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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가 자리를 비웠을 때, 카르티안 역시 무언가를 알아보기 위해 집무실을 벗어나 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주방이었다. 황제의 뜻밖의 방문에 요리사들은 긴장했다.
그들을 무심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카르티안이 한 명의 요리사를 불렀다.
그는 황성에서 가장 오래된 요리사이자, 요리사들을 총괄하는 이였다.
"뭐 하나 물어볼 것이 있네."
"네."
무엇을 물어보려 이리 친히 자신을 찾아온 것인지.
의아하긴 했지만, 요리사는 순순히 답했다.
"이곳에 새로 들어온 요리사가 있나? 그러니까 3년 전에."
"있습니다."
"그 요리사가 하는 일은 뭐지?"
"직접적으로 요리를 하지 않았지만, 다른 요리사들을 보조했었습니다."
"그자가 내게 내올 요리에도 관여하나?"
"그…… 렇습니다만?"
어째서 그런 것을 묻는지 알 수 없다는 듯 요리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카르티안은 그 의문을 해소해 주지 않았다.
이후 카르티안이 방문한 것은 차를 담당하고 있는 시녀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도 카르티안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내 카르티안은 집무실로 돌아왔다.
집무실에 도착한 카르티안이 한 일은 요리사와 시녀의 말을 토대로 3년 전에 이곳에 새로 들어온 이들에 대한 배경 및 행적 조사였다.
카르티안은 지금 한 가지의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동안 자신이 먹었던 음식과 차에 무언가가 타져 있을지 모른다고. 그리고 그것을 계획한 이는 프레야일 지도 모른다고.
그게 아니라면, 그전에 자신이 보인 행동들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약의 탓으로 자신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할 생각은 없었지만, 만약 그렇다고 하면 좀 더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이번에 황성 인력을 조정하는 김에 같이 처리를 해야 했다.
황성에는 대대적인 인사 조정이 있었다. 많은 시녀와 요리사들, 그리고 황성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이 달라졌다.
그 사실에 프레야는 불안함을 느꼈다.
자신과 후작이 심어둔 대부분의 사람이 황성과 멀어졌다. 아직 남아 있는 이들이 있다고 하지만, 이것은 좋지 않았다.
그 생각에 프레야는 어쩔 수 없이 뒤로 미뤄두었던 일을 좀 더 빨리 치르기로 했다.
더 이상은 시간을 끌 수 없었다.
황제가 무엇을 눈치 챘는지 몰라도, 더 이상 그가 무엇을 의심하기전에 제자리로 바로 잡아야 했다.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이는 황후였다.
어쩌면 황제가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황후의 수작일 수 있었다.
겨우 금제가 풀리고서, 프레야는 그동안 들을 수 없었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황후가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주고받았던 서신을 확인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자신과 후작의 계획을 알아챌 수 없을 터였다.
정말 치밀하게 숨겨 놓았으니까.
어쨌든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가장 문제가 되는 황후만 처리하면, 원하는 대로 흘러갈 터였다.
프레야의 목적은 단순히 황후의 자리를 흔드는 것이 아니었다. 완전히 그녀를 처리하기를 바랐다.
비록 자신을 대하는 황제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하지만, 이번만은 그도 어쩔 수 없을 터였다.
반드시 그렇게 만들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