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황제의 부름에 유시안이 카르티안을 방문했다. 오면서 기사들에게서 카르티안이 밖에 나가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대략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지?"
유시안이 오자마자 카르티안은 본론을 꺼냈다.
"거의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다만 공작에 대한 건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우선 꼬리부터 잘라내야겠지."
사람은 극에 몰리면 빈틈을 보이게 마련이었다.
카르티안은 서서히 공작의 목줄을 쥘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가 결정적인 무언가를 드러내면, 그 순간 가차 없이 공작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이미 리아에게서도 허락을 받았으니, 공작을 향한 자비는 없었다. 살짝 걱정되는 것은 공작가를 처리하면 그것이 리아에게도 타격이 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공작으로 인해 리아가 피해를 입기 전에 모든 일을 해결해야 했다.
그가 노리는 것이 무엇이든, 그로인해 리아가 또다시 힘든 일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
"나는 오늘 일의 배후가 공작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리아의 기색으로 보아 그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카르티안의 말에 유시안이 표정을 굳혔다. 그러나 선뜻 어째서 공작이 그런 짓을 한 것인가에 대한 이유는 떠오르지 않았다.
"현재 공작의 상황은 좋지 않지. 뜻대로 주무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리아가 더 이상 그에게 휘둘리지 않고 있고, 그가 황성에 심어둔 세작 역시, 하나씩 제거되는 상황이니."
심지어 며칠 전의 방문에서는 대놓고 거절을 당하다 못해 쫓겨나기까지 했으니, 많이 초조할 터였다.
그 생각에 이르니, 공작이 어째서 오늘 같은 일을 꾸몄는지 알 것 같았다.
자신의 세력을 심기 위해서였다. 리아의 곁에 자신의 사람을 심어 리아를 감시하며 그녀를 조종할 수 있도록.
오늘 같은 일이 있었으니, 당연히 리아나 자신에게 호위가 강화될 터였다. 추가적으로 호위 기사를 뽑을 수도 있고. 어쩌면 그 호위 기사로 자신의 사람을 보내려고 할 터였다.
"그러니 호위라는 명목으로 리아의 곁에 사람을 심어두려고 하겠지."
그래서 최종적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몰라도.
프레야와 후작의 수작을 생각하면, 그 역시 원하는 것은 같을 수 있었다.
후작이 그 수단으로 프레야를 이용하려 했다면, 공작은 자신의 딸을 이용하려 하는 것일 터였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자신을 흔들기 위해. 공작, 본인이 더 강한 권력을 쥐기 위해.
"공작이 무슨 수를 쓸지 모르니, 리아에 대한 호위는 강화해야겠지. 공작이 리아에게 손을 뻗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호위를 강화한다해도, 공작의 뜻대로는 움직여줄 생각이 없어."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리아의 호위는 황실 기사단의 기사 중에서 뽑을 것이다. 단, 절대 공작과 관계없는 이들로."
이미 든든한 기사인 바론이 리아의 곁에 있다고 하지만, 공작이 원했던 것을 생각하면 추가적인 요청이 있을 터였다.
"기사들에 대한 명단을 드리겠습니다."
"그래."
"공작에 대한 조사 역시도 빠르게 끝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유시안의 말에 카르티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고 해도 좋았다. 한 번에 목을 칠 수 없다고 하면, 서서히 옭아매면 되는 일이었다. 아주 사소한 계기라도 그것은 공작의 위치를 흔들리게 할 터였고, 자신은 그동안 차곡차곡 공작을 끝낼 준비를 마치면 되었다.
공작이 원하는 것이 뭐든, 절대로 그리되게 하지 않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