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 10화 수영복
* * *
"지..지은아 정신이 들어?"
"뭐야.. 나 기절한 거야..?"
"응.. 약 2분 정도."
날 때려서 기절시켰다는 것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는 시현이.
음.. 솔직히 난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해서 별로 화가 나지는 않았는데.
여기선 화난척이라도 하는게 맞겠지?
"나 좀 더 누워있을 거니까 건드리지마."
"지..지은아.."
근데 진짜로 기절한 사람은 깨어나더라도 안정을 위해서 20~30분 정도 더 누워있으랬다.
물론 건드리지 말라고 한것도 안정을 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시현이는 내가 화난것처럼 보이겠지.
"아..알았어. 나가있을게.."
흠.. 이거 시현이는 내가 화난줄 알고 있겠지.
그러면 대가로 뭘 뜯어내야 되나..
일단 가장 대표적인게 엄마랑 약속했던 비키니 입히는거지.
하지만 너무 진부한데.. 좀 다른거 없나..?
일단 빚으로 달아둘까..?
근데 시현이가 만약 뻔뻔하게 나오면 어떡하지?
물론 날 기절시킨건 시현이 잘못이긴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나한테 있었잖아. 거기다 실수로 한 행동이기도 하고..
만약 시현이가 그렇나 나오면 나도 그냥 넘어가야 되나..
시현이 반응보고 결정해야겠다.
슬슬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어.. 지..지은아 이제 괜찮아 졌어..?"
"어."
음.. 약간 안절부절못하고 있는것 같기는 한데..
저게 그냥 단순히 내가 걱정되어서인지 날 기절시켰다는 죄책감 때문인지를 모르겠네..
일단 한번 떠볼까..?
"아~ 머리야.. 뭔가 기절해서 그런지 머리가 계속 아프네.."
날 걱정했다면 '괜찮아?' 아니면 '병원갈래?' 라 물어보든가 하겠지.
만약 죄책감 때문이라면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하겠고..
"그.. 미.. 미안해.. 나 때문에.."
그렇군. 죄책감 때문이었구만.
그렇다면 이 일은 빚으로 달아두는게 좋겠지..?
"정말 미안해?"
"으..응."
"그럼 이 일은 빚으로 달아두자."
"..응"
근데 이 빚을 정말 비키니 입히는데 써야되나?
아.. 근데 이건 내가 기절해서 얻어낸 건데..
수영복 입히는데 쓰면 엄마랑 공동으로 이득보는 거잖아..?
나만 이득보고 싶은데..
아니다..
일단 엄마랑 수영복 입힌다고 약속은 했으니까..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엄마가 해줘야 할 일도 있으니까..
난 바로 엄마한테 달려갔다.
"엄마~ 빚 만들어 뒀어!"
"어머~ 벌써? 어떻게?"
음.. 기절했다고 말하면 쪽팔리겠지..?
그것도 작고 여린 시현이에게..
"음.. 그런게 있어.."
"뭐~ 누구에게나 프라이버시는 있으니까~ 캐묻지는 않을게~. 일단 잘했어 우리 딸~."
다행히도 그냥 넘어가 주는군..
"그래서.. 이제 수영장이나 해수욕장 가게되면 사람들이 쳐다보는 문제는 어떡할거야?"
사실상 가장 큰 문제다.
그렇다고 우리 아파트 옥상에다 풀장만들어서 놀수도 없고..
"조금 현실적인 범위에서 생각해줘."
그렇다고 수영장을 하나 만들어 버리는건 또 에바잖아..
"그러면 어디 섬 하나 빌릴까?"
?
저게 현실적인 건가?
"아니.. 좀.. "
음?
잠깐만.. 섬을 빌린다고?
이것도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실현되기만 한다면.. 시현이랑 사실상 여행가는거 아닌가? 그럼 개꿀아니야? 심지어 섬을 빌리는 거니까 다른 사람도 없을테고..
아니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가능한 일이 아니잖아..
아..그냥 옥상에다 풀장짓고 놀아야 되나..
근데 그건 시현이의 비키니에 대한 예의가 아닌데..
아니면 그냥 사람들이 좀 보게 냅둬?
누가 헌팅 못하게 옆에 딱 달라붙어서 감시하고..
아니 근데 여자 둘이 있으면 오히려 더 헌팅당하나..?
나도 자랑은 아니지만 예쁜축에 속하는 편이고..
