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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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현재 리아의 방에는 리아와 카르티안, 그리고 프레야와 프레야의 시녀인 리나, 마지막으로 리아에게 티아라를 골라 치장해 준 시녀가 있었다.

시녀는 황제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서 있었다.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리아의 말에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던 시녀가 리아를 바라보았다

시녀는 손을 긴장감에 두 손을 꽉 맞잡고 있었다.

저것이 그저 황제의 부름으로 인한 두려움인지, 아닌지 일을 벌인 당사자로서 느끼는 두려움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 티아라, 그대가 골라줬었죠."

"네? ……네."

시녀가 맞다는 듯,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하면서도, 혹시나 이 대답 때문에 자신이 위험한 일에 휘말리는 건 아닐까 잔뜩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이 티아라를 어디서 구했죠?"

"어…… 어디서 구하다니요. 저, 저는 그저 보석함에 있던 것 중 제일 아름다운 것을 고, 고른 것…… 뿐인데……."

"확실한가?"

시녀의 말에 카르티안이 서늘한 기색으로 말했다.

"……네, 네."

시녀가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 말이 거짓이라면, 각오하는 것이 좋아. 단순히 황성에서 쫓겨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테니."

"저, 정말 사실입니다!"

절대 거짓이 아니라는 듯, 시녀가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로 자신은 그저 보석함에 있던 장신구 중 황후를 가장 빛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른것 뿐이었다.

티아라를 고른 것에는 별다른 의도가 없었다.

"여, 역시……."

시녀의 말에 프레야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리아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 프레야는 역시, 라고 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리아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자신도 리아가 티아라를 훔쳤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말을 생각하면 모순적인 말이었다.

뭐,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자신의 감대로 이 상황을 조작한 것이 프레야인지 아니면 과거의 리아르나가 만들어낸 상황인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러니까 단지 제 보석함에 이 티아라가 있었고, 그래서 이것을 골랐다는 말인가요?"

시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결국 프레야가 꾸민 일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시녀의 태도에 수상한 부분이 있었다. 잔뜩 흔들리는 시녀의 눈은 그녀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저 단순히 티아라를 자신에게 선택해서 건넨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 그것이……."

시녀가 카르티안과 리아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한 시녀……가 제게 이 티아라를 추천해 주긴 했습니다."

"그 시녀가 누구죠?"

리아의 물음에 시녀는 이내 한 시녀의 이름을 말했고, 카르티안은 기사를 시켜 그 시녀 역시 데려오게 했다.

새로 온 시녀 역시 황제의 부름에 잔뜩 겁을 먹은 상태였다.

"이 티아라를 추천해 줬다고 하던데……. 그 이유가 뭐죠?"

리아가 차가운 표정으로 미소를 머금고서 물었다.

이 티아라를 추천한 이상, 이 시녀는 분명 이 모든 상황을 계획한 이와 관련이 있을 터였다.

"그것이……."

시녀가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말을 얼버무렸다. 그러나 시녀의 시선이 잠깐 한곳을 향했다.

"지금 감히 황후의 물음에 대한 답을 하지 않는 건가?"

시녀들에 대한 건 리아에게 일임하기로 한 이상, 황제인 자신이 직접나설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리아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망설이는 시녀를 보니, 카르티안은 가만히 있을수 없었다. 

"이 이상 대답하지 않는다면, 황족에 대한 모독죄를 적용해 이 자리에서 바로 처형하도록 하지. 그래, 어딜 잘리고 싶은가."

카르티안이 싸늘하게 물었다.

그에 시녀가 몸을 떨며 황제와 황후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는 동안에도 시녀는 틈틈이 한곳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이내 시녀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것이…… 리나가, 저에게 부탁했습니다."

'프레야가 아니라 리나?'

리아의 시선이 프레야의 곁에 서있는 리나를 향했다.

시녀의 대답에 리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참으로 당당한 기색이었다.

"사실인가요?"

리아가 프레야를 보는 건지, 리나를 보는 건지 애매한 시선을 던지며 물었다.

"그, 그럴… 리가요."

자신의 시녀 이름이 다른 시녀의 입에서 나오자 프레야가 충격 받았다는 표정으로 부정했다.

"그럼 이 시녀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까요?"

리아의 물음에 프레야가 어서 사실을 말해달라는 듯 리나를 바라보았다. 리아의 시선에는 꿈쩍도 하지않던 리나가 그런 프레야의 시선에 동요했다.

리나가 원한 상황은 이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듯 흐르자, 리나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없었다.

명확한 증거 없이 상황만으로 리아가 프레야의 티아라를 훔친 것처럼 몰아갔었다. 훔쳤다는 증거도, 아니라는 증거도 없었지만, 분명 상황자체는 리아에게 불리했다.

그러나 시녀들이 입을 연 이상, 그 의혹은 사라졌다.

이제 그 상황에 처한 것은 자신이 었다. 아니, 차라리 그 의혹의 대상이 자신만이었으면 좋겠지만, 이러다간 자신이 모시는 주인, 프레야에게까지 그 의혹이 갈 수 있었다.

이 일은 철저히 자신 혼자만의 계획이지, 프레야갸 시킨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런 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아니요. 사실입니다. 제가 시켰습니다. 모든 것은 저 혼자서 계획한것 입니다."

리나가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이후 자신의 처분이 어떻게 될지는 걱정되지 않았다.

다만 저 여리고 착하신 분이 자신으로 이해 아파할 것이 걱정되었다.

