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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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드궁으로 거처를 옮긴 프레야는 진정할 수가 없었다.

페이드궁에 갇힌 것도 분한데, 시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카르티안이 고른 시녀인 만큼 시녀는 제 할 일을 무책임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프레야를 대우해 주지도 않았다.

조금의 존경도, 호의도 없는 시녀의 태도에 프레야는 더욱 분함을 느꼈다. 정말 시녀가 자신의 편이 아니라, 철저히 황제의 편이라는 사실을 알게 했다.

프레야는 어째서 자신이 이곳에 갇히게 된 것인지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황성 안에 있었다면, 시녀들이나 황성의 분위기를 통해 뭐라고 짐작을 하겠지만, 황성이라고 해도 본성과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어떠한 소문도 들을 수가 없었다. 그 소문을 전해 줄 이도 없었다.

혹시나 싶어 시녀에게 넌지시 물어 보았으니, 시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아무런 답도 해주지 않았다.

철저히 고립된 느낌에 프레야는 입술을 깨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황제가 기억을 잃기 전에는,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황제가 기억을 잃은 후, 모든 상황은 황후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황후의 이미지는 좋아졌고, 점점 자신의 자리가 위태해졌다. 이럴 줄 알았다면 후궁의 자리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그를 유혹해 비의 자리를 얻는 것이었는데. 아니, 아예 황후를 끌어내렸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면 쓸데없이 세로니안 공작의 견제를 받게 될 것 같아 적당히 그녀의 이미지만 끌어내리는 정도로 만족했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무슨 수를 쓰는 한이 있어도 후궁의 자리를 빼앗을 터였다.

적어도 그때의 황제는 완벽한 자신의 편이었으니까.

가장 좋지 않은 것은, 더 이상 자신의 수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황제가 기억을 잃은 후에도, 프레야는 꾸준히 수를 부렸다.

그러나 하나도 소용이 없었다.

단순히 기억을 잃은 것이 아니라, 뭐가 있는 건지, 자신이 꾸준히 하고 있던 모든 것이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아직 후작에게서 답신도 받지 못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후작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부디 그가 이 모든 상황을 알고서, 자신을 도와주기를.

자신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나는 것은, 그의 계획에 있어서도 아주 좋지 않으니까.

그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자신이 있어야 했다.

자신이 없으면, 그의 계획은 성공할 수 없었고, 실행 자체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사론티엔 후작.

그 이름을 짓씹으며 프레야는 살기어린 표정을 지었다.

만약 자신이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후작의 계획이 성공하게 된다면, 절대 그 황후 년만은 가만두지 않으리라.

아주 철저하게 바닥을 구르게 할 것이었다.

곱게 자란 그녀가 한순간에 바닥에 곤두박질쳐서, 노예보다 못한 삶을 살게 된다면, 그녀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것을 상상하며, 프레야는 애써 분노를 눌렀다. 자신의 모든 것을 철저히 감시당하고 있든 만큼 프레야는 자신의 본모습을 숨겨야 했다.

그래야 이 상황을 벗어나게 된 후에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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