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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세계의 실업자-37화 (37/64)

〈 37화 〉 오류

* * *

ㅡ 강민님은 이번 세트 어떻게 보셨나요?

ㅡ 아~ 사실 1세트만 보고 아 역시 안되나? 생각했었는데 귀신같이 따라붙었네요! 평소에도 좋아하는 원딜러인 약씨님이 캐리하는 것을 보니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ㅡ 맞습니다. 수틀 팀의 공주님 키우기 메타가 정말 장난 아니더라구요? 미드 질리안에 서폿 루룰이라니. 전략을 잘 짜온 것 같습니다.

[ 정배 충들 손발이 파들파들 떨리겠다 ㅋㅋ]

[ 정말! 달콤해~]

[ 아직 안 끝났는데 ㅋㅋ? 개소리 하네.]

[ 주피 거품 오지네;;]

[ ㅈ피; 무리 줫나하네 ㄹㅇ;;]

[ 잘 크고 던졌으면 져야지 ㅋㅋㅋ 하고 싶은거 다해~ 우리 주피~]

스코어 1대1.

경기는 팽팽한 양상을 보였다. 그리고 그에 따라 우리방의 트수( 정배충들과 역배충)들도 팽팽한 양상을 보인다.

내가 먹잇감을 던져 줘 버린 것이다. 이제 곧 마지막 판이 시작 할 텐데, 채팅창은 이전 경기에서 못한 스트리머들을 까느라 바빴다.

“ 타 스트리머 욕하면 방종 때립니다. 주피님보다 높은 티어 인증하면 나한테 욕 박는 거 허용할게요. ”

주피 욕 뿐만이 아니었다. 그녀 뿐 아니라, 다른 스트리머들의 욕도 심심치 않게 올라 왔기에딱 못을 박아 놓았다. 만약 랭킹 13등 보다 높은 사람이 욕을 한다?

그 정도 노력이면 충분히 들어 줄만하다.

[ 마조 훈 ㅋㅋㅋ 좀 꼴리네;;]

[ 챌린저 찍고 옴 ㄱㄷ;;]

ㅡ 아! 지금 막 3세트 시작합니다! 약씨 님한테 강민 씨가 응원한번 해주시면 수틀 팀이 이기지 않을까요?

쿨템이 말했다. 강민은 .. 손을 꽉 쥐고 개미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ㅡ 약씨 .. 파이팅....?

그에 따라 내 손이 꽉 쥐어진 것은 절대로 비밀이었다. 나는 냉수를 들이키며 심신을 안정시켰다.

[ 주피의 루블랑.. 믿는다!]

[ 제발 대깨역 대가리 깨주세요 ㅈㅂㅈㅂ...]

[ 정배 충들 포인트 냠!]

주피는 무난한 로밍과 혼자서도 변수창출이 가능한 루블랑을 픽했다.

조금 답답한 라인클리어와 챔프 상성에 따라 라인전의 승패 유무가 많이 갈리는 것이 단점인 챔프지만. 주피에게는 그걸 커버할 실력이 있다.

모두의 기대 속에 게임이 다시 시작되었다.

**

게임이 어느덧 중반 단계에 걸쳤다. 주피의 루블랑은 역시나 흠 잡을 곳이 없었다. 솔킬을 두 번이나 따냈고, 주도권을 이용해 14분전 전령을 챙겼다.

수틀 팀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악재였다.

전령을 먹힌 것만으로도 스노우볼이 크게 굴러갈 수 있는데, 그게 14분전 전령이다? 끔찍한 상황이다.

‘ 존나 잔인하네 진짜.’

상대팀 피가 바짝 말라가는 짓만 골라서 하고 있는 주피였다. 그녀의 루블랑이 천천히 스킬을 욱여넣으면서 네네통의 피를 깍는다.

무한 다이브 압박에 다이아 네네통은 울면서 2차 포탑 앞에서 귀환을 눌렀다. 정글인 탈리안은 미드커버를 하기 바빴다.

‘ 제발 약씨 파이팅.’

