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이게 무슨 일이야? (2)
* * *
" 시발 뭐 이렇게 넒냐."
전에 이지은이 급식실이 교실에서 10분이나 걸린다고 말한건 과장이 아니었나보다.
언덕길을 오르고 나서 10분 후에야 겨우 교무실에 도착했다.
ㅡ 똑 똑.
" 실례합니다. "
" 아! 보호자분 "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서글서글하게 생긴 남자 선생이 후다닥 달려나와 내 손을 붙잡는다.
나도 손을 맞잡고 인사를 건냈지만 눈으로는일찌감치 이지은을 찾고 있었다.
" 지은이는 어딨나요?"
" 앗 잠시만 저 방에서 기다리시면 불러오겠습니다! 어떻게 차라도 한잔.."
" 제가 떠 마시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선생은 착잡한 표정으로 교무실 문을 나갔다. 분명 내 앞에서는 웃고 있었지만 썩어들어간 표정이 눈에 보인다.
정수기에서 물을 한 잔 떠서 마신 후 선생이 가르킨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방안에는꽤 기다란 책상이 펼쳐저 있고 과자나 젤리 같은 간식이 있었다.
아무래도 여기가 상담실 비스무리한 용도로 쓰이는 모양.
대충 옆에 있는 의자를 빼 앉아 미간을 짚었다.
피곤하다.
" 애들아 빨리좀 가자.. 보호자분 기다리셔."
" 아 제가 왜 저 년이랑 가야 되는데요. 쌤 엄마한테 전화했어요?"
" 당연하지 그럼 전화를 안하니?"
" 에이씨 엄마가 또 개지랄하겠네 .. 할거면 아빠한테 연락하라니까."
" 킥킥. 허미래 미친년 지 부모님한테 말하는 꼬라지봐라."
" 애들아.. 조용히 좀 하고."
피곤해서 팔짱을 끼고 눈을 지긋이 감고있었는데, 교무실 문 밖에서 굉장히 싸가지 없는 말투가 들려왔다.
듣는 것 만으로도 속에서 열불이 치미는 말투.
ㅡ 덜컥!
곧이어 문이 열리고 코를 붕대로 칭칭 감싸고 있는 돼지 한명과, 굉장히 건들대는 멀대 두명이 서 있었다.
팔에는 도깨비와 잉어 라인만 따 놓은 개 똥 타투가 보인다.
너희구나. 얼굴표정에반성의 기미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 끼리 속닥대며 웃거나,간혹 욕설을 내 뱉을뿐.
그 뒤로는 고개를 푹 숙인 이지은이 들어왔다.
눈이 마주치니 바로 고개를 숙여 버리는 이지은의 얼굴에는 작은 생채기와 보라색 멍이 살짝 들어있었다.
' 씨발년들이. 미쳤나.'
나도 살면서 한번도 때려본적 없는 동생을 니들이 때려? 딱 상황을 보니 양아치들 한테 다구리를 맞은 상황이었다.
" 오!? 이지훈이다!"
" 와. 존나 잘생겼네 .."
" 사진 고고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 밖에 안 나왔다. 진짜 갈 때까지 간 새끼들이구나.
" 너희 미쳤니!? 빨리 자리에 앉아!"
" 늬예~"
건들거리며 휴대폰을 집어 넣고 굳이 내 정면으로 착석하는 3명의 양아치들. 3명의 짜 맟추기라도 한 듯 다리를 떨자 책상에 덜덜 떨린다.
다리몽뎅이를 당장이라도 분질러버리고 싶었다.
" 하아.. 이지은 이리와."
" ...응"
내가 진한 한숨을 내 쉬며 부르자 쭈뼛거리면서도 내 옆으로 다가오는 이지은.
나는 아무 말 없이 의자를 빼주고 말을 이었다.
" 더 다친덴 없어?"
" ..응"
아닌거 같은데. 올 때 부터 옆구리와 갈비뼈 부분이 불편한지 걸음걸이도 이상했다.
내 말이 정답이었는지, 이지은은검지와 손바닥으로 갈비뼈 부근을 꾸욱 누르자 표정을 구기며 옅은 신음을 내뱉었다.
" 으윽. 아, 아파.."
" 오오 서윗해 ~ "
" 와 근데 화면보정 빨 하나도 없는거 실화냐 ? 실물이 더 잘생긴 것 같은데?"
" 말투 존나 레즈같네. 킥킥.."
" 정예슬!! 너 진짜.."
참자. 여기서 감정적으로 변해봐야 좋을게 없다.
나는시선조차 주지 않고이지은의 상태를 살폈다. 이 새끼들 부모님들은 도대체 언제 오는거지.
남선생에게 애네 좀 어떻게 해보라는 의미에 눈빛을 보내봐도 소용이 없었다.
만만한 선생의 말은 들은채도 안하는 아주 역겨운 부류인 것 같으니.
이런 부류는 말로 해봐야 못 알아듣는다. 선생보다는 경찰이 무섭고 경찰보다는 자기 학년의 선배들이 무서운거다.
본인들도 알고 있겠지 학교라는 울타리가 자신들을 지켜주고 있다는걸.
" 저 부모님들 오시면 전화주세요. 잠시 나가 있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지은이가 어꺠를잔뜩 말고 고개를 숙였다. 마음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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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저 개새끼들을 어떻게 조져야 할까. 일단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물었다.
" 재내가 뭐라하면서 시비걸디?"
" 그.. 오빠 소개좀 시켜달라면서...시비걸던데.."
" 그래? 용케 한놈 조져놨던데. 머리라도 박았어?"
끄덕.
" 잘했어."
