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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티안이 씻고 나온 후, 리아와 카르티안은 방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둘 사이에는 알 수 없는 기묘한 기류가 흘렀는데, 그 분위기를 알아챈 바론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도 리아만 보면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카르티안이긴 했지만, 지금은 카르티안이 리아의 얼굴도 제대로 못 본 채 움찔거리고 있었다.
꼭 상황만 보면, 첫날밤을 치른 새신랑과도 같은 반응이었다.
'역시 어제의 합방 때문인가.'
바론이 생각했다.
"제 눈치 살피지 마시고, 식사나 하시죠?"
연신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카르티안의 행동이 신경 쓰여 리아가 차갑게 말했다.
"응."
그러나 카르티안은 대답과 달리 헛손질만 해야 했다.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하고서 음식을 집어 먹으려고 하니, 음식이 입이 아니라 엉뚱한 곳을 향했다.
"그거 시위하는 거예요?"
리아가 서늘하게 말했다.
"……미안."
말과 함께 카르티안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자신에 대한 짙은 자괴감에 카르티안이 울상을 지었다.
"애써 잊고 있는데, 자꾸 생각나게 하지 말고, 얌전히 식사나 하세요."
리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어쩐지 엄마에게 혼나는 아이와 같은 기분을 느끼며, 카르티안이 이번엔 제대로 음식을 집어 꼭꼭 씹어 먹었다.
"그리고."
조용히 식사하며 리아가 무심히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잠시 고개를 들어 리아를 본 카르티안이 황급히 시선을 내렸다.
"말없이 사라질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요."
말 그대로 말없이 사라질 일은 없다는 뜻이었다.
그것을 다시 해석하면 말을 하고서 사라질 수는 있다는 뜻이었지만 미처 그 의미까지는 알아채지 못한 카르티안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에서 자신을 향해 배려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째서 자신이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갔는지, 어째서 그녀가 사라진 것에 대해 자신이 그렇게 불안해했는지, 다 알고 있다는 뜻이니까.
"웃지 마요. 얄미워서 한 대 때리고 싶어지니까."
그 말에 카르티안은 올라간 자신의 입꼬리를 애써 내리며, 무표정을 고수했다. 만들어낸 무표정이라 어색하기 그지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