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 이게 게임이지.
* * *
[ 수상한 스폰서님이 100,000원 후원]
ㅡ 이판 우승시 킬당 3만원 각자 방에. 실패시 켠왕 콜?
ㄴ 강남건물주 ㄷㄷ...
ㄴ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 시바.. 다 뒤졌다.”
“ 님들 이판 우승시 각방에 킬당3만원. 근데 켠왕임 고?”
“ 무조건 우승가자 진짜.”
“ 여기서 빼면 가슴 떼야지.”
최지현의 담담한 말투에, 나는 당황스러운 티를 내지 않고 입을 다 물었다.
“ 후우.. 가즈아.”
거대한 자본아래에 하나로 뭉친 우리는 다시 한번 의기투합 했다.
“ 그래서 어디갈까?”
“ 그냥 사람 많은데 가죠. 저격 때문에 어딜 가나 똑같은 거 같아요.”
5판 연속 존버 작전에 실패한 나는 결국 뜻을 굽혔다.
실패시 켠왕인데 사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어볼 수 있는데, 사린다고 사려지는 것이 아니더라.
사람 없는 곳에서 내려도 주먹을 꽉 쥔 채로 쫓아오는 시청자들 덕에 정상적인 게임을 하긴 글렀으니.
사람 많은 곳이라도 내려서 총의 방아쇠라도 한번 당길 생각이었다.
“ 사람 많은 곳이면 퍼친키?”
“ 가시죠.”
[ 물비고라니 님이 10000원 후원]
ㅡ 킬당 1만원.
ㄴ 킹전자산 ㅋㅋ
ㄴ ㅋㅋㅋ 웬만한 금고보다 안전함.
“ 쉿. 이제 스택 쌓을 만큼 쌓았다. 큰 거 간다.”
ㄴ 뷰릇..
ㄴ 아... 쌌다.
“ .. 채팅창 얼릴게요.”
5판 총 킬 수 0킬. 관전시간 30분.
열이 오를 때로 바짝 오른 상태인 나에게 시청자들의 채팅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평소라면 벤을 먹였을 채팅들조차도 관대한 마음으로 넘기고, 오직 캐릭터의 에임에만 집중했다.
퍼친키의 누구보다 빨리 내려 파밍에 성공했다.
내 무장상태는 돌격소총인 M4 ( 수직손잡이와 개머리판.) 과 2레벨 경찰조끼인 상태.
뚝배기는 맨질맨질한 오토바이 헬멧이다.
샷건을 못 먹은게 조금 아쉽긴 했지만, 이 정도라면 무기를 못 먹어서 죽는 허무한 일은 반복되지 않을 터였다.
그 점에서 1차적인 안도감을 느꼈다.
총을 먹었다고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았다.
원래부터 사람이 많이 내리는 퍼친키는 원래부터 위험한 전투지역이다.
이번 판의 퍼친키에 내린 적의 숫자는 과장을 보태자면 100명 중 50명 쯤 은 되는 것 같았다.
아마도 시청자들의 저격 탓일 가능성이 컸다.
ㅡ탕 탕.
이것 봐라.
내가 숨죽이고 있는 지금조차도 총탄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러니 쫄보인 내가 나갈 수 있을 리가.
이번판의 목적은 우승인 만큼 어디까지나 생존이 최우선이었다.
존버충인 나와 다르게 화끈한 생존자들은 빠르게 죽어 나갔다. 온갖 잡소리로 씨끌벅적했던 퍼친키가 점점 고요해지고 있다.
소리가 잦아드는 것을 확 한 다음, 기울이고 있었던 몸을 바로세우고 천천히 문밖으로 나아갔다.
[ 생존자 70명.]
[ 생존자 63명]
[ 생존자 61명]
ㅡ 채팅창을 녹였습니다.
ㄴ 숨 쉬어 숨 쉬어!
ㄴ 후하! 후하!!
ㄴ 경축! 이지훈 최고 기록 갱신!
“ 지훈아 너 어디서 뭐해 ?”
“ 저 이제 나왔어요.”
“ 퍼친키 왜 가자고 한거야?”
권아름이 살짝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말했다.
악의 따위는 하나도 없는 듯한 그 목소리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다하다 나와 실력이 비슷한 권아름에게 이런 소리를 듣는다니? 한소리 해주고 싶었지만,
권아름은 이미 1킬을 한 상태인지라 킬 뎃으로도 깔게 없었다.
속으로 이를 꽉 물었다.
ㄴ 권아름 맥이네 ㅋㅋㅋㅋㅋㅋ
ㄴ ㅋㅋㅋㅋㅋ
ㅡ 탕!! 탕!!
“ 저기 W 175방향. 재만 닦으면 될 것 같은데?”
“ 한 대.”
ㅡ 탕! 탕! 탕!
최지현의 M16에서 불이 뿜어지고 그 놈은 그 자리에 누웠다.
“ 나이스~ 지현이 드디어 일등 가냐?”
“ 한 놈 더 있어 아직 안 끝남.”
“ 버리고 간거아냐? 나 거기 5탄 있으면 파밍 좀 할래.”
ㅡ 저벅.
