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 유지영(3)
* * *
" 이게 뭐야."
트위지 방송을 키기전에 발견한, 의문의 쪽지 한통.
이지훈은 쪽지를 보며 두 눈을 끔벅거렸다.
[ 안녕하세요 트위지 tv에서 방송하는 유지영이라고 합니다.]
굉장히 깍듯한 제목의 쪽지는그에게 신뢰를 줌과 동시에 의문을품게 만들었다.
고작 방송을 시작한 지 2주된 스트리머에게 다른 스트리머가 연락을 할 이유가 있나?
이지훈은눈을 가늘게 뜨고,쪽지를 클릭해 장문의 내용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ㅡ 안녕하세요. 이지훈 스트리머님.
트위지tv에서 방송하는 유지영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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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 xxxx 1234
dbwldud0524@ naver.com
멸망전 참가 의사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쪽지를 읽으면 의문이 풀릴 줄 알았는데 풀리기는커녕 의문이 더욱 중첩됐다.
혹시 사칭일까 싶어서 방송국을 들어가보니 트위지tv 팔로워수가 무려 20만, 유튜브 구독자수는 무려 46만이었다.
이런 대기업이 나한테 무슨 볼일 일까.
' 레오리 멸망전 생각도 안해봤는데.'
고작 평균시청자 50명 남짓한 스트리머를 껴주다니?
이해가 안 가는 것들 투성이었지만 고민은 짦았다.
하자.
이런 기회를 놓칠 정도로 이지훈은 멍청하지 않았다. 빨대를 대주겠다는데 거절할이유는 없다.
" 내가 뭐가 있다고."
솔직히 고민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었다.
마음을 굳힌 이지훈은 쪽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전화기에 울리는 가느다란 여자의 목소리. 아직 잠이 덜 깻는지 약간은 잠겨있는 목소리였다.
" 유지영씨.?"
" 네. 유지영 맞습니다. 누구십니까..?"
" 이지훈이라고 합니다.문자주셔서 연락드렸습니다."
" 조, 조금 늦게보셨네요? 자리남겨 놓느라애썻는데.."
유지영은 기쁜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애썻다. 3일 동안 연락이 안 오길래 내심 자존심이 상하며 서운하려고 하던 찰나였다.
이지훈은 유지영이라는 사람의 존재를 모르겠지만, 유지영은 이미 방송을 통해서 내적 친밀감을 형성한 상태였기에.
" 아. 네 죄송합니다. 조금 늦게봤네요."
내가 쪽지함을 확인한 것은 쪽지가 온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쪽지함에는 워낙 이상한 사람들이 쓴 글들이 많아서 확인 하지 않고 쌓아 놓는 편이었다.
" 그럼 참가하시는 거죠..?"
" 아, 네."
" 혹시. 멸망전 기간 동안 합방도 꽤 자주 하게 될 텐데. 그 부분도 확실히 인지 하신 건가요..?"
" 네. 인지했습니다."
알다마다 바로 내일 합방일정이 잡혀있는 게 의아하긴 했다.
" 그럼 이 번호로 단톡방 초대드리겠습니다. 궁금한 건 나중에 톡방에서 물어봐주세요."
이지훈은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한 후 전화를 끊었다.
' 흠. 스크림연습은 어떻게 한다.'
일단 좋은 기회였기에 무작정 한다고 고개를 끄덕이긴 했다만. 스크림일정이 문제였다.
스크림의 시작은 대부분 저녁8시가 넘어야 시작하는데.
스트리머들의 대부분은 밤낮이 바뀐 채로 생활을 하므로, 내 방송패턴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물론 이건 내가 고쳐야 할 점이고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문제 두 번째. 사실 이게 큰 문제다.
이지은이 학교를 끝내고 들어오는 시간은 대략 5시쯤이다.
그 말은 5시 이후부터는 집에서 방송하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집에 방음이안 돼서 저녁방송이 힘들기도하고.
집에서 공부하는 애를 두고 방송을 하진 않을 거다.
내 마음속 우선순위에 이지은의 공부는 언제나 1순위였다. 적어도 이지은이 자기 꿈인 수의사가 될 때 까지는 우선순위의 변함은 없을 것이다.
' 진짜 피시방이라도 가야 되나.'
이지훈은 표정을 찌푸리며담배 연기를 폐부 깊숙이 밀어 넣었다.
**
루톡!
유지영 [ .]
권아람 [ 안녕하세요!!!]
권아름 [ 안녕하세요~~]
최지현 [ 반가워요.]
