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실업자-18화 (18/64)

〈 18화 〉 데이트?

* * *

" 야 이채린 이 분이 너가 말한 사람이라고?"

추하나의 물음에 이채린은 쓰고 있던 후드티의 모자를 벗으며 고개를 돌렸다.

" 응. 맞아.."

" 존나 예쁘시네?."

추하나는약간의 불신의 눈빛을 흘려보내며,예쁨과 잘생김이 공존하는 이지훈의 얼굴을 보며 감탄을 흘렸다.

이런 사람이 채린이와 번호교환을 했다라.

추하나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현실을 수긍하며 알트 탭을 눌러 이지훈의 영상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아직 레오리 큐가 잡히려면 멀었으니 그 동안 이 재밌는 얼굴이나 감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영상을 시청하기 시작한지 5분.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던 추하나가 입을 열었다.

" 채린아."

" 왜?"

" 영상이 조금 재미없다..?"

프로 유트브 시청자로써 내린 냉정한 평가였다.

정확하게는 재미가 없다기 보다는 너무나도 긴 영상 길이에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영상은 2시간이 넘는 길이였다.

레오리의 로딩시간은 물론 미니언들이 생성되는 시간까지 전부다 담겨있는 풀영상.

물론 이지훈이라는 스트리머 자체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좋겠지만 추하나는 그런 부류가 아니었다.

이건 그러니까.. 다시보기 채널에 가깝다.

" 그래? 난 재밌던데..?"

" 음.."

콩깍지가 제대로 씌워졌구나 하긴.

이채린은 정말로 이게 왜 재미가 없냐고 묻는듯한 눈빛으로 하나를 쳐다본다.

더 말해봐야 자신의 입만 아플거라 생각한 추하나는 더는 말하지 않고 상품주문을 눌러 라면세트 하나를 시켰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라면+만두+콜라가 나온다.

" 아 감사합니다.."

" 맛있게 드세요~"

추하나는 키보드를 안쪽으로 밀어 넣은 후 빈공간을 확보하고 알바생에게 돈을 건넸다.

" 아 추하나! 집중하라고오~"

알바생이 지나가자 이채린은 기다렸다는 듯이 추하나를 쏘아 붙였다.

무려 골드4를 가는 승격전이었는데 패배했다.

1승 2패.

라면을 먹고 있는 추하나 때문에 진 기분이 들었다.

그게 물론 추하나의 잘못은 아니지만 괜히 부캐라고 열심히 안하는거 같이 보여서 아니꼬왔다.

ㅡ 후루룹.

" 아 채린이 점수 달다~ "

패배 화면을 올려놓고 라면을 먹으니까 꿀떡꿀떡 잘 넘어가는 기분이다.

추하나는 이채린의 표정을 반찬삼아 단무지에 면을 감싸 입에 넣었다.

" 야이씨! 너랑 안해 솔랭 돌린다."

이채린은 다시 후드를 뒤집어 쓰더니 비장한 표정으로 큐를 잡기 시작한다.

물론 시선은 이지훈의 유트브로 고정되어 있었지만.

저럴 거면 연락이라도 한번 때려보던가.

" 그렇게 좋으면 연락이라도 해봐 찐따야."

" 그게 쉽냐? 나중에 밥 한번 사준다는게 예의상 하는 말일 수도 있잖아."

" 나 같으면 눈 한번 딱 감고 연락했다. 그러니까 니가 모쏠인거야.. 용기있는 자가 미남을 얻는 법이지. "

이채린은 무어라 말하고 싶었지만 실제로 추하나는 연애경험이 풍부했다.

지금 남자친구 분까지 예쁘게 생긴편이니 반박 할 건수가 없었다.

완벽한 팩트에 말문이 턱 막힌다. 나쁜 년.

" ... 닥쳐."

추하나는 히죽 웃으며 이채린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 그렇게 이지훈 이지훈 노래만 부르지말고 편집자라도 지원해보던가. 너 그런거 잘하잖아."

이채린은 영상미디어학과 전공자로써 영상 다루는 것을 잘했다.

그 전부터 꾸준히 해온 짬도 있어서 군대좀 다녀왔다고 실력이 녹슬 것 같진 않아 보였다.

마침 휴학도 때렸겠다 시간은 차고 넘치는 녀석 아니던가?

'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긴 한데.'

우리는 흔한 카페알바와 편의점 알바생들이었다.

아무 대답이 들려오지 않아 이채린의 표정을 보니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것 같은데?

" 이걸 진지하게 고민하네."

" .. 조용히 해."

이채린은 실제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지훈은 캠방(원래는 토크방송)과레오리 방송을 하지 않던가.

이채린은 자신이 레오리를 무지하게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영혼만은 챌린저.

이론 챌린저.

' 내가 못 올라가는건 팀운이 안 좋아서이니까..'

이왕 편집자를 구하는데 레오리의 대해 잘 아는 사람이면 가산점이 붙지 않을까?

알바도 경력직을 뽑는것 처럼 말이다.

' 그리고 잘하면..'

이채린은 침을 꼴딱 삼키며 홀린 듯 메일함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동안 만들어뒀던 영상들중 잘 뽑힌것들을 몇 개 골라 첨부파일에 넣었다.

" 야야 채린아 그냥 전화 다이렉트로 때리라고!"

" 어떻게 그래..!"

" 아니 이거 보라니까?"

