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12화 멘탈
* * *
집으로 돌아온뒤..
시현이는 지금 겉보기에는 무표정이어서 괜찮아 보이기는 한데..
왠지 내 감은 저 무표정이 괜찮아서가 아닌 멘탈이 나가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 시현이를 혼자 두면 안될거 같았다.
"시현아 같이 씻을래?"
근데 거절하면 어떡하지..?
"..응."
다행이다.
야.. 근데 계속 느끼는 건데.. 머릿결 진짜 너무 곱다..
거기에 가슴에..허리에..
진짜 축복받은 몸인데..?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껴안고 싶어졌다.
음.. 근데 이거 갑자기 껴안으면 싫어할라나?
가뜩이나 멘탈 나간 상태(추정)일텐데..
음.. 오히려 멘탈 나간 상태일테니 껴안아주는게 멘탈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자신이 누군가에게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걸 알려주는 거지.
아니 근데 애초에 연인을 껴안고 싶은게 뭐가 문제지?
껴안는것은 단순한 애정 표현일뿐 다른 의미는 없지 않은가?
아니..근데 그것보다도 내가 왜 변명을 하는거지?
지금 내 모습이 쓰레기들이 쓰레기짓할때 자기합리화 하는 모습 같은데..
나도 참.. 단순히 껴안아 주는거 가지고 뭘 이렇게 고민을 하냐..
그냥 마음가는 대로 행동하자~.
시현이를 살며시 껴안아 주었다.
"뭐..뭐야.. 왜 이래.."
시현이는 당황한듯 했지만 밀어내진 않는다.
음.. 근데 이런 순간에 뭔가 감동적인 말을 하긴 해야 되는데.. 뭐라 말하지?
그냥 사랑한다고 할까?
이런 상황에서 평범한 고백을 하는건 좀 칙칙한데..
그냥 시현이에게 느끼는 내 마음을 전하자.
"시현아.. 항상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은 안할려 했지만.. 이런 중요한 순간에 안하긴 좀 그렇지..
어.. 근데 시현이가 반응이 없네..?
좀 기다려 볼까..?
"..흑..흐윽.."
우는데..?
아마 멘탈 터진걸 가까스로 붙잡고 있다가 지금 놓은 거겠지.
근데 이럴땐.. 뭐라 말해야 되지?
울지 말라고 해야되나..?
아니야. 그냥 울게 냅두는게 맞는거 같다.
그럼 그냥 더 울라고 말해야 되나?
그것도 아닌거 같은데..
걍 짜져있자..
"흐아아아앙~.."
시현이는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이제 진정됐어?"
"..흥."
됐나보네.
저 반응은 진정된 후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이 엄청 부끄러운 짓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반응이다.
헤헤.. 귀여워라..
시현이는 부끄러움을 참을수가 없었는지 먼저 나갔다.
뭐.. 그렇게 울어댔는데 부끄럽긴 하겠지.
나도 머리만 적당히 말리고 나갔다.
응..? 시현이 벌써 자고 있네..?
뭐.. 오늘 하루 피곤하긴 했을라나..?
그때 엄마한테 문자가 왔다.
[엄마:엄마 곧 들어가는데 할 얘기가 있으니 엄마 집에 가있으렴.]
섬 관련 얘기인가?
근데 그것보다..
여기도 엄마 집 아닌가..?
뭐..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지.
엄마 집으로 갔다.
잠시 뒤..
"엄마 왔어~. 귀염둥이는 지금 뭐해?"
"자는중."
"뭐.. 좋아."
뭔 얘기를 할려고.. 좋다는 걸까..
"일단 섬 관련 얘긴데. 한국에는 마땅한 곳이 없어서 외국에 섬 하나 빌렸어. 기간은 다음주 토~일."
?
외국까지 간다고..?
진짜 뭐하는 사람이지..?
"참고로 우리 셋만 가는 거야. 아빠는 그동안 내 몫까지 일하고."
..
좀 많이 불쌍해지네..
뭐.. 근데 아빠가 고백해서 이렇게 된거니까 후회는 없겠지.
근데 그건 그렇고.. 외국가면 시현이는 여권이나 그런거 어떡하지..?
"만들어 놨어~."
?
진짜 마음을 읽나?
