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실업자-24화 (24/64)

〈 24화 〉 이게 게임이냐?

* * *

" 방송중이에요 누나."

뭐가 되었든 전화가 연결된 이상 방송 중이라는 것을 밝히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만들어 질 수 있는 난처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도 있었고, 시청자들이 시켰다는 것을 은연중에 어필 하는거였다.

후자의 이유가 조금 더 큰것은 사실이었지만.

" 에휴,,, 0군들 진짜. 이 시간에 안자고 뭐하고 있는거야?"

" 골치 아프다니까요 진짜로?"

눈에 띄게 톤이 높아지는 누나의 목소리.

상황을단번에 캐치하고매끄럽게 방송을 이어나가는 그녀가 대단해 보였다.

' 이것이 프로 방송인?'

그와 동시에

장난끼 많은 애들을 대하는 듯한 그 목소리에 시청자들이 이가 갈렸다.

ㄴ 아.. ㅅㅂ 개띠껍네..

ㄴ 자다 일어나도 띠꺼운 당신은 대체...

ㄴ 아.. 말리지마봐.. 아 놔봐 좀..

ㄴ 저 년 평소에는 활동시간이면서 왜 오늘따라 빨리 잔거임 ? 킹받네.

ㄴ ㅋㅋㅋㅋㅋㅋ 유지영 며칠전에새벽에 메벗하다가 걸렸잖아.

ㄴ 이지훈 은근슬쩍 너도 딜 넣지 마라.

' 메벗이 뭐지?'

궁금증이 일었지만, 채팅의 흐름상 지금 나오는 것은 필시 좋은 주제는 아닐 것이 분명했다.

방송의 화력을 불태우는 장작 역할로는 적합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그건나중에 따로 찾아보기로 하자.

나는문득 예리해진 내 눈치에 뿌듯함을 느꼈다.

예전이라면 바보같이 쓸데없는 채팅을 하나하나씩 읽으며 시청자들의 페이스에 말려 들어갔을 테니까.

" 지훈아 그럼 끊어도 되는거야?"

" 흐음.."

이대로 끊기는 뭔가 아쉬운데.

잠시 침묵의 시간이 지나가고 입을 열었다.

" 네 그래요."

" 그래~ 방송 잘하구.."

ㄴ ㅋㅋㅋㅋ 뭘 기대한거야 시파알~

ㄴ 지훈아 붙잡고 끊지마요 누나. 시전해 빨리!!!

ㅡ 라는 내용의 소설 추천좀요..

ㄴ 뭔가뭔가한거 기대한 나 자신 반성해.

뚜욱.

전화가 끊기고 나는 살포시 휴대폰을 들어 라톡을 보냈다.

ㅡ 누나.

ㅡ 응 ??

ㅡ 내일모래에 시간 되세요?

ㅡ 응.. 나야 뭐.. 평일이나 주말이나 똑같지? 왜?

ㅡ 그때 영화봐요. 제가 오늘은 새벽방송을 하는지라 힘들어 가지고..

ㅡ 그럴까?

ㅡ 적당히 하고 들어가 힘들겠다.

( 대충 걱정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사자 이모티콘)

ㅡ 네~

' 역시 너무 착한 것 같아.'

대충 용건을 말해놓고 다시 방송에 집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유지영은 내 인생에 고마운 사람들 중에서도 top3안에 든다.

아마 이상형 월드컵 우승자로 뽑은 것도 그래서 일 것이다.

외적인 것들만 본다고 말은 했지만, 내가유지영이라는 사람을알고 있는데 어떻게 내적인 것을 배제 할 수 있을까.

ㄴ 왜 웃어?

ㄴ 아니 진짜 놓으라고!! 재가 먼저 꼬시고 있잖아요, 증거가 있잖아요!!

" 아아. 동생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가지고요. 죄송합니다. "

ㄴ ㅋㅋ 웃음이 아니라 헛웃음이었네 ..

ㄴ ㅋㅋㅋㅋㅋㅋ 동생의 개소리는 진짜 못참긴 하지.

ㄴ 태어났는데 오빠가 이지훈이면 매일 수발 들텐데 ㅅㅂ.

" 자 님들 레오리는 지겨우니까 다른게임이나 한판 하죠"

ㄴ 배로얄 ㄱㄱ

ㄴ ㅂㄹㅇ ㄱㄱ?

" 배로얄도 좋죠. 근데 솔큐하면 너무 공포게임이라.. 같이 할 사람 없나?"

ㄴ 다른 스트리머 섭외 ㄱ

ㄴ ㄹㅇ 나도 배로얄하면 혼자는 절대 안돌림 ㅋㅋㅋ

" 저만 믿어요 바로 섭외 갑니다."

