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훈련이 끝나고 몸에 가득한 땀 때문에 리아는 방에 들러 샤워를 했다. 한차례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하니 기분이 상쾌했다.
"음, 티안?"
당연히 집무실로 돌아가 일을 할 줄 알았던 카르티안이 방에 있자 리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좀 무리를 해서 검을 휘둘렀으니, 근육을 풀어줘야 해."
"아, 그래요?"
"응. 안 그러면 근육통 때문에 엄청 고생할 거야."
"그런데 설마 티안이 해주려고요?"
"……그럼 안 될까?"
아무래도 다른 이의 손이 리아의 몸에 닿는 것이 싫어 직접 리아의 몸을 마사지하며 근육을 풀어주려고 했던 카르티안이 리아의 눈치를 살폈다.
"아뇨. 뭐, 상관없어요."
"그, 그럼 우선 침대에 엎드려 누워 봐."
막상 마사지하려니, 괜히 긴장되는 것 같아 카르티안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 반응에 리아가 피식 웃으며 순순히 침대에 엎드렸다.
리아가 눕자, 카르티안이 리아의 곁에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매만졌다. 검을 휘두르기도 했지만, 그동안 앉아서 서류를 처리하는 통에 리아의 어깨는 잔뜩 뭉쳐 있었다.
리아의 어깨에 손을 댄 순간, 카르티안이 잠시 멈칫거렸지만, 이건 자신의 사심이 아니라 그녀를 위한 거라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였다.
황제인데 따로 마사지하는 법을 배운 건가 싶을 정도로, 카르티안은 정말 마사지를 잘했다. 딱 뭉쳐 있는 부분을 아주 시원하게 건드렸다.
"윽."
"아, 아파?"
리아의 입에서 나온 신음에 카르티안이 화들짝 놀라 물었다.
"괜찮아요. 뭉쳐 있어 그런 것뿐이에요."
"그, 그럼 좀 살살할까?"
"아뇨, 지금이 딱 좋아요."
리아가 어서 계속하라는 듯 카르티안을 재촉했다. 그에 망설이다 카르티안이 다시금 손을 움직였다. 그와 함께 리아의 입에서 시원함으로 인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 소리에 맞춰 카르티안의 몸이 움찔거렸다.
그저 안마하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긴장되는 것인지.
시원한 듯 갸르릉거리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기는 하지만,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들어 곤란했다.
하지만 별생각 없이 시원해서 신음을 흘리는데, 괜히 기분이 이상하니까 소리 내지 말라고 할 수도 없어 카르티안이 애써 이상한 마음이 드는 것을 참으며 안마를 계속했다. 열심히 어깨와 목 주위를 주무르던 카르티안은 이내 리아의 허리께로 내려왔다.
"……아."
"왜요?"
카르티안의 입에서 들린 소리에 리아가 왜 그러나 싶어 물었다.
"아니, 정말 허리가 얇아서……. 부러지는 건 아니겠지?"
한 손에도 잠길 것 같은 얇은 허리에 카르티안이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런 허리를 가지고 멀쩡히 잘 걸어 다니고 하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귀족 영애들 사이에서 얇은 허리가 매력적인 요소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얇았다. 조금만 힘을 줘도 부러질 것만 같았다.
"그럴 일 없어요."
설마 아무리 허리가 얇다고 해도, 안마하다 손에 힘 좀 준다고 부러질까.
그건 허리의 문제가 아니라 뼈의 문제였다. 허리가 얇다고 뼈가 약한것은 아니니, 그 정도는 괜찮았다.
리아의 괜찮다는 말에도 머뭇거리던 카르티안은 정말 조심스레 손을 움직였다.
"제대로 좀 해봐요."
상대가 황제이긴 하지만, 이래서야 안마가 아니라 툭툭 간질이는 수준이라 리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으, 응."
카르티안이 괜스레 붉어지는 볼을 느끼며 아까보다 좀 더 힘을 줘서 허리를 주물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선명하게 느껴지는 리아의 허리에, 선명하게 들리는 리아의 신음에 카르티안의 얼굴은 터질 듯 새빨개졌다.
'진짜, 신음이 왜 이렇게 야한 거야.'
작은 신음 하나도 어찌나 간드러지고 매혹적인지. 자꾸만 머릿속에 나쁜 생각이 맴돌았다.
드레스를 입었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얇은 천에 리아의 몸이 그대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래서야 아까 어깨는 어떻게 주물렀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거기 좀 더 아래요."
아까부터 같은 자리만 맴도는 카르티안의 손에 리아가 말했다.
"아, 아래?"
카르티안이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네."
"이쯤?"
