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 4화 엄마
* * *
따라다다 다단단~ 다단단~ 다단단~
하.. 진짜 개 거지 같은 알람이네..
하지만 그 덕에 알람으로 쓰일 때 이거보다 효과가 좋은 노래는 본 적이 없다.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지금 중요한 건
이 알람을 듣고도 안 일어나는 눈앞의 귀여운 생명체 겠지.
캬~ 자는 얼굴도 개 귀엽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드디어 엄마가 오는 날이다.
근데 엄마가 오늘 온다고는 했지만 오늘 언제 온다고는 말 안했으니 3~4시쯤으로 생각할까..?
그러면 그 때까지 뭐 하지?
일단 눈앞의 귀여운 생명체부터 깨우자.
근데 어떻게 깨우지?
물론 평범하게 깨울 수도 있겠지만 그건 재미가 없지.
내가 지금 급히 떠올린 깨우기 위해할 만한 행동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1. 가슴 만지기
2. 뽀뽀하기
3. 껴안기
4. 볼 잡아당기기
정도가 있겠군.
아니 근데 내가 이렇게 스킨십을 자주 하는 성격이었나?
아 모르겠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 뭐 할지나 정하자
흠.. 가슴 만지기는 촉감은 제일 좋지만 뭔가 만지면 패배감이 드는 것 같아서 패스
뽀뽀는 시현이가 깨 있을 때 하고 싶어서 패스
그럼 볼이냐 껴안기냐 인데..
껴안기로 하자. 뭔가 따뜻한 포옹이 하고 싶다.
흠.. 정면에서 껴안고 싶지만 그러면 가슴 때문에 또 숨 쉬기 힘들어 하겠지..?
어쩔 수 없이 시현이를 옆으로 돌려 눕게 만들고 나도 그 뒤에 누워 시현이를 껴안았다.
그리고 다리로 시현이의 다리를 감아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근데 이거 이러니까 다키마쿠라 같네?
헤헤 다키마구라 시현이 귀엽다...........
"....아"
?
누군가가 날 부르는 거 같다.
"지은아.."
시현이가 날 부르는 소리였다
"응? 왜?"
"이거 좀 풀어 줘.."
아.. 그대로 자버렸나 보다.
응? 근데 건방지게 어딜 벗어나려 해?
"싫어."
"어?"
거절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지 당황한 목소리다.
"나 힘들어.."
어.. 저건 진짜로 힘들 때의 목소린데..
흠.. 하지만 계속 껴안고 싶은데.. 그럼 풀어 줘도 내가 만족 할 만한 조건을 걸어야겠다.
"그럼 '풀어주세요 언니~' 라고 하면 풀어 줄게."
"시..싫어 우리 동갑이잖아. 심지어 생일도 내가 더 빠른 데.."
완강하게 거부하는 시현이.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는다.
어차피 내가 끈질기게 해 달라 하면 어지간한 일은 전부 해주기 때문에 포기할 이유도 없다.
그리고 이번 부탁은 딱히 어려운 부탁도 아니잖아?
"한번만 해주라~. 응? "
"아.. 안 돼."
역시 흔들리는군. 너가 날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슬슬 끝낼까.
"제발~. 진짜 한번만.. 나 예전부터 언니 소리 한번 들어 보는 게 꿈이었어.. 근데 엄마가 외동으로 낳아서.."
"아니.. 그.."
"진짜 안 해 줄 거야?"
일부러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으으.. 하..하면 되잖아 하면.."
쉽다 쉬워. 우리 시현이 너무 쉬운 여자 아니야? 뭐.. 쉬운 시현이도 귀여우니까 상관없나.
근데 이러다 혹시라도 다른 여자가 대시하면 거절 못하는 거 아냐?
잘 감시해야겠다.
같은 생각 하고 있을 때쯤..
"풀어주세요.. 어..언니."
컥! 너무 귀엽다! 심장에 무리가..!
마음 같아선 이 귀여운 생명체를 더 세게 껴안고 싶지만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풀어줬다.
풀려난 시현이는 부끄러웠는지 아무 말도 없이 방을 나갔다. 귀여워라.
시간은 9시. 아직 엄마 오려면 많이 남았는데.. 뭐 하지?