ㄴ 멤버가 예측이 되는건 기분 탓..?

ㄴ 야 너두?

나는 방송 리스트에 들어갔다. 역시 스트리머들의 활동시간이라고 불리는 12시 와 1시 사이의 시간답게 방송하는 스트리머들이 많았다.

내가 들어갈 방송들은 딱 정해져 있었지만 말이다.

나는 당연하게도 최지현의 방송부터 들어갔다.

[ dlwlgns123 님이 1000원 후원.]

누나 배로얄 ㄱㄱㄱㄱ?

" 지훈아... 너 나 광탈시켰더라..^^"

ㄴ 32강딱은 쉿 ㅋㅋ

ㄴ 지하 ~

ㄴ ㅈㅎ

ㄴ ㅈㅎ

ㄴ ㅈㅎ~

ㅡ 네? 뭐가요?

" 이미 수출 됐는데 시치미 떌래?"

ㅡ ㅈㅅ.

" 아름이도 껴서 하자."

ㅡ 넵.

**

순조롭게 권아름과 최지현을 섭외하고, 우린 3인 스쿼드를 진행하게 되었다.

우리가 하는 게임은 배틀 오브 로얄.

100명에서 시작해 최후의 한 팀이 살아남을 때까지 진행되는 게임이다.

혼자 할 때면 공포게임이지만, 같이 할 때는 이것만큼 재밌는 게임도 별로 없었다.

" 잠시만 헤드셋좀 바꾸고 오겠슴다."

자리에 배치된 헤드셋을 끼려고 하니 뭔가 사운드가 제대로 안 들리는 것 같았다.

괜히 옆에 있는 진동 헤드셋이 탐나 카운터에 가서 받아 온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ㄴ 장비충 ㅋㅋㅋㅋㅋㅋ

ㄴ ㅋㅋㅋㅋㅋㅋ 넉스 진동 헤드셋은 못참지 ㄹㅇ ㅋㅋ

ㄴ 저격 대기조 저격 대기조 응답하라.

ㅡ 자 드가자~

게임 시작을 누르자 맵은 가장 대중적인 에란갈이 나왔다.

일단 내 게임스타일은 무한 존버맨이긴 한데 다른사람은 어떻지?

" 어디 갈까요 전 존버가 좋긴 한데."

" 나도 찬성.."

" 음.. 그럼 차고쪽에 내려서 차 찾고 구석탱이 가서 파밍 ?"

이 누나는 도대체 못하는 게임이 뭐야.

게임은 재능이라는 말이 절실히 와 닿았다.

배로얄 마저 고인물인 최지현은 능숙하게 파란색 핑을 찍고 내릴 곳을 정했다.

3 캐릭터가 동시에 비행기에서 내리고 우리는 차가 리스폰 될법한 위치를 향해 낙하산을 펼쳤다.

" 일단 근처에 2팀 정도 내린것 같은데요?"

" 확인. 총 못먹어도 되니까 늦을거 같으면 그냥 피해."

[ 베베님이 2개월 째 구독중.]

ㅡ 킬당 1000원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온 신경을 쏟았다.

초반부에 혼자 죽으면 그 만큼 재미없어지는 게임이 배로얄인 만큼 초반에 죽는 불상사는 없어야 했다.

경기를 중계하는 해설위원이 되고 싶진 않으니.

" 오 차 찾았어요.!"

" 지훈아 나 픽업좀..."

" 잠시만요 이거 잘못하면 망할 삘임."

내가 잽싸게 차를 발견하고 달려가자 옆에 폭탄머리를 한 놈도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말 그대로 개처럼 뛰기 시작했다.

녀석의 복장은 완전한 속옷에 폭탄머리를 가진 흑인 남자였는데 그래서 더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저런 패션을 가진 놈들은 대부분 실력이 좋은...

ㄴ 고인물?

ㄴ ㅋㅋㅋㅋ저런 복장이 제일 무섭긴 하지.

ㄴ 배그의 패션은 돌고돌아 결국 태초로 오게 된다.

ㅡ 타타탓.

우리는 한번의 주먹질도 없이 차에 다가갔다.

[ F를 눌러 차에타기.]

딸깍 딸깍 딸깍 딸깍.

" 아 왜 안타져..!"

다급하게 키보드를 연타하니 어찌저찌 차를 타는데는 성공했다.

문제는 내가 운전석이 아니라는 것 정도였다.

컨트롤 1번을 갈겼어야 했는데 차타는데만 집중하는 바람에 누르지 못했다.

반면에 약삭 빠르게 운전석 착석에 성공한 놈은 크락션을 울리며 승리의 기쁨을 차로 토해냈다.

나는 허무한 목소리로 말했다.

