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 문두피구
* * *
“ 사람들은 아무도 안 왔어요?”
“ 지영이는 밥 다 먹어간다고 하고, 아람이랑 아름이는 이제 들어온대.”
“ 오늘도 캐리?”
“ 가능.”
우리 팀의 멸망전 전략은 대략 이랬다.
초중반을 정글과 미드가 주도권을 잡아 이끌어 나가준다면, 중 후반부터는 원딜이 책임지고 딜을 맡는다.
실제로 위 같은 상황으로 게임이 흘러 갔을 때는 게임을 패배한 적이 없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전략이다.
최지현의 씨에스 챙기는 능력과 카이팅 실력이 있기에 가능한 결과물이었다.
ㄴ ㅡㅡ 숟.
ㄴ 어허.. 그랜드마스터부터는 공주님이 맞다.
ㄴ ㄹㅇ ㅋㅋ
ㄴ 위에 샛기 망나니일 듯 ㅋ
ㄴ 팩트. 다이아는 상위 1퍼센트 구간이다.
ㅡ 원래 방송은 그 1프로 들이 보는 거임. ㅋㅋ
ㅡ개 백수 상위 1퍼센트겠지 ㅋㅋ
ㅡ 학생 글 내려^^~
“ 대기 할 동안 문두 피구나 한판 할까?”
“ 바로 가시죠.”
딱 방송이 루즈해 질 타이밍에 들어오는 최지현의 제안에 나는 군말없이 긍정의 뜻을 내 비쳤다.
“ 5만원 빵 고?”
“ 오호. 너무 자신만만하신데.”
자신만만 해 보이는 최지현의 목소리에 오기가 생겼다. 자고로 다른 건 몰라도 게임의 대한 역린을 건드리면 못 참는 게 남자니까.
물론 아닌 사람들도 많겠지만.
“ 들어오시죠.”
우리는 유체화 점멸 유성을 들고 게임을 시작했다. 템 창에서는 신발과 핑크와드 두 개를 들고 내셔남작이 리스폰 되는 공간으로 향했다.
문두피구란 말 그대로 문두의 q스킬인 (식칼 던지기)만을 사용해서 상대의 피를 먼저 다 까버리는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핑크와드로 중앙에 선을 긋는 것이다.
“ 누나 CEO 문두 에반데.”
“ 그런 게 어딨어. 다 똑같지.”
“ 아아.. 이건 좀 논란이 있겠는데..”
“ .. 미안~”
ㄴ 지하다 추훈아. ㅋㅋㅋㅋ
ㄴ 이지훈 귀여워! 이지훈 귀여워! 이지훈 귀여워! 이지훈 귀여워!이지훈 귀여워! 이지훈 귀여워!
ㄴ 누나가 5만원 줄 테니까 나도 누나라고 불러줘!!!!!!!!!!!
ㄴ 다른 새끼가 이랬으면 뺨아리 쳤는데 지훈이가 하니까 귀여웡~.
“ .. 제가 봐드리는 겁니다. 1분 20초 시작.”
“ 오키.”
우리는 서로 컨트롤 3번 4번을 현란하게 누르면서 문두박사의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였다.
18.. 19... 20...
ㅡ 휘익 문두파일!
문두의 칼 대신 책이 날아와 내 몸에 한 대 꽂혔다. 아 조금 추하지만.. 좀 빨랐던 것 같은데..
다행히 날아오는 책은 맞아버렸지만 룬 특성인 신비로운 유성은 맞지 않아 피가 조금 덜 까였다.
나는 현란하게 움직이는 최지현의 문두를 노려보고 침착하게 스킬샷을 날렸다. 이래 뵈도 유지영이 인정한 피지컬이다.
그리고 문두피구는 플레티넘도 다이아를 이길 수 있는 결과가 종종 만들어지기도 하는 종목이었다.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ㅡ 퍼억.
“ 바로 맞추죠?”
내 칼이 문두박사의 몸 뚱아리에 제대로 꽂혔다. 이제 공격권은 상대한테 넘어갔다 나는 최대한 벽에 붙어 좌우 스탑무빙을 쳤다.
“ 여기? 여기? 요기~”
ㅡ 퍼억.
아 꼴받네. 최지현은 역시 원딜러답게 다른 챌린저들의 비해서도 피지컬이 뛰어났다. 10킬을 넘게 먹어도 한번 잘못 물리면 죽어버리는 원딜의 특성상 살기 위해선 피지컬이 높아야 한다. 참고로 의문의 롤 도사님이 말씀해주시길 탑이랑 서폿은 실력에 비해 높은 점수대가 많다.
라고 하셨으니 맞을 것이다.
ㄴ ㅋㅋㅋ움직이긴 하는데 다 맞네.
ㄴ 최지현이 잘하긴 해?
ㅡ 휘익.
칼이 비껴 나갔다.
나는 곧바로 유체화를 키고 높아진 이동 속도로 미친 듯이 와리가리를 쳤다. 빨라진 이동 속도를 이용해 최지현의 ceo문두 책을 피하고 칼을 다시 날렸다.
