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실업자-22화 (22/64)

〈 22화 〉 이상형 월드컵

* * *

[ 지훈이와 나들이 님이 100,000원 후원]

ㅡ 지훈이 수고비~~

“ 아 맞다 미션. 나들이님 항상 감사합니다..! 벌써 다른 방에는 다 쏘시고 오셨나요?”

[ 지훈이와 나들이님이 10000원 후원]

ㅡ 예쓰

[ 지훈이의 일기장님이 50000원 후원]

ㅡ 입금.

“ 아 진짜 감사해요. 여러분 덕에 제가 어깨피고 다닙니다..”

[ 삐리빅토르님이 300,000원 후원]

ㅡ 킬당 3만원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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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도 많은 스폰서 분들이 후원을 해주셨다.

내가 이런 과분한 금액을 받아도 될까?

스폰서라는 것은

내 방 뿐만이 아니라 다른 방에도 똑같은 금액이 들어간다는 것인데.

그럼 내가 미션비로만 받은 게.. 도대체 얼마야?

“ 여러분 진짜 감사한데 돈 좀 아껴 쓰세요.. 저 같은 사람한테 쏘는거 안 아까워요?”

후원 금액을 세보니 오늘 받은 금액만 150만원이 족히 넘어가고 있었다.

단순 후원 금액만 따지자면 시청자가 1000명대가 넘는 최지현과 유지영보다도 많이 받은 금액이었다.

왜 이렇게 많이 주는거야 부담스럽게...

ㄴ 줘도 뭐라하는 스트리머가 있다?

ㄴ 솔직히 다른 남캠에 비해서 지훈이 리액션 정도면 씹 혜자지 ㅋㅋ

ㄴ 이런 반응이 오히려 꼴려... 헤으응..

ㄴ 그럼 제로투 제발...

“ 끄응.. 추가방송이라도 하겠습니다.”

이렇게 많은 돈을 받고 날름 먹고 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시청자들이 나를 좋아해주는 마음으로 준 것이라고는 해도 그냥 받고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큰 액수였다.

나는 내 나름대로 최선의 방법을 생각해냈다.

“ 여러분 일단 옷 좀 갈아입고 모바일로 다시 킬 테니까 그때 봐요.”

ㄴ 추가방송 대신 서비스로 배라도... 어떻게 .. 안되겠습니까. 쩝...

ㅡ ㄹㅇ ㅋㅋ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순진하게 옷깃을 잡아 올리자 반응이 폭발했다.

ㄴ 야야야야야 미쳤냐고!!

ㄴ 보고 싶긴 한데.. 지훈이는 지켜 줘야해...

ㄴ 더 올려!!!!!

ㄴ 분탕 쳐내!!!!!

‘ 이런 반응이 재밌다니까.’

tv같은데 보면 남자가 배도 훌렁훌렁 잘 까고 다니던데.

나를 무슨 청순가련한 여인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 그럼 진짜 이따보자.”

ㄴ ㅇㄸㅂㅈ

ㄴ ㅇㄸㅂㅈ

ㄴ ㅇㄸㅂㅈ

ㄴ ㅇㄸㅂㅈ

ㄴ ㅇㄸㅂㅈ

나는 불타는 채팅창을 뒤로 하고 방송을 종료시켰다.

시간이 벌써 10시가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집에서 하는 추가방송은 무리였다.

이지은과 방송 두 개를 모두 생각해서 어떻게든 나 자신과 타협하고 타협한 시간이 저녁 11시였다.

‘ 이사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검은색 후드와 무릎 바로 위까지 오는 바지를 챙겨 입었다. 그리고 꼬리를 살랑 거리는 담덕이를 한 번 쓰다듬는다.

“ 웬수랑 놀고 있어.”

나는 이지은을 힐끔 바라보면서 담덕이에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어떻게 뒷담화를 알아챈 것인지 따가운 시선이 바로 돌아 오길래 고개를 돌려버리긴 했다만.

후드를 뒤집어 쓰고 밖으로 나온 나는 방송을 다시켰다.

[ 피시방 가는 길.]

672명 시청중.

“ 하이?”

ㄴ 와 애는 무슨 아래서 찍어도 잘생겼노?

ㄴ 턱선 뭐고 ㄷ;

ㄴ ㅈ경 치워!!!!!!!!

ㅡ 갓경입니다만..?

“ 뭘 좀 아시네. 갓경이 맞습니다. 시력 지켜야죠.”

내 주머니에는 인공눈물이 들어있었고, 눈에는 블루라이트 차단 렌즈를 박은 안경이 껴져있었다.

피시방은 어둡기 때문에 시력보호가 필수였다.

ㄴ 안경은 무적이고 이지훈의 얼굴은 신이야!

ㄴ 우리한텐 너가 ‘ 시력보호’야.

“ 주접 좀 그만 떨어요. 남사스럽게.”

가끔 이런 채팅들을 볼 때 마다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간질간질 하지만, 오글거리는 감정이 훨씬 더 컸다.

