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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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유시안은 시녀를 통해 들은 소식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가 말한 계획이라는 것이, 자신을 미끼로 삼겠다는 그 말이 결국 이를 뜻하는 것이가.

자신에게 말해주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에서 어느 정도 눈치채긴 했었지만, 설마 정말 이런 일을 벌일 줄은 몰랐다.

유시안은 황급히 카르티안을 찾았다.

"폐하."

카르티안이 초점을 잃은 눈으로 유시안을 바라보았다.

멍한 그 눈은, 창백하게 질린 그 얼굴은 꼭 시체처럼 보였다.

"이, 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초점을 잃고 멍한 모습으로 카르티안이 허망하게 중얼거렸다.

그 작은 목소리에 담긴 짙은 좌절감과 상실감에 유시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것일까?"

꿈, 꿈.

카르티안은 그 말만을 멍하니 되풀이했다.

리아는 몰랐겠지만, 카르티안은 기억을 찾은 후, 내내 악몽을 꿨다. 그녀를 잃는 꿈을. 그래서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잠을 자는 것이 두려웠다. 꿈이라도, 리아를 잃는 경험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끔찍하고 무서웠다.

'지금도 꿈은 아닐까?'

카르티안이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며 근처에 있는 물건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유시안은 묘한 불안감을 느끼며 황급히 카르티안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그보다 카르티안의 행동이 빨랐다.

카르티안은 손에 집은 물건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내려쳤다.

카르티안의 이마를 타고 피가 흘렀다.

"폐하! 제발 정신 차리십시오!"

유시안이 황급히 카르티안의 상처를 지혈하며 소리쳤다. 동시에 의원을 불러올 것을 명했다.

상처를 치료해야 한다며 유시안이 카르티안을 붙들었지만, 카르티안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조금도 리아에게서 떨어질 수 없다는 듯.

"아파? 아픈가? 내가 아픈 걸까. 그러면 이건 꿈이 아닌 걸까."

리아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두려움에 카르티안은 아무것도 느낄수가 없었다. 그저 이게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떨 뿐이었다.

뒤늦게 의원이 달려와 카르티안의 사엋를 치료하려 했지만, 카르티안이 거칠게 반항했다.

"폐하, 제발!"

더 이상 보고 있기 힘들다는 듯, 유시안이 카르티안의 몸을 붙들고서 소리쳤다.

"아악! 으아악!"

카르티안이 소리를 질렀다.

상처받은 맹수의 포효였다. 그의 눈엔 눈물이 서려 있었다.

본인도 인지하지 못한 눈물이 그의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얼굴은 눈물과 피로 범벅이 되었다.

그럼에도 카르티안은 진정할 수 없었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려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

그저 그의 머릿속은 리아만이 가득했다. 리아를 이대로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가 두려움이 그를 잠식했다.

그냥, 어떻게든, 다 잊고 싶었다. 다 없던 일이 되어버렸으면 싶었다.

한참을 발악하던 카르티안은 그제서야 겨우 진정이 된 듯, 허망하게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쉽게 카르티안에게 다가가지 못한채 구경만 하고 있던 의원도 그제야 카르티안에게 다가가 그의 상처를 치료했다.

다행히도 카르티안은 더 이상 발악하거나 반항하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스러질 듯, 위태로운 모습으로 앉아 있을 뿐이었다.

유시안은 카르티안을 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 이 모든 것이 리아의 계획일지 모른다고, 일부러 그런 것 같다는 말도, 동시에 리아가 자신에게 부탁한 것이 있다는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런 말을 한다고 해서, 카르티안이 과연 진정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이렇게 무너질 것 같은 카르티안의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만약 리아가 위험해진다면, 그가 많이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할 것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알았다면 좀 더 강하게 그녀를 막았을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이 그녀의 계획을 눈치 챘으면서도 그녀를 말리지 못한 자신의 잘못인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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