메시지 창만으로 성격이 어느 정도보이는 건 가는 건 내 착각이겠지.
권아름 최지현 권아람 모두 이름이 나 있는 스트리머들이었다. 최소 구독자10만은 넘는 유투버로써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사람들.
나 [ 안녕하세요. 이지훈이라고 합니다.내일 합방 잘 부탁드립니다.]
권아람 [ 네!! 그때 봐요. 레오리 연습도 많이 하고!!]
**
" 휴.. 다행이다."
유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가장 큰 문제였던 이지훈의 참가여부가 결정이 났다.
이제 남은 건 온전히 내 책임..
성난민심을 달래고, 사죄의 그랜절을 박는것뿐이었다.
유지영은 쏟아질 악플에 대비해 마음을 굳게 먹었다. 2주 동안 아무 공지도 없이 멋대로 방송을 쉬었으니, 욕을 먹을수밖에 없었다.
피할수 없으면 즐겨라.
이미 시청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 놓을 벌칙은 준비해 놓았다.
72시간 노방종.
잠을 자는것조차 방송을 키고 해야된다는 악명높은 벌칙이었다.
유지영은 레오리 말고는 딱히 컨텐츠가 없으므로 더욱더 정신적인 피로가 심했다.
법만 먹고 큐만 돌려야 하는 공장.
그래도 한다. 힘든 노방종을 잘 넘기기 위해 날먹컨텐츠를 나름대로 준비 했다.
표정을 자연스럽게 지으며 촥촥 소리나게 뺨을 몇 번 두드린 후 방송을 시작했다.
1000명 2000명 3000명 5000명
[ 죄송합니다.]
ㄴ 지구가 자전하기 시작했다.
ㄴ잘못은읍읍이했는데 자숙은 왜 니가하노 ㅅ발련아.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어이 유씨!!!!!!!! 기다렸다고!!!!!!
ㄴ 이게 사랑일까요.. 선생님..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옵니다.
ㄴ 유지영 무친련 무친련 무친련!!
ㄴ 나
ㄴ 락
ㄴ 락
ㄴ 극
ㄴ 락
ㄴ 나
ㄴ 락
ㄴ 자
ㄴ 보
ㄴ 지
ㄴ 지
ㄴ 자
ㄴ 꽉 잡아내려간다!!
[ 유지영 방송켜님이 10000원 후원.]
쌍년아 뭐 하냐?
' 이런 시발..'
유지영은 머리가 띵해지는 걸 느끼며 이마를 짚었다.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채팅은 이미 대륙의 중계방수준까지 내려앉았고 끝도 없는 도배가 시작되었다.
채팅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눈한번 깜빡이면 새로운 채팅들이 다시 위로 넘어가고 있었다.
" 멈춰!! 애들아 화난 거아는데..내 말 좀들어봐."
스트리머가 채팅창을 얼렸습니다.
ㅡ 딸깍.
ㄴ ㅈ 까 ㅆ발련아!!!!!
ㄴ 미쳤냐고 유지영!!!!!!!
ㄴ 방송안 켜고 유트브 안 올릴 거면 편집자가 롤 하는 영상이라도 올리라고 ㄹㅇ ㅋㅋ;
ㄴ 나
ㄴ 락
ㄴ 두지 코인 씹 다 꼴았다.
ㄴ 누나 오늘 방송도 화이팅!! 너무 예뻐요!!!!!
오우야 전혀 진정이 안 됐구나.
딸깍.
" 워워. 이러면 나 곤란해. 2주 만에 방송켜서 열심히 해 보려고 하는데? 다시 방송끈다?"
딸깍
ㄴ ㅆ발련이 진짜!!!!
ㄴ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미친년이네 이거.
ㄴ 아 어차피 코인으로 벌만큼 벌었다고 ㅋㅋㅋㅋㅋㅋ
ㄴ 징그럽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딸깍.
" 라고 할 뻔. 지금부터 사죄의72시간 노방종 시작임"
딸깍.
ㄴ 믿고 있었다고!!!!!!!
ㄴ ㅜㅑ 오늘시험공부 뒤졌다.
ㄴ ' 학원 쉬는 시간 후회없는 선택'
ㄴ 노방종이면 바로 우디르시전해줘야지 ㅋㅋ
ㄴ 극
ㄴ 락
ㄴ 극
ㄴ 락
우수수수.
다시 빛보다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보며 유지영은 안도의한숨을 내쉬었다.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들.