네네통의 모습에 내가 대입 되어 보였다. 그녀의 다음상대가 나라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속이 답답하다.

ㅡ 이런 디테일한 플레이 좋습니다. 큐리(라신)선수 주피선수! 저런 곳 와드 지우고 핑와하나가 상대 바텀입장에선 되게 크게 다가오거든요?

ㅡ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칼을 바짝 갈았네요! 저런 플레이들이 쌓이고 쌓여서 터지는거거든요! 일단 최대한 버텨야합니다 전령 풀리면 진짜 큰일 납니다!

루블랑은 일부러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며 바텀과 탑 정글 모두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 수틀 팀은 바짝 엎드려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어느 한 곳이라도 잘못 따이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을 수틀 팀도 잘 알고 있었다.

[ 네네통 운다 ㅠㅠㅠ..]

[ 다이아 2면 절대 낮은게 아닌데 그냥 양학하네;;]

[ 쓸만한 미드 전부 벤 때린게 컸다.]

ㅡ 적을 처치했습니다!

ㅡ더블킬!!

“ 와!! 주피 진짜 사슬각 미쳤네요!! 저기서 저 사이로 저걸 끼워 넣나요? ”

“ 라신도 당구 미쳤거든요? 챌챌 미드정글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네요!”

하지만 알고 있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나 보다. 주피는 나에게 기대 따위는 하지 말라는 듯 보란 듯이 바텀 다이브를 성공 시켰다.

사미러 탈리안에 이어, 혼자가 되어 버린 울리스타에게 까지 그림 같은 사슬이 박힌다.

ㅡ 적 트리플킬!

나는 이때부터 마음을 비웠다.

디스코드로 소통을 하고 있는 만큼 서로의 실수를 파고들어 역전을 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수틀 팀이 믿을 건 약시 캐리 뿐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너무나도 멀어 보인다. 유틸 서폿이 전부 벤 당한 지금 ‘공주님’ 키우기 전략도 먹혀들지 않을 것이고.

“ 텄네. 텄어.”

나는 화면을 내렸다.

스크림이었다면 이미 서렌을 치고 다음경기를 진행했을 만큼의 일방적 게임이다.

이미 결과가 나온 게임을 붙잡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잠시 노래를 틀며 트수들과 소통을 했다.

[ 룰렛 딱대!]

[ ㄹㅇ포인트로 혼내줘야지.]

“ 어차피 룰렛 확률이 낮아서 뭐.. 들어오시던가.”

트수들의 열띤 반응에, 내가 심드렁한 반응을 내비치며 말했다,

이긴 것이 정배인지라 배당률이 낮았다. 승 패 비율 또한 정배측이 월등히 높았지 아마?

웬만큼 크게 포인트를 걸지 않은 이상, 큰 이득을 보지는 못 했을 터다.

쫄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후우... 이지훈 24시간 노방종 가즈아!]

[ 제발 전데..]

[ 씹년들 김칫국 ㅈ대네ㅋㅋㅋㅋㅋ 그래서 확률이 몇 펀데ㅋㅋ]

[ 에이 씹팔 ㅋㅋ 그 단풍겜은 0.1 확률로도 장비파괴 되던데 그깟 0.5 확률 소원권 하나 못 뽑겠어?]

[ 그건 확률주작이고 ㄹㅇㅋㅋ]

[ 초딩겜 누가하냐? ㅋ]

갑자기 단풍겜 쪽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에 나는 이를 살짝 갈았다. 초딩 겜이라는데에는 전혀 동의 할 수가 없었다.

“ 어떤 초딩 겜이 몇십 만원씩 현질을 유도합니까? 예? ”

불과 한 달전 유지영의 꼬득임에 넘어가 잠깐 게임에 발을 들였다가 하루 만에 100만원을 태워 버린 기억이 선명했다.

나도 모르게 돈을 충전하고 있는 모습이 두려워서 얼마안가 게임을 접긴 했지만.

‘ 미친게임.’

그 게임은 더 이상 내가 알고 있던 초딩 겜이 아닌 건 확실했다. 유지영이 준 도적캐릭터 상의 하나가, 내 현실 착장보다 훨씬 비싸다.