하지만 그녀 또한 칼을 피하고 유체화로 응대했다.
ㅡ 휘익 퍽.
ㅡ 휘익
ㅡ 문두파일!
“ 요기이~”
치열한 공방전이 오갔고, 최지현의 말투에서는 챌린저의 여유가 가득했다.
“ 여기.”
지금 피 상황은 약 식칼 두 대 차이였다.
나는 2대를 맞으면 죽는 상황 이었고, 최지현은 4대쯤 맞으면 죽을 피였다.
물론 최지현은 아직 점멸을 쓰지 않았으니 3대차이라고 봐도 무방했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5 만원이 어디 개 이름이던가.
하지만 야속하게도 다시 한 번 날아와 꽂히는 문두의 책.
최지현은 감정표현을 사용하며 나를 농락하기 시작했다. 증거로 내 앞에서는 문두가 책을 든 팔을 마구 휘두른다.
나도 바로 뒤 따라 맞추긴 했지만 희망이 샘솟지는 않았다. 두 대 피에서 한 대피로 줄어든 것은 단순히 피가 깍인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심리적 압박감을 주었다.
“ 아 누나 원코 제발.”
“ ..미안.”
ㅡ 퍼억
[ 아군이 당했습니다.]
“ 지훈아 카서수 빵도 할까?”
“ 안해여.”
**
[dlwlgns123님이 50000원 후원]
ceo 문두 개 사기.
“ 이지훈님 5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갑자기 왜 쏘시는 거지?”
“ .. 크흠.. 재밌어요?”
“ 응.”
ㄴ 개 단호하네. 최지현 ㅋㅋㅋ
ㄴ 미소년의 원 코인? 어림도 없지
ㄴ 아 나도 이지훈 같은 남자랑 무지성 나데나데 하면서 겜하고 싶다고!!!!!!!
ㅡ ㄹㅇ ㅋㅋ 문두피구 져 주는 거 씹 가능.
ㅡ 넌 못 이겨.
“ 아아 들려요?”
“ 어 잘 들린다.”
“ 아름 누나도 안녕하세요.”
권 자매와 인사를 나누고 나니, 마지막으로 팀장인 유지영이 들어왔다.
“ 뭐 하고 있었어?”
“ 지훈이 5만원 빨아먹음.”
“ ..? ”
“ 문두피구 가볍게 발라가지고. 뭘 그렇게 벙쪄 장난인데”
“ 아 난 또..”
“너무 좋아하시네. 그걸로 맛있는 거 사드세요.”
나는 사용자설정 방을 만들어 유지영을 비롯한 팀원을 모두 초대했다. 상대팀은 이미 다 들어와 있는 상태인지라 시간을 봤지만 다행히 늦은 시간은 아니었다.
[ 피자먹고싶다] 안녕하세요.
[ 수르미구르미 ] 하이요~
[ 수르미구르미] 시작할까요?
[ 피자먹고싶다] ㄲㄲ
간단하게 상대팀에게 인사를 건네고 게임을 시작했다. 우리는 상대팀의 모스트 챔프 한 개와 요즘메타에서 소위 op챔프라고 불리는 챔프을 벤 했다.
“ 지훈아 이번 판은 너 후픽 줄 테니까 한번 해볼래?”
“ 오케이 바로 가 보겠습니다.”
유지영의 물음에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하도 팀 게임을 위주로 하다 보니 하고 싶은 챔프를 못하던 것이 내심 아쉬웠었다.
이게 본 대회라면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 스크림인 만큼 한 번쯤은 시도 해볼 만 했다.
“ 그냥 밀어붙이면 돼 상대 플레야.”
마침 상대미드는 나보다 티어가 낮은 플레티넘 1 정도 수준으로 내가 라인전을 강하게 가면 좋았다.
상대에 따라 어느 라인을 밀어줄지 정하는 유지영을 보니 역시 챌린저는 챌린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미드는 걸리오를 픽했다. 플레티넘이 멸망전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티어인 만큼, 방어적이거나 1인분을 할 수 있는 픽 위주로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 주이랑 루시언 중 뭐 할까요?”
“ 나 라신 할 거니까 원 에이피로 가자.”
원 에이피로 가자는 것은 주이를 픽하라는 뜻 이었다. 동시에 진짜 나를 밀어준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 블루팀 >
TOP: 마카오이
JG: 라신
MID: 주이
AD: 코그무
SUP: 루룰
VS
< 퍼플팀 >
TOP: 일라우이
JG: 주르반
MID: 걸리오
AD: 징쿠스
SUP: 수레쉬
상대는 서폿과 탑이 챌린저 라인이기 때문에 초반 바텀이 밀린다. 최지현이야 나중가면 루룰과 알아서 잘하겠지만 탑이 문제였다.
아람이의 티어는 실버인데.
상대는 챌린저 일라우이 어떻게 해서든 타워 하나를 철거 한 후 빠르게 라인을 스왑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억제기까지 밀려버리는 대 참사가 터질 수도 있으니.
미드와 정글이 압도적으로 강한 판이니. 일단 그걸 이용해 라인전을 압살하자.
“ 아람아 평소처럼 해. 알지?”