[ 여러분들 편집자 구인공고 메일에 장난 메일좀 보내지마세요 제발 ㅡㅡ. 한번 더 하면 찾아갑니다.

. 님들 이 유트브 재미없다면서요.]

ㄴ ' 오히려 좋아'

ㄴ ' 업계 포상입니다만?'

ㅡ 이 댓글만 하트 안달아 준거 보소 ㅋㅋㅋㅋ

추하나가 과장된 몸짓으로 이채린의 등짝을 우악스럽게 쳐댔다.

" 여기서 이제 눈 딱감고 연락한번 때리면 된다니까? 누나 못믿어?"

못 믿겠는데.

솔직히 지금 편의점에서 가끔 만나는 것 만으로도 괜찮은데 괜히 연락했다가 눈치없는 년으로 보면 어쩌지.

그런 미남이 진짜로 자신에게 관심이 있어서 번호를 줬을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채린은 떨리는 손으로 다이얼을 누르고 한참동안이나 전화 걸기를 망설였다.

' 이건 사심 있는게 아니라 편집자 지원을 위해서야. 힘들어 보이셨으니까..'

꾸욱.

통화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채린은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연신 큼큼 대며 헛기침을 했다.

" 여보세요..?

" 무슨 일이세요 채린씨?"

.

.

.

.

.

.

." 성, 성공했다."

아직 편집자의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지만 단계를 총 3단계로 나눈다면 1단계는 성공이었다.

지훈씨와 함께 밥이라니!

이채린은 아직까지도 떨리는 심장을 쓸어내리며 추하나에게 달려들었다.

" 하나야. "

추하나는 익숙한 듯 들이대는이채린의 이마를 밀어 저지하고는 말했다.

" 왜? "

" 지훈씨는 뭐 좋아할까? 떡볶이랑 파스타는 별로 라시는데.."

벌써부터 설레발을 치는 이채린을 보며 추하나는 운을 뗀다.

' 으이구 저 푼수.'

후드티와 펑퍼짐한 회색 츄리닝.

이채린의 복장은 아무리봐도 집 앞 편의점을 가는 여자로만 보였다.

일단 설레발을 칠게 아니라 복장부터 환복해야 할 판인데 그건 생각도 못하는거 같으니.

" 채린아. 너 옷부터 빨리 갈아입어야 하지 않을까? 약속 1시간 남은거잖아."

추하나가 피시방 오른쪽 하단부의 시간을 가르키자 이채린은 그제서야 문제점을 깨 닫고는 화들짝 놀랐다.

하마터면 이 꼴 그대로 가서 추레한 모습을 보일뻔 했다.

'안그래도 예쁜 얼굴은 아닌데 .. '

누가 들으면뺨을 한 대 후려갈길지도 모르겠지만 정작 이채린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자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채린은 추하나를 뒤로 한체 허겁지겁 뜀박질을 시작했다.

ㅡ 다다다!

그렇게 쉬지않고 달리기를 7분 정도. 집에 도착한 이채린은 간단한 샤워를 마치고 향수를 뿌렸다.

쇄골에 한 번. 목덜미에 한번. 양 팔목에 한번씩.

동시에 달콤한 포도향이 은밀하게 올라온다.

' 역시 비싼 향수값을 하네.'

만족스럽게 웃은 이채린은 재 빠르게 고데기를 들어 머리 끝에 웨이브를 펴 넣었다.

물론 시간을 중간중간에 한번 씩 확인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무려 23년 인생 남자와 하는 첫 데이트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마어마한 설렘을 불러 일으켰다.

" 헤헤.."

헤실헤실 웃음을 흘리며 장롱으로 향한 이채린은 남녀 모두가 예쁘다고 생각하는갈색 체크무늬 테니스치마와,

옅은 연 분홍색 가디건을 입었다.

셀카모드로 전환하니 그래도 봐줄만은 한 외모가 됐다.

그리 생각한 이채린은 앞머리를 한번 쓸어 내리고 집을 나섰다.

**

ㅡ 띠리릭 띠리릭!

" 후우 후우..."

조깅의 끝을 알리는 알람소리가 울려퍼지고 서야 뜀박질을 멈춘 나는 느긋하게 약속장소로 향했다.

'2번 출구면 여기서 10분 거리니까 지금 가면 5분전에는 도착 하겠지?'

국밥 땡긴다. 조깅을 하고나니 안그래도 먹고 싶었던 국밥이 더 먹고 싶어졌다.

그래도 밥사는거니까 큰 맘 먹고 머릿고기도 시켜야지.

인터넷으로 근처 먹을만 한 순대국밥집을 검색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공릉역 2번 출구에 다다랐다.

ㅡ 채린씨 어디에요?

ㅡ 저 다 왔어요 2번 출구인데...

ㅡ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다 왔다는 그녀의 메세지.

나는 고개를 두리번대며 그녀의 실루엣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단발 머리에 흰 피부니까 찾기 어렵지는 않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을 보며 다소곳하게 서 있는 이채린이 보였다.

그녀 또한 고개를 두리번 대고 있었는데 나를 찾는 모양이었다.

익숙한 몸짓과 실루엣.

편의점에서 일주일에 3번은 마추쳤던 사이지만 막상 이렇게 다른 동네에서 보니까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미리 사둔 차가운 캔 이온음료를 들고 이채린에게 다가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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