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 7화 목욕탕
* * *
이제 슬슬 잘 시간인가..
시현이는 이미 침대로 기어가더니 누워 있다.
눈을 감고는 있지만 자는 건지는 모르겠다.
헤헤.. 나도 같이 자야지..
"어머~ 우리 딸~ 거긴 엄마 자리란다. 너는 너 방에서 자야지..?"
어느샌가 다시 안방으로 들어온 엄마가 날 매서운 눈초리로 보며 말했다.
윽.. 맞는 말이다.
여긴 안방이었지..
아 근데 시현이랑 같이 자고 싶은데..
시현이 깨워서 방으로 데리고 갈까?
"귀염둥이 깨우지 마렴~."
..
아니 무슨 내 속마음이 다 보이나?
"넌 얼굴에 속마음이 쓰여 있단다~."
.....
에이 씨..
빨리 자고 내일 시현이랑 놀기나 해야지..
더럽다 더러워..
왠지 오늘은 푹 자고 싶다는 생각에 거지 같은 알람은 꺼두고 잠에 들었다.
음.. 뭔가 푹신한 감촉이 느껴진다..
이불인가?
아니야... 뭔가 묵직해..
베개보다도 훨씬 묵직한데....
뭐지?
눈을 떠보니 시현이가 내 위에서 자고 있었다.
이..이럴수가... 너무 귀엽다!
흠.. 근데 이거 너무 만지고 싶은데 만지면 잠에서 깰라나?
이 귀여운 모습을 더 보고 싶은데..
일단 살며시 안아주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헤헤... 부드럽다.
헉! 깜빡 잠들었다..
시간은 9시 반.
폰을 보니 시현이에게 30분전 카톡이 와 있었다.
[이시현: 나 엄마랑 입양 신청하러 왔으니 아마 좀 오래 걸릴 거야.]
[이시현: 만약 그동안 어제 시킨 가구 배달 오면 배치 좀 해 줘]
아니 날 혼자 냅두고 간다고..?
아니 그러면.. 오늘은 시현이의 '냥'체를 못듣는 거잖아..!
오늘 11시까지 시현이의 냥체를 을수 있었는데!
하.. 아까 시현이를 깨웠어야 했는데.. 실수로 자버렸어..
칫.. 공부나 하자.
근데 그전에...
동물잠옷부터 좀 갈아입자..
삐삐삐삐..
어? 뭐야?
벌써 온다고? 1시간도 안 지난 거 같은데..
"아빠 왔다!"
아.. 아빠였구나..
그러고 보니 엄마가 어제 아빠 버리고 하루 일찍 온 거였으니 아빠는 오늘 오는 게 맞지..
"다녀오셨어요."
"오냐 우리 딸."
아빠가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뭔가 아빠의 손은 편안한 느낌이 든다.
"근데 그러고 보니 오늘 딸 한 명 더 생긴다며?"
"응. 나보다 10배는 귀여운 딸이야."
이건 진심이다.
"걱정 마. 아빠 눈에는 우리 딸이 제일 귀여워!"
고맙긴 한데.. 과연 시현이를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근데 생각해 보니 아빠는 귀여운 것보다는 예쁜걸 좋아한다.
그래서 엄마한테 고백한 거겠지.
그럼 더더욱 시현이를 마음에 들어 하겠는데..
이거 나의 입지가 위협받는 거 아냐?
이거 빨리 독립을 하든가 해야겠어..
일단 곧 택배가 올 시간이니 슬슬 준비나 할까..
"아빠 마침 잘됐다. 좀 이따 침대랑 소파 택배로 올 텐데 같이 설치하자."
"귀여운 우리 딸 부탁이면 당연히 해 줘야지"
빈말이라도 기분 좋긴 하네.
"일단 새 집으로 가서 어디다 설치해야 될지나 보자."
"엉. 먼저 올라가 있어. 아빤 세수하고 올라갈게."
"아니..그냥 올라와서 세수해."
"아! 그러네. 우리 딸 천잰데?"
참.. 우리 엄마피셜로는 일 잘하고 성실하다는데.. 왜 집에선 저러지?
올라가서 집을 둘러보고 있었고,잠시 뒤에 택배가 왔다.
그리고 적당히 설치했다.