"혼자 계획한 것이라고요?"

리아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 리나가 입을 열려는 찰나, 프레야와 시선이 마주쳤다.

프레야는 그러지 말라고, 아픈 표정으로 고개를 젓고 있었다.

"네."

프레야의 만류를 무시하며, 리나가 단호하게 말했다.

"감히 황후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했으니, 이것은 황족 모독죄보다 더 큰 죄다. 이 자리에서 죽인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겠지. 다만 그 전에, 정말 혼자 저지른 것이 맞느냐?"

리나는 프레야의 시녀였다. 그러니 그녀 혼자만의 계획이 아닐 수 있었다.

"제가 몰래 프레야 님의 티아라를 가져와 황후마마의 방에 놓아두었습니다. 또한 황후마마의 치장을 도울 시녀에게 일부러 그 티아라를 고르게 했습니다. 이 모든 일을 프레야님은 알지 못했고, 오롯이 저 혼자만의 일입니다."

시녀, 리나의 말에도 카르티안은 쉽게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카르티안의 시선이 잠깐, 프레야를 향했다. 시녀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듯.

그러나 프레야의 표정을 보니 정말 몰랐던 것 같았다.

상대의 진심과 거짓을 판단하는 능력만큼은 기억을 잃기 전만큼  뛰어났는데, 그런 그의 판단이 시녀의 말이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게다가 시녀가 오롯이 자신 혼자서 저지른 죄라고 주장하고 있는 이상, 별다른 증거도 없었다.

고문해서 알아내는 방법도 있겠지만, 저 시녀가 프레야에게 보이는 태도를 보아 절대 입을 열지 않을 터였다.

그 탓에 카르티안은 우선 눈앞의 이 여인만이라도 처리하기로 했다.

프레야의 수족과도 같은 아니, 이 시녀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프레야에겐 하나의 위협이 될 터였다.

시녀가 한 짓은 단순한 모독이 아니었다. 황후 자체를 깎아내리려는 의도였고, 명백한 적의를 담은 행동이었다.

지난번에는 황후의 만류로 시녀들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이번만은 예외였다.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더 큰 잘못을 저질렀으므로.

"제, 제발……. 폐하. 리나는 저를 위해서 그런 것이에요."

프레야가 눈물을 글썽이며, 카르티안에게 말달렸다.

그러나 카르티안은 냉정하게 그 손길을 뿌리쳤다.

"지금 감히 황후에게 그런 짓을 한 이의 편을 드는 것인가? 아니면 그대가 그런 짓을 공모하기라도 한 것인가?"

"그, 그건…… 아니에요. 제가 어찌 마마께."

시녀의 죽음은 슬프지만, 자신은 절대 황후에게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는 듯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동시에 시녀, 리나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프레야가 슬픈 눈으로 리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미안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정말 아끼는 아이였는데. 이 쓸쓸한 황성에서 친우같은 그런 아이였는데.

"……죄, 죄송…… 합니다."

프레야의 시선에 리나가 사과의 말을 올렸다.

결국 자신으로 인해 프레야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줬다는 사실에 리나가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나 존경하고 따랐습니다. 프레야님은 그 누구보다 찬란하고 빛나는 분이셨습니다."

검집에서 스르릉 하고 뽑아진 카르티안의 검을 보며 리나가 죽음을 예감하듯, 천연하게 말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이가 보이는 진심은 컸다.

결국 카르티안의 검은 리나의 목을 베었고, 리나의 목에서 피가 뿜어졌다.

일련의 상황들에 리아는 인상을 찌푸렸다.

첫 죽음이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말리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이 이곳 사람이 아니고, 한국에서 20년 이상을 보내온 사람이라고 하지만, 이곳의 규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이번만은 전처럼 황성에서 내쫓는 것으로 가볍게 끝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보지마. 리아, 미안."

시녀의 목을 베자마자 카르티안은 리아에게 다가와 눈을 가리며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리아 앞에서 이런 잔인한 광경 따위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순간의 분노가 더 컸다.

"이건 리아 탓이 아니야."

혹시나 시녀의 죽음에 리아가 죄책감을 느끼며 마음 아파할까 카르티안이 말했다.

"내 탓 아닌 건 알아요."

어게 어찌 내 탓일까.

본인이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을 받은것 뿐인데.

사람의 죽음이 충격적이긴 했지만, 그것은 자신의 잘못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특히나 죽기 전, 리나가 보인 행동, 그 어디에도 자신에 대한 죄송함은 없었다.

그저 이런 식으로 실패해서 안타깝다는 듯, 프레야에게 미안하다는 듯 한 모습만을 보였을 뿐이었다.

그런 이에게 죄책감은 사치였다. 본인 역시 실패하게 된다면 어찌 될지는 잘 알고 있었을 테니.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괜찮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기사들은 저것을 내다 버리고, 다른 시녀들은 방을 치우게."

리아의 눈은 여전히 가리고 있는 채로, 카르티안이 명을 내렸다. 그러나 카르티안의 명 어디에도 프레야에게 건네는 것은 없었다.

카르티안은 완전히 프레야를 무시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프레야에 대한 처벌까지 그냥 넘어간 것은 아니었다.

카르티안은 프레야에게 근신을 명했다.

아무리 프레야의 시녀가 혼자서 벌인 일이라고 해도, 엄연히 프레야의 시녀가 그런 짓을 한 이상, 프레야에게 아무런 처벌 없이 넘어갈 수는 없었다.

사실 이 정도의 처분도 너무 약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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