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실업자-23화 (23/64)

〈 23화 〉 이상형 월드컵(2)

* * *

“ 귀여운 것 같은데..”

ㄴ 유지영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ㄴ 뭘 나라를 구해 집에서 배 벅벅 긁다가 복 터진거지 ㄹㅇㅋㅋ

ㅡ ㄹㅇㅋㅋ 그래프나 보고 있었다고 아 ㅋㅋ

ㄴ 유지영... 어디까지 홀리고 다니는 거냐.

ㄴ 이건 꿈이야... 차라리 마이츄가 우승했으면 코런갑다.. 하고 넘어갔지.

ㄴ 유지영 너 방송보고 있지 나와!!!!

평소에 그런 것은 절대 안할 거 같은 이미지인 그녀가 추는 춤 인만큼 더욱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이 내 취향이 이상하다고 하는데 예쁜 여성이 추는 사쿠란보를 어떻게 참아?

내 입장에서 취향이 이상한 건 시청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소리를 입 밖으로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뭐라 말하기도 난처한 찰나였다.

멀리서 천천히 나에게로 오는 핫도그와 미숫가루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 감사합니다~”

핫도그와 미숫가루를 잽싸게 받아들고 한입 베어 물었다. 마요네즈 소스와, 바비큐소스, 소세지 이 세 개가 들어있어, 달달하면서 적당히 짭조름한 맛이 입에 퍼지며 입맛을 돋군다.

“ 자자 어차피 재미로 하는건데. 우리 게임이나 해요.”

ㄴ 해명해 해명해 해명해!

ㄴ ㅎㅁㅎ

ㄴ ㅎㅁㅎ

“ 아니... 뭘 해명..”

[ 바미님이 5000원후원]

ㅡ 이렇게 된거 유지영한테 전화 ㄲ

“ 지금 시간에 전화 하는건 민폐 아닐까요? 너무 늦었는데.”

[ 바미님이 5000원 후원]

ㅡ ㄱ

“ 안해요.”

[ 바미님이 5000원 후원]

ㅡ ㄱㄱ

“ 놉.”

[ 바미님이 10000원 후원]

ㅡ ㄱ

“ 노놉.”

[ 바미님이 10000원 후원]

“ .... 졌습니다.”

ㄴ ㅋㅋㅋㅋ아 너 돈으로 맞아볼래?

ㅡ ㅋㅋ 말 안들으면 돈으로 패주는게 맞지 ㅋㅋㅋ.

ㄴ 뇌절에 뇌절에 뇌절을 더해서 이걸 꿀잼으로 만들어 버리네 ㅋㅋㅋㅋㅋㅋ

ㄴ ㄹㅇㅋㅋㅋ

이런 집요한 사람들은 처음 보는거 같았다. 아니 처음 본다. 어떤 미친놈이 5000원으로 20분 동안 쉬지도 않고 사람을 팬단 말인가.

돈 주는데 벤 할 수도 없고.

집착을 넘어선 찐 광기에 나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 하아.. 미친.”

나도 이 상황이 웃겨서 웃음이 비식 터질 뻔한 걸 간신히 누른 뒤 유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 딱 한번만 거는겁니다. 안 받으면 끝이에요.”

[ 바미님이 10000원 후원]

ㅡ ㄱ

ㄴ 언어의 마술사신가 한 단어로 모든 상황을 해결하네. ㅋㅋㅋ

ㄴ 유툽각 씨게 뽑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니.. 전화해서 다짜고짜 뭐라고 하라는거야..”

나는 불만스러운 마음을 표출하며 툴툴거렸다. 애초에 이상형 월드컵을 하자고 해서 한건데 뭘 해명하라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어디까지나 시청자들이 갑인만큼, 이렇게 대동단결을 한다면 따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자마자 이상형 월드컵에서 누나 뽑았어요. 잘했죠?

라고 할 수도 없었다.

이런 툴툴거림에도 시청자들은 굳건한 철벽처럼 아랑곳 하지 않았다.

ㄴ 어딜 ㅋㅋㅋ

ㄴ 한밤중에 전화거는 이지훈..?오우,,

ㄴ 폰허브스 선정 제일 꼴리는 새벽시간.

