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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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기억의 조각을 본 리아가 혀를 찼다.

어째서 자신에게 자꾸만 그녀의 기억이 흘러들어오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은 그녀의 몸을 빌리고 있을 뿐이었다. 어떤 이유가 있는지도 몰랐고, 이유가 있다고 해도 뜻대로 움직여 줄 생각은 없었다.

무엇을 바라고 자신에게 그녀의 기억을 보여주는 것인지 몰라도 딱히 무언가를 할 생각은 없었다.

책에서는 리아르나의 악행만을 서술하며, 프레야의 행동에 대한 타당성만 보여줄 뿐, 리아르나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도 딱히 궁금하진는 않았었다.

책은 책일 뿐이었으니까.

그러나 이렇듯 리아르나의 입장에서 리아르나가 겪은 일들을 보게 되니, 원하지 않아도 그녀의 감정을 알 것 같았다. 동화되는 것 같았다.

그녀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방법은 옳지 못했지만, 그런 행동을 한 이유만은 알게 되었다.

"황제를 미워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대신해서 프레야에게 복수라도 해달라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자신은 그저 평범한 독자였을 뿐인데.

리아르나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긴 할 터였다.

프레야를 미워하긴 해도, 리아르나는 그녀를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다. 다만 실수였을 뿐이었다.

그 실수가 너무 치명적인 것이라 결국 본인이 파멸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아무런 죄없는 이들을 핍박하는 것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사실은 그런 것도 아니었다.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원작대로 흘러갈 생각도, 그녀가 못다 한 꿈을 이뤄줄 생각도 없었다.

리아의 목적은 그저 무사히 지내는 것이었고, 가능하다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어쨌든 짜증은 나네."

이런 기억을 보는 것도, 지금의 상황도.

"그보다 계획을 세우긴 해야 할 것 같긴 한데."

원작과 워낙 달라져 버린 상황이라 원작을 참고하여 계획을 세우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계획은 세워두는 것이 좋을 터였다.

언젠가 될지 몰라도, 황가제 기억을 찾게 된다면 폐위를 요청하리라.

폐위되면 공작이고 뭐고 다 떠나서 산골짜기에 처박혀 지내야지.

어떻게 하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으며.

그러다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간다면,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은 다잊고 그렇게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갈 거고.

다만 문제는 황제가 언제 기억을 찾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기억을 찾은 후 그가 어떻게 나올지도 알 수 없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절대 그를 좋아해선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프레야에게 휘말려서도 안되고.

새삼 리아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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