이 채팅을 내 지인들이 본다면 수치사로 죽어버릴 것 만 같았다.

ㄴ 우리가 부끄러워?

“ 조..금?”

휴대폰에 조그마한 목소리로 , 검지와 엄지손가락을 아주 살짝 벌리고는 말했다.

ㄴ 야이 씹.

그렇게 시청자들과 정신없이 떠들다보니 어느새 피시방 앞이었다.

자동문을 지나쳐 카운터의 알바생에게 인사를 건넨 뒤 최대한 은폐된 구석자리를 매의 눈으로 스캔했다.

찾았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아무도 없는 구석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흡연석 근처 자리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지 않았다.

“ 저기 앉으면 되겠다.”

조금씩 세어나오는 뿌연 연기를 해치며 들어가 본체를 키고 헤드셋을 꼈다.

ㄴ ㅋㅋㅋ 한껏 쭈구린거 보소..

“ 사람 많은 곳 별로야.”

항상 나올 때마다 몰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나는 혹시나 앉아있는 사람들이 들을까 조곤조곤하게 애기했다.

“ 민폐 안 끼치게 텐션 낮춰서 할 거니까 양해부탁.”

ㄴ ㅇㅇ.. (속닥)

[ 크루루님이 2개월째 구독.]

ㅡ 뜨드드르드등!

갑자기 뿜어져 나오는 우렁찬 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 구독... 시발 새끼야..”

“ 구독 하지 말고 도네도 쏘지마.. 리액션 안할거야.”

ㄴ 포상 ㅜㅑ......

ㄴ 헤으응.....

ㄴ 우리는 이걸 ‘업계포상’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ㄴ 뭐.. 구독하면 이지훈의 욕을 들을 수 있다고? 이건...

ㅡ 말을 해 씨방새야.

“ 와 요새 피시방은 무슨 식당보다 잘 나오네.”

상품주문 창을 누르니 별에 별 음식이 다 나와 있었다.

나는 휴대폰을 안착 시켜놨던 휴대폰을 들고 메뉴를 하나하나씩 비춰주었다.

ㄴ 사먹게 도네하라는 것을 암시하라는 건가?

ㄴ 피시방 처음 가봐 ㅋㅋㅋ?

ㄴ ㄹㅇ ㅋㅋ 요즘엔 그것도 적은거야..

‘ 그런건가?’

유트브에서 피시방 먹방 같은 건 본적이 있어도, 막상 피시방을 직접 온 적은 별로 없었다. 나는 내심 놀라웠지만, 놀림을 받긴 싫었기 떄문에 내색하지 않았다.

“ 알아.”

급격히 당이 떨어지는 느낌에 핫도그 하나와 대왕 미숫가루하나를 시키고 저 텐션 방송을 시작했다.

ㄴ 레오리함?

ㄴ 또오리.. 쳐내!

ㄴ 소통방송 ㄱ

“ 레오리 큐 잡는 시간 아까워. 유트브 용 영상 소스좀 만들어야지.”

ㄴ 이걸 대놓고 말하네 ㅋㅋㅋㅋㅋㅋㅋ

ㄴ 요즘 편집자 구해서 영상 재밌어지긴 했음 ㅇㅈ ㅋㅋ

ㄴ ?? 편집자 구함? 바로보러간다.

“ 크흠... 광고도 봐 주세요..”

ㄴ 응 안봐

ㄴ ㅇㅇㅂ

ㄴ ㅇㅇㅂ

ㄴ ㅇㅇㅂ

ㄴ 응 유트브 프리미엄.

ㅡ 그건 킹정이지 ㅋㅋ

[ 삐리빅토르]

ㄴ 응 5초 칼 스킵.

“ 삐리빅토르님 오늘 30만원 쏘신분 맞죠..?아니 돈은 그렇게 쏴주시면서 광고는 안 봐줘요?

ㄴ 광고는 못 참아 절대 안봐 ㅋㅋ

“ 그래도 영상은 꽤 괜찮아졌죠?”

유트브 영상 댓글도 그렇고 지표 또한 크게 오른지라 괜히 한 번 말해보고 싶었다.

ㅇㅇ 이라는 채팅이 다수로 올라온 것을 확인한 나는 뿌듯한 마음을 안고 구글에 들어갔다.

“ 오늘은 그런 의미에서 조회수 치트키인 이상형 월드컵 해보겠습니다.”

채팅창을 얼리고 다시 말했다.

“ 각각 하고 싶은 이상형월드컵 말해주시고 괜찮다 싶으면, 제가 골라서 해볼게요.”

채팅창을 녹였다.

ㄴ av배우 월드컵

ㄴ av배우 월드컵

ㅡ 이건 고추참치. ㅋㅋ

ㄴ 여 스트리머 월드컵 ㄱㄱ

ㄴ 남 스트리머 ㄱ

ㄴ 라면 월드컵

“ 음.. av월드컵은 절대 안 할 꺼에요. 피시방에서 av월드컵을 하라는 여러분은... 에휴.

