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실업자-20화 (20/64)

〈 20화 〉 그 노래

* * *

“ 시간 좀 남는데 뭐 할까요?”

지금 시간은 5시.

6시30분 정도에 스크림이 시작한다.

레오리 한판하기도 되게 애매모호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시청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의견을 물었다.

[ 빙빙이 님이 10000원 후원.]

ㅡ 웃참 ㄱ? 안 웃으면 10만원.

ㄴ 유입 냄새 헤으응.. 지훈이 웃음 더럽게 없어서 절대 안 웃을 듯?

ㄴ ㄹㅇ 보는 우리가 무안할 것 같은데.

“ 좋네. 이빨이 보이면 웃은 걸로 하고 기회는 3번. 콜?”

ㄴ ㅇㅋ ㄱㄱ

ㄴ ㄱㄱㄱ 벌칙도 정해야지.

“ 벌칙은 지금 룰렛 돌릴게. 유트브 녹화 시작하면 유하 좀 쳐줘.”

나는 녹화 버튼을 누르고 손뼉으로 슬레이트 역할을 대신하고.

유트브용 텐션을 끌어 올렸다.

“ 안녕하세요 유트브 친구들. 오늘 해볼 컨텐츠는 웃음 참기입니다! 제가 웃음이 많이 없긴 한데 일단 시작해볼게요.”

화면 하단 배너에 벌칙 내용을 적었다.

벌칙은 끔직한 24시간 노방종이 나왔다. 나는 절대로 웃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호흡을 가다듬어 웃음 끼를 사그라트렸다.

얼굴에 웃음 끼를 전부 뺀 뒤 평소에 틀어놓지 않는 영상도네를 킨 후 즉석 웃참 컨텐츠를 시작했다.

ㄴ 유하~

ㄴ 유하~

ㄴ 유하~

ㄴ 유하~

[ 빌리진 님이 1000원 후원 ]

“ 야이 싸가지 없는 새끼가.”

“ 흡...”

나는 나 스스로 웃음기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큰일이 난거 같다.

도네영상에서는 눈사람이 담배를 물고 있고 기습적으로 한 여성이 걸쭉한 욕을 내뱉으며 찰지게 눈사람의 머리통을 날려버리는 장면이 나왔다.

ㄴ 어어? 입꼬리 올라가는 것 같은데?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건 치트키 에반데 이걸 참네.

ㄴ 봐도봐도 줜나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이걸 참는다고?

“ 하아.. 미쳤네요.”

[ 홀리건 님이 1000원 후원 ]

ㅡ 태권 유단자

“ 하얍!!”

태권도 검은 띠를 착용한 한 남성이 남자의 머리위에 있는 사과를 날려버렸다.

워낙 민첩한 몸동작인지라 감탄이 나와야했지만, 이 영상을 한번 본 적이 있었던 나는 벌써부터 씰룩이는 입 꼬리를 다스려야 했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빠아악.

“ 푸흐흡!!”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영상 보낸 놈 누구야 잘했어.

ㄴ 이건 웃어주는게 맞지 ㅋㅋㅋㅋ

“ 치트키 멈춰..”

알고도 당했다는 사실이 분했다. 잠시 목을 축이고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표정을 굳혔다.

[맥스잘터져요 님이 1000원 후원 ]

ㅡ 개 웃김 ㅋ.

“ 이게 재밌는거니 너는..?”

그 다음 영상은 자전거의 의자에서 떨어져 앞에 남자의 급소를 내 주는 영상이 나왔는데 정말 웃기다기 보다는 고통스러웠다.

같은 남자로써 누가 이걸 보고 웃을 수 있겠는가.

괜히 내 소중한 소울 메이트가 찌릿하게 울리는 서늘한 느낌.

얼른 영상을 스킵해 버리고 다음 영상을 틀었다.

ㄴ 으.. 아프겠는데 저건.

ㄴ ㅋㅋㅋㅋㅋㅋ난 왜 웃기냐

ㄴ 싸이코들인가? 저게 웃김 진심으로?

