특. 남자임.

­ ㄹㅇ ㅋㅋ 꼬우면 지들이 코디 하든가. 정작 아이돌들은 별 불만도 없는데 지들이 더 지랄함 ㅋㅋㅋ

­ ㄹㅇ ㅋㅋ만쳐라

­ ㄹㅇ ㅋㅋ

ㄴ 3:12

­ 대협!

­ 강호의 도리 ㄷㄷ;

­ ㅜㅑ오늘은 이거다.

ㄴ ㅋㅋㅋㅋㅋㅋ 댓글 창 변태년들 성상품화 하는 거 불편하다.. 뇌가 자궁에 잡아먹힌 듯 ..

­ 불편해? 불편하면 자세를 고쳐앉아!!

­ 무7련! 무7련!

“ 음.. 다음에 알아볼까?”

이래야 한국 유튜브지. 심란했던 마음이 살짝은 풀어졌다.

다음엔 뭘칠까.

나는 내가 원래 있던 세계에서 내가 즐겨보던 유트브인 제이풀럼을 쳐 보았다.

유명한 곡들이나 팬들의 요청곡을 커버해서 올리는 것이 그녀의 주 컨텐츠였다.

노래를 즐겨듣는 사람으로서 즐겨보던 유튜브였다. 거의 유일하게 구독을 누른 채널이기도 했고.

그런데.

" 없네."

시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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