얼마나 미친놈으로 보겠습니까.”

ㄴ 어...? 생각 해보니까 개 꼴리겠는데..?

“ 너는 휴가 좀 가야겠다.”

[ 공일공이님이 강제퇴장당하셨습니다.]

다른 이유도 백만가지 섞여 있었지만 제일 그럴듯한 핑계를 댔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여스트리머 이상형 월드컵을 진행하기로 했다.

128강 64강 많이도 있네.

“ 님들 128강 해요?”

ㅡㄴㄴㄴ. 남스도 아니고 여스 길게 해서 뭐하노 ㅡㅡ

ㅡ 이지훈의 이상형을 알아내기 위해 참는다.

ㅡ 너무 김 64

ㄴ 64

ㄴ 64

ㄴ 64

“64강으로 갈게요.”

ㄴ 성격 재력 봄?

“ 음... 외모적으로만 보기로 하겠습니다. 몸매라든지 얼굴 같은..걸로? 사진 한 장으로만 고를게요.”

ㄴ ㅇㅋ ㄱㄱ

64강은 내가 아는 스트리머들이 많이 나오지 않아 선택하기가 수월했다. 그리고 나의 외적 이상형은 생각보다 확고하기 때문에 고민은 길지 않았다.

“ 마이츄 님 할게요.”

ㄴ 지훈이 강아지 상 좋아함?

“ 예쁜 사람 좋아합니다.”

ㅡ 아... 묵직한 팩트에 사탄도 울고 가겠노..

ㄴ 우리도 사람이야! 사람!

ㄴ 광역 딜 야발!! 우리 환상 깨지마!

“ 강아지 상... 좋아 할지도?”

외모보다는 사람에게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같은걸 중시하기 때문에 외모는 내가 보기에만 예쁘면 만족이었다.

어떻게든 어영부영 상황을 넘긴 후 계속해서 이상형월드컵을 이어나갔다.

그건 그렇고.

최지현 vs 유지영

왜 하필 많고 많은 사람들 중 이 둘이 만나냐고..

지금은 고작해야 32강 따리였다.

ㄴ 친구 매치 ㄷㄷㄷㄷㄷ

ㄴ 빅 매치 ㅋㅋㅋ

ㄴ 처음으로 속도 느려진 것 봐. ㅋㅋㅋ

ㅡ ??? 오직 외모만 봅니다.

“ 그... 둘 다 예쁘신데 이건 오로지 제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진짜 알아주세요.”

ㄴ 32강 따리 바로 야리돌림 ON

ㄴ ㄹㅇ ㅋㅋ클립 바로 딴다.

ㄴ ㅋㅋㅋㅋㅋ절친 대결 이건 절대로 야리돌림이지.

[ 영지유자차님이 20000원 후원]

빨리 고르죠.

내가 한참을 고민하고 있자 시청자들이 나를 닦달하기 시작했다.

“ 어 회장님..? 오랜만이시네. 안녕하세요.”

저녁시간으로 방송을 옮긴 이후 거의 처음으로 들어오신 것 같았다. 방송 초기부터 지켜봐주시던 분이 사라져서 내심 아쉬웠는데.

일단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느릿하게 마우스 포인터를 움직였다.

“ 그러니까... 지영누나가 이 사진은 좀 더 잘 나온 것 같네요..?”

딸깍.

ㄴ ㅋㅋㅋㅋㅋㅋㅋㅋ최지현 32강 따리 ㅋㅋㅋㅋㅋㅋ

ㄴ ㅋㅋㅋㅋㅋㅋ 광.탈.

ㄴ 최지현 그래도 여스 중에는 이상형 월드컵 우승비율 높던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광탈!

권아름VS권아람

“ 너는 여기 왜 껴있냐.”

권아름.

32강 16강 가면 갈수록 은근히 쟁쟁한 후보들이 많아서 시간을 소요했지만 결국 남은 것은 둘이었다.

마이츄VS유지영.

ㄴ 지영아... 수고했다.

ㄴ 마이츄는 인정이지..

ㄴ 졋잘싸.

“ 결승전이니까 둘 다 영상 하나씩만 봐도 괜찮죠?”

[ 유지영 이겨라님이 10000원 후원]

ㅡ 유지영 사쿠란보.

아이시아우후따리 시아와세노소라 ~~~

중독성 있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유지영이 박자에 맟춰서 사쿠란보를 추고 있었다.

부끄러운 듯 자그마한 동작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디테일이 살아 있었다.

ㄴ 이기라며 악질년아.!!

ㄴ 무친련.. 무친련...

ㄴ 지능형 안티 ㅋㅋㅋ

딸깍.

그걸 본 나는 망설임 없이 유지영을 눌렀다.

ㄴ ?

ㄴ ?

ㄴ ? 취향이...?

“ 귀여운 것 같은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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