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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의 호위를 결국 기존 황실 기사단의 기사 중에서 선별하여 뽑기로 했다는 황성의 소식을 들은 세로니안 공작은 분노 어린 표정을 지었다.
'외모 말고는 보잘것없는 지를 황후로 만들어준 게 누구인데, 은혜도 모르고!'
혹시 몰라 세로니안 공작은 리아에게도 호위에 관한 서신을 보냈었다. 답이 없어 살짝 불안해하긴 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뜻을 따를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말에 언제나 불만을 표하며, 반항하려고 드는 그녀였지만, 이내 본인의 처지를 이해하고 결국엔 자신의 말을 다 따랐었다.
그랬던 것이 변해버렸다.
전보다 더 노골적인 적의를 보였고, 자신을 내치기 시작했다.
전처럼 아무 권력도 없는 이름만 황후일 뿐인 존재였다면, 그녀가 그런 반응을 보인다고 해도 뜻대로 조종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이제는 섣불리 그녀를 휘두를 수 없었다.
점점 자신의 손을 떠나고 있는 리아의 모습에 세로니안 공작은 분노를 느꼈다. 이럴까 봐 그녀에게 황성에서 어떤 권력도 가지지 못하게한 것이었다. 그를 위해 일부러 그녀가 황성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면서도 모른 척 한 것이었다.
그저 황제의 아이만 낳으면 쓸모도 없어질 한낱 도구 따위가 점점 자신을 떠나려고 하니, 깊은 분노가 일었다.
'키워주고 돌봐준 은혜도 모르고. 천박한 피를 이은 계집이.'
그래도 하나 쓸모는 있는 것 같았다.
지 어미를 닮아서 그런지, 남자 후리는 솜씨가 대단했다.
처음에는 황제의 총애 하나 제대로 받지 못해 골골거리더니, 이제는 황제의 모든 애정을 받으며 자리를 보존하고 있었다. 그 사실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었지만, 그 이후 변한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니 다시 가져와야 했다.
그녀에게 확실한 목줄을 걸어야 했다. 자신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도록.
그녀에게 제대로 된 목줄만 매어 놓는다면, 지금의 황제의 총애와 그녀의 권력은 자신에게 아주 유용하게 쓰일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