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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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들이 방을 치우는 동안 리아는 카르티안의 방에 있었다.

피가 남아 있는 그곳에 리아가 있게 할 수 없었다.

"리아, 괜찮아?"

카르티안이 조심스레 의자에 앉아있는 리아의 눈치를 살폈다.

"안 괜찮을게 뭐 있겠어요."

리아가 무심한 듯 말했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괜찮은 것과 안 괜찮은 것,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사람이 죽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것은 생각보다 충격이 더 컸다.

동시에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카르티안의 말에 프레야는 시녀의 편을 드는 척, 자신이 이 일과 관련이 없음을 피력했다.

애초에 프레야와 이번 일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없었다. 증인이 될 수 있는 리나는 오로지 자신 혼자만의 계획이라고 주장하며 죽었다.

다만 거리는 것이 있었다.

어쨌든 리나는 프레야의 시녀였다. 그녀가 혼자서 그런 계획을 세웠을리 없었다.

꼭 대놓고 그런 짓을 하라고 말을 해야지만, 공모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은근히 뉘양스를 풍겨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든 것으로도 충분히 공모자가 될 수

있었다.

단순한 감이었지만, 리아는 어쩐지 프레야가 그랬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소설의 후반부 내용이 떠올라서 그런 건지 몰라도 프레야에 대한 생각 역시 완전히 변해 있었다.

처음에는 소설 속의 프레야의 결말보다는 자신의 결말에 더 집중하고 있었고, 그 이후에는 폐위당해 황성을 떠날 생각에 그 이후의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 와 생각하니, 프레야에 대해 무언가가 걸렸다.

어쩌면 자신이 빙의하기전, 리아르나가 그러한 상황에 놓이게 된 데는 황제의 태도뿐 아니라 프레야의 수작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또 궁금해지는 것은 그렇다면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누구던가?

누구 한명 제대로 된 행복을 맞지 못했는데.

 ― 맞아. 제대로 된 결말이 나지 못했지. 모든 것이 뒤엉켜 버렸어.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에 리아가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끼어들어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의심이 될 정도였다.

분명 듣긴 한 것 같은데 누구의 목소리인지, 누가 말한 것인지 정체를 알 수 없었다.

현재 이 방에 있는 것은 자신과 카르티안, 둘뿐인데.

설마 자신에게 남의 속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어서 이곳에 있지 않는 누군가의 생각을 읽은 것은 아닐 테고.

아니, 자신이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그 목소리가 끼어든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마치 자신의 생각을 안다는 듯, 자신이 어떤 의문을 품고 있는지 안다는 듯 동조하며 말을 건넸으니까.

'도대체 이건 또 무슨 일이야.'

그 생각에 리아가 더욱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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