아주 살짝 손을 내린 카르티안이 물었다.
"아뇨. 그보다 더 아래요."
"더, 더 아래?"
리아의 말에 카르티안이 당황했다. 리아는 모르겠지만, 이보다 더 내리면 너무 야했다. 딱 엉덩이 부근에 걸쳐진 부위니까.
자신의 손 크기를 생각하면, 필시 손에 엉덩이가 닿을 터였다.
'세, 세상에. 엉덩이라니.'
카르티안이 민망함을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생각만으로도 너무 야했다.
"티안?"
허리에 닿아 있던 손이 떼어지자, 리아가 어서 주무르지 않고 뭐 하냐는 듯 몸을 바르작거렸다.
"자, 잠깐만!"
현재 카르티안은 리아의 허리를 제대로 주무르기 위해 리아의 몸 위에 살짝 몸을 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리아가 몸을 바르작거리니, 자신의 몸에 닿았다. 게다가 자꾸만 유혹처럼 느껴져서 곤란했다.
'아니, 진짜 리아는 왜 이렇게 예쁘고 야하고 난리야.'
제발 가만히 있어 달라는 듯 카르티안이 손을 내려 리아의 몸을 잡았다. 그러다 손에 닿은 감각에 놀라 화들짝 손을 떼버렸지만.
"근육 풀어야 한다면서요?"
아직 덜 풀린 것 같아 리아가 불만스레 말했다.
"어, 어? 응."
카르티안이 애써 얼굴의 열을 식히며, 리아가 말한 그 부위를 향해 손을 내렸다.
역시나, 손바닥 끝에 리아의 엉덩이가 닿았다.
진짜 이래서야 자신이 너무 힘들잖아. 몸의 어느 곳 하나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건 자신이 짐승인 것이 아니었다. 그 누구라도 자신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자연스레 자신의 하반신에 몰리는 열을 느낄 터였다.
이쯤 되니 괜히 자신이 마사지를 해주겠다고 한 건가 후회가 되긴 했지만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었다.
카르티안은 최대한 자신의 몸이 리아에게 닿지 않게 하며 조심스레 손을 움직였다.
"으음."
리아의 입에서 만족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 신음에 맞춰 카르티안의 몸이 움찔거렸다.
'나는 지금 아무 생각도 없다. 아무 생각도 안 난다.'
스스로를 세뇌하며, 카르티안이 조용히 리아의 허리를 주물렀다.
애써 머리를 비우며 리아의 허리를 주무르고 있던 카르티안은 계속 흘러나오는 리아의 신음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더, 더 이상은 무리야."
이미 터질 듯이 붉어진 얼굴을 가리며 카르티안이 말했다.
"아직 얼마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요?"
벌써 끝이냐는 듯, 리아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 하지만…… 리아는 괜찮아?"
"전 괜찮은데요. 시원하고 좋아요."
그러니 더 하라는 듯 리아가 카릐안을 재촉했다.
그 말에 카르티안은 어쩔 수 없이 손을 움직였지만, 그의 몸은 한계였다. 이 이상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리아의 허리를 주무르는 것은 무리였다.
'내, 내가 원한 것은 이것이 아니었는데.'
그동안 잘 하지 못했던 스킨십을 이 기회에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좋았지만, 이건 자신 생각 이상으로 자극이 강했다.
"더 강하게 해봐요."
카르티안의 힘이 약해진 것을 느끼며 리아가 말했다.
"더, 더 강하게?"
"네. 더 세게 해봐요. 이거 진짜 좋네요."
다른 이에게 안마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지만, 상대가 카르티안이라 그런지 편하고 좋았다. 불편함도 없었다.
그런 리아의 생각과 달리 카르티안의 반응은 어쩐지 묘했다.
"이, 이 정도?"
"아뇨. 더 강하게요."
카르티안이 손에 힘을 좀 더 줬지만, 부족하다는 듯 리아가 말했다. 그러나 강하게 해달라는 리아의 말이 다르게 들려 카르티안은 정말로 곤란했다.
곤란한 것은 카르티안뿐 아니라 밖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실상은 카르티안이 리아를 위해 안마해주고 있는 것뿐이지만, 둘의 대화는 안의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묘한 착각을 하게 했다.
밖을 지키고 있던 바론의 얼굴은 잔뜩 붉어져 있었고, 그것은 카르티안을 찾아온 유시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카르티안에게 보고할 것이 있어, 그를 찾다가 리아의 방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리아의 방까지 찾아온 유시안이었다.
그런데 저런 대화라니.
간간이 들리는 리아의 신음과 그들의 대화가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물론 좋은 일이긴 했다.