일단 나도 따라 나갔다.
일단 아침부터 먹어야 되는데..
"시현아 아침 뭐 먹을래?"
"어제 먹다 남은 햄버거."
아 맞다. 쟤는 그게 있었지.
근데..
"그럼 나는 뭐먹어?"
"알아서 먹어."
흠.. 왜 시현이 말에 가시가 돋친거 같지? 기분 탓 인가?
뭐 일단 넘어갈까.
그래서 진짜로 뭐 먹지?
뭐..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올 때 설마 빈손으로 오겠어?
그러니 그때까지만 참자.
그러고 보니 시현이에게는 엄마가 오늘 온다고 말 안 했는데..
뭐.. 굳이 말할 필욘 없겠지?
가끔은 서프라이즈도 필요한 법이니까.
"그럼 시현아 이제 뭐 할래?"
"흥.. 내가 어떻게 알아.."
음.. 아까 받은 말에 가시 돋친 듯한 느낌은 기분 탓이 아니었나?
지금 명백히 시현이는 무언가에 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
뭐에 관해 불만을 가진 거지?
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은 1개 뿐 이다.
내가 시현이를 대하는 태도.
요즘 확실히 시현이를 너무 쉽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어떤 걸 해 달라고 부탁함
> 시현이가 거절
> 내가 해 달라고 때 씀
> 시현이가 마지못해 해줌
이 루트의 무한 반복 이었지.
하.. 근데 그만둘 생각은 없는데..
일단 화난 이유가 이것 때문이 맞는지 부터 물어 보자.
"시현아 화났어?"
"어.."
화난 얼굴도 귀엽다.
"왜 화났어?"
"너가 자꾸.. 나한테 부끄러운 일만 시키잖아.."
"그러면서 거절하면 어떻게든 해 달라고 애원하고.."
역시 그 이유인가. 확실히 다른 이유는 없긴 하지.
흠.. 근데 그럼 어떡하지?
미안하다고 하고 앞으로 안 그러겠다고 하면 화가 풀리긴 할 텐데..
문제는 앞으로 안 그럴 거 같지가 않다.
그렇다면 차라리 거짓말로 이 상황을 모면하기보단 당당하게 난 잘못 한 게 없다고 말하자.
그럼 시현이도 이해해 줄 가능성이 있다.
"시현아.. 잘 생각해 봐."
"넌 귀여워."
난 진심을 담아 말했다.
"응?"
"이건 국보급 귀여움이야."
"아..아니 갑자기 무슨 소리야.."
부끄러워 보이지만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은 시현이. 귀엽다.
"근데 그런 국보급 귀여움을 썩히게 두는 거야말로 오히려 죄를 짓는 게 아닐까?"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잖아?
"다이아 원석도 누군가가 그게 다이아라고 발견해주지 않으면 그냥 돌멩이일 뿐이잖아?"
이것도 맞는 말이지.
"그러니까 내가 동물잠옷 입히거나 가슴 만지는 건 선행 인 거지."
이건 맞...나?
"뭐.. 백번 양보해서 동물잠옷은 그렇다 쳐도 가슴 만지는 건 도대체 왜..?"
저렇게 말한다는 건 이미 반쯤 넘어 왔다는 거다.
"가슴을 만지면 너가 귀여운 반응을 보여 주잖아."
"아..아니 그.."
반박을 못 하는 시현이.
"그럼 이해해 주는 거지?"
"아..아니 뭔 이해해!"
흠.. 확실히 아무리 논리가 올바르다곤(?) 해도 저런 걸 이해해주긴 힘들겠지.
어쩔 수 없군. 적당히 타협할까?
"그럼 앞으로 안 하겠다는 말은 못 하겠지만 줄이려고 노력할게.."
"지..진짜지..?"
아니? 그럴 리가.
"물론이지."
속내랑 지금 한 말이랑 완벽히 정반대다.
가끔 이럴 때마다 내가 정말 쓰레기라고 느끼지만 아까 말했듯 난 선행을 하기 위해 이러는 것이다.
선행을 하기 위한 거짓말. 즉 하얀 거짓말이다.
뭐.. 그리고 어차피 나중에 이런 짓하는 빈도가 전혀 안 줄었다고 뭐라 해도 줄이려고 노력은 했지만 실패했다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사실상 완전범죄.. 아니 완전선행인가?
