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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이 TS되었다-4화 (4/117)

〈 4화 〉 3화 ­ 사랑해

* * *

"저.. 지은아.."

"응? 왜?"

햄버거를 조금 먹더니 갑자기 뭔가 잘못 한 게 있을 때의 말투로 날 불렀다.

"나 배불러.."

"?"

아니 햄버거 겨우 반밖에 안 먹었는데?

여자가 됐으니 먹는 양도 좀 줄 거로 생각하긴 했지만 반 토막 났는데?

"아니 너 원래 햄버거 세트 한 개는 어렵지 않게 먹었잖아?"

근데 심지어 지금은 큰 버거긴 하지만 세트도 아닌데 반밖에 못 먹었다.

"그..그러게."

"흠.. 일단 남은 건 포장해가자."

"응.."

"근데 이렇게 적게 먹어서야 언제 우리 집에 남은 파인애플 피자 다 먹을 거야?"

"어.. 하루 날 잡으면 다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됐어. 걍 버리든가 엄마가 먹는다면 엄마 주든 하자."

그 말하고 남은 걸 포장하는데 시현이가 나를 불안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응? 왜 그래?"

"미..미안해."

"엉? 갑자기 뭔소리야?"

"내가 음식 남겨서 화난 거 아니었어?"

아니 도대체 평소에 날 어떻게 생각하길래 고작 저거 가지고 화를 낼 거로 생각하는 거지?

난 다가가서 시현이의 양 볼을 잡고 말했다.

"으이구~ 이 귀여운 것. 그런 쓸데없는 걱정하고 있었어? 내가 고작 그런 거 가지고 너 한테 화낼리가 없잖아."

근데 애초에 난 남자일때도 시현이한테 화를 낸적이 거의 없는데 왜 겁을 먹은 걸까?

그만큼 소심해졌다는 건가..?

"뭐.. 파인애플 피자는 좀 짜증 나긴 하지만 그건 너가 갑작스레 TS 돼서 그런 거 니까 어쩔 수 없지 뭐."

"그.. 그런가? 헤헤."

내 말이 끝나자 바로 함박 웃음을 짓는다.

캬.. 진짜 몇 번을 봐도 너무 귀엽네.

이 귀여움을 좀 더 만끽하고 싶지만 슬슬 들어갈 시간이다.

"그럼 이제 슬슬 들어가자."

"응."

하.. 그나저나 이거 아까 보니까 힘도 개미 수준이고 저렇게 먹지도 않아서야 만약 군대 가게 되면 어떡하지?

저 정도 신체면 신검 4급 이상으로 뜨려나? 근데 상식적으로 몸이 여자 됐으니 군대 안 보내겠지?

같은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기요."

?

모르는 목소리의 남자가 우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적당히 잘생긴 남자가 시현이를 보고 있었다.

흠.. 저거 딱 보니 시현이 번호 따려는 거구먼?

일단 어떻게 될지 한번 보기나 할까?

"저.. 진짜 너무 제 취향이셔서 그런데 혹시 번호 좀 주실 수 있으신가요?

"네..네? 저요?"

응 너요.

시현이는 이 갑작스러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거 같았다.

그럴 만 하겠지. 어제까지만 해도 남자 였는데.

"아....저....그...."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귀엽긴 했지만 눈앞의 남자는 대답을 듣기 전에는 안 갈 거 같았기에 내가 나서기로 했다.

"아 죄송합니다. 저희 동생이 낯을 좀 많이 가려서요. 죄송하지만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물론 하나도 안 죄송하지만 예의상 말은 해줬다.

근데 시현이에게 고백하려는 새끼한테 예의를 갖춰줘야 되나? 다음번에 만난다면 국물도 없다..

....같은 생각을 하면서 시현이 손을 잡아 끌고 집으로 향했다.

"아 저기.."

그 남자는 붙잡으려다 그냥 포기하고 돌아갔다.

그런데 그 와중 시현이는 아직도 안 믿긴다는 표정이다.

