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실업자-5화 (5/64)

〈 5화 〉 이채린

* * *

방송에 필요한 장비들을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에 들어갔다.

ㅡ 딸깍.

방송용 장비라고 치는 순간, 수많은 마이크들과 캠 컴퓨터처럼 방송에 필요한 장비들이 눈앞에 정렬됐다.

100만원을 훨씬 상회하는 고가의 제품부터, 2만원도 하지 않는 저렴한 장비들까지. 이지훈은 천천히 눈동자를 굴리며 제품들을 구경했다.

굳이 고가의 제품을 사지는 않더라도 가성비 좋은 중저가 제품정도는 살 생각이었다.

‘ 이왕 할거면 제대로 해야지.’

나는 아까 미리 적어놓은 메모장을 화면에 띄웠다. 유튜브나 , 블로그, 개인방송 bj들이 쓰는 장비들을 가격대로 조사해놓은 리스트들이었다.

그 리스트들을 한 번 확인한 후, 거침없이 손가락을 놀려 마이크와 캠을 구매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호평을 남긴 제품인지라 고민은 없었다.

진짜로 원하는 걸 한다는 생각에 아주 조금은 설레인다.

내가 방송을 하기로 결정한 곳은 트위즈 tv. 파프리카 tv도 고려했지만,

파프리카 tv에서 성공하는 bj들은 대부분은 일명 보라. 보이는 라디오를 주 컨텐츠로 삼는 bj들이었다.

내가 주로 삼으려는 컨텐츠는 레오리와 소소한 소통방송.

실력이 어정쩡한 내가, 그 곳에서 방송하기에는 레오리방송을 하기에는 너무 짱짱한 챌린저 bj들이 많았고, 컨텐츠를 제작할 자신도 없었다.

이지훈이라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 평범하게 친구가 없는 k 다이아다.

그래도 경쟁력은 있을 것이다.

이 세계에서 게임과 인터넷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당연하게도 대부분 여자다.

레오리 다이아.

상위1퍼센트인지라 티어가 높아 보이지만, 우습게도 방송하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높은 티어가 아니다.

당장 방송만 키면 챌린저 미드 정글 원딜이 수두룩 뺵빽한 와중에 다이아가 눈에 찰리는 없지. 이해는 한다.

여기서 이지훈이 파고들 점은 ‘ 남자’ 인데 다이아라는 점이었다.

물론 그걸 뒷받침 해줄 입담이 필요하겠지만. 시작은 비교적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남자들의 이상형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 잘하고 남자관계 깔끔한 여자가 이 세계로 따지면 바로 이지훈이었다.

**

[ 어제자 중랑구 길거리 싸움 남자 존나 쌤 ㄷㄷ ]

ㄴ 와.. 오빠 나 주거...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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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죽는다고..

­ 진짜 뒤질 듯 ㅋㅋㅋ

ㄴ 격투기 프로선수아님? 파워 ㅈ대는데?

­ 프로를 어따 비벼. ㅋㅋ 붙으면 개 쳐발리지.

­ wls

­ 그냥 코런갑다 하고 넘겨 ㅅㅂ 방구석 프로복서 납셨노.

ㄴ 존나 잘생겼다... 저 오빠이름 뭐임?

­ ㅇㄷ

­ ㅇㄷ

ㄴ 저 정도면 일부러 맞아 주신거 아니냐.. 조금 맞다가 바로 일어나서 다 제압해버리는데?

ㄴ 씹년들 싸가지 존나 없네.. 보자마자 패드립 박아버리네.

­ 자적자 오지노 ㅋㅋ 끼리끼리 사귀는 듯.

ㄴ 팔에 문신 개 쎄끈하다. ㅆㅂ...

­ ㄹㅇ...

ㄴ 사람 선빵을 날려버리노 ㅅㅂ놈이. 개념 없노.

­ 우리 형냐는 패드립 먹어도 가만히 있으셈! ㅎㅎ.

여느 때처럼 퇴근 후 침대에 몸을 뉘이고 있던 이채린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올랐다.

“ 이, 이거 손님 아냐..?”

영상 속에 손님은 순식간에 5명을 제압한 후,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핏물을 뱉고 영상 속에서 사라졌다.

다른 남자가 그랬다면, 주작영상이라고 손가락을 놀려댔겠지만 손님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오묘했다.

“ 어, 엄청 세시네..”

이채린은 괜히 허공에 주먹을 휙휙 날려보았다. 어떻게 남자가 저렇게 센 걸까. 의문이 들다가 문득 그날 보았던 탄탄한 가슴이 다시 떠올랐다.

이채린은 괜스레 부끄러운 마음에 배개를 주먹으로 콩콩치며 이불에 얼굴을 묻었다.