이런 나의 음흉한 속내도 모른 채 시현이는 다시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이제 뭐 할래?"
시현이가 밝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흠.. 추워서 나가긴 싫은데 ..
게임이나 한번 해 볼까?
나랑 시현이 둘 다 게임을 좋아하긴 한다.
하지만 어떤 게임을 같이 한 적은 거의 없었다.
왜냐면 어지간한 게임은 다 잘하는 나와는 다르게 시현이가 게임을 너무 못했기 때문이다.
원인은 아마 그 쓸데없이 넘치는 자신감 때문 이겠지.
1대 1해도 사려야 될 타이밍인데 자신은 져 본 적이 없다면서 억지로 공격하러 갔다가 엄청 손해 보고 돌아오거나 하고,
팀전으로 거점 방어 같은 걸 해도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면서 하라는 방어는 안하고 적 공격하러 가서 거점 뚫려서 지기도 한다.
어제 체스를 둘 때도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퀸을 우리 말 바로 앞에 놓길래 잡고 시작해서 수월하게 이겼다.
만약 그 쓸데없는 자신감만 없었다면 뜻밖에 게임을 잘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시현이가 머리가 좋지는 않지만 가끔 날 한 방 먹일 정도의 두뇌는 보유하고 있지 않은가?
무려 한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간 나를.
어쨌든 그래서 지금 여자되어서 그 쓸데없는 자신감이 거의 사라진 상태라면 뜻밖에 게임을 잘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아무 게임이나 골라 1대1 싸움을 걸었다.
"시현아. 오랜만에 이거 1대1 할래?"
원래 시현이라면 '덤벼 ㅈ밥아' 라고 하겠지.
하지만 지금의 시현이라면..?
"나 이거 못하는데.."
역시. 지금의 시현이에게 자신감 같은 건 없다.
좋아. 그럼 한판 붙어볼까?
이기긴 했다.
매우 힘들게.
왜 이리 잘해?
시현이도 안 믿긴다는 얼굴이다.
역시 그 쓸데없는 자신감이 만악의 근원이었다.
난 다가가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하는 시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수고했어. 좀만 더 잘했다면 이겼을 텐데."
"흥.."
그래도 진게 분하긴 한가 보네.
"그래도 오랜만에 꽤 재밌었으니 이 언니가 소원하나 들어 줄게!"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언니 아니잖아."
?
"너 입으로 언니라고 해 놓고선 이제 와서 발뺌 할 거야?"
"그건 너가 하라고 해서 한 거잖아.."
흠.. 더 놀리고 싶지만 여기서 더 놀리면 진짜 화나겠지?
"알았어 장난이야~. 어쨌든 소원 하나 들어 줄게."
"진짜지?"
"물론이지."
뭐.. 그래봤자 시현이 성격상 별로 어려운 일은 안 시키겠지.
"킵 해놔도 되지?"
"흠.. 오늘 안에는 쓰자."
뭔가 킵하게 냅두면 미래에 큰일이 날 거 같아서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때.
삐삐삐삐..
어? 현관문 여는 소리다.
드디어 엄마가 왔나 보다.
잠깐만.. 나 근데 동물잠옷 이잖아?
아니..어떡하지..
"우리 딸~ 엄마왔어~."
흠.. 지금 당장 엄마 몰래 서랍을 열고 잠옷을 꺼낸 다음 동물잠옷을 벗고 그걸 입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망했군.
일단 마중은 나가야겠지.
"시현아 일단 문 닫고 여기 있어 봐."
시현이는 왜 벌써 부모님이 오셨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다.
저런 표정도 귀엽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 문 닫고 현관문으로 엄마를 배웅하러 갔다.
"다녀오셨어요.."
근데 엄마는 대답 대신 매우 놀란 표정을 보여 주었다.
확실히 이런 모습한 것은 처음이니 놀랄 만 한...
"꺄아~ 우리 딸 너무 귀엽다~."
엄마가 갑자기 달려들어 포옹했다.
숨 막혀.. 이게 시현이의 심정인가..
뭐.. 그래.. 이 정도는 예상 범위 내다.