"나..남자가 나한테 헌팅을..?"

확실히 정신은 남자이기 때문에 게이가 아닌 이상 남자에게 고백 받으면 좋은 기분이 들지는 않겠지.

그런 생각이 들어 난 가볍게 우리 귀여운 시현이를 안아주고 속삭였다.

"걱정하지 마. 넌 내꺼니까."

그 말에 시현이는 얼굴이 엄청 빨개졌고 빠르게 내 품에서 벗어났다.

물론 시현이 얼굴을 보니 싫어서 벗어난 건 아니고 부끄러워서 그런 거 같다.

"그럼 이제 진짜로 들어가자."

"응.. 헤헤..."

왜 웃는 거야?

근데 그보다도 이제 내가 경계해야 될 대상은 일반적인 남자가 아니라 레즈 여자인가..

"오 벌써 왔네?"

집 앞에 큰 상자가 놓여 있었다. 물론 아까 배달 시킨 옷이겠지.

한 3시간 전쯤 시킨 것 같았는데 벌써 오다니.. 이게 퀵 배송의 힘인가?

일단 상자를 들고 집 안으로 들어온 뒤, 시현이에게 말했다.

"너부터 씻어 시현아. 난 그동안 이 옷들 좀 정리할게.

"응."

역시 아무 의심 없이 씻으러 가는군 후후..

지금이다!

난 바로 시현이가 가져온 모든 옷을 남김없이 세탁기에 집어넣었다. 그래봤자 입고 온 옷과 잠옷 2개 뿐 이지만..

어쨌든 이러면 시현이는 아까 시현이 몰래 산 동물잠옷을 입을 수밖에 없겠지.

불쌍하긴 하니까 무슨 동물잠옷을 입을지 정도는 선택하게 해 줄까? 히히.

잠시 뒤 시현이가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나왔다.

"뭐야..? 지은아..? 여기 있던 내 옷 어디 갔어..?"

"응? 아 그거 너 옷이었어? 실수로 빨았는데?"

내가 고의로 그랬다는 걸 알면 반항심 때문에라도 동물잠옷을 안 입을 가능성이 있었기에 모르는 척했다.

"거짓말하지 마."

엥?

"그걸 모른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돼. 일부러 빤 거잖아.."

어라?

"내.. 내가 왜 굳이 그런 짓을 하겠어?"

일단 발악은 해 보았다.

"아마.. 나 한테 입히고 싶은 옷이 있나 보지."

큭.. 시현이가 머리가 이렇게 좋았나? 한 방 크게 먹었다..

어쩔 수 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강행 돌파한다.

"시현아~ 동물잠옷 입어주라~."

하.. 근데 이거 말은 했지만 상식적으로 받아 들일리가 없는데..

이걸 또 어떻게 설득하지?

"알았어.."

?

"그 정도 부탁쯤은 들어 줄게."

우리 시현이가 미쳤나?

뭐.. 그래도 이런 쪽으로 미침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그럼 저기서 뭐 입을지 고르고 있어 봐. 난 씻고 올게."

"응."

샤워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내일이면 엄마가 올 텐데 뭐라 말해야 되지?

그냥 시현이라는 건 숨기고 이 아이가 무호적자 라서 주민증 발급 하는 것만 도와 달라고 말해도 안 될 건 없었다.

근데 그러면 앞으로 시현이는 우리 부모님이랑 못만난다.

그럼 시현이는 어떻게 됐냐고 물어 보겠지? 아니면 시현이에게 카톡이나 전화로 연락하거나..

4년간 알고 지내다 보니 시현이는 우리 부모님과도 꽤 친했다.

아빠랑은 별로 접점이 없지만 엄마랑 친하다.

그래서 엄마라면 우리 사이가 얼마나 끈끈한지도 알 텐데.. 헤어졌다는 말은 안 믿겠지..?

그럼 역시 엄마한테 모든 걸 밝힐 수밖에 없나?

그렇게 된다면 엄마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역시 안믿겠지?