"드디어 끝났다!"
침대에 몸을 던지며 말했다.
"수고했어 우리 딸!"
"뭘. 아빠가 더 수고했지."
헤헤.. 이제 시현이랑 둘이서 같이 산다.
아빠는 피곤해서 그런지 잠좀 자겠다면서 내려갔다.
음.. 그럼 나 혼자 뭐 하지?
잡다한 짐들은 이따가 시현이 오면 옮길 예정이고, 공부도 아까 대부분 해놨고.. 게임도 뭔가 하기 좀 그런데..
그럼 답은 운동인가..
가볍게 하체 조진후에 침대에 누웠다.
"하.. 시현이 없으니까 너무 심심해.."
새삼 시현이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하.. 빨리 왔으면..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가 갑자기 톡이 왔다.
엉? 뭐지?
[이시현: 지금 엄마랑 셋이서 목욕탕 갈래?]
sibal! 당연히 가야지!
[당연히 가야지! 근데 아빠는 어떡해? 지금 자고 있긴 한데.]
[이시현: 엥? 집에 아버지 있어?]
아직은 안친해서 그런지 아버지라고 부르네.
[이시현: 엄마한테 물어볼게.]
[이시현: 엄마가 아빠도 깨워서 데려오래. 인사도 시킬겸.]
[알았엉]
바로 아빠를 깨우러 갔다.
"아빠.. 일어나.."
미동도 안하네
그만큼 깊게 잠든 건가?
몸을 흔들어 봤다.
흠.. 깨긴 한 거 같은데 안 일어나려는 강한 의지가 보이네..
안 되겠다.
아빠 귀에 속삭였다.
"아빠.. 엄마가 목욕탕가게 나오래. 빨리 안 나오면.. 기대하는 게 좋을 거라는데.."
아빠가 귀신 같이 일어났다..
"뭐야? 엄마가 불러? 어디야? 빨리 가자!"
도대체 엄마가 회사에서 어떻길래 아빠가 저런 모습을 보이는 거지?
뭐..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헤헤.. 시현이랑 목욕탕간다..
상상만 해도 천국이다.
"우리 딸 뭐 해! 빨리 준비해!"
근데 나보다 아빠가 더 의욕이 넘치네..
질수없지!
최대한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필요한 물품을 챙겨서 아빠랑 밖으로 나갔다.
"앗! 저깄다!"
아빠가 엄마랑 시현이를 발견하고 달려갔다.
"같이 가!"
치사하게 혼자 가다니..
"어.. 너가 시현이구나! 반갑다 내 새로운 딸!"
시현이를 보더니 잠깐 놀란듯하더니 반갑게 인사했다.
아마 생각보다 예뻐서 놀란 거겠지.
"어.. 안녕하세요 아버지."
"아버지는 뭔가 밋밋하잖아~. 아빠라고 불러 그냥~."
"ㄴ..네.. 아빠.."
아빠가 시현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음?
근데 아빠는 시현이 별로 안 좋아 했는데..
여자라서 괜찮아진 건가?
뭔가 궁금해진 나는 엄마한테 물어 봤다.
"엄마. 아빠는 시현이 별로 안 좋아하지 않았어?"
"아.. 얘가 그 시현이인 거 안밝혔는데? 그냥 동명이인이라고 했어."
?
야.. 이걸 속이네..
근데 확실히 정상적인 사람한테 TS됐다고 우겨봐야 미친놈 취급 받겠지..?
근데 그러면 엄마는 뭐지..
"일단 목욕탕이나 가자."
그렇게 아빠는 새로운 딸과 만난 지 3분 만에 다시 갈라졌다.
뭔가 좀 죄송한데..
"혼자 남탕 들어간 아빠가 불쌍하니 빨리 씻자."
"어머~ 그런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시현이 가슴이나 보렴."
그 말을 하자마자 상의를 탈의 하고 이제 하의를 탈의하려던 시현이가 급하게 팔로 가슴을 가렸다.
하지만..
"시현아.. 그 큰 가슴이 그 가느다란 팔로 가려지겠어?"
그 와중 우릴 경계하는 모습도 귀엽다. 헤헤..
"아직은 뭐 할 생각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옷이나 마저 벗으렴~. 여기서 계속 있을건 아니잖아?"
