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1화 진짜 시현이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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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는 거야 미친년이
"개소리 하지 말고 꺼.."
잠깐만. 이 미친년은 어떻게 내가 시현이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안 거지?
시현이가 여동생이 있었나? 그럴 리가 없는데.
"저.. 저기"
갑자기 들려온 말이 내 생각을 끊었다.
"?"
"나 진짜 시현이야.. 증명도 할 수 있어."
저렇게 말하는 거 보니 진짜인가?
"흠.. 그러면 어제 끝말잇기 막판에 누가 무슨 단어로 이겼는지 말해 봐."
만약 시현이가 길가다 아무나 붙잡고 돈 쥐여 주면서 장난치는 걸수도 있으니 확실히 시현이가 아니면 모를 만한 거로 물어 봤다.
"어...... 음...... 기억이안나....."
아 맞다 시현이 개 빡대가리 였지.
그런 주제에 이상하게 잔머리는 잘 굴러가서 짜증이난다.
"흠.. 그럼 내가 인정하는 3대 죄악을 말해 봐."
"민초, 파인애플 피자, 찍먹."
맞는 거 같은데? 내 취향은 다른 사람 한테는 알려 주기 싫어서 시현이 한테만 말해줬는데..
아니 근데 왜 이리 예쁜거야? 키는 154정도 되는 것 같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흑발에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얼굴. 하지만 키가 작아서 그 카리스마가 제대로 살려지지가 않는다.
그래도 만약 시현이가 거만한 성격이었다면 여왕님 이라고 불릴 만한 얼굴이었다.
가슴은.. 나보다 크네.. 짜증 나게. 아니 근데 지금 그럼 노브라 인건가?
같은 쓸데없..지는 않은 생각하는 와중에
"저..그럼 나 시현이라고 인정해 주는 거야?"
"맞는 것 같긴 하니까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
"응.."
시현이를 만나자마자 쌍욕을 퍼부어주고 두들겨 팰 생각이었는데 저 에쁜 얼굴을 보니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갔고, 돌아가자마자 날 반겨준건 어제 먹다 남긴 파인애플 피자였다. 하..
"야"
"으..응?"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몰라.. 자고 일어나니 바뀌어 있었어. 근데 너한테 알리고 싶지 않아서 일단 밖으로 나갔는데, 잠시 뒤에 너가 나 찾으러 돌아다니더라..?"
"그래서 그냥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말 한 거야.."
"근데 너 브라는 차고 갔어?"
"아니.. 한번 너꺼 써볼려 했는데.. 너무 작아.."
아니 시... 이래 봬도 c컵인데..
"아니 근데 그러면 그 큰 가슴을 브라도 안 차고 나간 거야?"
"나도 부끄러워서 손으로 가렸어.."
"아니 그게 가려지겠냐..하"
어이가 없어서 한숨이 나온다.
"근데.. 우리 그럼 어떡해?"
"뭘 어떡해?"
"같은 여자가 된 거잖아. 계속 사귀어도 되나?"
하.. 생각해 보니 나한테 레즈 취향은 없는데.. 근데 그렇다고 헤어지기는 좀 그렇고 어쩌지..
"넌 괜찮아? 이대로 사귀어도?"
일단 한번 시현이의 뜻을 물어 보았다.
"어.. 난 상관없어."
"그럼 일단 이대로 지내자. 근데 부모님께는 뭐라 말하지? 그냥 숨길까?"
"일단 한동안 숨기자..."
그 말을 끝낸 후 시현이의 표정이 또 울 것 같았다.
그런가.. 확실히 TS 되고 나서 심적으로 엄청난 부담이 갔겠지..
난 나답지 않게 살며시 시현이를 안아주었다.
그러자 시현이가 내 품에 안겨서 크게 울었다.
"으아아아앙~"
"그래그래 맘껏 울어라."
항상 나랑 장난치던 시현이가 이런 모습을 보이자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울고난 뒤 좀 진정되자 시현이가 소파에 앉아서 말을 꺼냈다.
"난.. 너가 나 버리면 어쩌나 했어.."
갑자기 뭔 소리래?
"너가 날 버리면 난 혼자 어떻게 살아가야 될까..해서 너무 두려웠어.."
아.. 그런가
시현이의 부모님은 돌아가셨다.
