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9화 요리
* * *
음.. 근데 뭘 해야 되는 거지?
빚을 만들라고는 했지만.. 만들고 싶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아..
어차피 방학은 2달 가량 남았으니까 천천히 생각하자.
일단 지금 가장 중요한 일부터 처리해야지.
"시현아 동물잠옷입자!"
"음.. 너도 입으면..입을게."
시현이는 동물잠옷이 편해서인지 아니면 하도 오래 입다 보니 익숙해진 건지 딱히 거부하지는 않는다.
뭐.. 뭐든간에 나야 좋지.
시현이가 동물잠옷을 입자 너무 귀여워서 뒤에서 껴안아 주었다.
역시 시현이는 예쁜 거보다 귀여운거지~.
근데 시현이가 딱히 날 밀어내진 않네..?
오랜만에 장난좀 쳐볼까?
"시현아~."
"응."
"나 사랑해?"
"응?"
놀란듯한 시현이.. 너무 귀엽다.
"저.. 저번에 말했잖아.." (3화 참조)
이 귀여운 녀석 봐라? 어떻게든 안 말할려고 때를 쓰네.
"음.. 저번에 언제..?"
일부러 모르는 척을 했다.
"나 기억 안나니까 다시 말해줘~."
"아.. 아니 그.. 말한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까먹어..? 말이 안되는데.."
의심은 하지만 확신은 아니군.
이럴땐 더 쌔게 나가야 된다
"아~ 됐어~. 넌 나한테 사랑한다는 말 한번 해주지 않는구나."
"아.. 아니 그.."
안절부절 못하는 시현이.. 너무 귀엽다. 헤헤..
"어제도 엄마랑 자고 오늘 아침도 엄마랑 옷 사러 가더니 나는 마음 속에서 사라졌나 보지~."
일부러 말을 좀 심하게 했다.
"아..아니.."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더니 벌써 변해버렸을 줄이야~."
"그.. 사..사랑해."
시현이가 개미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멈춰야 되나.. 좀 더 놀려줘야 되나..?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좀 더 놀릴까..?
"응? 뭐라고..?"
"너.. 다 들렸으면서.."
약간 화를 내는 시현이. 어떻게 저런 것까지 귀엽지?
"소리가 너무 작아서 안들렸는데..?"
"으..으.. 사.. 사랑한다고!"
그 말을 끝으로 바로 이불 속으로 도망쳤다.
헤헤.. 시현이가 나 사랑한대..
물론 알고는 있었고 직접 들은것도 처음은 아니지만 엄청 기쁘네..
가서 이불을 뒤집어쓴 시현이를 안아주었다.
"시현아.. 나도 사랑해."
근데 아직 잘 시간은 아닌데..
"시현아~ 설마 잘거야?"
"....아니."
"그럼 왜 이불 덮고 있어?"
"얼굴 보이기 싫어.."
엌.. 얼굴 엄청 빨개졌나 보다..
"뭐.. 그럼 난 거실 나가있을게.. 좀 진정되면 나와."
"흥..."
흠.. 이번 일로 오히려 미움 스택을 쌓아버린거 같은데..
아니.. 근데 생각해보면 이건 단순히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연인의 귀여운 소망 아닌가?
그래.. 설마 이거 가지고 화나거나 날 미워하거나 하진 않겠지..
잠시 뒤 시현이가 나왔다.
"좀 진정 됐어?
"흥.."
약간 화는 난 듯 하지만 저 정도면 내가 먼저 자극하지만 않으면 괜찮은 수준이다.
"그럼 시현아 뭐 할래?"
"영화나 보자.."
"그래."
난 아빠다리를 하고 앉았고, 시현이는 자연스레 내 위에 앉았다.
그리고 시현이가 내 가슴에 등을 기대고, 난 시현이를 껴안은 상태로 영화를 봤다.
"시현아.."
...
"저..시현아..?"
뭐야 자나?
영화 끝났는데 안움직이길래 불러봤는데.. 중간부터 자고 있었나 보네.
시현이를 공주님 안기로 침대에 데려간 다음, 불 끄고 침대에 누웠다.
"잘자 시현아."
빠바바밤 바밤밤 바밤밤 바밤밤 바밤밤~
아.. 벌써 아침인가..
옆에 시현이가 아직 자고 있다.
헤헤.. 귀여워라..
음.. 근데 앞으로 요리는 어떡하지?