“ 존나 버티라구요?”
“ 응. 씨에스 버리고 타워에 박혀있어. 미드 터트리고 빨리 갈게.”
**
게임은 어느덧 19분에 접어들었다.
내 주이는 3/0/0을 기록중이었고, 정글인 라신 또한 2/1/3을 기록중이었다.
일라우이는 다행히도? 채굴은 완전히 끝냈지만 주이와 라신의 압박으로 그렇게 까지 활개를 치지는 못했다.
일단 우리가 미드와 정글 주도권을 이용해서 용을 두 개나 챙겨놓은 상태. 이렇게 된다면
상대편의 처지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싸움을 걸려고 할 것이다.
용 두 개를 먹혔다는 것이 상당히 큰 압박감으로 작용 할 테니. 게다가 3번 째 용은 화염의 드래곤이었기 때문에 더 더욱 그랬다.
“ 아람아 텔 탈 준비해.”
“ 오키.”
“ 지훈이도 빨리 밀고 내려오고. 아름이는 용쪽 시야 먹어줘.”
그녀는 피지컬도 뛰어났지만 그 보다 더 무서운 것은 미친 듯한 뇌지컬이었다.
우리는 유지영의 오더 아래 능수능란하게 움직였다. 용쪽 와드를 박고 아람이를 위해 친절하게 와드 핑까지 찍어주기도 했다.
“ 여기 탈 준비.”
나는 빠르게 라인을 클리어 한 후에 똑같이 라인정리를 하는 걸리오를 집중적으로 견제하며 내려왔다.
내 챔피언인 주이가 제일 잘 큰 상태였으니 이런 식으로 포킹 몇 번을 넣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대팀은 좋아 죽으려고 할 것이다.
나는 아랫 벽 쪽에 붙어 수면각을 날카롭게 보며 최대한 징쿠스를 견제했다. 라인을 다 밀어둔 상태인지라 대치만 해도 이득을 보는 것은 우리.
용을 먼저 칠 수 있는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우리니까 급하게 할 필요가 없다.
주르반 때문에 먼저 치는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겠지만 성장차이가 워낙 많이 나는지라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었다.
루룰은 코그무에 딱 붙어서 항시케어를 대기 중이었다. 우리가 조심할 것은 수레쉬에 기습적인 점멸 그랩과, 주르반의 eq 점멸 궁. 그리고 그 위에 떨어지는 걸리오의 궁이었다.
우리가 한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라신의 배달 궁과 주이의 포킹이 필수적이었다. 너무 정면으로 꽝 붙어 버리면 성장차이가 난다 해도 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이 상황에서도 우리 미니언들은 포탑에 박히고 있다.
“ 징쿠스 잔다 갈까요?”
나는 침착하게 벽에 붙어 장거리 수면을 징쿠스에게 맞췄다. 쑤레쉬가 급하게 징쿠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어서 유 같이 양각을 보던 유지영의 라신이 점멸 궁으로 수레쉬의 엉덩이를 걷어 차버렸다.
동시에 타지는 상대 텔포와 우리팀 마카오이의 텔포.
ㅡ 이쿠!
우리 진영으로 배달 된 수레쉬는 팀원들의 집중적인 포커싱 덕에 끔살 당했다.
아무리 단단해 보여도 잘큰 주이와 태생부터 탱커를 잘 녹이는 코그무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유리해진 우리는 추격을 시작했고, 쫓기던 주르반은 어쩔 수 없이 이니쉬를 걸어왔다.
이어지는 걸리오의 궁과 주르반의 궁은 우리 코그무를 잘 가뒀지만 루룰의 커져라와 점멸 덕에 살아 나왔고 프리딜 구도가 잡혔다.
ㅡ 퉤 퉤 퉤
무서운 속도로 프리딜을 꽂아버리는 코그무 앞에서 살아 돌아갈 만큼 일라우이는 잘 크지 못했다.
나는 상대의 스펠을 차분하게 주워 먹으며 수면을 맞추는데 집중했다. 주이의 속도가 빨라짐과 동시에 W의 스킬 패시브가 감전을 터트리며 엄청난 딜을 박았다.
[ 적을 처치했습니다.]
[ 적을 처치했습니다.]
[ 적을 처치했습니다.]
[ 적을 처치했습니다.]
“ 바론 가자.”
21분 햇 바론을 챙긴 그때부터는 레전드오브리그(레오리)가아닌 레전드오브디펜스가 시작되었다.
멸망전이기 때문에 서렌같은 건 치지 않으니.
우리는 정비를 끝 마친 뒤, 미드로 함께 밀고 들어가 억제기 타워를 부숴버리고 쌍둥이 까지 날려버렸다.
이미 엄청나게 벌어진 성장차이 탓에 돌려깍기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우물 안에 박혀있는 수레쉬에게 수면을 맟춘 뒤 말했다.
“ 아람아 우물 다이브 가자.”
“ 들가 들가 살려줌.”
순진한 마카오이는 그대로 w를 박았고 우리는 마카오이의 숭고한 희생 끝에 킬을 따내며 게임을 마무리 지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