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다음 날.
리아는 후작 영애를 만나러 가기 위해 준비했다. 그러다 잠깐 거울을 본 리아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 알레르기라니까.'
이해는 하지만 못 볼 꼴이었다.
그나마 외모가 원체 뛰어나서 크게 이상하진 않았지만, 차마 드러내놓고 다닐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입술의 붓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퉁퉁 부어 있었고, 얼굴 곳곳에 작은 붉은 점이 두드러기처럼 솟아나 있었다.
그런 리아의 심기를 알아챈 것인지 리아의 전속 시녀인 라일라가 조심스레 베일을 가져왔다.
"아, 고마워."
리아가 고마움을 표하며, 라일라가 내민 베일을 썼다. 얼굴에 뭘 달고 있으니, 불편하기 그지없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대충 준비를 끝낸 리아는 곧바로 후작 영애가 갇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카르티안은 아직 몸이 완전히 낫지 않았다며, 그 일은 자신에게 맡기고 쉬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말했지만, 리아는 거절했다.
그럴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것도 아니고, 자신이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카르티안의 상태를 보아 객관적인 심문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음?"
문을 열고 나간 리아는 바론의 존재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폐하께서 제게 마마의 호위를 맡겼습니다."
"원래 티안의 호위 아니었어요?"
"폐하께서 자신보다 마마가 더 중요하다며, 마마를 지키라 하셨습니다."
"그래요."
옆에 누군가를 달고 다니는 것은 귀찮았지만, 괜한 실랑이를 하고 싶지 않아 리아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바론은 조용히 리아의 뒤를 따라갔다.
후작 영애가 갇혀 있는 곳에 도착한 리아는 기사들의 인사를 받으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고작 하루 사이인데도, 후작 영애의 모습은 잔뜩 초췌해져 있었다. 하루 만에 저리 변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마마!"
리아의 등장에 후작 영애가 다급하게 리아를 불렀다.
"이분은 황후마마입니다. 제대로 인사를 올리십시오."
"아, 죄송합니다. 제국의 꽃, 황후 마마를 뵙습니다."
바론의 말에 뒤늦게 자신의 무례를 깨달은 후작 영애가 황급하게 인사를 올렸다.
그런 후작 영애의 행동을 리아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연기인지 뭔지는 몰라도, 분명 자신을 보는 후작 영애의 얼굴에는 자신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다.
"상황에 대해선 후작 영애도 알고 있을 거예요."
굳이 말 돌릴 필요도, 시간 끌 필요도 없이 리아가 바로 본론을 꺼냈다.
"……네."
후작 영애가 그저 죄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얌전히 대답했다.
"문제는 영애가 가져온 쿠키에 있었던 것 같고."
"하, 하지만 저는……!"
그런게 정말 아니라는 듯, 자신은 정말 몰랐다는 듯 후작 영애가 결백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몰랐는지, 어떤지는 조사해 보면 알게 되겠죠."
"……네."
리아의 차가운 말에 후작 영애가 쓸쓸하게 답했다.
"쿠키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 있었는지 알고 있나요?"
"그것이…… 저는 그저 쿠키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라."
알지 못한다는 듯 후작 영애가 고개를 저었다.
'쯧.'
리아가 혀를 찼다.
쿠키가 남아 있었다면 모를까, 다먹어버린 상황이라 쿠키에 뭐가 들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만든 당사자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쿠키를 만든 후작가의 요리사를 불러들일 수밖에.
그것을 명하며, 리아는 조용히 후작 영애의 반응을 살폈다.
어떤 완벽한 거짓말쟁이도, 완전히 모든 것을 숨길 수는 없었다.
시선 하나, 행동 하나에도 거짓말의 흔적이 남아 있기 마련이었다.
황제의 인장이 찍힌 소환적에 후작가의 요리사는 만사를 제쳐 두고 급하게 황성으로 향했다.
요리사는 리아의 질문에 착실하게 답했다. 그러나 그 답을 들으면서도 리아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 수 없었다.
요리사에게 재료를 듣는다고 자신이 어떤 것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이후 황실의 기사들이 후작가를 방문해 후작가의 주방을 샅샅이 뒤졌다.
그런데도 수확은 없었다.
혹시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알레르기에 대해 아는 이가 있나 싶어 황성의 시녀나 요리사들, 또한 공작가의 시녀, 요리사들에게도 질문을 던졌지만, 아무도 아는 이가 없었다.
그럴 수가 있나 싶었지만, 상황은 명백했다.
본인이 따로 언질을 준 것이 아니라면 그들 역시 모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아무도 모르는 자신의 알레르기를 후작 영애가 알고 있을 리는 없으니, 후작 영애 역시 모르고 쿠키를 준비한 것일 터였다.
후작 영애에게는 다행히도, 후작 영애의 행동의 고의가 아니라 의도치 않는 것이라 결론이 내려졌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후작 영애를 아무런 처분 없이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카르티안은 어떤 이유였던 황후인 리아를 상하게 했으니 강하게 벌을 내려야 한다고 했지만, 리아는 거절했다.
그로 인해 카르티안과 리아는 다소의 언쟁을 해야 했다.
다른 일이라면 리아가 원하는 대로 따라주고 싶은 카르티안이었지만, 이번만은 그럴 수 없었다.
결국 내려진 처벌은 1년간의 자택 근신과 지위 강등이었다. 더 이상 사론티엔 후작 영애는 후작 영애로서의 지위를 가질 수 없었다.
후작의 성을 가지되, 후작가의 영애가 아니라 평민에 가까운 대접을 받아야 했다.
동시에 후작 영애는 반 년간 봉사의 느낌으로 황성에서 시녀로 일해야 했다. 귀족 영애로서 우대받던 삶을 살던 영애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벌이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귀족 영애로서 모욕적인 처분에 대해서 후작 영애는 어떠한 불만도 표하지 안은 채 순순히 수긍했다.
오히려 그 정도 벌만으로 그친 것에 대해 감사히 생각했다.
"후에라도 이 모든 일이 후작 영애의 고의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이리 가볍게 끝나지는 않을 거예요."
그동안 계속해서 후작 영애의 반응을 살핀 결과, 리아는 그녀가 결백할 거라는 사실에 좀 더 무게를 두었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었다.
그 경고에도 후작 영애는 동요하지 않았다. 정말 어떠한 고의도 없었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