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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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리아는 사론티엔 후작 영애와 티타임을 가졌다. 그녀를 방문한 이는 사론티엔 후작 영애 한 명 뿐이었다.

"제국의 꽃, 황후마마를 뵙습니다."

잔뜩 치장을 하고 온 사론티엔 후작 영애가 리아를 향해 인사를 올렸다. 그 인사를 받으며, 리아는 자리를 권했다.

"저의 청을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걸요."

리아가 여상스레 말했다.

"우선 그동안 제가 마마께 보인 행동들에 대해선 진심으로 사과드리려요."

직접적으로 나서서 리아를 무시하지 않았다곤 하지만, 은근히 귀족 영애들의 행동에 동조한 것은 사실이었다.

무도회에서 있었던 일을 통해 경각심을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 무리에 있지 않아 황제의 벌을 피할 수 있었지만.

황후의 위치가 달라진 이상, 그녀에게 잘 보일 필요가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리아는 그 이전의 황후가 아니었다. 황성 내에서 더이상 누구도 무시할 수 없게 공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사과는 받죠. 용서할지 말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고작 사과 하나 정도로 모든 것을 넘기기엔 무리가 있었다. 섣불리 자신이 용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리아의 말에도 후작 영애는 어떠한 불만도 표하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일 뿐이었다.

그 태도로 리아는 적어도 후작 영애가 자신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역시,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이것은 제가 마마와의 시간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입니다."

후작 영애가 들고 온 바구니에는 간단한 간식이 들어 있었다.

어찌 황성 요리사들이 만든 디저트와 후작가에서 만든 디저트를 비교할 수 있겠냐고 하지만, 리아를 향한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기 위해 들고 온 것이었다.

"쿠키네요."

"네. 비록 황성 요리사들이 만든것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겠지만, 입맛에 맞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맛있게 먹을게요."

말과 함께 리아가 쿠키 하나를 집어 들었다. 한 입 깨무니, 제법 맛이 있었다.

후작 영애가 그런 리아의 행동을 조심스레 살폈다.

"입맛이 맞으신가요?"

"네, 괜찮네요."

굳이 맛있는 걸 맛없다고 할 필요는 없었기에, 리아가 솔직하게 말했다.

그제야 후작 영애의 얼굴이 밝자였다. 그녀를 생각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긴 하지만, 황성의 음식들에 익숙한 그녀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어떨지 몰랐기에 은근히 긴장하고 있던 참이었다.

"다행이네요."

정말 긴장했다는 듯, 후작 영애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무심히 바라보며 리아는 묵묵히 쿠키를 먹었다. 차와 곁들여 먹으니, 달달함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아 딱 좋았다.

그 이후로 리아는 후작 영애와 나름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정말 사과하기 위해 온 것인지, 후작 영애는 어떠한 말로도 리아의 심기가 상하지 않게 했다.

그런 후작 영애의 행동 덕에 리아 역시도 기분 상하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정말로 드문 일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일련의 사건으로 시녀들의 태도는 선명하게 변했다고 하지만, 귀족 영애들은 어떨지 알 수 없었다. 물론 무도회 사건 이후로 조심스러워지긴 했을 터였다. 자신에 대한 이미지 역시 변했을 테고. 그 이후로 그들을 만난 적이 없어서 태도가 어찌 변했을지 확인할 길이 없었을 뿐.

하지만 그런 상황은 끝까지 이어질 수 없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 일이 일어난 것은 리아가 마지막 쿠키를 먹었을 때였다. 그때까지 리아는 어떤 이상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마지막 쿠키를 입에 넣고 씹었을 때, 리아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모든 쿠키를 먹고 잠시의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리아는 알 수 없는 가려움증을 느꼈고, 동시에 현기증을 느꼈다.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흐릿해진 시야를 느끼며 리아가 인상을 굳혔다.

그와 동시에 후작 영애가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리아를 불렀다.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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