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어제 회의가 끝난 후, 카르티안은 곧바로 리아에게 향했고, 남은 뒤처리는 오롯이 유시안의 몫이었다.
처형 일이야 카르티안이 결정한다고 하지만, 공작가의 재산 환수 및 자백을 받는 것은 모두 유시안이 해야 할 일이었다.
하루 만에 끝내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대부분 정리가 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보고도 할 겸 공작과 다른 귀족들을 어떻게 하겠냐고 물어보기 위해 집무실을 방문한 유시안은 알 수 없는 상황에 고개를 기울였다.
평소와 같은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뭔가 달랐다.
카르티안은 유독 리아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고, 그녀에게 뭘 해주지 못해 안달이 난 상태였다.
그런 카르티안을 리아는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쩐지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혹시 폐하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으응? 아-니, 전혀 없었네."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 반응으로 카르티안이 황급히 부정했다. 카르티안이 은근히 리아의 눈치를 살폈다.
"저한테 뭐 하실 말이라도 있어요?"
카르티안이 자신의 눈치를 살피고 있음을 알아챈 리아가 무심히 물었다. 그러나 묘하게 리아의 볼이 붉어진 듯했다.
"마마."
"……뭐요?"
평소와 같은 무심한 대꾸였지만, 그 잠깐 사이의 공백을 유시안은 알아챌 수 있었다.
"어제 무슨 일 있었습니까?"
"……없었어요."
리아가 애써 단도하게 말했다.
"그렇습니까?"
아닌 것 같은데. 유시안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도 잠시 유시안이 보고를 위해 카르티안에게 다가갔다.
"공작에 대한 일이면, 리아도 같이 들어야 할 테니, 저기 가서 듣지."
카르티안이 고갯짓으로 소파를 가리켰다.
"알겠습니다."
유시안이 먼저 가서 소파에 앉았다. 리아 역시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아래에서 느껴지는 아릿함에 리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리, 리아, 괜찮아?"
황급히 리아에게 다가간 카르티안이 걱정스레 물었다.
"……."
리아가 조용히 카르티안을 바라보았다. 좀 아프긴 했지만, 이렇게 놀라서 달려올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아까부터 유시안이 자신과 카르티안 사이를 수상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는데 이런 행동이라니.
"괜찮아요."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듯, 카르티안이 리아를 부축하기 위해 다가섰다.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고, 허리를 숙이며 리아가 기대가 쉽게 자세를 잡았다.
그 행동에 리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행동에 반응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젯밤의 여파는 아주 컸다. 이리 가까이 붙어 있으니 자꾸만 어젯밤 일이 떠올랐다. 동시에 유독 짙어진 유시안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혼자서 걸을 수 있어요. 괜찮아요."
동요를 숨기기 위해 리아가 애써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도 아프잖아……. 어제 무리도 했고."
카르티안이 작게 중얼거렸다.
처음이 아니라고 하지만, 어제처럼 자제력을 잃고 달려든 적은 처음이었다.
그녀를 배려하겠다고 생각한 것과 달리, 다소 과격하게 그녀를 밀어붙이기도 했다.
그러니 괜찮을 리가 없었다.
오늘은 쉬라며, 방에 있게 하고 싶었지만, 리아는 됐다며 거절했다. 그러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불편하지 자꾸 몸을 뒤척이는 리아가 신경쓰인 참이었다.
카르티안의 말이나 행동에서, 유시안은 그드이 숨기고자 한 어제 있었던 일이 무엇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그렇게 귀족들이 합방하라고 할 때는 칼같이 잘랐으면서.
그러나 황후와 황제의 합방 소식은 매우 좋은 일이었다. 리아가 떠나지 않고 황후로 남아 있어주기만 한다면.
"우선 세로니안은 자신의 죄를 자백했습니다. 끝까지 말 안 하고 버티려고 했지만, 제가 누구입니까?"
유시안이 짐짓 자랑스레 말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에 유시안이 대놓고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 역시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다른 귀족들 역시 자신의 죄를 인정했습니다. 물론 세른 경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래."
무심히 대꾸하며 카르티안이 리아의 눈치를 면밀하게 살폈다.
의자보다는 푹신한 소파가 나을 것 같아 일부러 소파에서 그의 보고를 듣겠다고 했지만, 혹시 소파도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고, 공작에 대한 이야기에 기분이 우울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아는 별다른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해서 그들에게 어떤 처분을 내리실 건지 여쭤보고자 합니다만."
어째 보고는 자신이 하는데, 황제의 모든 관심은 황후에게만 있는 것 같아 살짝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황후야 원래 자신을 마음에 안 들어 해서 항상 자신을 무시하기는 하지만.
"처형일은 모레. 귀족들과 수도의 평민들이 보는 앞에서 진행한다."
귀족으로서의 자부심이 넘치는 이들인 만큼, 평민들 앞에서 처형을 당한다고 하면 심한 모욕감을 느끼리라.
"그리 빨리 말입니까?"
"불만 있나?"
"아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폐하께서 내일 하고 싶다고 하시면 내일 해야지요."
조금의 불만도 없다는 듯 유시안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