넉스 진동 헤드셋에 발자국 소리가 선명하게 전달된다. 나는 그 즉시 달려가던 것을 멈추고 엄폐물에 숨었다.
에이 설마.. 또 나만?
‘ 아이 씹.‘
ㄴ 어어 야 이 새끼 또 죽는다. ㅋㅋㅋ
ㄴ 킹전자산은 지켜진다!
“ 야 지훈아 죽지마!”
“ 가는중 가는중 제발 살아 켠왕은 안된다. 진짜.”
ㅡ 저벅 저벅 저벅.
놈이 거침없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저 녀석도 사운드플레이를 통해 내 위치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힘차게 뛰어 내 쪽으로 접근할 수가 없었다.
저벅.
소리가 바로 코 앞까지 가까워질 때, 이판사판으로 뛰쳐나가 방아쇠를 당겼다.
ㅡ타타타타당!
돌격소총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불을 뿜는다.
그걸 맞은 상대방의 몸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화들짝 놀라며 도망가는 적.
마음 같아서는 바로 쫓아가 몸통과 머리통에 구멍을 내주고 싶었지만 나 또한 피 통이 만만치 않게 까였다.
“ 뒤질 뻔 봤네.”
하나 남은 구급상자를 이용해 HP를 회복하며 전방을 살핀다. 갑빠가 터진 상태라 불안불안 했지만 이제 와서 피할 길은 없었다.
ㅡ 타타다닷.
‘ 이 새끼 구급상자 없구나.’
체력회복도 안하고 끈덕지게 달라붙어 승부를 치려는 녀석.
어서 나오라는 듯 위협사격을 날려댔지만, 나는 쫄지 않고 벽에 붙어 체력회복을 이어나갔다.
체력이 회복되고 나서는 둘의 위치가 뒤 바뀐다. 나는 곧바로 M4로 녀석을 쫓아가 죽여 버렸다.
[ 적을 처치했습니다.]
킬 로그가 바로 뜬 것을 보니 최지현이 말한 그 무리가 맞았다.
“ 와 이씨 드디어!”
감탄사를 내 뱉으며 시체더미를 향해 달렸다.
도핑제와 탄알 파츠를 챙기고 만족스럽게 웃으며 차고로 향했다.
ㅡ 아밑훈이였는데 ㄲㅂ ㅋㅋㅋ
“ 아밑훈은 선넘죠.”
“ 5판 0킬.”
“ 5판 2킬이나 0킬이나 다를 거 없어요. ”
ㅡ 어우 유치해 ㅋㅋㅋㅋㅋㅋ
ㅡ 15킬을 넘게한 최지현도 가만히 있는데 왜 너희가 난리야ㅋㅋㅋ
ㅡ 원래 꼴찌 싸움이 뒤지게 재밌는거지.
ㄴ 음음. 그게 맞지. 음음.
시청자가 뭐라하든 일단 퍼치킨을 정복한 것은 우리였다.
위풍당당하게 차고에 들어있는 다시아를 타고 안전지대를 향해 달렸다.
자기장은 흔히 말하는 밀리터리 베이스 엔딩.
어디로 가야 좋을까.
운전대를 잡은 것이 권아름인 만큼 왠지 신뢰가 가지 않았다.
“ 보트타고 가면 안돼요?”
“ 그런 건 없습니다. 손님~”
젠장.
속으로 혀를 차며 차 밖으로 머리를 내 밀어 보이지도 않는 적들을 살폈다.
ㄴ 의문의 이블린 견제 ㄷㄷ.
이제 바로 앞이 통곡의 다리였다. 컨트롤 3번을 눌러 운전 하고 있는 권아름을 방패막이 삼았다.
이제야 조금 마음이 놓이네.
다리에 진입하니 이미 터져서 폐차가 된 유에지와 삼토바이들이 구조물 사이로 듬성듬성 놓여져 있었다.
왠지 서늘한 기분에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총구를 들어 올렸다.
상식적으로 밀베 앤딩에 수문장들이 없을 리가 없으니까.
얼마쯤 지났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통곡의 다리 수문장 겸. 초밥장인들이 우리를 호탕하게 맞이했다.
‘ 총알은 빼서 달라고.’
ㅡ 타다다다당!
ㅡ 이럇샤이마세!
배로얄 보이스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마저도 듣기 좋은 허스키한 여성의 목소리라는 것이 이질적이었지만 그렇게 느끼는 건 나 뿐이었다.
ㅡ다다다당!
적들의 총알이 불을 뿜으며 차의 범퍼 부분과 유리창 부분을 사정없이 때렸다.
적들은 에어드랍으로 기관총을 챙겼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차에서는 뿌연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 이거 어카지?”
“ 일단 아무데나 세워봐 차 터지겄네. 시벌탱.”
최지현이 예쁘장한 목소리로 걸쭉한 욕설을 내 뱉었다. 아무래도 켠왕+ 미션이 걸린만큼 최지현도 초진지 빡겜중인 듯 했다.
“ 근데 숨을 데가 없는데?”
“ 일단 폭사 하는 것 보단 나으니까 빨리 세워 봐요!”