“ 고마워요.. 맥스님? 덕분에 웃음기가 싹 가셨어요..^^”

ㄴ 어금니 으스러지겠다. ㅋㅋㅋ

ㄴ 야 야 재 빡쳤다. ㅋㅋ

[ 콩콩이님이 1000원 후원 ]

ㅡ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영상.

ㄴ 그‘노래’

ㄴ ㅜㅑ 좋다.

ㄴ 페루. 골반 튕기는거 ㄹㅇ원탑이다.

ㄴ 이게 웃참이랑 무슨 상관임?

ㄴ 네. 알려드렸습니다.^^

‘미치겠네.’

페루는 유명한 남캠 스트리머로 하루 수익이 300만원은 가볍게 넘는 대기업이었다.

원래도 수익을 잘 벌어들이긴 했지만, 요즘 벌이가 더 좋아진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제로투라는 춤이 유행함으로써 별풍선 폭격을 맞고 있는 것이었다.

요즘 나에게도 종종 제안이 들어오기도 해서 찾아본 기억이 있었다.

단가가 1분에 5만원이라는 소식에 조금 흔들리고 있었는데.

이걸 보니까 절대로 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스트리머들에게 공개적으로 이렇게 수치플레이를 당해야 한다니 그건 좀 무리였다.

그나저나 이 영상 꺼도 되나?

아무리 잘생긴 남자라도 시발 나로써는 보기가 거북하다. 이걸 티를 내자니 초면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거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진압하는데도 무리가 있을 것이고.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억텐 리액션을 하며 비틀린 미소를 띄웠다.

“ 하하.. 잘 추시네.”

오히려 잘 추니까 더 역겨운 기분이 드는건 뭘까.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영상을 꺼버렸다.

내 항마력이 도저히 버티지 못한다.

ㄴ ?

ㄴ ?

ㄴ ?

ㄴ 왜꺼!!!!

“ 단가. 뒤에 많이 밀렸다.”

ㄴ 단가는 야정이지;;

ㄴ ㄹㅇㅋㅋ1000원으로 3분길이 영상 보는건 좀 그렇지?

ㄴ 충전해온다 딱대.

그 후로는 제로투 파티였다. 웃참 컨텐츠인건 새 까맣게 까먹은 듯 후원의 금액을 올려 후원해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비제이들과 스트리머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래. 돈을 주고 보여주겠다는데 어쩌겠어. 영상 후원을 보는것만으로 벌어들인 돈이 30만원이 넘어가고 있었다.

나는 체념하고 동공을 흐릿하게 뜬 후 머리를 비웠다. 시선은 모니터의 위쪽에 고정한 채 춤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 둘리는 응애공룡님이 100,000원 후원 ]

ㅡ 김수희 레전드. (역겨움 주의)

ㄴ 아 씹년 잘춰서 더 역겹네.;;

ㄴ ㅋㅋㅋㅋㅋㅋㅋ아니 씹년이 표정봐라?

ㅡ 자신한테 취한 듯?

ㄴ 어이 이씨 영상 컷해 tlqkf;;

영상속에는 김수희라는 비제이가 스포츠브라만을 입은 채 골반을 섹시하게 흔들고 있었다.

벌칙이라서 저렇게 춘거라는데 누군가의 벌칙이 나에게는 한줄기 빛이 된다는 걸 새삼 느꼈다.

힘든지 여리여리한 목소리로 신음까지 내는게 영상미를 더해준다.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어버렸다.

“ 오..”

ㄴ ㅋㅋㅋㅋㅋ얼마나 ㅈ같았으면 육성으로 탄식을 내 뱉냐? ㅋㅋㅋ

ㄴ 수희 공개 수치플 ON ㅋㅋㅋ

ㄴ 이미지 나락 가버려~!

ㄴ 헤응.. 수희 눈나.. 나 쥬지가 이상해..

ㅡ 출렁 씹년아.

