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유시안과 헤어진 카르티안은 리아의 방으로 향했다.
그러나 방 앞에 멈춰선 카르티안은 쉽게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자신이 예상한 대로 리아가 이별의 말을 꺼낼것 같았다.
지금의 기분으로는 그 말을 듣고서 순순히 그녀를 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생각에 카르티안이 고민하다 걸음을 돌리려는 찰나였다.
"들어와요, 티안."
"……아."
자신이 온 것은 어찌 알았을까.
그러나 리아가 들어오라고 하는데, 거절할 수 없어 카르티안은 조심스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카르티안을 바라본 리아는 잔뜩 가라앉은 그의 표정에 인상을 찌푸렸다.
무언가 예감하고 있는 것일까. 자신은 아무런 티도 내지 않았는데.
"……티안."
리아가 나직한 목소리로 티안을 불렀다. 그러면서 이리 오라는 듯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손으로 쳤다.
"리아, 안아도 될까?"
리아의 옆에 앉은 카르티안이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그래요."
흔쾌한 리아의 대답에 카르티안은 리아를 끌어안았다. 순순히 끌려와 안기는 리아의 행동에 카르티안은 더욱 불안했다.
마지막을 위한 배려인 것일까.
그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와 카르티안이 리아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계속 이렇게 있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카르티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 리아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부비적거렸다.
"티안, 기억해요?"
"……무엇을?"
금방이라도 울 듯, 물기 젖은 목소리로 카르티안이 물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시내 구경하기로 했던 거."
"……응."
카르티안은 리아의 사소한 말 한 마디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자신에겐 리아의 모든 것이 다 소중하고 귀한데.
"공작에 대한 일이 정리되면, 같이 시내 구경해요."
"……그건."
마지막 인사야? 카르티안은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었다.
카르티안이 하다 만 말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도 알 수 없었다. 그것이 마지막 인사일지, 아니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인사가 될지.
다만 확실한 건 그와 조금 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사실이었다. 그와 정말 잊을 수 없는 그런 행복한 순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것이 시작이든 끝이든.
"티안."
"……응?"
차마 리아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한채, 카르티안이 얼굴을 묻은 채로 되물었다.
"오늘은 같이 잘래요?"
"……그래도…… 괜, 찮아?"
"네, 괜찮아요. 티안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자신이 이만큼 마음을 허락한 카르티안이라면, 자신이 아무리 잠자리를 가려도 그와는 같이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말 그대로 잠을 같이 자는 것뿐이지만.
"……응."
비록 이것이 마지막을 향한 그녀의 배려라고 해도 좋았다. 그에겐 그녀와의 추억 하나도 다 소중하고 중요했다.
마지막이 부쩍 다가온 만큼, 그녀와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었다.
"그래요."
리아가 다정한 목소리로 카르티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 손길을 받으며, 카르티안이 아픈 미소를 지었다.
이럴 거면 잘해 주지 말지. 왜 자꾸 이렇게 다정하게 굴어서, 그녀를 보내고 싶지 않게 하는 건지.
그러나 그것을 탓할 수는 없었다.
자신은 그저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녀를 떠나 보낼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럼 자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술이나 마실까요?"
"수, 술?"
술이란 말에 카르티안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전에도 한 번 그녀와 술을 마신 적이 있었다.
그대로 필름이 끊긴 탓에 술에 취한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어쨌든 불썽사납게 그녀 앞에서 취한 모습을 보인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 이후,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악몽을 꾼 탓에, 술에 취해 자신이 부렸을 주사는 흐지부지 넘어가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고 싶지 않았기에, 카르티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이번만은 자신이 먼저 취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겠다고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