**

이지훈이 방송을 시작했다고 일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일을 안하는 시간이 늘어버린 만큼 고통 받는 것은 이지은이었다.

“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지은아. 얼른 움직여라”

“ 죽,죽여줘...”

“달려! 조금만 더 가면 돼.”

“ 아까부터 그랫잖아 ! 헤엑..”

이지은의 다리가 우뚝 멈추며 몸이 흐물거리며 녹아버렸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는 것 보니 한계가 찾아온 모양.

“ 오케이 여기서 진짜 끝.”

이지훈은 가볍게 땀을 닦으며 말했다.

더 이상은 무리다. 운동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체력증진과 건강이기 떄문에 타이밍을 잘 조절해야한다.

오버페이스로 운동했다가는 안한 것만도 못할 수 있으니.

“ 나는 친구 만나고 올께에..”

집에 도착한 뒤 ,이지은은 영혼이 빠진 목소리로 말하고선 샤워를 하러 화장실로 향했다. 이지훈도 나름대로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드디어 주문시킨 방송장비가 오는 날이었다.

“ 편의점이나 들렸다 와야겠네.”

이지훈은 텅 비어버린 담배 꽉을 쓰레기통에 골인 시켜버린 뒤 편의점으로 걸음을 옮겼다.

“ 안녕하세요!!”

저번에 봤던 편순이가 해맑게 인사했다. 이지훈도 이제는 대충 안절부절 했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 네.. 저번엔 진짜로 죄송합니다..!”

편순이가 90도로 몸을 꺽어 폴더인사를 했다.

내 가슴 한번 본 것 가지고 저렇게 미안해 할 필요는 없는데. 저렇게 사과하니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할 지경이었다.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젓고는 저번과 같이 똑같은 담배를 가르키며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정말 괜찮아요. 담배는 레종 블루로 한 갑 주세요.”

“ 네..!! 근데 혹시.. 신분증 좀 한번만 보여주세요! 사실 저번에도 했어야 했는데..”

이채린은 저번에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듯이 담배를 후다닥 건내며 말했다.

“ 네 잠시만요.”

나는 신분증을 보여주며 체크카드를 아이씨칩을 단말기에넣었다. 그리고선 헤실헤실 미소를 흘리며 계산을 하고 있는 이채린을 물끄럼이 바라보았다.

‘ 예쁘네.’

전체적으로 귀여운 인상이다.

순진무구한 표정과 해맑은 성격이 사람을 기분을 좋게 했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굴곡진 몸매와 쉴 틈 없이 우물거리는 연분홍색 입술을 보고 있자니 야릇한 상상이 들기 시작했다.

청순한 외모에 뽀얀 다리가 들어나는 하의실종 패션은 진짜 남자인 이지훈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 시팔 무슨 생각을 한거야. 쌓였나. ’

집가서 딸이나 쳐야겠네.

“ 저, 저기.. 카드가 인식이 안돼서 그런데.. 혹시 다른 카드 있으세요?”

이채린은 속으로 깊은 탄식을 내 질렀다. 어째 만날 때 마다 이 모양이란 말인가.

나를 모질이로 볼게 분명했다.

물론 카드고장은 내 탓이 아니라곤 해도, 꼭 이 손님 앞에서는 실수가 잦은 어벙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속이 상했다.

‘ 번호 물어보고 싶은데..’

오늘도 글렀다. 이렇게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여주고 무슨. 한창 자신을 자책하던 중 손님이 입을 열었다.

“ 죄송한데.. 혹시 대신 계산 해주시면 집가서 계좌로 보내드릴 수 있는데 안 될까요? 집까지의 거리가 꽤 있는지라..”

이지훈은 머쓱한 듯머리를긁으며 어색한 미소를 띄웠다.

“ 당연히 해드려야죠..!.”

입에서 나온 차분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손은 혹시 기회를 놓칠세라 빠르게 메모지를 찾았다.

그리고선 번호와 이름을 적어 건낸다.

“ 여기요.. 저번에 사과 대신이니까 돈은 안 보내셔도..돼요 헤헤..”

“ 음.. 그래도 그건 좀 그러니까 같이 밥이나 커피 한번 같이 먹는 걸로 해요.”

이지훈은 번호와 이름이 적힌 메모장을 힐끔 보고 말을 이었다.

“ 그러니까.. 채린씨 먹고 싶을 때요. 아 제 이름은 이지훈입니다.”

꿈인가? 손님은 새로운 메모장을 꺼내 자신의 번호를 적고 내게 넘겼다. 예쁘게 휘어진 그의 눈꼬리는 사람을 홀리는 여우와도 같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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