그럼 어른 or 남자가 필요한데.. 아빠는 요즘 일때문에 바쁘고..
엄마는 있어봤자 역효과만 날 뿐인데..
역시.. 보게 냅두는건 아닌거 같다.
아.. 진짜 너무 귀여워도 탈이네..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
가장 중요한 것부터 처리해야지.
"엄마. 시현이 수영복부터 사러가는게 어때?"
"어머~ 그거 참 마음에 드는 제안인걸~?"
"근데 시현이가 안간다고 하면 어떡하지? 내 빚은 비키니를 입히는 데에다가 쓴다고 치면 시현이가 안간다고 했을때 데려갈 명분이 없는데.."
"그럼 일단은 비키니 말고 수영복 사러 간다고 해. 만약 그래도 안되면.. 햄버거 사준다고 말해. 뭐.. 근데 간다고 하든 안간다고 하든 시현이 기분을 위해 햄버거는 사주는게 맞긴 하겠다."
"뭐.. 알았어."
"시현아. 수영복 사러 가자."
엄마 말대로 일단 수영복이라 했다.
"응? 갑자기 뭔 수영복?"
"지금 여름인데 해수욕장이나 수영장같은데 한번은 가봐야 하지 않겠어?"
"뭐.. 그런거라면야.. 알았어."
다행히 햄버거 얘기는 안꺼내도 되네..
후후.. 곧 시현이 비키니를 볼수 있다..
"우리 딸들 왔구나~ 그럼 가자."
"네."
일단 옷사러 가기 전에 엄마랑 눈빛교환을 한 뒤 햄버거 가게에 갔다.
"와 햄버거다~."
물론 이유는 시현이 기분을 up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부가적인 이유로는 무언가를 기뻐하면서 먹는 시현이의 귀여운 모습을 감상할수 있어서.
"나.. 근데 이거 다 못먹어.."
아이구~ .. 저거 하나 다 못먹다니.. 너무 귀엽다~.
그건 그렇고 이것도 작긴 하지만 빚으로 남겨둘수 있을라나?
"내가 먹을테니 남겨도 돼."
"헤헤.. 고마워!"
고맙긴.. 저런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내가 더 고맙지..
"다 먹었으면 가자."
"응."
역시 기분이 좋아보이는군.
엄마랑 눈빛을 교환한 뒤 수영복 가게로 향했다.
"시현아 뭐 입고싶은거 있어?"
일단 시현이의 의지를 최대한 존중해주기 위해 물어봤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약 시현이가 비키니를 스스로 입고싶다고 할 수도 있잖아..?
그런데..
"음.. 나 래시가드 입고 싶어!"
?
저기.. 미치셨나요?
"저기.. 시현아.. 개소 읍읍..!"
갑자기 엄마가 내 입을 막더니 화장실로 끌고갔다.
"우리 귀염둥이~ 엄마랑 지은이는 잠깐 화장실좀 갔다올게~. 옷 고르고 있으렴."
"네?.. 네."
"우리 딸. 내가 보기에 이거는 쉽게 답할 문제가 아닌거 같아."
?
"이게 왜? 래시가드는 무조건 반대해야지!"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당연한 거지. 하지만 시현이의 기분을 고려해야 돼."
음.. 맞는 말이긴 하다.
비키니를 사는거 정도야 뭐.. 아무거나 사면 되겠지만.. 사이즈가 안맞을 수도 있고, 시현이한테 안어울릴 수도 있겠지..
그래서 여기서 시현이가 비키니를 입어줘서 사이즈가 맞는지, 그리고 잘 어울리는지를 확인해야 되는데..
하지만 그건 빚 밖의 영역이잖아..?
그래서 나의 말빨로 빚 없이 시현이가 비키니를 여기서 입어보게 해야 돼.
하지만 그냥 비키니 입어달라고 하면 절대 안입어줄 거기 때문에.. 일단 래시가드를 사줘서 안심시킨 다음에비키니도 한번 입어보자면서 자연스레 권유할 수 있긴 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래시가드를 사는건 에반데..
어차피 사고 입지는 않겠지만.. 산다는것 자체가 수치다.
"일단 래시가드의 장점은 자외선과 다른 사람의 눈으로부터 시현이를 보호할수 있다는 것. 단점은 우리 눈으로부터도 보호한다는 것.."
근데 우리 눈으로부터 보호하면 의미가 없잖아..