"뭐.. 그건 엄마가 알아서 할테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 근데 그건 그렇고.."
아.. 이제 본론말하려나 보다.
"너.. 우리 귀염둥이가 헌팅당할때 뭐했어? 뭐했기에 울때까지 보고만 있었어?"
너..라고 부르다니.. 저건 엄마가 기분이 꽤나 좋지 않다는 건데...
하긴.. 어떻게 보면 내가 시현이를 울린거라고 볼 수도 있겠지.
엄마는 그 점때문에 화난거고.
근데 이건 나도 할말이 있다.
"아니 엄마. 분명 내 잘못이 없는건 아니지만 이건 나도 좀 억울해."
대충 설명했다.
"흠.. 뭐 그래.. 우리 딸의 말도 틀린건 아니지. 확실히 거절하는 법도 배우긴 해야지."
오.. 호칭이 우리 딸로 돌아왔다.
"그래서 그 건으로 나도 할말이 있는데.. 시현이한테 호신용품을 줘야겠어."
"확실히 필요하긴 하겠지.. 그럼 뭘로 줄까? 가스 총?"
그건 너무 갔고..
"호신용 스프레이로. 효과 좋은거."
"그럼 눈에 뿌리면 실명하는 걸로 줄게."
아니;;
"아니..좀.. 그런거 말고.. 그러면 오히려 시현이가 잡혀가.."
"음.. 고작 실명가지고 잡혀간다니~ 내가 있는데 그럴리가 없잖아~?"
'고작' 실명..?
뭔가 무서워진다..
".....그냥 잠깐 무력화 시키는 걸로 줘."
"음.. 주제도 모르고 시현이가 호신용품을 사용할 정도까지 간 녀석한테는 좀 매운 맛을 보여줘야 되지 않을까..?"
음..맞는 말인데..?
근데 그렇다고 실명은 에바잖아..
.....
"그냥 가스총줘.."
기절로 끝내자.
근데 가스총 소지하는데 뭔가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는데..
엄마가 알아서 하겠지?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 엄마만 믿어~."
......
진짜 포커페이스 하는 연습을 하던가 해야지..
"뭐.. 난 이제 자러갈게."
"그래.. 참고로 내일은 귀염둥이랑 같이 잘거야~."
칫.. 까먹길 빌었는데..
에이씨.. 빨리 시현이 껴안고 잠이나 자야지..
뭔가 부드러운 감촉에 잠에서 깼다.
어? 이 감촉은..? 시현이 허벅지잖아?
근데.. 어떻게 이 자세가 된거지?
분명 나는 시현이 가슴을 만지면서 잤는데..?
어? 설마 그거 가슴이 아니라 엉덩이였나..?
맞는거 같은데..
기억이 슬슬 떠오른다.
맞아..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그냥 부드럽고 둥근 물체 두개를 잡고 잤었지.
근데 그게 엉덩이였을 줄이야..
거기서 좀 내려가서 허벅지를 껴안고 있는 지금의 자세가 된건가.
음.. 근데 오히려 좋은데?
헤헤.. 시현이 꿀벅지당..
"...그만 만지고 놔줘."
.....뭐야?!
벌써 깼다고?
"어..어.. 시현아. 잘 잤어..?"
"아니. 누구 덕분에 말이지."
"누.. 누구야? 우리 시현이 잠자는걸 방해한 사람은..?"
"그러게..? 누굴까..?"
하하..
시현이가 날 노려본다. 귀엽당..
"그런데 시현아. 아침 뭐 먹을까?"
시현이 허벅지를 껴안은 채로 말했다.
"몰라.."
약간 화난 시현이도 귀여웡!
근데 그건그렇고.. 최근 아빠가 엄마대신 일을 나가서 아빠는 한동안 집에 없지만 엄마는 한동안 집에만 있는다.
즉 밥을 만들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근데 그와중 엄마는 도대체 어떻게 자신이 요리를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진짜 맨날 배달음식만 시켜먹나?
아니 근데 그러면 집에 음식 재료들이 있을리가 없는데..
"지은아.. 쓸데없는 생각은 내 다리좀 놓고 해주면 안될까..?"
"안돼."
"으.. 나 화낼거야..?"
엌..!
자기가 화낼거라고 예고하다니... 너무 귀엽다..!