" 지현 누나. 저 납치 당함."

" ... "

" 누나?"

ㄴ ㅋㅋㅋㅋㅋㅋ X댔네

ㄴ ㅋㅋㅋㅋㅋㅋㅋㅋ고인 물 앞에선 배그 40시간은 배린이가 맞지.

적의 동선을 보아하니 자신의 팀원들에게 나를 데려가는 것이 목적인 듯 싶었다.

혹여나 놈은 내가 내릴까 걱정이 되었는지, 속도를 최고 속력으로 높인 채 절대로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참으로 악랄한 새끼일세 이거.

나는 잠시 디코를 끄고 배로얄 보이스를 킨 채로 대화를 시도했다.

이 망할 놈이 벌써 차를 3대나 지나쳤다.

" 야 나 내려주라 저기 차 있잖아."

" HEY YOU "

" WHY?"

" get me out of the car please"

" no. your a boy?"

" ? yes."

갑자기 남자인건 왜 묻는거지?

" You have a nice voice"

( 너 목소리 좋다)

"ok. thanks fast fast stop."

나는 대충 내가 아는 영어를 구사해 멈추라는 뜻을 전달했다.

" no no"

" please."

"I can't stand this !"

ㄴ 외국인 물소한테 납치 당했노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애 지금 뭐하냐 ㅋㅋㅋㅋㅋㅋㅋ? 게임 안하고 드라이브 하고있네 ㅋㅋㅋㅋㅋㅋㅋ

" 님들 쟤가 방금 뭐라는거에요? 못 들어서."

ㄴ I can't stand this! 대충 이건 못 참지라는데?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지훈이 내 차에 타면 나도 못참긴 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눈 앞에서 다시아와 버기등 다양한 차들이 눈에 스쳐지나갔다. 나는 허망한 눈빛으로 그것을 쳐다보며 바깥 풍경 구경을 했다.

총알 소리와 경적소리 그리고 배로얄 보이스 소리까지.

삼박자가 합쳐져 참으로 아름다운 '환장'의하모니를 자아내고 있다.

그것 뿐이랴. 미니맵을 켜서 위치를 보니 차는 점점 안전지대를 벗어나고 있었다.

열 받는건 이 녀석 절대로 산길은 오르지 않고 잘 닦여진 도로 위만을 달렸다.

산길로 달린다면 차가 뒤집어지거나 부딪쳤을 때 탈출 시도라도 해볼텐데.

이건 절대로 이 차가 멈추는 일이 없을 것 이라는 강력한 의지표명이었다.

" 환장하겠네."

ㄴ 레전든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ㅋㅋㅋㅋㅋㅋㅋㅋ첫판부터 미치겠네 ㅋㅋㅋㅋ

ㄴ ??? 해드셋 가져올게요~

ㄴ 차 소리 제대로 들어야지. ㅋㅋㅋㅋ

ㄴ 장비충 컽!

" 조리돌림 멈춰.."

내 눈은 옆에 위치한 흡연부스로 향했다가 떨어졌다. 담배 말리네.

" hey boy !"

" 왜 이 자식아."

"Say hello to my friend."

" no."

첫 번째 자기장이 조여오고 캐릭터의 피는 점점 줄어 들고 있었다.

ㅡ 콰직!

녀석은 벽에 박아 차를 세운 뒤 운전대를 떡하니 차지했다.

" 오. 드디어 멈춘건가? 빨리도 내려준다.."

어차피 죽었는데 지금 풀어서 뭐해.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내 캐릭터는 살고 싶어 뛰고 있었다.

최지현의 차 위치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으니 잘하면 살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 지금 가는중."

" 누나 빨리 나 죽어요.."

ㅡ 빵빵!

마침 차의 경적소리가 경쾌하게 울린다.

ㄴ 아 믿고 있었다고최지현 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이렇게 빨리 올 수가 있음? 위치상 ㅋㅋㅋ

ㅡ 생각해보니 그렇네?

도망치면서 시야를 고정한 채 뒤를 돌아보니 아까 그 녀석이 자신의 친구들을 데리고 나를 죽일 듯이 쫓아왔다.

일명 고라니.

누가봐도 내 캐릭터를 차로 밞아서 로드킬 하려는 속셈이었다.

ㄴ 차 피하기 on

ㄴ 유에이지 3대 개무섭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ㅡ 퍼어어억!

요리조리 무빙을 쳐 봐도 차 3대를 피하는건 무리였을까.

결국 내 캐릭터는 몸을 굼뱅이처럼 앞으로 말았다.

이어서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나를 농락하기 시작하는속옷 3형제.

그 요망한 몸놀림에 속이 뒤집어졌다.

" 이게 게임이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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