ㄴ 지훈이 웃참 ON

ㄴ 좀 끊어 ㅆㅂ!!!

“ 단가.”

나는 단호하게 끊어 말했다. 5만원이면 당연히 50분은 틀어놔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ㅡ 하아.. 살려줘..! 죽을거 같아.

김수희의 온몸이 반들반들하게 빛났다. 그녀는 이내 작은 생수통을 가져와 자신의 머리 위에 부었다.

긴 머리카락이 물로 젖고 입술이 촉촉해졌다. 영상속 타이머를 보니 아직 30분이나 넘게 남은 상황인지라 한계가 찾아온 듯 보였다.

“ 오우야...”

더 힘들어해주세요. 그녀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귓가에 기분 좋게 메아리 쳤다.

김수희의 방 시청자들은 전부 다 터졌고, 우리방 시청자들 또한 다를 바가 없었다.

대부분 역겨워 하면서도 재밌어하는 모습.

물론 나는 다른 의미로 탄식을 내 뱉는 거였지만, 착각하게 둬도 나쁠 것이 없었기에 조용히 감상을 했다.

“ 제로투 시작 한놈 무빙 잘 쳐라 유트브 망했네.”

ㄴ 웃참 하다가 제로투를 봤습니다. ㄱㄱ

ㄴ 스크림 째고 컨텐츠 게속하자..

ㄴ 응애 제로투 더줘.

“ 놉. 추가로 라면 먹방이나 찍을게요.”

사실상 이지훈tv의 조회수는 레오리 영상보다는 브이로그나 일상 먹방 같은 것들이 더 잘 나왔다.

컨텐츠를 하나 밥 말아 먹었으니까 먹방이라도 찍어야겠다.

마침 시간도 스크림 시작 40분 전이니 간단하게 배를 채우면 될 것 같았다.

나는 신나는 노래를 틀어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라면 좀 끓여올게요.”

ㄴ 다녀와~

ㄴ ㅇㅋㅇㅋ.

**

간단하게 라면 3개에 계란을 넣고 파까지 썰어 넣었다.

매콤 칼칼한 냄새를 풍기는 라면이 보글보글 끓을 때 고춧가루를 2스푼 추가하고 숟가락으로 국물 맛을 한번 봤다.

ㅡ 후룹.

“ 죽이네.”

먹방인 만큼 재료들을 아낌없이 투하했기 때문에 맛이 남달랐다. 내 딴에는 예쁜 그릇들을 챙겨들고 냄비에 있던 라면을 그릇에 옮겨 담았다.

김치도 적당히 퍼 나른 후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늦으면 늦을수록 사람들이 나가버리니 빨리 가야 했다.

“ 돌아왔습니다.”

ㄴ 무슨 라면임?

ㄴ 계란에 파까지 들어갔다고? 이런건 라면이 아니야!

“ 신라면입니다. 유트브 녹화 다시 킬 꺼니까. 이상한 소리 자제해줘요. 라면 불기 전에 빨리 먹어야함.”

ㄴ 아 라면 불어 터지는건 진짜 못 참지 빨리 ㄱ.

인사는 생략했다, 어차피 채린씨가 편집으로 자막으로 대체 해줄 것 이기 때문에.

라면이 불기 전에 얼른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냄비 뚜껑 위에 라면을 한가득 퍼 올리고 그 위에 커다란 김치를 올렸다.

그러고 난 후 ,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서 라면에 뿌렸다.

한입.

ㄴ 위꼴 개 지린다..

ㄴ 물 올리러 간다.

ㄴ 아 개 맛있겠네.

“ 님들이 다 아는 맛이에요.”

그렇게 말하고 또 한입.

ㅡ 면이 돼서 빨아들여지고 싶다...

ㅡ 선생님... 여기 그런방 아닙니다.

라면을 깔끔하게 비우고 디스코드 방에 들어갔다. 방에는 챌린저 원딜러인 최지현이 들어와있었다.

" 안녕하세요 누나."

" 어 지훈이 왔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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