물론 래시가드를 입더라도 시현이의 미모와 잘빠진 몸매는 그대로 겠지..
하지만 그건 일상에서 티셔츠 입은 시현이를 보는것과 다를바가 없잖아?
역시.. 래시가드는 존재해서는 안되는 물건이다.
양보는 없다.
내가 결단을 내리자 엄마도 딱히 반대는 안했다. 대충 내가 반대한 이유를 눈치 챈거겠지.
"근데 그러면 빚 안쓰고도 비키니를 입어보게 만들 자신이 있는 거겠지?"
"자신은 없지만.. 래시가드를 사는 것보단 낫지. 정 안되면.. 그냥 적당히 어울리는걸 사는 수 밖에."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뭔가 통하는게 있다니까?
난 시현이에게 갔고 엄마는 시현이에게 어울리는 비키니를 찾으러 갔다.
"시현아.. 일단 래시가드는 아닌거같아."
"왜?"
아직은 기분이 좋아서인지 목소리 톤이 높다.
"일단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에 놀러갈텐데.. 래시가드면 솔직히 평범한 티셔츠랑 다를 바가 없잖아?"
뭐.. 있긴 하지만.. 사소한건 넘어가자.
"음.. 그런가?"
아예 틀린 소리는 아니어서 인지 딱히 기분 상하지 않고도 시현이가 납득해줬다.
"근데 그럼 뭐입어?"
여기서 부터가 문제다.
바로 비키니로 넘어가느냐.. 아니면 일단 다른 수영복을 추천하느냐..
바로 비키니는 좀 쫄린다. 다른 수영복부터 추천하자.
물론 그걸 고르면 안되니까 마지막엔 거절하도록 유도하고..
"흠.. 그럼 시현아 원피스 수영복은 어때?"
"응? 뭐야 그게?"
아. 맞다. 시현이 여자 옷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지..?
그럼 적당히 구라좀 섞어도 되겠네?
"음.. 그냥 일체형으로 몸통만 가리는 수영복인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건 좀 아닌거 같다."
"응? 왜?"
"이건 거의 선수용이라서 일반인이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에 입고 가기는 좀 그래.."
물론 개구라다.
선수용으로 쓰이는건 맞지만 그만큼 일반인들도 노출도가 적다는 이유로 적지 않게 쓴다.
하지만 시현이가 이런걸 알리가 있나~.
"그럼 뭐 입어?"
후우.. 비키니로 가자.
저번에 엄마가 비키니 입혀보려다가 실패했다고 했으니.. 평범하게 입어달라고 해선 안된다.
비키니를 입어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야 된다.
"시현아. 비키니 한번 입어보자."
"응? 아..아니 싫어.."
바로 표정이 어두워지는 시현이.. 귀여워라~.
그래도 기분이 원래 밝았기에 어두워지는 걸로 끝나는 거지 기분이 원래 안좋았으면 진짜 정색을 했을 수도 있다.
"아니.. 시현아.. 사자는게 아니야.. 한번 입어보기만 하자는 거지.."
물론 개구라다. 당연히 사야지 히히..
"그리고 딱히 입어볼만한 것도 없잖아..? 그냥 한번 입어보고 마음에 안들면 안사는 거지."
"그.. 그래도 비키니는 싫어.."
역시.. 비키니에 대한 거부감이 좀 심하네..
이거..소원으로 입힌다고 해도 미움받는거 아니겠지..?
"왜?"
"노출이.. 너무 많아."
뭐.. 당연한 이유네..
"그러니까 여기서만 입어보자는거 아니야~. 우린 어차피 목욕탕에서 알몸도 본 사인데 뭐 어때~."
"그..그런가?"
됐다! 여기서만 입어본다는 말 때문인지 의외로 쉽게 됐네?
이제 비키니 고르러 갔던 엄마만 오면 돼!
오! 저기 온다!
"우리 귀염둥이~ 오래 기다렸지? 이거 한번 입어봐."
"ㄴ..네."
시현이는 좀 머뭇거리더니 탈의실로 들어갔다.
엄마가 건넨건 가슴과 팔부분에 프릴장식이 달린 하얀 비키니.
엄마는 하얀걸 좋아하나 보네?
아니면 시현이랑 하얀게 궁합이 좋은건가?
"저.. 다 입었어요.."
탈의실 안에서 목소리가 들리자 엄마랑 나는 눈빛을 교환한 후 들어가 봤다.
그리고 그 안에는 천사가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