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다음 날.
집무실에 온 리아는 무언가 바뀌었음을 느꼈다.
'뭐지?'
정확히 무엇이 바뀌었는지 모르고 자리에 앉았던 리아는 자신의 책상을 돌돌 싸고 있는 정체 모를 것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책상 모서리와 함께, 책상 서랍에 도톰한 솜이 감겨 있었다.
"이건 뭐죠?"
자신보다 먼저 집무실에 와 있던 카르티안을 향해 리아가 물었다.
"다치면 안 되니까……."
카르티안이 조심스레 리아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아."
리아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의 반응 자체가 유난스럽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런 행동을 할 줄이야. 그러나 리아는 그것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뭐라고 해주고 싶은 카르티안의 마음을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크게 방해가 되거나 하는 일이 아니라면 그의 행동을 제지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떠나기 전까지, 그가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일들은 다 할 수 있게 내버려 두고 싶었다. 그래서 그에게 남은 죄책감과 후에 가지게 될 후회를 덜기 위해서라도. 현재 리아가 카르티안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가 한계였다.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리아의 모습에 카르티안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그녀가 괜한 짓을 했다며 뭐라 하는 것은 아닐까 했는데, 다행히 그러지 않았다.
그런 카르티안의 배려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리아가 잠시 쉴까 싶어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이었다.
"뭐 필요한 것 있어?"
빠르게 몸을 일으킨 카르티안이 리아에게 도도도 다가왔다.
"아니, 그냥 쉬려고 하는 것인데요?"
"힘들어? 힘들면 일을 좀 줄여달라고 할까?"
"그러지 않아도 돼요."
리아가 정말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 그럼 안마라도 해줄까?"
리아를 위해 뭐라도 하고 싶다는 듯, 카르티안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책상에 앉아서 일만 한다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은 아니라고 해도, 어깨 쪽이 결리거나 불편하긴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황제인 카르티안에게 안마를 받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그가 자신을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응."
리아의 거절에 카르티안이 침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니 지난날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완전히 모든 기억을 되찾았다더니, 행동도 그때와 비슷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보다 더 자신을 신경 쓰고 자신의 눈치를 더 보고 있는 것 같지만.
"그보다 전 잠깐 산책이나 하고 올게요."
독에 당해 며칠 동안 침대에 누워 있기도 했고, 이렇게 내내 일만 하며 앉아 있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아 리아가 말했다.
"가, 같이!"
리아의 말에 힘없이 자리로 되돌아가려던 카르티안이 황급히 말했다.
그도 잠시, 리아가 불편해할 거라는 생각에 카르티안이 귀를 축 늘어뜨렸다.
"아, 아니야. 내가 같이 가면 불…… 편하겠지."
리아와 같이 있고 싶다는 마음도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곁에 없는 사이 리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걱정되어 꺼낸 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카르티안이 금방 말을 철회했다.
그러나 실망한 기색만은 그도 어쩔 수가 없었다.
"안 불편해요."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지레짐작하고 실망한 카르티안의 모습에 리아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도 자신의 눈치를 많이 살피던 그이지만, 정말로 더 심해졌다. 예전에야 대충 무시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가 그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그에 카르티안이 더없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달리지도 않은 귀가 마구 흔들리며 기쁨을 표현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