매일 배달음식 시켜 먹을수는 없고..
엄마한테 만들어 달라고 하면 만들어 주기야 하겠지만..
맛도 드럽게 없고, 엄마의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이 내키지가 않는다.
이건 시현이랑 상의해 봐야지.
"시현아.. 일어나."
"우웅~."
앙탈부리는거 너무 귀엽다~
마음 같아선 계속 이대로 있고 싶지만.. 지금은 중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미안하다 시현아.
난 시현이의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히얏?!?!"
귀여운 비명과 함께 시현이가 잠에서 깼다.
그리고 바로 날 노려본다. 귀여워라..
"시현아. 진정해. 지금 내가 너의 가슴을 만진 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
"뭐..뭔데.. 별거 아니기만 해봐.."
별거 아닌건가?
아니지. 의식주 중에서 '식'을 담당하는 음식이 부족한건데 중요하지 않을 리가..
"음.. 우리 이제 밥 어떡하지?"
"응? 갑자기 웬 밥?"
"아니, 우리 이제 독립했으니 밥 스스로 차려 먹어야 할거 아냐."
"음.. 그런가..?"
"어. 맨날 배달 음식 시켜먹을건 아니잖아?"
솔직히 시켜먹어도 돈은 문제가 없다.
문제는 건강이지. 특히 시현이의.
"그렇긴 하지.."
"그런데 우리 둘다 요리 해본적 없잖아? 엄마한테 배우기엔 엄마도 요리를 절망적으로 못하고.."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뭔데..?"
"요리 학원에 다니자."
눈쌀을 찌푸리는 시현이.
역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에 부담감이 있나 보네.
"하지만 안다니면 앞으로 밥은 어떡하게?"
"그냥... 인터넷 보고 하면 되지.."
풉.. 진심인가..?
"정말 그렇게 생각해?"
"응.. 뭐 문제 있어..?"
시현이 100% 요리 한번도 안해봤구만..
하지만 그런 서투른 시현이도 귀여워~
일단 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는 자신감을 깨부숴줄까.. 현실을 직시할수 있게.
"그럼 시현아. 가볍게 나 파전 해주라."
이건 요리 중에선 쉬운 편이지. 시현이는 못하겠지만.
"뭐.. 그 정도야.. 알았어."
"그럼 나 재료 가지러 엄마한테 갔다 올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뭐.. 그동안 부침개 만드는법 찾아보던지."
"그.. 그 정돈 안 찾아봐도 알거든!"
지금은 자신감이 넘치지만 과연..
"엄마~ 나 파전 재료좀 주라~."
"응? 우리 딸이 갑자기 뭔 파전이야?"
"시현이가 요리 해준데.."
"귀염둥이가 요리도 할수 있었어? 다시 봐야겠는데~."
음.. 할수 있는 건가?
할수 있다고 믿는거 겠지..
아니면 파전 정도는 진짜 할수 있을지도..?
그런 생각을 하며 재료를 받아서 시현이에게 갔다.
"자. 만들어봐."
재료를 건네주고 말했다.
"저.. 근데 지은아?"
"응? 왜?"
"그.. 뒤에서 껴안으면.. 어떻게 요리 하라는 거야.."
"난 신경쓰지 말고 요리해"
"아..아니 그걸 신경을 안쓸 수가.. 아니다."
시현이는 그냥 포기한건지 반죽을 만들려 한다.
"저.. 근데 시현아.. 파 안 썰어?"
"이..이제 썰려 했어."
"반죽에 밀가루가 너무 적은거 아냐?"
"아..아냐. 아마도.."
"아무리 파전이라고는 해도 진짜 파만 넣을거야?"
"그럼 뭘 더넣어?"
"여기 반죽이 제대로 안되어있는데?"
"그.. 그런가?"
"후라이팬에 식용유 안둘러?"
"식용유를 왜둘러?"
"부침개 안 뒤집어?"
"뒤.. 뒤집어야지."
아주 가관이다.
칼질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힘없어서 반죽도 제대로 못하고 밀가루랑 물의 양조절도 못하고 파전이라고 해서 진짜로 파만 넣고 반죽도 제대로 안한 상태에서 후라이펜에 올리려고 하질 않나 심지어는 식용유를 왜둘러야 하는지도 모르고 부침개는 뒤집을 힘도 없어서 내가 뒤집어 줬다.
