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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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일련의 사건이 마무리된 후, 리아는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지난번, 티아라 사건에서도 그랬듯이 왠지 이번에도 프레야의 개입이 있었을 것 같았다.

그 생각에 리아는 한번 프레야를 만나 보기로 했다.

직접적으로 그녀에게 그 사건에 대해 묻지 않아도 이번 사건에 대한것을 얻어낼 수도 있을지도 몰랐다.

리아가 프레야를 방문한다는 소식에 카르티안이 황급히 그녀를 찾아왔다.

자신을 찾아온 카르티안의 모습에 리아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프레야를 보러 간다고?"

"공지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알고 계시네요."

"그거……."

카르티안이 머뭇거렸다.

지난번 리아와 시녀들 사이에 일이 있었던 후, 카르티안은 사람을 시켜 리아의 모든 것을 자신에게 보고하게 했다. 그런 식으로라도 리아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리아가 직접 나설 필요도 없이 자신이 해결할 수 있도록.

그러나 차마 그 말을 꺼내기가 고민이었다.

혹시나 자신을 감시하려는 것이냐며 그녀가 기분 나빠할까 봐 걱정되었다. 특히나 아예 그런 의도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녀를 지키려고 하는 이유가 더 컸지만.

"됐어요. 단, 그들을 관리할 권한은 제게 있어야 해요. 폐하의 말보다 제 말을 더 따라야 한다는 뜻이에요."

카르티안이 말을 머뭇거린 순간부터 리아는 그가 자신의 곁에 사람을 심었음을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어째서 그가 그랬는지 알 것 같았기에 그것에 대해 문제 삼을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을 떠나 자신의 모든 행동이 누군가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옮겨지는 것은 결코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그러니 적어도 그들을 통제할 권한이 자신에게 있어야 했다.

황제보다 황후인 자신의 말을 더 따라야 한다는 건, 일견 황제의 권력에 대한 도전일 수도 있고 무례일 수도 있겠지만, 말을 무르고 싶지 않았다.

특히나 황제 몰래 진행해야 할 일이 있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후에 있을 폐위 요청이라든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을 때라든가.

"……알았어. 하지만 리아가 나쁜 일을 겪었을 때, 그것만은 숨기지 않아줬으면 좋겠어."

"그래요."

그 정도야 어렵지 않았다. 자신이 숨길 일이 있다면 그보다는 다른 쪽일 테니까.

그래도 눈치는 빠른 것일까. 자신이 그런 말을 한 의도가, 무언가를 숨기고 싶은 것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인 걸 알아챈 것을 보면.

리아의 흔쾌한 대답에 카르티안이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은근히 리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 잔뜩 긴장했던 카르티안이었다.

"그런데 리아……."

아직 할 말이 남았던가. 할 말 있으면 해보라는 듯, 리아가 카르티안을 바라보았다.

"프레야는 어째서 만나려는 거야?"

리아가 프레야를 만나는 것이 싫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은 채로 카르티안이 물었다.

"뭐 좀 확인해 볼 게 있어서요."

리아의 말에 카르티안이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이유로든 그녀가 프레야를 만나는 것이 싫었다. 리아에게 프레야가 달가운 존재가 아니기도 했고, 프레야가 리아에게 무슨짓을 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차마 만나지 말라는 말을 하지 못한 채로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그럼 가 볼게요."

카르티안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지만, 리아는 모른 척 했다.

그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겠지만, 혼자 가는 것이 아니니 괜찮을 터였다.

이제는 그전과 다르니까.

프레야가 무슨 짓을 하든 순순히 당해 줄 생각도 없었다.

자신을 붙잡고 싶어 움찔거리는 카르티안의 행동을 모른 척하며 리아는 걸음을 옮겼다.

리아의 곁을 지키고 있던 바론 역시, 카르티안에게 인사를 올리며 리아의 뒤를 따랐다.

"그녀를 지켜. 그녀가 절대 나쁜 일을 겪지 않도록."

카르티안이 옆을 스쳐 지나가는 바론의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그 명에 바론은 반드시 그리 하겠다는 듯,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리아는 바론을 대동하고 프레야의 방 앞에 도착했다.

그전에 프레야가 지내던 방과 비교하면, 헌저하게 수준 차이가 나는 방이었다.

프레야의 방은 기본적인 가구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시녀의 방이 이러할까. 방에 놓인 가구들 역시, 고급스러운 느낌 없이 평범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 리아는 안쓰러움을 느끼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프레야가 자신에게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았지만, 프레야가 생각만큼 착한 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야를 대하는 카르티안의 행동이 과하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 역시 자신이 끼어들 일은 아니었다.

편을 들려면야 들어줄 수 있겠지만, 그러지 않은 것은 프레야가 정확히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제국의 꽃, 황후마마를 뵙습니다."

언제나 화려한 드레스를 입었던 프레야였다.

그러나 프레야는 그 모든 것을 잃었다. 단촐한 드레스를 입은 프레야는 처연한 모습으로 인사를 올렸다.

"이렇게 둘이 보기는 오랜만이네요. 방까지 찾아온 건 처음인 것 같고."

원래도 프레야와 사이가 좋지 않은 리아르나이니, 굳이 그녀의 방을 찾아갈 일은 없었을 터였다.

"네."

프레야가 전보다 많이 야위어진 모습으로 힘없이 대답했다. 프레야는 조심스레 리아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마주하며, 리아는 꼼꼼히 프레야를 살폈다.