귀여운 걸 좋아하는 엄마가 동물잠옷 입은 나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긴 하겠지.
그런데..
"오늘따라 가슴이 더 부드러운 거 같네?"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 건 예상 범위 밖이다.
"동물잠옷이니까 당연히 부드럽지.. 가 아니라! 엄마 뭐 하는 거야!"
난 당황해서 황급히 떼어 놓았다.
"뭐 하긴.. 우리 딸의 작고 귀여운 가슴 만지지.."
"작다고 하지 마!"
우리 엄마는 나보다 살짝 큰 d컵..
겉보기에 그렇게 큰 차이는 안 나는 거 같지만 엄마는 컵 하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라면서 날 놀렸다.
어라? 근데 이거 d컵이라면 시현이를 잘 이용해서 복수 할 수 있겠는데?
시현이는 무려 e컵. 나랑은 확연한 차이가 있고 엄마랑도 어느 정도 차이난다.
후후.. 좀 이따가 기대되네..
"흐음.. 우리 딸이 뭔가 불순한 생각을 품고 있는 거 같은데.."
눈치도 빠르셔라
"뭐.. 귀여우니까 모른척 해줄까?"
그것참 퍽이나 감사하네요.
어라? 근데 엄마 손이 텅 비었네?
"엄마? 뭐 안사 왔어?"
"응? 너가 급한 일이라 길래 아빠조차 근무지에 버리고 왔는데 뭘 사올 시간이 어딨어?"
망했다. 굶게 생겼군.
"그래서 엄마가 아빠를 근무지에 버리고 오도록 만들 만큼 급한 일이 뭘까?"
아빠 버리고 올 정도로 급한 일은 아닌 거 같은데..
하.. 근데 이걸 밝히는 게 맞나..? 아 모르겠다.
"일단 안방으로 와봐."
"안방은 왜?"
"보여 줄게 있어서."
"엄청 대단한 거 기대하고 있을 게~."
흠.. 대단한 거긴 한가?
일단 대단히 귀엽긴 하다. 뭐.. 엄마는 귀여운 걸 좋아하니 그 정도면 괜찮겠지.
후우..
심호흡 한번 하고 안방문을 열었고.. 그곳엔 잔뜩 긴장한 듯한 시현이가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시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귀여워라.
"꺄아악~! 진짜진짜 귀엽다! 얘는 누구니? 너 친구야? 이런 애가 친구였으면 왜 말을 안했어?"
엄마는 바로 달려가서 시현이를 끌어안고는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부디 질문은 한번에 하나만 해주면 좋겠다.
"저.. 아주머니.. 숨 막혀요.."
"어머~ 미안."
엄마는 순순히 물러나는가 싶더니 거실 소파 에 앉고서 자기 다리 사이로 시현이를 불렀다.
"이리 오렴~ 귀염둥이."
어느샌가 호칭이 귀염둥이로 바뀐 우리 시현이.
"으으.."
시현이는 누가 봐도 별로 좋아하진 않는 기색이었지만 상대는 어른이기에 순순히 따랐다.
시현이가 엄마의 다리 사이에 앉자, 엄마는 바로 시현이의 가슴을 만졌다.
"히약?!"
"어머~ 귀여운 비명이네~. 음.. 이 크기와 촉감을 봐선 .....e인가."
바로 맞추셨습니다.
역시 엄마..
"뭐.. 장난은 이쯤 하고.."
장난 아니었으면서..
시현이는 이미 울상이 되어 있었다.
"그 급한 일이 뭐야? 뭐.. 어차피 이 귀염둥이랑 관련된 일이겠지."
"어.. 알고 계셨네요?"
시현이가 놀란 듯이 물어 봤다.
"당연하지~."
"그래서 어차피 내가 도움 줘야 될 텐데 미리 대가 좀 받은 거야.. 표정 풀어~ 귀염둥이야. 아주머니가 미안해~."
"네.."
뭐야..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나보다 시현이를 잘 다뤄?
질투 나네..
흠.. 그러면 뜸 들일 거 없이 바로 밝힐까?
"엄마.. 뭐 시간 끌지 말고 본론부터 말하자면.. 엄마가 안고 있는 걔.."
"응. 이 귀염둥이가 뭐?'
"걔가 시현이야.."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