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76 (77/125)

                                                                      * * *                                                                       

현재 리아는 카르티안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둘 사이에는 깊은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카르티안은 리아에 대한 죄책감으로 어떤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자신이 그녀를 향해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미안하다는 사과뿐이었다.

"제가 쓰러진 이후, 어떻게 되었나요?"

가라앉은 분위기가 리아로서도 쉽게 말을 꺼낼 수 없었지만,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자신이 쓰러진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기도 했고 지금의 이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하고 싶었다.

"프레야와 후작은 모두 처형당했어."

그러나 카르티안은 그들이 정확히 어떤 벌을 받았는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말하기엔 너무도 끔찍한 내용이었다.

"다행이네요……"

만약 자신이 그런 모험까지 감수했는데, 해결이 되지 않았다고 하면 정말 곤란했다. 그저 카르티안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기게 되는 거니까.

물론 자신이 어떤 이유로 그런 계획을 실행했든, 카르티안에겐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을 터였다.

처음 그 계획을 실행할 때만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그리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에도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그 사건 이후, 너무나 많은 것이 변했다. 카르티안의 태도도, 자신의 감정도. 오히려 서로에게 상처만 남은 것 같았다.

그냥 다른 계획을 생각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랬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이 되지 않았을까.

"리아……."

"미안하단 말은 하지 않아도 돼요. 그날 보인 그 행동으로 충분하니까요."

카르티안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안다는 듯 리아가 말했다.

이제 더 이상 그에게 사과의 말을 들을 필요는 없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그런 일을 한 이유가 본인의 잘못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모든 것이 그의 잘못인 건 아니었다. 적어도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자신의 선택이었다.

자신이 이곳에 돠 겪은 일에 대해선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 역시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으니, 그에게 뭐라 할수는 없는 법이었다.

자신이 독에 당해 죽지 않은 걸 알고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해도, 카르티안은 몰랐을 터였다. 차라리 그런 말이라도 해주었다면 좀 나았을까.

이제 와 자신의 모든 선택에 대해 조금의 후회가 생겼다. 좀 더 좋게 끌고 갈 수도 있었을 텐데. 계획 자체를 수정할 수는 없어도, 카르티안이 상처를 적게 할 방법 정도는 있었을 터였다.

"그리고……."

리아의 말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카르티안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녀에게 할 말이 또 하나 있었다.

"모든 기억을, 찾았어. 내가 기억을 잃었을 때, 그대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대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그랬군요."

어쩌면 그 기억을 찾지 못하는 것이 카르티안에게 나을 수 있었다. 기억을 찾음으로써 카르티안은 더 큰 상처를 느끼게 될 테니까.

적어도 자신이 이곳을 떠나기 전까지, 리아는 카르티안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를 원했다.

과거에 그녀를 괴롭혔던 그 모든 것은…… 그냥 그냥 제로로 돌리고 싶었다 이제는 서로에게 좀 더 집중하고 서로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싶었다.

자신이 떠날 그 날을 위해서도. 비단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카르티안을 위해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