자신의 잘못된 오해라면 기꺼이 사과하겠지만, 아니라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사실 이렇게 본격적으로 원작을 훼방 놓을 생각은 없었다. 프레야와 황후의 사이는 리아르나가 해결할 일이지, 자신이 나설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른 시녀들이나 귀족 영애들과 프레야는 엄연히 달랐다.

특히나 원작에서 큰 비중을 가지고 있는 프레야였기에 더욱 그랬다.

프레야를 바라보며 리아는 잠시 고민했다.

그녀를 만나러 오긴 했지만,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직접적인 물음은 피할 생각이었다. 그 의도가 분명할수록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듣기는 힘들 터였다.

하지만 그녀와 자신 사이에 꺼낼 수 있는 말은 거의 없었다. 리아르나였다면, 프레야의 처지에 조소를 날릴 수도 있겠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그런 리아를 대신하여, 먼저 말을 꺼낸 것은 프레야였다.

"몸은…… 괜찮으신가요?"

비록 프레야가 방에 갇혀 지낸다고해도 황성의 모든 소식에 어두운 것은 아니었다.

그것도 황후에 대한 일이라면.

잠시 독살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돌았었고, 그렇다면 혹시나 프레야가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돌았었다.

물론 그 이전 프레야에게 호의적이던 시녀들이 프레야 님이 절대 그러실 리 없다고 주장하며, 그 의심은 사그라들었지만.

황성의 사람들이 리아에게 호의적으로 변했다고 해서, 프레야에 대한 그들이 생각이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리아에 대한 생각과 인식만 변했을 뿐이었다.

"다행히도."

의원이 만든 약이 효과가 있는지, 얼굴과 몸을 가득 채웠던 두드러기는 많이 사라졌다.

"알레르기라니. 정말 위험하실 뻔했어요."

"그렇죠."

알레르기의 증상은 가벼운 것부터 시작해, 정말 위험한 것도 있으니까.

리아가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누가 알았겠어요. 마마께서 드신 쿠키에 그런 것이 있을 줄은."

프레야가 정말로 걱정했다는 듯,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모르고 먹은 내 잘못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애의 잘못이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그런가요?"

"그렇죠. 마마께서 드실 음식이면 조심했어야죠. 쿠키에 호두를 넣다니."

무심히 프레야와의 대화를 이어가던 리아가 마지막 말에 표정을 굳혔다.

지금 저 말.

날카로운 리아의 시선이 프레야를 향했다.

프레야는 자신의 알레르기를 알고 있다.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 사실은 참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었다.

프레야야 자신의 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고서 아무 생각 없이 꺼낸 말이겠지만, 현 상황에서 그 말은 리아의 의심을 더욱 키우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프레야가 이번 일에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한 참이었다.

덕분에 얻은 것도 하나 있었다.

자신도 알지 못하고 있던 알레르기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요리사가 말했던 재료 중에 호두가 들어 있었다. 그동안 황성에서 먹었던 쿠키들에는 호두가 없었고.

다만 문제는 프레야가 자신의 알레르기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해서 그녀를 범인으로 몰수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프레야가 직접적으로 후작 영애에게 어떤 서신을 보내 무슨 언질을 줬다는 사실을 밝혀내지 않는 이상은.

리아는 프레야의 마지막 말에 대해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여상스레 넘겼다.

어떻게 네가 그것을 알고 있냐는 식의 물음 역시 던지지 않았다.

다만 프레야가 이번 일에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는 실마리를 잡은 이상, 그냥 념길 생각은 없었다.

그에 대한 조사를 하기 위해서도 굳이 프레야를 자극해서 그녀가 경계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무릇 상대가 방심할 때가 무슨 일을 계획하기에 딱 좋은 시기였다.

"그리고 축하드려요."

"음?"

뭘 축하한다는 건가 싶어 리아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내일이면 폐하와 합방을 하시게 되었네요."

프레야가 애써 씁쓸함을 숨기며 말했다. 정말 축하한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던 리아의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자신에겐 전혀 달갑지 않은 합방을 축하하는 프레야의 태도를 떠나, 그녀가 어째서 지금 이 시기에 그런짓을 계획한 건지 알 것 같기 때문이다.

그녀가 관련되어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었지만,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프레야가 그런 짓을 한 이유는 바로 저 합방 때문이었다.

하기야 이상하긴 했다.

굳이 자신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을 쿠키에 넣게 한 것이.

그래서 그녀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자신과 카르티안이 합방을 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것 같았다.

단순히 심술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하고, 자신에게 어떤 해를 입히려고 한 거라고 보기에도 애매했었는데.

단지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해 자신의 외모가 망가지고 그래서 황제가 자신과 합방을 하지 못하게 하려던 것 같았다.

솔직히 정신을 차리고 난 후, 거울을 통해 보게 된 자신의 얼굴은 자신이 생각해도 아니다 싶었으니까.

그런 얼굴이라면, 합방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 대화를 끝으로 리아는 프레야의 방을 벗어났다.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었다.

그러니 더 이상 프레야와 대화를 나눌 필요는 없었다.

그녀와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사이도 아니었다.

"저, 마마."

"뭐죠?"

조심스러운 바론의 말에 리아가 바론을 바라보았다.

"혹시 걸리는 것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확인해 보면 알겠죠."

황제의 호위 기사라 그런지 제법 눈치가 빨랐다.

티 내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알아채고서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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