분위기를 풀고자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후의 대답은 듣지 않아도 됐다. 일이 어떻게 일이돌아간건지는 안봐도 비디오다.
머리 박치기로 코피를 터트리고 나서부터는,정신이 멍해져서 아무것도 못하고 맞고만 있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지은은 싸움의 ㅅ자도 모르는 모범생이니까.
지금도 봐라 잔뜩 쫄아있는거. 그리고 난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담배를 피며 가만히 생각했다.
그리고, 과연퇴학 강제전학이런것들로 다시 이런일이 일어나는 것을방지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품었다.
일단 그 놈들이 워낙 저질러 놓은게 많다보니 등교정지 정도는 확정이라고 듣긴 했다.
잘하면 강제전학과 퇴학까지도 시킬 수 있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고 난다면?
더욱이 앙심을 품고 보복을 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막 사는 놈들이니 딱히 징계같은 것을 신경 안쓸 수도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은 선생들 앞에서만 조심하는 일차원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 아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다.
아에 이지은의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밞아놔야 내 속이 시원할 것 같다.
' 역시 미친년들한테는 매가 약이지.'
꽤 괜찮은 방법이 떠오른것 같다. 일단 그건 나중으로 미뤄두고 이지은부터 달래주기로 했다.
" 야 이지은 어깨좀 피고."
끄덕.
"개네가 너보다 얼굴 잘났어?"
아니겠지 시발 목이랑 얼굴색이 다르던데.
" 재네 너보다 공부잘해?"
이지은은 전교 1등이다.
" 게다가..싸움도 너가 이긴거지 다구리 까는건 반칙이야. "
내가 완전한 팩트로 자신감을 심어주자,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입가의 살짝 미소가 걸렸다.
어꺠를 두어번 두들긴 후 다시 교무실로 향했다.
드디어 전화가 왔기 떄문. 망할년들의 부모님들이 오신 모양이다.
ㅡ 덜컥.
문을 열고 다시 돌아온 나는 굉장히 당황했다.
허미래, 정예슬, 오민서의 부모님이 단 한명도 이 자리에 오지 않았다.
나는 어쩔줄 몰라하는 남선생을 보며 말을 이었다.
처음엔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해야되지 싶었지만, 잘만 이용한다면 오히려 상황이 내가 원하는 쪽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떄문이다.
" 저 잠깐 학생들이랑 애기좀 해도 되겠습니까. 지은이 너도 나가있어."
" 아.. 네."
담임과 이지은은 우물쭈물 댔지만 내가 단호하게 표정을 굳히자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방을 나갔다.
담임이 상담실의 방문을 나가고.
나는 휴대폰을 이용해 녹음기를 키고, 자리에 앉아 돼지를 보며 말했다
" 부모님은 안오시니."
" 이 오빠 당황한 거 봐 귀엽네. 어차피 담임 번호랑 학교번호 수신차단 눌러놔서 전화 안 갈껄요?
그냥 나중에 편하게 저희 엄마가 주는 돈이나 받아요.
아.. 허미래는 가려나?"
집 구석에 돈이 좀있는 모양이다. 지금까지 전부 이런식으로 일을 해결한건가? 만족할 떄까지 돈을 쥐어주면서?
" 안 받아. 너희 진짜 내가 보고 싶어서 지은이를 떄린거야 진심으로?"
"에이~ 그건 아니죠. 저흰 친절하게 '말'을 걸었는데 지은이가 구라를 쳐서 그런거죠?"
이번엔 오민서 대신 허미래가 나서서 말을 가로챘다. 나는 이 녀석들을 상식의 범주안에 두지 않기로 했다.
아무래도 보통 사람들과는 생각하는 사고가 많이 다른것 같았기 떄문이다.
" 하하.. 그래 그래서 나 만났는데 뭐 할말은 없어?"
" 오빠 존나 꼴리는데 저랑 사겨요. 라고 할뻔~ 당연히 미안하죠."
" 센스 오졌다 ㅋㅋㅋㅋ"
. 오민서는 사과의 말을 건내기는 커녕, 비아냥 대며 웃었다.
그에 나도 썩은미소를 지으며 돌려줬다.
" 너 존나 못생겨서 냄새날거 같은데? 라고 할뻔."
" 하하하 존나 재밌다 그치? 씨발년아. 라고 할뻔 씨발년아."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옆에 있던 허미래와 정예슬은 입으로 가져가던 간식을 내려 놓았고, 직접적으로 욕을 들은 오민서의 얼굴은 붉은 사과처럼 달아올랐다.
" 하하.. 존나 어이가 없는 오빠네 이거? 이거 방송에서 말 해도 돼요?"
허미래가 눈에서 불을 뿜으며 말했다.
" 누가 먼저 시작했는데 지랄이야 지랄은 병신들이.뭘 꼬라봐. 더 해줄까?"
곧이어3명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내 앞에 선다.
" 맞아야 정신을 차릴라나~"
ㅡ 퍼억.
오민서가 내 가슴팍을 강하게 밀쳤고, 나는 뒤로 자빠졌다.
오히려 좋았다. 이제 나도 마음 편히 조질 수 있을 것 같다.
차가운 돌바닥을 짚으며 천천히 일어난 후 , 먼지가 잔뜩 묻은 중지를 펼쳐 오민서의 미간을 문대고 손가락에 힘을 주어 밀었다.
ㅡ 툭. 소리를 내며 뒤로 갔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는 대두의 미간 부위에는 검은 점이 우스꽝스럽게 새겨졌다.
나는 그것을 구경하며 누구보다 해맑게 웃었다.
" 여기서 이러지말고 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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