ㅡ ㄷㄱㄷㄱ

ㅡ ㄷㄱㄷㄱㄷㄱㄷㄱ

“ 여보세요..”

“ 아 그.. 누나.”

누가봐도 잠에서 깨어난 듯한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운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힐수록 미안한 감정이 들어 괜히 보이지도 않는 익명의 시청자들을 쳐다보았다.

대충 어떻게 해보라는 식으로.

ㄴ 왜 우릴 봐... 우린 몰라.

ㄴ ㅋㅋ 우린 몰라..

ㄴ 이 시간엔 자는게 맞겠지..?

ㄴ 유지영은 그래도 1군이었네.. 쩦

이런 씨.

**

여느 때처럼 스크림이 끝나고 유지영은 일찍이 방송을 종료했다. 이제 다시 방송에 흥미가 어느 정도 생긴 것은 사실이었지만, 아직까지는 방송을 끄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좋았기 때문.

유지영은 물티슈로 먼지가 쌓인 장패드와 키보드를 대충 문지른 후 , 찬장을 열었다.

먹을거 없나?

새우깡과 바나나킥 썬칩 등이 보였지만 별로 땡기지가 않으니 패스. 유지영은 한참을 찬장을 부스럭거리며 뒤지다 새로 사 놓은 나쵸칩과 치즈소스를 챙기고 냉장고를 뒤져 캔맥주 하나를 꺼냈다.

치익.

“ 끄아 좋다.. 이거지.”

ㅡ dlwlgns123님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 피시방 가는길.)

‘ 오 지훈이 방송하네?’

저녁 늦게까지 방송은 안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와삭.

과자를 우물거리며 방송을 들어가보니 제목과는 달리 이미 이지훈은 피시방이었다. 아마도 알림이 늦게 울린 모양.

유지영은 자연스럽게 이전에 파놓은 부캐로 로그인 해 이지훈의 방송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ㄴ 오늘은 여스트리머 이상형 월드컵 해보겠습니다!

‘ 오?’

유지영의 눈동자에 깊은 흥미가 느껴졌다. 이지훈의 외적 이상형은 어떨까? 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여자라면 아주 당연하게도 가질 법 한 순수한 흥미로움이었다.

‘ 여 스트리머라면..’

자신도 있지 않을까. 생글생글 웃으며 이상형을 선택하고 있는 이지훈을 보니 속에서 뭔가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그래 이상형 월드컵은 다 장난이지.. 여자는 능력아니겠어?

그나마 재력에 자신이 있는 유지영은 그렇게 자신을 합리화시키며 방송화면을 뚫어버릴 듯 응시했다.

“ 마이츄님 할게요 ㅎㅎ.”

저 웃음은 왜 날리는 걸까. 기분 좋은 듯이 웃음을 흘리는 그가 정말로 즐거워 보였다.

사실 웃음 따위는 날려본 적도 없는 이지훈이었지만 유지영의 눈에는 자꾸만 그렇게 보였다.

‘으음..’

마이츄는 여 승무원 출신이라 그런지 다리도 길쭉하고, 같은 여자가 봐도 고귀하고 단정한 느낌을 가득 뿜어내는 여자였으니까.

같은 여자가 봐도 예쁜데, 남자가 보면 오죽할까.

유지영은 입안이 텁텁한 걸 느끼며 입에 넣던 과자를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까슬까슬한 목 넘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딱딱한 과자대신 목을 톡 쏘는 맥주만 마셨다.

마시자마자 몸이 후끈후끈한게 취기가 금방 올라오는 듯 싶었다.

그렇게 게속 시청하다 유지영조차 예상치 못한 매치가 성사되었다. 상대는 자신의 절 친인 최지현.

이지훈은 난감한 표정으로 머쩍게 웃으며 선택을 회피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유지영은 조용히 보고 있던 부캐로 돈을 충전해 이지훈을 재촉했다.

[ 영지유자차님이 20000원 후원]

ㅡ 빨리 고르죠.

“ 그러니까... 지영누나가 이 사진은 좀 더 잘 나온 것 같네요..?”