나는 독 사과에 당한 아픈 기억을 상기시키며 욕지기를 삼켰다.

“ 후.. 망해서 다행이지.”

[ 발작버튼 누가 눌렀노 ㅋㅋㅋㅋㅋㅋㅋ]

[ 141! 141! 141!]

[ 어제 웡키 펫 일부러 굶어 죽여 버림 ㅁㅌㅊ?]

“ 아직도 안접은 거에서 넌 머리가 깨진 거란다. 친구야.”

[ 묵ㅡㅡㅡㅡㅡㅡ직.]

[ 제로투투데이님이 10,000원 후원]

ㅡ속보 아들이날림팀 본선 진출. 응애 포인트 조.

“바로 들어갑니다. ”

포인트를 배급하고 룰렛 상점을 열었다. 신나는 포인트 회수 타임이다.

포인트로 하는 것은 돈으로 돌리는 룰렛보다 꽝 확률이 높다.

당첨 확률을 한 번 높게 했다가는 하루 종일 룰렛 미션만 하는 대참사가 날 수 있기 때문에 그것까지 고려한 확률이다.

대충 돌리는 사람의 90프로 정도가 꽝이 나올 것이다. 확률이 낮다고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일은 없다.

다른 방에서의 포인트 기능은 끽해야 글씨를 돋보이게 해주는 정도. 우리 방은 그에 비하면 속된 말로 ‘개 혜자’다.

신나는 노래로 bgm을 깔고 회수타임을 만끽하기 시작했다.

ㅡ ((

ㅡ ((

ㅡ ))

ㅡ ((

ㅡ ))

[ 청해 님이 룰렛을 돌렸어요!]

[ 깜장이님이 룰렛을 돌렸어요!]

[ 발로까님이 룰렛을 돌렸어요!]

[ 부드득님이 룰렛을 돌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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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뭐야 이거 왤케 많이 돌려.’

생각보다 많은 룰렛양이 놀란 나는 다급히 룰렛을 잠깐 동안 멈추고 말했다. 이건 내 예상을 아득히 벗어났다.

룰렛에 렉이 걸려 닉네임을 읽다만 수준으로만 돌아가고 있었다.

“ 이거 버그에요? 룰렛 쌓이는 속도가 심상치가 않은데?”

[ 0군들을 무시한 대가를 치러라!!!]

[ 0벤져스 어셈블 ㅋㅋ]

[ 우리가 니 방송을 얼마나 많이 쳐 봤는데 포인트가 없겠냐고!!]

[ 이지훈의 포인트 미션 동정은 내가 깬다.]

열 개... 스무..개 오십 개.. ?

오늘 포인트를 다 쓸 작정인가? 앞으로 이 이벤트가 열리지 안 열리지도 모르니 있는 것을 다 쏟아 붇는 시청자들.

내가 기겁하며 입을 열었다.

“ 님들 다음에도 여니까 다음에 하세요. 다음에.”

[ㅇ 안믿어~]

[ ‘ 학교가기 바로 전날 후회 없는 선택’]

[ 다 같이 입 다물고 있었던 거 지렸다. 훈붕이들아.]

이건 명백한 시행 착오였다. 개업 첫날부터 다 퍼주는. 사이트 오픈 첫날에 사이트가 폭파해 버리거나 오류가 생기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다른 것은 다 똑같았다. 이쪽은 오류수정이 안 된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나는 절망했다.

“ 씨발 멈춰.”

말하는 순간 100개 돌파. 사태를 어떻게든 수습하기 위해 룰렛 창을 닫았지만, 돌아온 것은 나락단 출발이라는 섬뜩한 채팅.

나는 다시 룰렛을 켰다.

“ 이거 다 하면 저 룰렛 절대로 죽어도 안 돌릴 껀데 후회 안하죠?”

[ ??? 마지막 바꿀 기회 줄게. ㅡ 약팔이 ㅋㅋ]

[ 후회는 너가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아...”

나는 다시 한 번 절망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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