아..이거 화내는 모습 보고 싶은데.. 근데 그럼 또 풀어주는데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겠지..?
그냥 미래를 위해 여기서 물러나자.
그렇게 풀어줬더니 시현이는 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아마 오줌 마려웠나보지? 너무 귀엽다..
근데.. 진짜 밥 뭐 먹지..?
하.. 빨리 시현이 근력단련좀 시키고 요리학원을 가든가 해야지..
일단 지금은 피자나 시킬까..
"나 있잖아.. 머리 자르고 싶어.."
?
화장실에서 나온 시현이가 갑자기 개소리를 한거 같은데.. 잘못 들은 거겠지?
"뭐..뭐라고?"
"머리 자르고 싶어.."
이럴수가.. 잘못 들은게 아니었다고..?
"아..아니.. 왜?"
"뭐 할때마다.. 거슬려.. 씻을 때도 불편하고."
음.. 확실히 가질수 있는 불만이긴 하다.
가뜩이나 원래 남자였으니.
하지만 그 불만을 가지는걸 납득하는거랑 그로인해 생기는 부탁을 들어주는건 별개의 일이지.
"음.. 일단 내가 머리띠를 줄게. 그걸로 머리 묶으면 좀 덜 거슬릴거야."
"그냥 안 거슬리게 자르면 안돼..?"
"안돼."
"나도.. 다 자르고 싶다는건 아냐. 긴 머리인게 예쁘긴 하니까.."
맞다. 얘 장발파였지. 덕분에 나도 장발이고.
"그럼 어느 정도..?"
"너랑 비슷하게 갈비뼈 정도 까지만.. 허리까지는 너무 길어."
음.. 이정도면 들어줄 만은 한데..?
갈비뼈까지면 장발인건 맞고.. 확실히 허리까지는 너무 길기도 하고.. 물론 그만큼 예쁘지만.
이건 엄마랑 상의를 해봐야겠다.
"엄마! 시현이가 머리 깎고 싶대!"
"뭐..뭐라고..?"
"아니. 다행히 숏컷으로 깎겠다는건 아니고 갈비뼈정도 까지로 깎고 싶대."
"음..? 뭐.. 그 정도까지면 깎아도 괜찮지 않나?"
오..? 그냥 허락해주네? 반대할 줄 알았더니.
"단."
?
또 뭔소릴 할라고..?
"섬으로 여행 갔다온 후에 자르라고 해. 덤으로 다음 주에 섬으로 간다는 것도 알려주고."
"뭐.. 알았어."
"시현아~ 머리 자르는거 일주일만 미루자~."
"..왜?"
"일주일 뒤에 우리 외국에 리조트 있는 섬으로 여행가기로 했거든."
"..응?"
이해가 안된다는 듯한 시현이. 귀엽당.
"참고로 거부권은 없어."
"....."
"여권같은거는 엄마가 다 알아서 해주신대."
아직도 어버버하고있네.. 너무 귀엽당~.
"뭐..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니니까 걱정하지마~ 어쨌든 그때까지만 머리깎는거 참아줘~."
"매우 중요한 일 같은데....일단 알았어."
헤헤.. 착한 시현이 너무 귀엽다..
"그건 그렇고 피자나 먹자.."
시현이가 내가 엄마랑 얘기하는 사이에 온 피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근데 지은아.. 굳이 이 자세로 먹어야 돼..?"
현재 내 다리 사이에 앉아서 피자를 먹던 시현이가 물었다.
"당연하지."
"..왜?"
"그야 우리 시현이가 귀여우니까~."
"...."
할말 없지?
"나.. 불편해.."
"괜찮아~ 나도 불편해."
"그..그럼 안하면 되잖아."
"그럴순 없어."
"..왜?"
"귀여우니까."
내가 쓰긴 했지만 정말 무적의 논리인데..?
줄이면 무논리.
시현이도 이 무논리에 대항할 방법이 없다는걸 깨달은것같은지 피자나 먹고있다.
음..
근데 이거 먹는 모습 너무 귀엽다..
이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거리는게.. 햄스터 보는것 같아..
헤헤..이 귀여운 모습을 바로 앞에서 감상할수 있다니 너무 행복해..
부디 앞으로도 이런 행복한 생활이 계속되기를..
* * *