비록 대낮이긴 해도, 황제와 황후의 합방은 후계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밖에서 실시간으로 듣고 있자니 민망했다.
유시안은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저들을 방해하며 보고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오붓한 시간을 가지라고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할 것인가.
그때였다.
유시안이 다음 기회를 노리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며 몸을 돌리려고 한 찰나, 방에서 조금 전과 다른 소리가 들렸다.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고통 어린 신음이 들렸다.
한편 방의 상황은 이러했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상황에 카르티안은 더 이상 못 하겠다며 침대를 벗어나려 했고, 너무 급하게 몸을 움직인 탓에 침대에서 그대로 굴러 떨어져야 했다.
"티안?"
설마 며칠 전 있던 그날의 상황을 재연하기 위함인가?
그러나 그런 것치곤 카르티안의 표정이 당황스러움에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붉어진 얼굴은 그렇다 치고, 카르티안은 무언가 곤란한 일이 있다는 듯,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울어요?"
'도대체 왜?'
리아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게 아…… 파서?"
차마 사실대로 고할 수 없던 카르티안이 말했다.
"하기야 격하게 떨어지긴 했죠."
침대의 높이가 꽤 있는지라 떨어지면 많이 아플 것 같긴 했다.
"남자의 생명은 허리라는데, 그러다 허리가 다치면 어쩌려고."
리아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카르티안은 또 한 번 당황해야 했다. 리아야 별생각 없이 그런 말을 한 것이겠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으응. 아무래도 안마는 그만 해야 할 것 같아."
"그래야 할 것 같긴 하네요."
얼마나 아팠으면 눈물까지 흘릴까.
카르티안의 눈물을 다르게 해석한 리아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이번에는 제가 주물러 드릴까요?"
역시 받기만 하는 것은 미안해 리아가 물었다.
"아, 아니야! 괜찮아!"
카르티안이 강하게 부정했다.
자신이 리아의 허리를 주무르는 것도 엄청난 고행이었지만, 반대로 자신이 받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리아의 손이 자신의 허리에 닿으면 밀려드는 충동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싫어요?"
'아니, 미안해서 안마 좀 해주겠다는데?'
카르티안의 강한 부정에 기분이 상했는지, 리아가 삐딱한 표정을 지었다.
"시, 싫은 게 아니라……."
뭐라고 말해야 할지……. 흥분해서 덮칠 것 같다고?
그러나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어쨌든 싫으면 말아요."
리아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어쩐지 자신의 대답을 오해한 것 같아 카르티안이 울상을 지었다.
'리아가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닌데.'
그러나 리아가 자신이 어째서 그런 대답을 한 것인지 물고 늘어지면 변명할 수 있는 말이 없어 카르티안은 그대로 넘어가야 했다.
"그래도 덕분에 시원했어요."
한결 개운해진 몸을 느끼며 리아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으, 으응."
"그보다 이젠 배가 좀 고픈 것 같은데, 식사나 할까요?"
"그, 그래."
뭐든 좋았다. 지금의 이 분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거라면.
카르티안의 대답에 리아가 협탁 위에 놓인 종을 치며 시녀를 불렀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시녀가 아니라 유시안이었다.
"돈이 부족해요?"
"네?"
리아의 물음을 이해할 수 없던 유시안이 되물었다.
"아니, 시녀를 불렀는데 재상이 들어오길래, 돈이 부죽해서 시녀 일이라도 시작한 건가 싶어서요."
"아, 아니요. 마침 폐하께 볼일이 있어서."
그런 것이 전혀 아니라는 듯, 부정하며 유시안이 말했다. 그러면서 리아와 카르티안의 분위기를 살폈다.
방에서 야릇한 신음과 대화가 들리길래 합방을 하나 했는데, 아닌 것 같았다.
옷차림이 다소 흐트러져 있긴 했지만, 정사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나 이렇게 빨리 옷을 입기는 무리였다. 그 생각에 유시안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요?"
카르티안과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무리이려나.
리아가 카르티안을 바라보았다.
"밥, 밥 먹어야지."
리아의 시선을 또 어떻게 해석한 것인지, 카르티안이 당황하며 말했다.
"아, 식사하시려고 하셨습니까?"
"네. 운동했더니 배가 고파서요."
'운동?'
유시안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저 운동이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운동일까.
그런 유시안의 의심을 알아챈 카르티안이 황급히 말했다.
"조금 전에 검술을 배웠네."
"……아."
'정말 말 그대로의 운동이었나.'
하기야, 아닐 것 같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유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저도 같이해도 되겠습니까?"