“ 내려서 차부터 터트리고 싸우자.”
‘ 오. 그런 방법이?’
배그 고인물들도 무릎을 탁 치겠네.
그런 생각을 하며 세워놓은 다시아를 폭파시키고 굵직한 타이어와 차 뒤에 몸을 숨겼다.
4배율을 장착한 M4로 적들을 착실하게 긁어 나갔다.
막상 붙어본 적들은 에임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단순히 기관총의 화력만으로 우리를 밀어 붙였던 셈.
ㄴ 아 이걸 사네 ㅡㅡ
ㄴ 제발 제발 제발..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님...
“ 어림없지. ”
[ 적이 기절했습니다.]
ㄴ 이왜진?
ㄴ ㅅㅂ켠왕 마렵다고!!!!
“ 지훈아 배율 잠깐만 줘봐.”
kar98k를 든 최지현에게 4배율을 잠시 건넨 뒤 권아름과 나는 주먹감자를 날리며 상대를 압박해 나갔다.
ㅡ 푸쉬익!
상대가 연막탄을 뿌리자, 연기가 자욱하게 깔리며 시야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다행인건, 다리가 넒고 연막탄이 한 개 인지라 실루엣은 흐릿하게는 보인다는 것.
빨리 마무리 해야하는데.
다른 팀들도 총소리를 들었으니 사냥꾼들이 눈에 불을 켜고 올 타이밍이 머지않은 상태다.
양각을 잡히면 서로 죽도 밥도 안되니.
“ 째고 있을게 달려봐.”
머리를 싸 맬 것 없이 곧장 실행으로 옮겼다. 지금쯤 상대는 기절한 녀석을 살리고 있을 것이니 최소한 소생을 멈추게 해야한다.
ㅡ 피슉!
적들이 우리의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빼꼼 내미는 순간, 최지현의 kar98k소음기가 소리 없이 적을 관통했다.
[ 적이 처치 되었습니다.]
“ 야야 자기장 온다. 드링크만 챙기고 튀자.”
“ 걸어가면 우리 망할 것 같은데?”
권아름의 말에 맵을 확인하니 그녀의 말대로 뛰어가기에는 꽤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다.
“ 차 있나?”
최지현이 말했다.
“ 그.. 삼토바이가 있긴 해요.”
“ 이미 탔음 빨리 타 애들아.”
기절시키고 차 뺏어서 최지현한테 넘길까? 심각하게 고민이 되었다.
아까 본 권아름은 운전대만 잡으면 폭주본능이 되살아 나는 것인지 차로 부릴 수 있는 온갖 묘기를 다 부려댔다.
두 바퀴 스핀턴이라던지.
나무에 걸려 급격히 뒤집어졌다 다시 뒤집기라던지.
“ 누나 진짜 운전대 넘겨요 제발.”
ㄴ 믿고 있는다고 권아름!!!!!
ㄴ 권아름을 믿을 빠에 삼토바이를 믿지 ㅋㅋㅋ
“ 안되지~”
결국 나는 권아름의 옆자리를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묫자리가 되는건 아니겠지?
ㅡ 피슉!
탕! 탕! 탕! 탕!
그래도 오토바이는 오토바이인지 적들의 총알 따위는 속도로 피하고 단숨에 언덕을 오른다.
끊이지 않는 애처로운 총알소리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저 새끼들은 x된 것 같은데요?”
ㄴ ㅋㅋㅋㅋ아 뚜벅이 ㅅㅂ
ㄴ 차 없으면 뒤져야지~
ㄴ 아 켠왕 1트는 진짜 주작인데;;
ㄴ우승하겠다 ㅋㅋ
“ 플레그 세우지마요 진짜.”
[ 남은 생존인원 15명.]
[ 남은 생존인원 12명.]
“ 아 진짜 가즈아!”
마침 자기장도 바로 앞에 있는 바위에 걸쳤다. 이제는 적들이 우리 쪽으로 와야하는 상황.
자리가 좋은 지금만큼 좋은 기회는 없었다.
마침 저격러들도 전부 퍼친키에서 죽어버린 상태.
지금이 아니면 우승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고블린들에게서 파밍한 아드레날린 주사기를 꽂고 적을 발견했다. 스코프를 통해 적을 겨누고 물었다.
“ 저기 있는데 쏠까요?”
“ 쏘지말고 지들끼리 싸우게 하자.”
“ 오케이.”
ㅡ 탕! 탕! 탕!
[남은 생존인원 7명]
“ 둘이 다른팀인가?”
“ 그런 것 같은데.”
2명이 누웠고 우리 스쿼드가 3명이니 각각 1팀이 남은 것이었다.
[ 자기장이 줄어듭니다.]
타이밍 좋고.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자기장에 적들은 어쩔 수 없이 기동을 시작했다.
연막을 뿌린다고 뿌렸지만, 어차피 적들의 목적지는 명확한 상황에 연막으로 뭘 할 수는 없었다.
ㅡ 피슉! 피슉!
ㅡ 탕! 탕!
[ 이겻닭! 오늘밤은 치킨이닭!]
" 아 이게 게임이지."
켠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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