시현이가 고2때, 그러니까 2년 전에 가족 여행을 갔다가 사고가 나서 차가 전복 되면서 돌아가셨다.
다행히도 시현이는 죽을 정도의 부상은 아니었고, 몇 개월 만 병원 신세를 지면 완치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에 시현이는 마음의 문을 닫았다.
예전에 활발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둡고 음침한 모습이 되었고 병문안 온 친구들이 말을 걸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거나 무시했다.
그렇게 찾아온 친구를 전부 쫓아 내고 혼자가 되려 하였다. 그렇게 실제로 나만 아니었다면 혼자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시현이의 모습에 혼자 두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다가갔고, 몇 달의 노력 끝에 결국 시현이가 맘을 열었다.
그 뒤로, 평범한 친구였던 우리는 남친여친이 되었고, 시현이는 다행히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이미 학교에서 시현이의 친구는 나밖에 없었고, 몇몇 말이 트인 사람은 있지만 친구는 새로 만들지 못 한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한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갔지만 시현이는 원래 머리가 좋지는 않은 데다 고2때 몇 개월 이나 학교에 빠진 것 때문에 인서울은커녕 인수도권도 못할 지경이었고, 결국 대학을 가지 않았다.
어차피 재수해봤자 가망이 없다나 뭐라나
이런 생각하는 사이에 시현이는 내 무릎 베개로 잠이 들었다. 하긴 시현이 치고 오늘 너무 적게 자긴 했다.
와.. 근데 너무 다시 말하지만 예쁜거 아냐? 그런데 시현이의 그 얼빵함 때문에 이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이 귀여워 보인다.
볼살 한번 잡아봤더니 너무 부드럽다.. 하.. 이거 없던 취향도 생기겠는데..?
일단 무릎 베개를 베개로 교체해주고, 난 엄마한테 전화를 걸러 갔다.
숨기자고는 했지만 어차피 언젠가 들통날 거 그냥 차라리 우리 부모님께 알리고 빠르게 도움을 받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였다.
"어머~ 우리 딸 무슨 일이야......~?"
"엄마. 급해서 그러는데 지금 당장 집에 올 수 있어?"
"흠.. 오늘은 힘들거 같은데~? 대신 내일까진 들어가 볼게 혼자서 라도."
"무슨 일인지 안 물어 봐도 돼?"
"그럼~ 우리 딸이 날 부른다는 건 엄청 심각한 일이라는 거잖아~?"
역시 우리 엄마!
"그럼 내일 빨리 좀 와 줘."
"알겠엉~."
그러면 이제 어떡할까. 이제 점심인데.
일단 몸 상태 확인도 할 겸 씻긴 다음에 옷이나 맞추러 가자.
"시현아 일어나 씻으러 가자."
시현이의 손을 잡고 일으키려고 당겼다.
그런데 시현이는 아직 일어나기 싫다는 듯이 손을 뿌리쳤다.
"우응~"
커헉! 개귀엽다. 약간 삐진 듯한 모습이 말도 안 되게 귀여웠다.
계속 이 모습을 보고 싶지만 씻기기 위해선 일으켜야 했고 손을 세게 잡아당기자 시현이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자 이제 씻으러 가자~."
그런데 시현이는 여친이 몸을 씻겨 준다는 사실에 거부감이 들었는지 힘으로 벗어나려고 귀엽게 낑낑대지만 힘이 너무나도 약했다.
"아니.. 나 혼자 씻을 게.."
결국 힘으론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지만 어림도 없다.
"너 여자 몸 어떻게 씻어야 되는지 알아? 그리고 머리 감는 법은 알아? 말리는 법은 알아?"
"어.. 음.. 씻겨주라.."
"한번만 씻겨 줄 테니 다음부턴 스스로 해."
물론 앞으로 계속 씻겨주고 싶지만 시현이가 싫어할 거 같아서 한 발 물러나 주었다.
"와.. 머릿결 진짜 곱다. 피부는 또 왜 이리 탱글탱글해? 아니 가슴은 진짜 왜 이리 큰거야?"
"저.. 지은아? 씻겨 주는 거 맞아? 왜 자꾸 몸 더듬기만 해..?"
"아니 가만 있어 봐 좀!"
어딜 감히 이 성스러운 행동을 방해해? 건방지게
그렇게 2시간 동안 목욕탕에만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