흠.. 문제가 없는곳이 없는데?
"..시현아."
"으..응?"
"이걸 보고 무슨 생각이 들어?"
눈앞에 보이는건 흉측한 원반모양의 무언가.
"그.. 그러게? .....프리스비 원반?"
시현이도 나랑 같은 생각을 했나보다.
하아.. 한숨이 나온다.
"일단 요리교실 가는건 관두자."
근데 시현이는 기뻐하기보다는 놀라보인다.
뭐.. 자기가 봐도 요리교실에 갈만한 실력이었다는 건가..
"관두고... 일단 나랑 집에서 근력 트레이닝 하자."
저놈의 절망적인 힘부터 어떻게 해야된다.
힘이 없어서 반죽도 제대로 못하는게 말이나 되나?
"시..싫어."
시현이가 벌벌떨며 말한다.
내가 뭐했다고 벌벌떠냐?
고작 운동좀 하자는거 가지고..
"너 TS되기 전에는 운동 그럭저럭 좋아했잖아."
"지..지금은 싫어.. 내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거부하고 있어.."
"하.. 시현아.. 난 널 무슨 3대 500치는 괴물로 만들려는게 아냐. 어차피 만들지도 못하고. 난 그냥 너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최소한의 힘을 가지게 도와주려는 거야."
"그..그정도 힘은 가지고 있어."
?
아까 반죽도 제대로 못하던 주제에 어디서 저 자신감이 나오는 거야?
일단 요리때와 마찬가지로 저 자신감부터 깨부숴야겠다.
"일단 티셔츠로 갈아입고 무릎 땅에 댄 채로 팔굽혀펴기 10개만 해봐."
이 정도는 할라나?
아니야.. 시현이의 힘을 한번이라도 경험해봤으면 안다.
절대 안된다는 것을.
시현이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에이~ 무릎 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무릎 땅에 댄 채로 10개라고? 너무 쉽잖아?"
아직 자신의 힘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안되나 보군.
저 자신만만한 얼굴이 어떻게 바뀔까?
"그럼 해봐."
"근데 이거.. 가슴 닿겠는데?"
아이씨.. 자꾸 시비를 터네..
"그냥 해."
"응.."
"허억..! 허억..! 더.. 더는 못하겠어..!"
?
4개 했는데요?
내 생각보다 심각한데..?
"이제 알겠지? 넌 지금 실제 팔굽혀펴기는 2개도 못할걸?"
"허억.. 허억.. 하.. 하면 되잖아.. 허억.. 운동.."
근데 숨 한번 크게 쉴 때마다 가슴이 들썩거리네..
가득이나 땀흘려서 그런지 더 야해보인다..
이건 못참지~
바로 시현이 위해 올라타서 가슴을 주물렀다..
"히익?! 너..너 뭐하는 거야? 빨리 안나와?"
흠.. 이거 뒤에 벌어질 일은 생각 안하고 한 일이긴 한데.. 생각해보니 좋은 명분이 있었잖아?
"시현아.. 나는 너가 힘이 약하면 이런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이러는 거야."
캬~ 이게 바로 참된 여친.
물론 시현이는 날 울먹이면서 노려보고 있다.
하~ 근데 가슴 너무 부드럽다.
어?
이거 코박죽 각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들자 주저없이 티셔츠를 벗기고 바로 가슴사이에 코박죽을 시전했다.
"히익?! 뭐..뭐하는 거야?!?!"
습..하~ 습..하~
이게 가슴 사이의 공기인가.. 달다.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거 같다..
"수..숨쉬지마.. 간지러.."
그럴순 없지.
미안하긴 하지만 이런 기회가 다신 오지 않을 것이라는걸 알기에.. 여기서 최대한 많이 만끽해놔야 된다.
"으.. 하.. 하지 말라니까.."
시현이가 손으로 내 얼굴을 밀지만 가뜩이나 약한 힘을 아까 팔굽혀펴기 할 때 다 써버려서 그런지 힘이 없다.
난 무시하고 가슴을 핧기 시작한다.
"으.. 하.. 하지 말라고!"
"커헉!"
시현이가 내 얼굴을 밀어내면서 몸부림치더니 시현이가 무릎을 내 턱에 정통으로 가격했다.
자..잠깐만.. 뭔가...시야가..기울어 지는거.. 같은.....
털썩!
"헉! 저..저기 지은아..? 지은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