이 기세를 몰아가기 위해 쉴 틈 없이 입을 열었다.
" 하,님들 그것뿐만이아니야 이미 멸망전 멤버도 다 정해왔다니까 내가?"
유지영은 의기양양하게 주먹으로 가슴을 툭툭 두들겼다.
ㄴ 표정 꼴받네. ㅅㅂ;
ㄴ 입꼬리내려라
ㄴ 트최정이 부르는데 누가 거절함 ㅅㅂ ㅋㅋㅋ 섭외하는데 2일도 안 걸릴 듯
ㄴ 어우 저 표정 박살 내고 싶네 진짜'
ㄴ 이번 멸망전 상금5000만원이라는데 이 정도면 거의 정규 대회급인데 ㅋㅋㅋㅋ 기대된다 .그래서 멤버는?
" 멤버는 권자매와 최지현 그리고 이지훈씨입니다."
ㄴ 오우 ㅋㅋㅋㅋㅋ멤버 개짱짱하네
ㄴ 웃음후보 우승후보 둘 다 노리는 거냐?
ㅋㅋㅋㅋ전에 팀 잘못짰다가 지영이 광탈했자너 ㅋㅋㅋ 국밥팀 든든했지.
최지현 원딜 존나 잘하잖아 ㅋㅋㅋ 이번에 ad캐리 나올 듯?
ㄴ 근데 이지훈이 누구냐 ? 처음 들어 보는데.
ㄹㅇ 난 이 일하면서 이지훈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적이 없는데? 이거 좀 논란이 있겠는데.
니 직업이 뭔데.
백수.
ㅋㅋ 보증 확실하네.
ㄴ 그래서 이지훈이 뭔데 씹덕아.
" 방송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남자스트리머 분이신데. 다이아1에서 마스터 왔다 갔다 하십니다."
ㄴ 오
ㄴ 오
ㄴ 근데 굳이 하꼬를 왜넣음?
ㄴ 다른 스트리머들도 많지 않나?
ㄴ 모 유투버 거대스폰서 논란 ....
ㄴ 아침방송에서 본 것 같기도하고.. 혹시 소통방송하고 레오리방송 같이 하시는분 맞음? 그 사람 지루해서 못보겠던데.
그게 매력인데 니가 뭘알아. 순간 울컥하고 화가 치밀어오른그녀였지만 이내 방송이라는 것을 깨닫고표정 관리했다.
긍정60 부정40
어느 정도 예상한 바다.
시청자들은 항상 멤버가 비슷비슷 하다고 투덜대지만 그들은 언제나 익숙한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음식점에 가서 신메뉴를 봐도시켜볼까라는 생각만 할 뿐, 결국에는 익숙한 메뉴를 시키는 것과도 같았다.
그들이 말하는 새로운 사람이란,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재미가 있는 스트리머을 말하는 것이었다.
물론 유지영에게는 시청자들의 민심을 사로잡을 만한 말빨이 있었다.
" 어허. 비난과 갈고리수집 자제해라 이 무지몽매한 것들아. 남자인데 미드로 마스터찍으신 분이 어디 흔하냐? 게임 잘하는 오빠 이건 천연기념물인데. "
ㄴ ㄷㄷ. 역시 서초구 원탑 빗치;
ㄴ 겜잘하고 목소리 좋은 오빠 헤으응..
ㄴ 같이 피시방가서 레오리 캐리해주는미소년오빠? 이거 못막습니다.
매도해줘! 매도해줘 !
ㄴ ㄹㅇ 미드로 마스터찍음 ?ㅋㅋㅋㅋㅋㅋㅋ 이건 귀하네요...
ㄴ ㅋㅋㅋㅋ아 난 뒤에서 힐만주는 훈지 인 줄 알았지 ㄹㅇ ㅋㅋ
황족은 야정이지. ㅋㅋㄹ
ㄴ 계엄령 피해!!!!!!
[ 유빡이 극혐님이 1000원 후원.]
동정 폭격기 유지영다 죽었노 ㅋㅋ. '남자'하나에 목을 매다니..
"아 뭔 개소리야!! 너 나가. "
[ 유빡이극혐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ㄴ 유로벤 ㅋㅋㅋㅋ
ㄴ 앗..아 열사님..
ㄴ 열사님 컷...
ㄴ 뒤는 우리에게 맡겨라.
" 어쨌든 내일 아람이랑 지훈님 오셔서 마스터 승격전하고 먹방 하기로 했으니까 채널 고정해."
그렇게 길고도 험난한 72시간 노방종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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