그는 고민하다 마침내 자신의 사진이 박힌 화면을 클릭했다. 최지현만큼은 이겼다는 사실에 작은 안도감을 느끼며 한 숨을 내쉬었다.

그 후부터 이상형월드컵은 순조롭게 이어졌는데 유지영은 무언가 잘못 됐음을 느꼈다. 분명 16강 정도만 올라가자고 생각했던 자신이 어느새 32강 16강 8강을 뚫고 마침내 결승까지 와 있었던 것이다.

그 중에는 인기 여 스트리머인 김수희와, 유예슬 등 쟁쟁한 후보들도 많았기 때문에 더 놀라웠다.

그는 결승인 만큼 조금의 망설임이 있는 듯 했지만 2등인 것으로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낀 유지영은 너그러워진 마음으로 방송을 봤다.

물론 이긴다면 좋겠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마음을 비웠다.

그렇게 마음의 평정을 찾고 있는데 쏘아 올려지는 작은 도네.

[ 유지영 이겨라님이 10000원 후원]

ㅡ 유지영 사쿠란보.

아이시아우후따리 시아와세노소라 ~~~

“ 저,저.. 미친년이..”

저딴 걸 왜 보여줘 !

유지영 이겨라의 아이디를 보니 유지영의 방의 골수팬이자 살짝 악질끼가 있는 그러니까 선으로 줄넘기를 하던 시청자였다. 평소에 도네로 어그로도 많이 끌고 해서 자주 투탁 거렸었는데.

왜 니가 거기서 나와.

영상은 말릴 틈도 없이 재생되었다. 나 자신조차 보기 껄끄러워서 봉인 해두었던 영상이 남의 방송에서 퍼지고 있었다.

자신의 유트브에서 직접 보여지는 것과 다른 방송에 수출이 되어서 강제로 보여지는 것의 느낌은 달랐다.

발에서부터 머리까지 수치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노래가 끝날 때 까지 고문당하는 심정으로 눈을 질끈 감고 눈을 뜨니 역시나 입을 벌리며 감탄하고 있는 이지훈이 있었다.

‘ 어지럽네..’

얼마전에 이지훈이 방송에서 절대로 제로투는 안 추겠다고 호언장담을 한것이 뇌리에 스쳤다.

나도 절대 죽어도 하지 말걸.

이지훈에게는 그 갭 차이가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녀는 이지훈의 앞에서 힘들게 쌓아두었던 이미지가 무너져버린 것 같았다.

ㅡ딸깍.

유지영.

“귀여운 것 같은데요?”

움찔.

유지영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은건지 뇌에서는 이해를 거부했다.

살면서 남자한테 귀엽다는 소리는 맹세코 처음으로 들어봤는데 아니 여성남성 모두에게 못 들어봤었던 단어였다.

오히려 많이 들었던 단어는 표정 좀 피고 살아라. 같은 말 이었고.

그런만큼 그녀에게는 귀엽다라는 단어는 낯설게 다가왔다. 그 낯선 단어를 처음으로 말한 사람이 이지훈이라는 것도 믿기지 않았다.

심장이 간질간질 해서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이불속으로 몸을 뉘었다.

유지영은 묘한 표정으로 이지훈을 응시했다.

ㅡ 아 지금 자고 있다니까요 님들? 시간이 몇 신데.

ㅡ 아니 뭔 해명을..

ㅡ 제가 졌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망설이며 전화를 거는 이지훈의 모습이 보였다.

이렇게 갑자기 전화를 건다고?

유지영은 갑작스러운 전화에 당황해 방법을 생각하다 그냥 진짜 자고 있던 척을 하기로 했다. 마침 술 때문에 목이 어느 정도는 잠긴 상태였기 때문에 연기가 어렵진 않다고 생각했기에.

“ 여보세요..?”

“ 아 그.. 누나.”

진짜 할 말이 있어서 전화한게 아니었던 이지훈은 지극히 당연하게도 이렇다 할 주제를 꺼내놓지 못했다.

‘ 뭐라고 핑계 댈라나..?’

막상 난처해하는 이지훈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자신이 당황할 포지션이 아니라는 것을 깨 달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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