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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와 카르티안의 합방 소식이 황성에 알려졌다. 그 탓에 황성 사람들은 합방을 위한 준비로 바빠졌다.
그러나 딱히 그들이 준비할 것은 없었다. 합방을 위한 절차는 최소한으로 줄인 상황이었고, 사실상 합방이 아니라 합방을 하는 척이기 때문에, 카르티안은 합방에 필요한 시녀들의 수 역시 대폭 줄였다.
그래도 황제가 기억을 잃은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합방 소식에 황성 사람들은 묘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 소식을 들은 후궁 프레야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프레야는 아끼는 시녀, 리나의 죽음 이후, 근신 처분을 받아 방 밖에 한 걸음도 나설 수 없었다. 그런 그녀의 귀에 들리는 황제와 황후의 합방 소식은 청천벽력이나 다름없었다.
전에도 황후와 황제와 합방을 한적이 있지만, 지금만큼 불안하다던가 불쾌하지는 않았었다.
그때는 황제가 황후와 합방을 해도 그것이 단지 형식적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로 인해 자신의 위치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니었다.
안 그래도 황제의 변심으로 위태로워진 자신이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 합방으로 인해 황후가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자신의 처분은 보지 않아도 뻔했다.
그 불안함에 프레야는 진정할 수가 없었다.
황제와 황후가 합방을 하지 못하게 할 무슨 수가 필요했다.
리나가 있었다면, 굳이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한 마디 언질을 통해 원하는 상황을 유도할 수 있었을 텐데.
리나의 죽음이 슬프진 않았다.
그저 실망만이 있을 뿐.
황제와 황후 앞에서야 시녀의 죽음에 상처받은 듯, 슬픈 듯 그런 연기를 펼쳤지만, 프레야에게 리나는 그저 하나의 도구이자 수단일 뿐이었다.
그때 제대로 성공했다면 둘 사이를 흔들 계기가 될 수 있었을 텐데.
황제가 지나치게 황후를 믿는 것과 시녀의 어설픈 수는 프레야의 예상밖이었다.
이제 와서 프레야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도 없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비록 자신의 편이 되어주던 시녀와 귀족 영애 대부분을 잃었다고 하지만, 자신에겐 그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찌 쌓아온 자신의 자리는 고작 그 정도로 무너질 것이 아니었다.
이왕이면 아예 그 눈엣가시인 황후를 치울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는 무리였다.
정말 존재만으로도 짜증 나는 여인이었다. 딱히 자신에게 어떤 해를 가하지 않았다고 해도, 황후의 자리에 있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래서 일부러 속내를 숨기고서 교묘하게 그녀를 자극하며, 그녀가 반응을 보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분명, 황제가 기억을 잃기 전까지 그것은 매우 유효하고 효과적이었다.
원하는 대로 모든 상황이 흘러갔으니까.
멍청한 황제는 아무것도 모르고서, 언제나 자신의 편을 들며, 황후를 더욱 옭아맸다.
그 역시 자신의 수작이었던 것을 모르고서.
물론 그랬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그렇게 되도록 만들었으니까.
황제는 모르겠지만, 프레야는 꾸준히 황제에게 수를 부렸었다. 그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정말 마음에 안 들어."
프레야가 입술을 짓씹었다.
자신이 황제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데. 그 자리를 차지하기까지 어떤 일들을 했는데.
달라진 황후의 태도도, 그녀의 이미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황후의 이미지는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이래서야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것 같았다.
"다시 꼭, 가져올 거야. 절대 이대로 물러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