근데 혹시 엄마라면 믿을지도?

근데 우리 결혼은 어떡하지?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나라로 가야 되나?

같은 현재로서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벌써 다 씻었다.

"뭐 했다고 벌써 다 씻은 거야?"

혼잣말로 불평한 뒤 수건을 몸에 두르고 나왔다.

어라? 그런데 내 잠옷이 어디 갔지?

분명 여기다가 놨었을 텐데..

주위를 둘러보던 중 시현이가 말을 걸었다.

"내가..빨았어.."

엥? 뭔 소리야?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근데 고개를 돌리자 눈앞에 고양이가 그려진 동물잠옷을 입은 시현이가 있었다.

"꺄아~ 너무 귀엽다~!"

난 순간 이성이 마비되어 몸을 가리던 수건을 놓친 줄도 모르고 시현이를 껴안았다.

"지..지은아! 옷 입어..!"

시현이는 부끄러워서 그런지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이제 같은 여잔데 뭐 어때?"

"그..그래도.."

그 와중 날 밀어 내지는 않는 걸 보니 이제 껴안는 거 정도는 괜찮은가 보다.

근데.. 내가 뭐 하고 있었더라? 시현이가 너무 귀여워서 까먹어 버렸다.

그때 시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쨌든 너 옷은 내가 빨았어."

"너가 왜? 어.... 설마?"

"응. 그 설마야. 너도 동물잠옷 입어 줘."

?

이걸 이렇게 뒤통수를 친다고?

흔쾌히 동물잠옷을 입어 준다고 했을 때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어야 했나..

하지만 아직 미숙하군.

내가 했던 짓을 나에게 그대로 돌려줄 생각 이었나 본데..

지금의 너랑 난 근본 적인 차이가 있지.

그건 바로 여긴 내 집이라는 것! 잠옷이야 서랍에 널린 게 잠옷이지~.

라고 생각하고 비웃어 주려는데..

"동물잠옷 안 입어 줄 거야..? 나도 입었는데.."

"뭔소리야~ 당연히 입어 줘야지!"

헉.. 너무 귀여워서 실수로 동의해버렸다..

"헤헤.. 지은이가 동물잠옷 입어 준대.."

근데 저렇게 기뻐하는데 이제 와서 무르기도 좀 그런가..

뭐.. 한 번 정도는 입어 줄까..?

"나 어때?"

다 입고 물어 봤는데 갑자기 시현이가 날 껴안았다.

뭐야..? 왜 이래?

여자로 변한 후에 시현이가 먼저 스킨십한 건 이게 처음이다.

오.. 이건 이거대로 좋은데?

시현이는 말없이 안다가 부끄러웠는지 도망치려 했다.

아니 지금 자기만 만족해 놓고 도망가려는 거야?

어딜 도망가?

난 뒤에서 시현이를 껴안았다.

"꺅?!"

시현이가 귀여운 비명을 질렀다.

"먼저 껴안았으면서 이제 와서 혼자 도망가려고?"

"아..아니.."

근데 이거 가슴 만지기 좋은 자세 아닌가?

아니다.. 괜히 좋은 분위기 깨지 말자.

대신..

볼에 뽀뽀해줬다.

"사랑해 시현아."

"아..아니..그.."

시현이 얼굴이 이거보다 더 빨개질 수가 없을 만큼 빨개졌다.

그리고 잠시 뒤

"나..나도 사랑해."

개미 만한 목소리로 말하곤 침대로 도망쳐서 이불을 뒤집어썼다.

하.. 진짜 너무 귀엽네. 옷까지 겹쳐서 진짜 작은 고양이 보는 것 같다.

마음 같아선 더 놀아주고 싶지만..슬슬 잘 시간이긴 하다.

나도 불 끈 다음 시현이 옆에 눕고 속삭였다.

"잘자 시현아."

대답은 안 했지만 대신 고개를 끄덕인 것 같았다.

이런 것까지 귀엽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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