유시안의 말에 리아와 카르티안의 표정이 사나워졌다. 리아는 유시안과 식사를 함께한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고, 카르티안은 둘만의 시간을 방해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시안은 매우 뻔뻔했고, 대놓고 싫어하는 둘의 기색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랜만이지 않습니까?"
능글맞게 웃으며 유시안이 말했다.
"그렇죠. 그 처음의 식사 경험이 결코 좋지 않아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윽. 그때는……."
유시안도 처음 그들과 같이 식사했을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 죄송했습니다."
"됐어요."
리아가 이젠 상관없다는 듯 가볍게 그의 사과를 넘겼다. 이미 사과를 받기도 했고, 이제 와서 다시 그때 일을 문제 삼고 싶지 않았다.
사과보다는 그냥 좀 나가줬으면 좋겠는데.
그러나 유시안을 보아하니 그럴 생각은 없는 듯했다. 결국 리아와 카르티안은 유시안과 함께 식사를 해야 했다.
"그런데 어떠셨습니까?"
"뭐가요?"
빠르게 준비된 식사를 시작하며, 리아가 물었다.
"검술 훈련이요."
"오늘은 첫날이라 얼마 하지 못해서요."
"그래도 대단하십니다. 보통 다른 여인들은 검술을 배울 생각도 하지 못하는데."
"나도 그래야 할 필요는 없죠."
다른 여인들이 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이 동조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저 배우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묻길래 검술을 배워 보고 싶어 그런 말을 꺼낸 것이었다.
"힘들지는 않으십니까?"
그 연약한 몸으로 검을 제대로 들 수 있었을지 알 수가 없어 유시안이 물었다.
"할 만해요."
"그렇군요."
무덤덤한 리아의 대답에 유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폐하,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아까부터 유독 조용한 것도 그렇고, 아직까지도 붉은 얼굴이 신경 쓰였다.
계속 리아의 눈치를 살피며, 그녀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을 보니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았다.
"아, 아무 일도……."
여전히 떨리는 심장을 느끼며 카르티안이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그런데 티안, 다음에도 훈련이 끝나면 해주시는 건가요?"
목적어가 빠져 있었지만, 카르티안은 그녀가 말하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 그건……."
"생각보다 시원하고 좋던데."
리아의 말에 카르티안이 대답을 망설였다.
"뭐 좋은 것이라도 있었습니까?"
둘의 대화에 호기심이 인 유시안이 물었다. 그런 유시안을 바라보는 카르티안의 시선이 날카로웠다.
'원래 저렇게 눈치 없는 자가 아닌데, 오늘따라 왜 그러는지.'
밀려드는 짜증에 수저를 든 카르티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티안이 근육 뭉치면 안 된다고 마사지를 해주었는데, 좋아서요."
"오."
유시안이 눈을 빛냈다.
마사지라니. 그 얼마나 자연스러운 스킨십 방법이던가.
굳이 자신이 그에게 리아를 유혹하니 마니 할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정말 다정하시네요."
"티안이 좀 그렇죠."
리아가 순순히 긍정했다.
그 말에 카르티안의 얼굴이 더욱더 붉어졌다.
카르티안의 얼굴은 테이블을 향해 숙여진 채 떨어질 줄 몰랐다.
'리아가 자신보고 다정하다고 하다니.'
그녀의 칭찬에 심장이 미칠 듯이 두근거렸다.
"그러고 보니, 마마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정한 남자요."
"다정한 남자 좋죠."
냉정한 남자보다야, 다정한 남자 쪽이 나았다.
"그러니까 남편감으로도 말입니까?"
유시안이 은근한 시선을 보내며 물었다.
"남편감으로도 좋긴 하지만, 다른 여자에게도 다 다정하다고 하면 그건 좀 별로네요."
여자들이 바라는 것은 나에게만 다정한 남자이지, 모든 여자에게 다정한 남자가 아니었다. 그건 정말 귀찮고 신경 쓰이는 일이니까.
"그럼 정말 딱이군요."
"뭐가요?"
"나에게는 다정하지만 다른 여자에게 그렇지 않은 남자. 딱 여기 있지 않습니까?"
유시안이 카르티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긴, 그건 그러네요."
지난날 카르티안이 보인 행동들을 생각하면 정말로 그랬다. 다만 한때, 다른 여자의 범주에 리아르나가 속해서 자신이 겪어야 했던 일을 생각하면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오늘따라 재상이 유난히 말이 많아."
유시안이 어째서 저런 말들을 하는지 알 것 같지만, 쓸데없는 참견은 오히려 좋지 않게 작용할 수 있었다.
특히나 마지막 유시안의 말에 리아의 표정이 잠깐 굳어진 것을 확인한 카르티안이 그만 입 좀 다물라는 뜻으로 차갑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