'아직은' 이라는 말에 더 경계하는 시현이.
하지만 엄마 말이 맞다고 느낀 건지 하의도 마저 벗는다.
헤헤.. 시현이 알몸이다..
와.. 근데..
개쩐다 진짜;;
모델해도 되겠는데?
근데 모델하면 사람들이 많이 보겠지..?
그럼 절대 안 돼!
뭐.. 그건 그렇고..
"다 벗었으면 들어가자 이제."
"응.."
하.. 살 거 같다.
이 맛에 목욕탕오지~
근데.. 시현이는 어디 갔지?
둘러보니 아직 탈의실에서 안 들어오고 있었다.
왜 저러지?
한번 가 봐야 되나..
"시현아 왜 그래?"
"그.. 내가 여탕 들어가는 게 맞을까..?"
흠.. 그런 고민하고 있었군..
"괜찮아~. 넌 지금 여자잖아? 누가 너보고 뭐라 하겠어?"
"아니.. 그래도.. 남자였잖아.."
"지금 여자면 된 거지~ 그리고 너 지금 성격보면 아무도 남자라고 생각안 해. 그러니까 빨리 들어가자~."
"으..응."
들어가니까 엄마가 구석의 온탕에서 오라고 손짓한다.
근데 왜 이리 구석진 곳에 있는 거야?
다른 사람들한테 거의 안 보이겠..
아..그런건가..
시현이는 아무 의심 없이 엄마한테 갔다.
뭐.. 나도 갈까..
엄마의 뜻에 동참하든 반항하든 안 가는것보다 100배는 재밌을 테니..
"귀염둥이~ 엄마 가슴 만져볼래?"
엉? 갑자기 뭔 소리래?
시현이도 당황한 거 같았다.
"음~ 귀염둥이 만큼은 아니지만.. 엄마도 나름 가슴이 크다고 자부한단다..?"
"아..아니 갑자기 왜 그래.. 엄마..?"
시현이가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어 본다.
"아니~ 어차피 곧 만져질 텐데.. 미리 남의 걸 만져두면 좀 덜 억울하지 않겠어..?"
엌.. 그런 깊은 뜻이..
시현이는 뭔가 잘못됨을 눈치채고 일어나려 했지만..
"어디가니~ 우리 귀염둥이~."
엄마가 팔을 잡고 당겼고,자연스레 시현이는 엄마에게 안기게 되었다.
시현이는 벗어날려고 안간힘을 쓰는 거 같지만 엄마는 미동도 없다..
좀 많이 불쌍하네..
"장난이야~ 너무 그렇게 겁먹지 마렴~."
잔뜩 겁먹은 시현이가 안쓰러웠는지 엄마가 달래줬다.
근데 가해자가 피해자한테 겁먹지 말라고 해서 겁 안 먹을리가 있나?
"누가 보면 나를 틈만 나면 딸을 만져대는 미친 엄마로 보겠어..?"
?
당연한 거 아닌가?
저걸 설마 부정할 생각이야?
시현이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엄마는.. 음.. 자연스러운 스킨십으로 모녀간의 사이가 좀 더 돈독해지길 바랄 뿐이란다~."
?
엄마가 드디어 정신이 어떻게 되셨나 보다 ㅋㅋ
상식적으로 조금만 생각해 봐도 말이 안 되는데 ㅋㅋ
"아.. 그.. 그런가요?"
?
이걸 믿는다고?
아직은 반신반의 하는 것 같긴 한데.. 반신이라도 하는게 말이 안되는데..
"그럼~ 어제도 귀염둥이가 싫어하니까 그냥 물러났잖아..?"
"아.. 그러네요..!"
야.. ㅋㅋ 이걸믿네..
엄마도 믿을지는 몰랐는지 좀 놀란 눈치다.
"그럼 귀염둥이~ 엄마랑 포옹한번 하자~."
"네!"
시현이가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인다.
그건 그렇고..
하.. 씨.. 나도 끼어 들고 싶은데 뭔가 방해를 못하겠는 분위기네..
아니다.
어차피 이제 둘이서 살텐데 잠깐 정도야 즐기게 냅두자.
지금 실컷 즐겨두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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